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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6 19:07
정의를 믿는다는 것은 비단 세상에 옳고 그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 것만이 아니라, 선은 복이 되어 돌아오고 악은 화가 되어 돌아오는 그런 응당한 이치를 믿는다는 것입니다.
이 문주께서는 이전 누군가를 마음 깊이 아껴, 그 사람도 아닌 그 사람이 남긴 흔적을 위해 스스로에게 남은 생명도 시간도 그 어떤 편안함도 모두 포기해버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저는 그 절박하고 비통한 마음이 어디로 갔을까 생각했습니다. 손톱 크기만한 작은 돌맹이조차 강가에 던지면 물결로 돌아오는 것이 세상인데, 그렇게 큰 마음이 그저 부서지고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다니. 세상의 이치가 이럴 수는 없다고 믿었습니다.
이후, 눈에 익은 옷자락이나, 비녀나, 신발 한 켤레라도 떠내려오지 않을까 밤낮으로 해변가를 헤메면서 그 마음이 이렇게 돌아오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문주께서는 세상에 사실 그런 것은 없다고 할 것을 압니다. 당신과 제가 함께 만난 수많은 억울한 죽음들을 보고도 어떻게 그렇게 순진하냐고 질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번만큼은 제가 옳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저는 문주께서 당신이 겪은 그 모든 뼈를 깎는 고통을 제게 남기고 갈만큼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자연의 이치를, 세상의 공평한 섭리를 믿는 것이 나으니까요.
어쩌면 사라지는 것으로, 당신은 제게 일말의 희망을 허락했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이렇게 편지를 남길 수 있는 것도, 그 덕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당신이 또 나를 남기고 간 그 시점과 당신의 죽음 사이에 있는 시간이 일 년이든, 반 년이든, 아니면 한 달, 열 흘, 아니, 반 시진이었다고 해도 그 시간을 당신과 보내는 것과 당신을 찾으며 보내는 것은 달라.
내가 남은 일생을 바쳐 널 찾아다니는 게 내 생부의 죗값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는 없지만, 이연화,
이 문주께서는 자비를 베풀어주시길 바랍니다.



라고 이상이 사부님의 묘에 남긴 방다병의 편지를 발견한 연화가 제발로 돌아오게 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얼마 안 남았다던 일년이 이년되고 이년이 오년 십년 되어서 같이 행복하게 살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