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77457403
view 1348
2023.12.21 22:39

그것은 어느 때고 예상을 배반하지 않는 당찬 반응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 좋아해"  

  "으응?"  

  「예쁘고… 아름답다.」  

  きれいで、綺麗だ。

  "???"  

  "네 슛폼 뿅"  

  "아… 그거였냐…"  

  "결과도 꽤 잘 먹히니까, 의지가 된다뿅."  

  "어어 칭찬 고..마워?"


  깜, 짝이야.. 고백하는 줄 알았잖아..!! 쟤는 나 볼 때마다 왜 저렇게 그윽한 눈길로 쳐다보느냔 말이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슈팅은 뭐 하루 이틀인가, 남자한테 예쁘고 아름답다니.. 아니 그건 자세 보고 한 말이랬나, 암튼 저눔이 사람 헷갈리게 췟.

 

  "…오늘은 이만 접을까, 지금 네 안색 보면 저승사자가 와서 농구하고 있는 줄 알겠다뿅"

  "엉? 아직 오늘 개수 다 못 채웠는데 조금만 더 하…"

  "예.쁘.고.아.름.다.운.슛. 이라고 계속 듣고 싶으면 해보시든가"

  "끄아악 알았다~ 그만 할 테니까. 그런 낯부끄러운 말은 넣어 둬, 제발…."

 

전신에 소름이 좌악 돋는다는 듯 온몸을 비틀어대며 양 귀를 틀어막고 진심으로 애원하다시피 하는 반응 또한 별미인지라, 정대만이라는 현상 중 그 하나, 건드리지 않고 배겨내지 못함은 자신의 탓만은 아니고.
 

그중 둘, 그럼에도 무심코 남의 고요한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고… 더러는 저 깊은 심중 밑바닥까지 뒤흔들어 놓고 가는 거대한 현상을 피할 길이 없어, 자신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에 —.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들의 이브 전 막간의 이야기.


 

 

               *     *     *

 

 

두 사람은 어쩌면 서로 전생 때부터 이어져 온 제법 오래된 인연이었을 수도.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지독하게 얽힌 운명인데 결국 이어지지는 못하고 다음 생에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이라면. 

 

명헌은 늘 첫눈에 보자마자 그를 알아봤지만, 문제는 전부 기억하고 있는 명헌과는 반대로 대만은 그에 대한 기억을 송두리째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어느 험난한 시대에 모종의 이유로 그만 대만이 명헌을 감싸고 이승을 먼저 떠나, 자기더러 잊지 말라더니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꼭 다시 찾으러 와야 한다고 단단히 맹세까지 받아 놓고는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천진한 얼굴로 명헌을 쳐다볼 때면.

 

 

  「난 정대만이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オレ、三井。これからよろしくな。

 

그럴 때마다 명헌의 가슴은 매번 평소처럼 예상도 못 하고, 강철로 된 심장이 마치 무딘 종잇장에 베여 나간 것처럼,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상처보다는 그보다 몇 배는 더 쓰라리고 아렸을 터다.

 

 

  「오오- 듣던 대로 꽤 하는 걸, 너.」  

  おっ、聞いてた通りなかなかやるじゃねえか、おめー。

 

 

신이시여 —.

 

넌 왜 그렇게 항상 멋대로 와서 멋대로 떠나 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채 아물지도 못한 곳을 들쑤셔 놓는지.

 

평소 놀림의 대가를 고스란히 돌려주기라도 하듯. 그러나 실상은 한 치의 의도가 없는 말에 혼자서만 소란스러워지는 마음을, 혹여 자신의 인내를 시험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어쩜 이렇게 똑같은 얼굴과 표정, 목소리로 똑같은 말을 건네는 걸까.

 

지금이라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 속의 그는, 꿈에서도 잊어 본 적 없는 그리운 이는 어떻게 이리도 내게 무정하기만 한 걸까.

 

너란 녀석이 나에게 베푸는 온정이란 어떤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때로는, 잔혹하다 —.

 

그래서 이번 생에 다시 만난 것이 아마도 처음은 아닌 모양으로.

 

어쩔 수 없이 사별한 이후로 자기는 매 생애에 정말 정대만만 쫓아서 태어났는데 꼭 누군가 옆에서 짓궂게 방해라도 놓는 듯 줄곧 어긋나기만 하다가 드디어 눈앞에서 본 정대만이 너무나 처음 봤을 때의 화사한 모습 그대로라서.

 

어느 따스한 봄날에 분홍색으로 꽃 비 내릴 즈음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와 한눈에 반하게 한 그때처럼. 그로부터 떠나는 날까지 강하고 찬란하던 영혼을 변함없이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순간적으로 울컥, 북받쳐 오르는 기운을 삼켜 넘길 수밖에는 없었다.

 

설마, 만에 하나의 확률이라도 바라 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나, 기대해 봤자 상처받을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리하여 별반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가벼운 농담만을 주고받으며 신경을 쓰는 듯 안 쓰는 듯 무심한 듯 아닌 듯, 그저 옆에서 지켜보기로 한 것인데.

 

기억하지 못 한다 해도 옆에서 두고만 봐도 좋았고 만약 기억해 낸다면 다시는 자기 옆에서 못 떠나게 할 거라고, 죽는 날까지 함께하다가 한날한시에 —. 이번에야말로 전날의 약조는 반드시 지키게 할 거라며, 혼자서만 그리워하는 것도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다짐하고 다짐했거늘.

 

이제까지 잘 견뎌왔건만 어째서 오늘따라 부쩍 수척해진 얼굴이 눈에 들어온 것인지.

 

그래도 곧 죽어도 무리를 하고 있는 저 고집 and 성실 덩어리를 일단 멈춰 놓으려 꺼낸 말의 내용은, 역시 좋아한다는 것은 농담처럼 들렸기를 바라는 일백 퍼센트 진심이 담긴 사심이었고, 예쁘고 아름답다는 말은 그를 맨 처음 보고 했던 대사라 혹시나 하고 떠올려 내줄까 해서 해 본 말이었지만.

 

도리어 자기가 한 말에 자기 마음만 더 심란해져서 아무래도 실언을 했는가 싶다.

 

이래서 전생의 그와 관련된 것들은 떠올리지 않으려 애를 써온 것인데, 그간의 노력이 무색하게 금방이라도 이렇게 속이 시끄러워질 것이 다분한데 어째서, 어쩌려고—.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게 만드는 거냐, 넌.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무 손도 쓸 수 없게 하면서, 속수무책으로 —.

오로지 너의 뜻대로 따를 수밖에 없도록 하면서 거기에는 언제나 아무런 이의는 없었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그때처럼 너를 영영 잃고, 나를 혼자 두게 하는 것이 그 결과라면 그 뜻은 내가 두 번은, 아니… 다시는 따르지 않을 거다. 절대로.

 

오래간만에 되살아난 과거의 기억으로 다소 격정이 밀려온 탓일까. 언제나 자신의 굳건한 이성을 무너트리는 자신의 파토스로 인하여 —.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쥔 손아귀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느끼고는 스스로 고개를 한 번 절레 내저어 보인다.

 

이어서 한숨을 작게 내쉬고 먼저 연습을 마치고 골대 근처에 앉아서 쉬고 있던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다가가는데, 무슨 생각을 하느라 반듯한 미간이 그새 내 천자(川)로 찡그려져서는 묘한 표정을 하고 이쪽을 보고 있다.

 

자기가 기억하는 한 그를 알고 처음 보는 종류의 반응이지만, 행여 혹시나 하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미 몇 번이고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으므로.
 

어이, 그러니까 그런 얼굴로 괜히 뭔가 바라는 마음은 들게 하지 말라고.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남의 마음은 사정없이 헤집어 놓을 거면서.

 

그러니, 더는 넘어가지 않을 거야 —. 히사시, 아니 정대만. 뭐 어느 쪽이든 자기에게는 크게 상관은 없는 일이다. 그이기만 한다면 세간의 이름은 어찌 되었든. 눈앞에 살아 숨 쉬는 것이 정말로 그가 맞기만 하면, 네가 내게 하도록 한 맹세는 혼자서도 더없이 잘 지키고 있으니.

 

그가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자기는 잊지 않았다고 —, 그 영혼 어딘가에서라도 안심할 수 있도록.

곁에 있을 테니 부디 내 앞에서 더는 사라지지만 마라.

 

속으로 짧게 오늘의 감상을 마친 뒤 그만 돌아가자며 그의 이름을 부르는데, 오늘은 영 그의 기색이 이상하다. 프로에게 성스럽고 자시고 한 날이 어디 있느냐며, 전 세계적인 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하필이면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그의 연습에 어울려 주고는 있었지만, 처음 연습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무 낌새도 없더니.

 

훈련량을 마치지 못한 것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부르려고 하는 찰나. 드디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눈이 마주치고, 곧 그의 입술이 살짝 들렸다 놓이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명헌대만
2023.12.21 23:44
ㅇㅇ
모바일
허어ㅠㅠㅠㅠㅠ매ㅠ삶을 대만이를 지켜보며ㅠㅠㅠ
[Code: 1830]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