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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데워진 욕조에서 목욕을 마친 사와키타 도련님은 수건으로 몸을 닦고 나오다가 선반 위에 가지런히 개켜 놓인 유카타를 보았음. 개어진 맵시가 퍽 단정하니 보기가 좋아 도련님은 괜히 입술을 쭝얼거렸음. 후카츠는 얼굴은 못생겼으면서 이런 건 예쁘게 해놓는단 말임 저답지 않게. 밉게 생겼으면 그저 좀 대충대충 쌓아놓을 것이지 안 어울리게. 사와키타 도련님은 후카츠가 개어둔 유카타를 꺼내 입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시는 사랑채로 들어갔음.

후카츠는 미사 상과 함께 단정한 자세로 꿇어앉아 작은 절구로 찻잎을 빻고 있었는데, 소매 밖으로 삐져나온 손목뼈가 의외로 굉장히 고왔음. 여제나 저제나 저 붕어처럼 불룩한 입술 모양과는 전혀 달랐지. 저 손목만큼이나 얼굴이 고왔으면 내 짝이라 해도 그렇게 불만 있지는 않았을 텐데! 사와키타 도련님은 흥 하고 고개를 돌린 채 후카츠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에 앉았음. 테츠하루가 깎인 과일을 접시에 들고 왔음. 소문난 이 가택 사와키타 집안 주인님들의 특징은 뭔가 꼭 수발인들 시킬 일을 자기들이 하신다는 거였음.

후카츠가 사와키타 도련님에게 찻잎과 찻잔을 내어주자 도련님은 고개를 홱 돌린 채 손가락이 닿지 않게 신경 쓰며 잔을 홱 잡아챘음. 사와키타가 자길 싫어하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후카츠는 그저 아무렇지 않게 손을 거뒀음.


- 에이지, 좋게 받아야지.
- 싫어요.
- 저 녀석이.


테츠하루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후카츠를 쳐다보았음. 후카츠는 진심으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그냥 내버려 두라고 고개를 저었음. 사와키타 도련님은 아버지와 후카츠가 무슨 시선을 나누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완강히 앉아 있었음. 미사 상이 재미있다는 듯이 입을 열었음.


- 요즘 카즈나리랑 장에 나가면 말 거는 사내애들이 많더구나.
- 그야, 어릴 때부터 많이 놀렸잖아.


사와키타 도련님이 팽 콧방귀를 뀌었음. 미사 상은 입을 가리고 웃었음.


- 호호. 그렇긴 했지. 그치만 요즘은 뭐랄까, 눈에 띄는 음인애가 같이 다니는 양인이 없으니 더 신기해 보이나 보더라.
- 눈에 띄긴 뭘?
- 글쎄, 후카츠도 이제 많이 태가 나는걸.


사와키타가 흘깃 후카츠를 곁눈질했음. 후카츠는 예의 그 멍하고 알 수 없는 눈을 하고서 두 손으로 찻잔을 들어 후룩 마셨음. 그러고 보니 사와키타가 어느덧 열 일곱 살. 후카츠는 그보다 한 살 많으니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지. 양인이든 음인이든 성인이 되면 결혼할 준비가 되고 매력이 생기는 게 이치인데 사와키타 도련님의 눈에 보이는 후카츠는 그저 그를 처음 만난 열두살 때 모습처럼 못생기게만 생각되는 듯 했음. 음인의 태가 난다구? 저 두꺼운 몸에서? 여하간 다시 봐도 저 손목뼈만큼은 정말 고왔음. 얼굴은 여전히 미련 방탱이 물고기 같아 보이지만. 사와키타는 심기 불편한 듯 고개를 돌렸음.


- 아휴, 철이 없으니 원.
- 하여간 넌 나중에 아버지 탓을 하지나 마라.


테츠하루가 살짝 에이지를 면박 주었음. 에이지는 대답하지 않고 꼬치를 들어 복숭아 조각 하나를 냠 하고 먹었음. 후카츠는 여전히 별 말 없이 앉아 있다가 사와키타 도련님이 꼬치를 집어 들고 나서야 식탁에 손을 뻗어 참외 조각 하나를 천천히 먹었음. 왠지 그 모습도 꼴 보기가 싫어 사와키타는 더더욱 그에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음.





* * *





사와키타 도련님에게는 어렸을 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양인 형들이 두 명 있었는데 관작에 나가 있는 마츠모토 집안의 큰아들, 그리고 이 지방 대농인 카와타 집안의 맏아들이 바로 그들이었음. 그 두 사람은 사와키타의 신부로 들어온 후카츠와도 나이가 같아 만나자마자 금세 친해졌음. 사와키타 도련님이 기억하기로 마츠모토 형과 카와타 형은 어렸을 때부터 저와 죽이 맞아 종종 후카츠를 놀리며 장난을 치곤 했었지. 그래도 마츠모토 형은 생긴 것처럼 기품이 있어 계집애들에게도 다정한 성격이라 그리 심하게 놀리진 않았고 오히려 예쁘다고도 해 주는 편이었음. 카와타 형은 아무래도 농사꾼 집안이다 보니 힘 쓰는 일을 많이 해야 해서 남자답고 괄괄했는데, 후카츠를 보면 너도 남자가 아니냐며 짐 좀 들어라 시키고 너같이 음인스럽지 않은 애는 처음 봤다 투박스레 쏘아붙이기도 했음. 후카츠는 그런 카와타 형이 편했는지 못생겼단 말을 들어도 응 카와타 니가 나한테 그런 말 할 처지뿅!! 하고 웃어버리는 일도 많았더랬음.

그래서 사와키타 도련님은 형들의 이 반응이 조금 납득하기가 힘들었음. 마츠모토 형은 원래가 다정하고 따뜻하여 좀 못난 인물에게도 마음 없이 예쁘다 해 주기 일쑤였고 카와타 형은 처음부터 후카츠를 더러 음인답지 않은 아이라고 깠었는걸.


- 후카츠가 박색은 아니지.
-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카왓상이 그런 말을 해요??


사와키타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음. 묘한 눈으로 사와키타를 쳐다보던 카와타가 대답했음.


- ....너야말로 괜히 그러는 거 아니냐?
- 내가 뭘요?
- 솔직히 어렸을 땐 나도 그 애가 못생겼다 생각한 적 있지만 지금은....
- 뭐가 다른데요? 눈은 졸려 보이고, 눈썹은 한껏 처져 있고, 입술은 붕어처럼 두껍고 몸은 투박한데? 어릴 때랑 똑같은데요?
- 사와키타....


마츠모토 형이 반쯤은 재미있고 반쯤은 안타깝다는 듯 팔짱을 꼈음.


- 니 눈에 아직 후카츠가 그래 보이면 그냥 파혼하지 그래.
- 파혼....?
- 걔를 예쁘다고 생각하는 다른 양인이 있을 수도 있잖아.
- 어떤 양인이 그 형을 예쁘다고 생각 해요???!?


사와키타 도련님이 빽 소리를 질렀음. 어찌나 흥분했는지 잘 정리된 머리카락 사이로 관자놀이가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음. 마츠모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제 뒤통수를 긁적였음. 카와타가 이 상황이 웃긴지 피식 웃었음.


- 이 근방 양인들은 다 걔 짝 없는 줄 안다.
- ......없으니까 없는 줄 알겠죠 아직 나랑 결혼한 것도 아닌데.
- 아니, 신랑 될 놈이 있는지 그 자체를 모른다고.
- ....소문 났잖아요? 덕분에 난 다른 예쁜 음인애들 만날 혼삿길도 막혔다구,
- 너랑 깨진 줄 알지 당연히.


마츠모토가 쏘아붙였음. 사와키타가 눈을 끔뻑거렸음.
주춧돌 위 기둥에 허벅지를 기대고 반쯤 앉아 있던 카와타가 쓰읍 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마시더니 기둥에서 몸을 떼고 일어섰음.


- 후카츠 걔 말야.
- ......
- 그...... 저 장터 언덕 너머에 포목점 집 아들이 봤나 보더라.
-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영문을 모르고 형들을 쳐다보는 열일곱 양인 소년이 안타깝고 답답해 카와타와 마츠모토는 서로를 마주보았음. 마츠모토가 무어라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음.


- 아니, 신경쓰지 마.
- 너랑은 상관없는 일인 것 같다 보니까.


형들의 말에 사와키타는 불현듯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음. 무언가 나만 모르는, 잘못되어 가고 있는 일이 있다는 느낌이.







우성명헌
사와후카
약 명헌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