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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31 22:23
ㅈㄴ 무덤덤하고 자기 생각 확고해서 아스타리온한테 안맞춰주는 타브 보고싶다..
3막까지 전반적인 ㅅㅍ
DnD 세계관 잘 모름 주의
승천 후 아스타리온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음.
그의 외견은 여느 때와 같이 훌륭했으나 그의 내면은 마치... 새로 짜여진 것 같았음.
아스타리온이 타브가 그의 스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타브는 주저했음. 아스타리온이 스폰일 때 겪었던 일들을 전부 아는건 아니었지만 그가 느끼는 고통과 슬픔을 지켜보았기 때문임. 스폰은 종속의 개념이 되는건데 과연 아스타리온이 지금처럼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음. 물론 그전의 아스타리온이었다면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그는 훨씬 잔혹하고 권위적인 면이 있었음.
짧은 고민 끝에 스폰이 되는 것을 거절하자 아스타리온은 깜짝 놀랐음. 마치 거절할 줄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었음. 아스타리온은 갖은 말로 타브를 유혹했음. 영생과 시들지 않는 외모, 스폰이 아니라 뱀파이어 로드의 반려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이 스폰일 때랑은 전혀 다를것이다, 아스타리온의 피를 마시면 같이 햇빛 아래에서도 아무 문제없을 것이다...- 거기까지 얘기해도 타브가 아무런 반응없자 아스타리온은 곧 낮과 밤을 누리며 발더스게이트를 지배하자는 말을 꺼내며 자신의 야망을 비춰보이기도 했음.
하지만 타브는 아스타리온이 말을 꺼내면 꺼낼수록 스폰이 되지 않겠다는 결심이 더 단단히 굳어지고 있었음. 아스타리온의 연설에도 끝끝내 스폰이 되지 않겠다고 거절하자 아스타리온은 오히려 분노에 휩싸였음. 뱀파이어 로드의 반려자가 되는 영광을 내려주는걸 거절한다고? 이런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차는 배은망덕한 자를 보았나. 순간 분노에 휩싸여 타브에게 화를 내며 쫒아버렸지만 그와중에도 타브가 싫어지진 않는 아스타리온이었음. 오히려 자신의 곁에서 벗어나려는 타브를 억지로라도 붙들고 싶어졌음.
타브는 어정쩡하게 무릎 꿇어있는 상태에서 잠에서 깼음. 두 손은 뒤로 묶여있는 상태였고 완전히 알몸 상태였음. 놀라서 고개를 들자 어둠속에 싸늘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인영이 있었음. 그의 차갑고도 잔인한 붉은 눈동자만이 어둠속에서 빛나고 있었음.
"난 정말 신사적으로 권하고 싶었어. 우리 둘이 하나로 묶이는 기념비적인 순간이니까."
아스타리온이 한발짝 다가오며 한 손으로 타브의 어깨를 내리눌렀음.
"이렇게 하는건 다 네탓이야. 처음엔 고통스러울테지만 곧 그 고통을 전부 잊을정도로 기분 좋아질거니까 안심해, 내 사랑."
타브가 뭐라고 대답할새도 없이 아스타리온의 이빨이 목으로 파고 들었음. 아스타리온은 미친듯이 피를 빨면서 타브가 바르작거리지 못하도록 한 손으로는 깍지를 껴 다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타브의 뒷통수를 부드럽지만 강하게 당겼음. 타브는 목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낮은 신음만 흘렸음. 온 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어지러웠고, 곧이어 들어온 한방울의 어떤것이 타브의 전신을 태울듯이 잠식하고 있었음. 고통은 더욱 심해지면서 모든 감각을 극대화 시켰음. 너무 자극이 큰 나머지 통증을 연결하는 신경체가 타버리는 것 같았음. 괴로움에 밭은 숨과 신음을 토해내던 타브는 결국 아스타리온의 품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음.
눈을 떴을때는 야영지의 임시침대 위였음. 몸을 급하게 더듬어봤지만 옷은 모두 깔끔히 입혀져 있었음. 꿈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때쯤 목 오른쪽에서 통증이 느껴졌음. 손으로 더듬어보니 움푹 패인 두개의 구멍이 느껴졌음. 서둘러 야영지의 거울 앞에 서보니 거울은 타브가 아닌 뒤쪽의 배경만 반사하고 있었음.
"영생을 얻은 기분이 어때?"
언제 다가왔는지 바로 뒤에 아스타리온이 서있었음. 그는 타브의 뒤에서 목에 난 흉에 버드키스를했음.
"내가... 스폰이 된건가?"
"스폰이라는 표현은 너무 추하군. 반려자라는 칭호가 더 적합하겠어."
아스타리온은 타브가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음. 물론 영생의 선물은 영광스러운 것이었지만 어제 타브는 괘씸하게도 그 영광을 몰라보고 거부했잖음? 하지만 이 귀여운 애완동물이 온전히 그 뜻을 이해하게 된다면 분명 받아들이게 될 것이었음. 당연한 일이었음. 낮과 밤의 지배자, 뱀파이어 로드의 반려자가 되는걸 누가 거부하겠어?
일반적인 스폰들은 노예답게 나약한 존재였으나 타브는 달랐음. 그는 현재 무리를 이끌고 있는 리더였고 아스타리온의 피 한 방울을 받은 상태였음. 한 방울로는 온전한 뱀파이어가 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타브가 보통의 스폰처럼 쇠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한 힘을 지닐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음. 아직 반려가 된지 하루가 채 지나지않았지만 타브도 더 가벼워지고 빨라진 몸의 변화를 느끼고 있을터였음. 곧이어 있을 고타쉬와 오린, 엘더브레인과의 전투에서 이 힘이 도움이 될테니 타브가 마다할리가 없을것이라고 아스타리온은 생각했음.
타브는 생각보다 무덤덤했음. 그저 자신의 목에 있는 흉터를 몇번 쓸어봤음. 타브는 자신이 스폰이 된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았기에 이 일을 우선순위에서 미뤄두었을 뿐이지만 아스타리온은 그 반응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음.
아스타리온의 권위적인 태도는 타브에게 혼란을 주었지만 어쨋든 승천이 그를 뿌리까지 변화시키진 않았을 것이라고 타브는 스스로를 다독였음. 어쩌면 스폰으로 사는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스폰이 된 영향인가? 아스타리온은 타브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상태니 그를 향한 비정상적인 애착과 소속감이 갑자기 생겼다고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터였음.
스폰이 되고 제일 큰 변화는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허기였음. 타브는 어릴때부터 용병일을 했었는데 어렸을때는 맡을 수 있는 일이 적어 굶는 일이 많았음. 그래서 굶주림에 익숙한 타브였지만 스폰이 된 후의 이 허기는 매우 달랐음. 엄청난 갈증과 고통이 동반되고 끊임없이 굶주림을 채우기 위한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게 되었음. 타브는 급하게 오늘 자신의 몫인 야영물자를 입으로 집어넣었지만 허기는 가시지않았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기만 했음. 야영지 구석에서 허덕이고 있는 타브에게 아스타리온이 다가왔음. 이럴줄 알았다는듯한 표정이었음.
"이거 마셔."
아스타리온의 손에는 작은 물병이 들려있었는데, 내용물을 알 수 없게 겉면에 코팅이 되어있었음. 타브가 무엇인지 묻는 눈빛을 보냈지만 아스타리온은 모른 체 다시 물병을 들이밀었음.
"스폰 생활은 내가 더 오래 했으니까 믿어봐. 고통을 가시게 해줄거야."
타브는 물병을 받아들고 뚜껑을 열었어. 그 안에는 붉고 진득한 액체가 담겨있었음. 너무도 달콤한 냄새가 나는 액체가.
타브는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음. 여태껏 먹었던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맛이었음. 정신없이 병을 비우고나서야 그 안에 담겨있던 액체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음. 그건 누구 것인지 모를 피였지만 타브는 아스타리온을 추궁하지 않기로 함.
'스폰은 항상 피를 향한 허기를 느끼고 일정량의 피를 마시면 충족되는 것이군.'
이미 아스타리온과 지내오면서 봐왔던거지만 그가 느꼈을 갈증과 허기가 이정도 였을줄은 몰랐음.
그 다음부터 타브는 아스타리온이 피를 무분별하게 채취해오는걸 막기 위해 전투가 일어나면 무조건 적들을 흡혈했음. 일반 시민의 피를 마시는건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뭐 바알의 신도나 고타쉬의 끄나풀들의 피를 섭취하는 것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았지. 그렇게 스폰으로써의 몸 변화에도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오린과 고타쉬를 제거한뒤 마침내 엘더브레인까지 터뜨리고 나서야 둘은 아무런 방해없이 서로를 마주 볼 수 있게 되었음.
황혼에 물든 발더스게이트의 항구에 둘은 한참동안이나 서있었음. 동료들은 하나 둘 각자의 길로 흩어진지 오래였음.
"그럼 이제 갈까 내 사랑?"
"어디로?"
"어디긴, 카사도어의 저택이었던 곳이지. 이젠 내 저택이지만."
아스타리온이 손을 내밀어 타브를 인도했음. 타브는 그 손을 맞잡으면서도 불안을 내비쳤음.
"카사도어는 오랫동안 자르가문의 수장으로써 그 자리를 지켜왔잖아. 그의 부재를 다른 귀족들이 의심하지 않을까?"
"걱정마 달링. 일단은 병환중이라고 말할 셈이야."
"일단은?"
"그래, 나한테 계획이 다 있으니까 걱정마."
아스타리온은 맞잡은 타브의 손등에 키스를 했음.
"달링은 그냥... 아무 생각하지말고 지금처럼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돼."
타브는 굉장히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더 캐묻지는 않았음. 이제야 자유가 됐는데 지금 이 순간의 기분까지 망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음. 타브는 고개를 대충 주억거리고 아스타리온을 따라 카사도어의 저택으로 감.
그 이후로 아스타리온은 이 저택의 주인이 된 것을 과시하기라도 하듯이 성대하게 파티를 열었음. 귀족들은 절대자의 군단때문에 흉흉했던 발더스게이트의 분위기를 풀어줄 파티를 환영하는 눈치였음. 아스타리온은 홀에 있는 늑대인간과 인간 시종들의 시체를 치우고 자기 입맛에 맞춰 인테리어를 새로 갈았음.
물론 직접한건 아니었고 어디서 만든건지 모를 스폰 몇명이 내부 작업을 도맡았음. 아스타리온은 내부 고용인도 다시 고용했음. 파티를 위해서라면 요리사 몇명과 시종장, 그리고 하인이 필요했음. 타브는 뱀파이어란 사실을 모르는 하인들이 생기면 비밀이 새어나갈까봐 걱정했지만 아스타리온은 스폰이 아닌 자들은 숙소를 저택 바깥에 둘 것이고, 어차피 종내에는 하인들 모두 스폰으로 만들 것이니 걱정말라고 일렀음.
아스타리온의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되는 것 같았음. 카사도어는 스폰을 자신의 장난감마냥 다뤘지만 아스타리온은 달랐음. 그는 스폰인 시종장에게 보상으로 언젠가 그의 혈액을 하사하기로 했음. 스폰을 다루려면 적절한 채찍과 때때로 당근이 필요했음. 물론 한 방울만 내려줄 생각이었음. 노예가 너무 많은 능력을 가지면 골치아파질게 뻔했거든. 피 한 방울로는 햇빛에서 걸을 수 있게되고 조금 더 신체능력이 향상될뿐이니 나쁠거 없었음. 피는 어둠속의 쥐새끼들처럼 살아가는 스폰들이 얼마나 햇빛을 갈구하는지 잘 아는 아스타리온이 스폰들을 통제하기 아주 쉬운 수단이었음.
아스타리온은 붉은색 셔츠와 은실로 공작무늬 수가 놓여진 흑요석빛 코트를 입었고, 타브는 아스타리온과 마찬가지로 붉은 셔츠와 공작이 수놓인 백옥빛 옷을 입었음. 페이스메이커의 양품점에서 주문제작한 옷은 둘에게 딱 맞았고 흑백의 대비가 둘을 잘 어울리는 한쌍처럼 보이게했음.
귀족들의 파티문화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했던 타브는 며칠동안 아스타리온에게 춤 속성과외를 받았음. 아무래도 파티가 열리면 춤을 한번도 안 출수는 없다는게 그의 의견이었음. 타브는 아스타리온의 손을 맞잡고 그의 리드를따라 어색하게 스탭을 밟았음. 물론 그 과정에서 몇번이나 아스타리온의 발을 밟았는지 모름. 나중에는 민망하기도하고 좀 미안해진 타브가 춤은 귀족출신인 시종장한테 배워도 될 것같다고 말할정도였음.
"절대 안되지."
느슨해진 타브의 손을 다시 깍지껴 잡으면서 아스타리온이 스산하게 읊조렸음. 그는 타브가 벗어나지 못하게 허리춤을 강하게 당겼음.
"누구든지 자기에게 손대는 사람이 있다면 두 손을 다 잘라버릴거야. 내 허락없이는 누구도 자기를 만지게 두지마."
"무슨..."
"농담아니야. 파티에서도 딱 두 번만 춤신청을 허락하고 나머지는 거절하도록 해. 그정도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테니까 굳이 다른 놈들이 자기를 건드리게 둘 순 없지. "
타브도 춤을 세 번이나 출 생각은 없었으므로 그냥 고개를 끄덕였음. 스폰이 된 영향인지 굳이 제 연인이자 주인인 아스타리온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진 않았음. 하지만 두 손을 잘라버린다는건 너무 선을 넘는 행위 아닌가 싶었음.
" 두 손을 자르는건 너무하지 않냐고? 맘 같아선 감히 달링을 눈에 담았으니 두 눈도 파내고 평생 지하감옥에 쳐넣고 싶은데 말이야. 알겠어, 그럼 진실의 방에서 한 달간 고문하는걸로 할게. 비명좀 지르다보면 정신 차리겠지. 자기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
뭔가 핀트가 많이 엇나간것 같았지만... 갑자기 키스로 입을 막아오는 아스타리온때문에 더 대화를 이어나가진 못했음. 아스타리온과의 키스는 정말 끝내줬기 때문에 항상 타브를 흐물흐물하게 만들었음.
첫번째 파티가 열리고 자르가문 저택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었음. 폐쇄적이던 자르가 드디어 사교계에 진출한다는 소문 덕분인지 첫 파티는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었음. 아스타리온은 파티에 참석한 제일 높은 신분의 안주인에게 먼저 춤 신청을 했음. 타브에게도 춤 신청이 들어와 매우 긴장한채로 홀에 나가야했음. 긴장한게 무색하게 타브는 훌륭하게 완곡할때까지 실수를 하지 않았음. 물론 긴장때문에 어깨가 뻣뻣해져 춤 선이 예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한번 춤추고나니 전투를 한 것보다 더 기운이 빠져서 타브는 잠시 숨을 돌릴겸 와인잔을 집어들고 구석으로 빠져있었음.
홀에는 제각각 차려입은 귀족들이 몇쌍씩 짝을 이뤄 춤을 추고 있었음. 타브는 핑거푸드를 집어먹으며 그중에 아스타리온이 춤을 추고 있는걸 바라봤음. 아스타리온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과 대화를 하고 있었음. 때때로 그는 짧은 웃음을 터뜨렸고 상대방도 즐거워보이는 것 같았음.
"정말 성대한 파티군요."
아스타리온을 너무 집중해서 보고 있었던지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타브는 깜짝 놀라고 말았음. 머리를 뒤로 넘기고 훤칠한 키의 남성이 바로 옆에 와있었음. 타브가 놀라서 조금 허둥대자 남자가 큭큭거리며 낮게 웃었음.
"죄송합니다. 놀라게 할 건 아니었는데... 제가 너무 조용히 다가왔나보군요?"
"아, 아닙니다. 루퍼스 남작. 춤추는 이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저도 모르게 온 신경을 쏟고 있었나봅니다."
아스타리온의 속성과외는 춤에서만 끝난게 아니라 귀족들의 작위와 가문들 장자의 이름까지 전부 외우는 것이었음.
"저는 가문의 사업때문에 오랜시간 외국에 있다가 이제 막 돌아온 참입니다. 카사도어 자르경은 예전에 사업차 종종 뵌적 있었지만 이렇게 훌륭한 양자가 있었다는건 처음 들었군요. "
타브는 올게 왔다 싶었음. 아스타리온이 일러둔대로 카사도어는 병환중이라 오늘 파티에 참석하지 못했고, 양자이자 가문의 다음 승계자인 아스타리온이 대표로 자리에 서게 되었다고 둘러댔지만 이 남자가 어디까지 믿어줄지는 모를 일이었음.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안주인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군요. 실례지만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 타브, 타브 자르 입니다. "
루퍼스 남작은 타브의 손등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음.
"제 무지를 용서해 주십시오, 타브. 앞으로도 사교계에서 계속 볼 수 있다니 기쁩니다. "
타브가 이 사람의 목적이 뭔지 헷갈려 할때쯤 둘 사이로 불쑥 다른 사람이 비집고 들어왔음.
"달링, 여기 있었구나. 찾았잖아."
"아, 아스타리온경. 안그래도 파티의 훌륭함에 대해서 대화중이었습니다. "
" 그래... 뭐... 루퍼스 남작이었던가? 고맙군요."
아스타리온은 타브를 등 뒤로 가리는 것처럼 비스듬히 섰음. 타브는 그의 심기가 굉장히 불편하다는걸 알았음. 루퍼스 남작은 그런 아스타리온의 기분을 알아차리지 못한건지 다시금 대화를 이어갔음.
"실례가 안된다면 타브 자르께 춤을 신청하려던 참이었습니다."
타브가 대답하기도 전에 아스타리온이 대신 의견을 표했음.
" 그런데 지금 달링과 제가 둘이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말입니다...춤출 기회는 다음을 기약하는게 좋을 것 같군요. 그럼 이만. "
아스타리온은 더이상의 대화를 단절하고 타브와 함께 홀을 나갔음. 그리고 손님들의 발길이 닿지않는 구석 방 안으로 들어갔음.
"지금 뭐하는거야 달링?"
방문을 닫자 분노를 꾹 눌러담은 아스타리온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음. 타브는 이 상황이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굴복하지 않고 말했음.
"내가 뭘?"
"그 자식이 자기의 손등에 더러운 입술을 갖다 댔잖아! 그 자리에서 그 자식을 죽여버리지 않은 걸 감사하게 생각해. "
" 겨우 손등키스가지고 그래야해? 거기서 날 그렇게 데리고오면 우리를 이상하게 바라볼 다른 시선들은 생각 안했어?"
"겨우??"
아스타리온은 이제 분노가 들끓고있는 것을 쏟아내고 있었음. 타브는 스폰으로써 생리적인 굴복감이 들었지만 지지 않으려고 주먹을 손톱이 파고들도록 꽉 쥐었음.
지금의 아스타리온은 타브를 너무 구속하고 제 손안에만 두려고 했음. 타브는 그와의 갈등을 원치 않아서 항상 본심을 꺼내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이 상태를 방치할 수는 없다고 느꼈음.
"아스타리온, 난 네 소유물이 아니야. 내가 원하면 누구와도 춤을 출 수 있을거고 사람들과의 적절한 관계를 맺고 살아갈거야. 너와 자르 저택에서 살기로 결정한것도 너를 사랑하기때문이지 네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해도 된다는건 아니었어. "
" 화난거야 자기? 귀엽네. 하지만 자기가 내 소유라는건 바뀌지않아. 나와 피로 종속된 관계인 이상 영원히! "
"넌... 너무 바뀐 것 같아. 내가 알던 그 아스타리온은 없고 카사도어같은 자만 남았네."
카사도어의 이름을 꺼낸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음.
"어떻게 감히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난 그자와는 달라. 그자였다면 지금 널 무릎꿇리고 살을 지져대면서 네가 복종할때까지 고문했을테니까!! 너처럼 배은망덕한 애완동물한테 배풀었던 내 아량이 아까워지는군! "
" 말나온김에 애완동물이라는 표현도 그만해. 난 네 연인이지 노예가 아니야. "
거기까지 얘기했을때 노크소리가 들렸음. 아스타리온은 할 말이 많아보였지만 문 밖의 사람에게 신경을 돌려야했음. 노크를 한 사람은 시종장이었음. 파티를 너무 오래비워두면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는게 그의 의견이었음.
아스타리온은 어쩔수없이 파티장으로 돌아가야했음. 방문을 열기 전에 그는 타브에게 나중에 얘기하자고 으름장을 놓았음. 대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처분을 기다리라는 것 같은 어투였음.
타브는 아스타리온을 따라 파티장으로 돌아갔음. 파티의 주인에대해 궁금증이 많았던 귀족들이 계속 아스타리온과 타브에게 말을 걸었음. 하지만 타브는 아까전의 상황에 신경이 쏠려 녹음된 태엽기계처럼 똑같은 대답들을 되풀이 할 뿐이었음.
파티가 끝나면 아스타리온과 대화 할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는 방문한 귀족 한명과 저택을 나섰음. 꼭 오늘 그 귀족과 대화를 해봐야한다면서 저택을 나서기전 아스타리온은 타브의 두 손을 맞잡았음.
"달링, 오늘 있었던 일은 나중에 얘기하기로 해. 지금 나랑 함께 나갈 저 남성이 앞으로 발더스게이트를 지배할 우리의 초석이 될거야. 자기는 아무 생각 말고 그냥 지금처럼 항상 제 자리를 지켜주면 돼."
아스타리온은 타브의 이마에 키스하고 저택을 나섰음. 휘황찬란한 파티가 열리던 저택은 텅 비어있고 불이 꺼져 어두웠음. 타브는 텅 빈 저택을 보며 자신이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인형같은 존재가 된 것 같아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함을 느꼈음.
아스타리온과 함께하면 앞으로도 이런 기분을 계속 겪어야하는걸까? 그의 말대로 아무 생각도 안하고 얌전한 애완동물같이 사는게 타브의 인생이 되는건가?
용병일을 해왔었기 때문인지 항상 자기의 길은 자기가 개척하던 타브의 인생 전체가 바뀌는 것 같았음. 동료들과 함께 엘더브레인을 물리쳤던 자신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음.
타브는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느꼈음. 아스타리온의 내부에는 자신이 사랑하던 부분이 분명 남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었으나 그게 모두 다 부질없다는 걸 깨달았음. 아스타리온은 카사도어를 뛰어넘은 또 다른 무언가로 변화했음. 오늘 대화를 해보면서 타브는 그것을 더 절실하게 느꼈음.
타브는 아스타리온을 떠나기로 함. 짐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금품과 자신이 쓰던 무기들을 챙겼음.
다음날 아침 저택에 돌아온 아스타리온을 반긴건 텅 빈 침실과 탁상에 놓인 쪽지 한 장 뿐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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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리온을 위해 칠천스폰 바쳤으니
아스타리온이 도덕심에 엇나간 짓해도 최대한 그와 살아보려했던 혼돈선 성향의 타브가 결국 걍 떠나는거 보고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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