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철씨 좋은 아빠지만 뭔가...뭔가 아들이랑 똑같은 농구뇌라서 이런 이벤트를 세심하게 수행할 타입이 아니었을 거 같은 느낌...하기는 하는데 뭔가 얼레벌레 우당탕탕 하다가 첫 시도만에 들키고 뭐야~! 광철이잖아~!!! 하고 소리지르는 우성이 앞에서 껄껄 웃으면서 아, 들켰냐?? 그래도 우성이가 원하던 새 농구공은 사왔는데~~ 하고 둘이 개쩌는 원온원으로 산타 따윈 까맣게 잊고 크리스마스도 집에서 농구할 수 있는 공휴일이다!!! 하면서 보냈을 느낌...
반면에 명헌이는 산타 넘나 좋아했을 거 같음. 다만 보통의 어린이들에게 산타=선물 주는 사람이라면 명헌이는 산타>>>>>>>>>선물인거지. 당연함. 자체발광 기능이 탑재된 순록을 동력원으로 삼아 공중에서 달리는 레트로 호버카에 탄 정체 모를 남자가 시차를 고려해도 24일 단 하루 안에 지구 전체를 돌면서 선물 배달을 하는데 여기엔 착하지 않거나 잘 우는 아이는 제외가 되는 일정한 필터링 시스템도 있음. 개쩔어용....

나이가 들면서 산타가 진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산타와 관련된 무언가라면 사라진 마야의 고대문명이나 크툴루 신화 좋아하듯 열광해서 11월부터 1월까지 크리스마스 장식 되어있는 우명하우스. 산타 코스튬도 있고 산타 관련 다큐도 있고 산타 나오는 애니메이션도 종류별로 모으고 산타 마을도 언젠가 여행가보고 싶어 관련 책자며 브로셔 같은 거 모아둔 스크랩철도 있는 명헌이. 크리스마스 다가오면 캐롤 빵빵하게 틀어놓고 우명절 맞이한 우명러마냥 덕후의 마음으로 “산타는 실존한다뿅...” 나의 마음속에...이러고 있는 형 보면서 심드렁하게 코코아 호로록 마시던 정우성 잘 관리된 눈썹 한 번 들었다 내리곤,

“전부터 생각한건데, 실존하면 위험한 거 아니예요? 나이 많은 성인 남성이, 낮도 아니고 한밤중에-”
“정우성 뭐래뿅.”
“굳이굳이 콕 찝어 말 잘 듣는 어린애들만 방문해서.”
“어, 거기까지 해라.”
“선물을 주는 이미지 난 좀 그런 거 같애.”
“야, 정우성.”
“형, 산타가 스페인어로는 파파 노엘인 거 알아요? 봐봐, 벌써 수상해. 파파래.”
“미친 새끼, 머릿속에 뭐가 들은거냐 대체뿅.”

흥 대박 깨진 이명헌 잔뜩 짜증난 (무)표정으로 정우성 돌아보면 정우성 눈 마주치고 좋다고 눈 접어 웃겠지.

“내 머릿속에 든 게 뭐겠어요, 형이지.”
“소름돋는다뿅;; 정우성 나이들더니 멘트가 아저씨 다됐다뿅.”
“형이 날 두고 자꾸 산타 아저씨 생각만 하니까 내가 아저씨가 되잖아.”

하더니 저벅저벅 걸어와서 명헌이가 벽난로 위에 걸어놓은 양말 집어드는 우성이. 한손엔 그거 들고 남은 한 손으론 명헌이형 허리 감아 슬슬 당겨 당연한 듯 키스하면서 침실 쪽으로 끌어가는데 입술 잠깐씩 떨어지는 사이 뭐라 꿍얼거리면서도 순순히 곧잘 끌려가주는 이명헌. 정우성 이명헌 방 안쪽으로 밀어넣는 것과 동시에 문고리에 들고 있던 양말 걸어놓으면서 또 예쁘게 웃어.

“그거 알아요? 미국에선 방해받기 싫으면 문고리에 양말을 걸어놓는데.”
“여기 우리 둘 밖에 없는데 방해할 사람 누가 있다고뿅.”
“혹시 모르잖아, 크리스마스니까. 형이 그렇게 좋아하는 파파가 형 보러 올 수도...”

그리곤 문 탁 닫고 곧장 침대로 가 이명헌 올라타고선 또 생글방글 웃는데 눈이 안 웃고 있어서 쎄~한 기운에 좆됐음을 직감하는 동시에 이걸? 이거에 버튼이 눌린다고? 속으로 약간 어이가 없는 이명헌.

“근데 오늘 형 많이 울 거라, 와 봤자 선물은 못 받겠다, 그치.”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