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618850
view 1739
2023.12.15 12:57
https://hygall.com/575908666
어느순간부터 지라드 가의 거실에는 잭슨의 소파가 생겼다. 헨리가 쉬는 날이면 다리를 피고 눕는 긴 소파 옆에 놓인 소파는 마치 그와 똑닮아 있었다. 카일이 중고 장터에서 발견하고 픽업 트럭에 싣고 온 사람 손 때가 묻은 베이지색 소파에 앉아 저희를 반겨주는 그를 볼 때면. 처음부터 그곳에 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왔니? 그래 오늘은 또 뭔 일이있었니?
속내를 잘 들어내지도 않고, 상담가를 찾아가는 걸 꺼리는 형제들이었지만 그런 잭슨 앞에선 저도 모르게 입이 열리곤 했다.
잭슨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얘길 들어주었다.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얘기일 때는 기타를 만지며 새로 구성중이라는 곡을 들려주는 식으로 곁제 있어주었다.
그렇게 조금씩 형제들은 잭슨에게 마음을 열고 기대기 시작했다.
카일과 시간을 보내게 될 때면, 잭슨은 종종 그를 따라 치료센터에 가야하는 일이 생겼다. 그곳에서 카일은 환영받는 존재였다. 저 멀리서 카일의 낡은 픽업 트럭의 엔진소리가 나면 센터의 직원들이고 사람들이 앞다퉈 마중을 나왔다. 그런 카일의 모슺에 잭슨은 제 사촌동생이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 새삼 실감 했다.
잭슨은 카일을 따라다니며 짐을 옮기거나, 그가 참여하는 상담이나 모임에 청중으로 한발 떨어져 있곤 했다. 그곳에서 카일의 모습은 존경받는 군인이자 믿음직한 중사 그 자체였다. 잭슨은 그런 카일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자신에게는 그처럼 누군가 기대거나 다가오지 않는다. 기대기에는 자신이 너무 위험하고 불안정하단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입이 썼다.
그 뒤로 잭슨은 카일을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였던 것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심리적으로 우울감에 빠진 군인들을 위해 음악치료를 맡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누가 누구를 치료한단 말인가 싶다가도 제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을 위해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 주변에 의자를 갖다두었다. 그리고 매번 1시간씩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렇게 몇 번 지나다 보니 몇명이 의자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가끔 피아노 근처에 작은 메모지와 박스를 놓았는데, 그럼 그 박스 안에는 그에게 신청하는 노래들이 들어 있었다.
음... 이거는 여기서 연주했다간 내가 쫒겨나는데.
이건 또 언제 썼대...
그러다 잭슨은 머뭇거리며 요청이 들어온 곡을 연주했다. 헨리를 위해 썼던 수많은 곡중 가장 오래된 곡이었다. 첫 해외투어를 했을 때 메인으로 불렀던 곡이기도 했지만, 요즘엔 너무 오래되어 쑥쓰러워 잘 부르지 않는 곡이기도 했다.
그렇게 연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카일은 시간이 허락하면 이따금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잭슨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물었다.
헨리 형은 우릴 아직 어리게만 보는 것 같아요. 저도 아담도 하다못해 펙도 다 컸는데. 저마다 제 앞가림 잘 하는데.
형은 우리에게 얘길 안 한다고 서운해 하지만, 정작 본인 얘기는 죽어도 안 하잖아요.
그나마 형님에게는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서운해도 어쩔 수 없어. 동생은 동생이거든.
나도 아직 헨리가 자장자 불러줘서 재워야 할 것 같은데. 헨리라고 안 그러겠니?
넌 지금 하는 것처럼 네 앞가림 잘하고 동생들 좀 챙겨주면 돼.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까 헨리는 너무 걱정하지마. 걔는 원래 자기개방이 인색한 아이라, 네가 생각하는 것보더 더 시간이 더 필요할 거야. 때가 되면 동생들 중에선 네가 제일 먼저 헨리가 찾게 될 테니까. 그때까지 그렇게 믿음직한 동생으로 있어줘.
그제야 카일도 부루퉁했던 마음이 풀렸다. 잭슨은 저보다 더 큰 곰같은 카일의 등을 쓸어주며 이만 돌아가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일은 그런 그를 뒤따라 걸으며 저보다 조금 작지만 한없이 커보이는 잭슨의 등을 눈에 담았다.
아담은 며칠 째 부엌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만드는 것마다 다 뭔가가 부족했고 맘에 안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시간을 더 쓰는데도 결과는 점점 더 안 좋아졌다.
셜국 제대로 탈이 난 아담은 바닥에 쓰러졌다.
지난 번에도 몸살을 앓더니 이번에는 상태가 더 좋지 못했다. 쿵 소리에 놀라 가보니 아담에 찬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아담?"
아담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잡아주자, 뭐가 그리 서러운지 아담이 작게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잭슨은 아담의 손을 잡지 않은 손을 들어 가슴을 도닥이며 그와 눈을 마주치려 고개를 숙였다. 아담은 잭슨의 눈을 바라보다 고개를 틀어 피한 뒤 소리 죽여 울었다. 잭슨은 아담의 상체를 추스려 품에 끌어 안고 등을 쓸어내렸다. 아담은 잭슨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한참을 울었다.
지쳐서 울음도 안 나올때까지 잭슨은 아담에게 품을 내줬다.
새로운 걸 만드는 게 힘들지.
여지껏 해왔던 것보다 더 좋아야 하는데, 결과가 항상 좋지만은 않으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너도 알잖아 몇년 째 내 음악이 답보 중이란 거. 일생에 좋은 곡 한 두곡이면 충분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너나 나나 그런 분류의 사람들은 아니잖아.
욕심이 많고 새로운 결과에 대한 압박도 강하게 받지. 그렇게 힘들게 결과를 만들어도 맘에 들지 않아서 스스로가 싫어지기도 하고.
어쩔 수 없더라.
아담은 잭슨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종류는 다르지만 무언갈 만들어 내는 고통을 아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게 이렇게 위안이 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아담은 헨리 몰래 숨겨뒀던 비싼 위스키를 꺼냈다. 그리고 잭슨과 자신의 앞에 한 잔씩 따랐다. 헨리가 알면 뭐라하고 서운해 하겠지만 오늘은 마셔야했다. 아담은 제 앞에 앉은 공범을 향해 잔을 들었고 잭슨은 특유의 짓궂은 눈웃음과 함께 잔을 비웠다.
아담은 제 공범이 맘에 들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궂은 비가 내렸다. 신경 쓴 것 같지만 탄약의 냄새가 옅게 밴 채 쫄딱 젖은 페이스를 보고 잭슨은 조용히 제 집으로 데려갔다. 젖은 옷을 벗기고 따뜻한 물은 채운 욕조가 있는 욕실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헨리에게 사정이 있어서 먼저 집으로 돌아간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페이스가 돌아왔고 막내 혼자 두기 그래서 같이 간다는 말을 덧붙였다.
어때? 내 집 욕조는? 락스타 다웠어?
뭐 나쁘지 않던데요...
그렇게 심했어요? 뺀다고 뺐는데.
그게 숨긴 거였어? 너 어릴 때 오줌 싼 이불 숨길 때랑 똑 같던데. 다 티나.
막내야... 그냥 다음부터는 너무 급하게 오지 않아도 되니까 눈에 힘 좀 풀고 와. 가급적이면 네 형이 껌뻑죽는 그 얼굴에 상처 달지 말고. 응?
... 알겠어요.
그래.. 착하다.
페이스는 제 머릴 쓰다듬는 그가 새삼스럽게 어른처럼 느껴졌다. 카일보다 더 험한 일을 주로 한다고 헨리에게 들어 알고 있었겠지만, 오늘 같은 반응을 보일 거라곤 생각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상처는 어디서 난 건지 꼬치꼬치 캐물어 오지도 않았다. 다른 형들이 걱정하거나, 감기 걸릴까 저를 그것에서 데려왔을 뿐이었다.
잭슨의 집에 공식적으로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형들 모르게 다녀갔던 적은 있었지만. 페이스는 그때와 달리 천천히 집안을 둘러봤다. 공연 포스터가 주르륵 걸린 벽부터 악기로 가득 찬 방. 피아노가 놓인 거실까지. 제가 영화에서 보던 락스타의 집 그 자체였다.
어때? 맘에 들어?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온다고 말해. 그런 장난감은 들고 오지 말고.
하마터면 잭슨이 건넨 커피를 놓칠 뻔했다. 잭슨은 씩 웃으며 턱짓으로 거실 서랍을 가리켰다. 아마도 그 안에는 제가 설치해뒀던 도청기가 들어 있을 거다.
파파라치 때문에 이골이 났거든. 그리고 액자 뒤는 너무 정석이지 않니?
아.. 넵...
페이스는 그런 잭슨의 짓궂은 장난에 순간 헨리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하여간 형들이란... 페이스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잭슨이 준 커피를 맛보곤 혀를 삐쭉 빼냈다.
하여튼 헨리도 그렇고 술 외에는 젬병이었다. 한니발보다 더 심한 맛없는 커피에 페이스는 질려버렸다.
여전히 달갑지 않은 상대였다. 잭슨이 준 제리코 한자루만 들고 발을 담궜던 무렵부터 안면을 튼 사이였지만. 좀처럼 좋아할 수 없는 사내였다. 이제는 늙어 얼굴과 손에 주름이 자글자글했지만 속은 그때보다 더 시커멓고 더러웠다. 잘 진행되던 일에 골칫거리를 만들어 기어이 저를 불러냈다.
포커를 빙자한 몇 판의 지루한 탐색전 끝에 헨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굳이 장단을 맞춰줄 필요가 없었다. 헨리 지라드는 그런 남자였다. 그래도 되는 위치에 올라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내는 헨리의 몸에 큰 상처를 냈고 교훈을 줬다. 어린 헨리는 믿을 사람과 아닌 사람을 가려내는 법을 비싸게 배웠다. 절뚝이게 된 다리보다 더 치욕 스러웠던 건 그게에 붙잡혀 채찍으로 맞은 등의 상처였다. 살점이 떨어져 나오고 짓물고 터진 탓에, 아물 때까지 헨리는 엎드려 자야했다. 다리 때문에 불편한 자세였지만 누울 수 없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동생들이 걱정할까 병원을 퇴원하고 나서 헨리는 집으로 갈 수 없었다. 고민 끝에 헨리는 잭슨의 집으로 왔었다. 잭슨은 헨리를 말 없이 품에 끌어 안아주었다. 그의 품에 기대자 헨리는 긴장이 풀렸다. 며칠이고 그의 침대에서 잠들 잤다. 잭슨은 불편하게 자는 헨리를 위해 침대 옆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를 제 품에 안고 불편한 다리를 제 위에 올리게 했다. 그리고 등이 닿지 않게 어깨에 팔을 두르고 제 쪽으로 끌어 안았다. 그렇게 헨리는 며칠 만에 편안한 자세로 깊게 잠들 수 있었다.
헨리의 상처가 다 아물고 등에 희고 큰 흉터가 질 무렵. 잭슨은 헨리에게 노트북을 내밀었다. 제 팔의 타투를 해줬던 사람이 보낸 타투 도안들이었다.
"보기 싫으면 다른 걸로 덮으면 돼. 그리고 너도 락스타나 하면 돼."
그의 말에 헨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난 형과 달리 그렇게 소리 못내. 그렇게 말하고는 헨리는 잭슨의 노트북 화면을 넘겼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골랐다. 잭슨의 타투와 닮아 있으면서도 다른. 잭슨을 동경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담지만 그가 알지는 못할 걸로... 아무리 좋아하는 형이고 스타여도 그를 따라 타투하는 건 조금 부끄러웠으니까. 그래서 헨리는 왜 그걸 골랐냐는 잭슨에게 그냥... 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가져와.
잭슨은 저를 뒤따라 오던 부하에게 그 말만 남긴 뒤 방으로 올라갔다. 이제 귀찮은 일을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동생들과 친해진 잭슨이 좋긴 했지만, 어쩐지 싫기도 했다. 빨리 돌아가 잭슨의 옆구리에 팔을 끼고 누워 그의 허밍을 듣고 싶어졌다.
그가 너무 그리웠다.
헨리는 처음으로 은퇴를 생각했다.
+) 형제들 사이에 자연스레 자리가 생겨나는 잭슨 좋음. 그리고 카일이 걱정할 정도로 일을 하던 헨리가 잭슨 때문에 첨으로 은퇴 고려하는 거 보고싶다.
뿌꾸 형제 잭슨헨리 헨리텀.
어느순간부터 지라드 가의 거실에는 잭슨의 소파가 생겼다. 헨리가 쉬는 날이면 다리를 피고 눕는 긴 소파 옆에 놓인 소파는 마치 그와 똑닮아 있었다. 카일이 중고 장터에서 발견하고 픽업 트럭에 싣고 온 사람 손 때가 묻은 베이지색 소파에 앉아 저희를 반겨주는 그를 볼 때면. 처음부터 그곳에 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왔니? 그래 오늘은 또 뭔 일이있었니?
속내를 잘 들어내지도 않고, 상담가를 찾아가는 걸 꺼리는 형제들이었지만 그런 잭슨 앞에선 저도 모르게 입이 열리곤 했다.
잭슨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얘길 들어주었다.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얘기일 때는 기타를 만지며 새로 구성중이라는 곡을 들려주는 식으로 곁제 있어주었다.
그렇게 조금씩 형제들은 잭슨에게 마음을 열고 기대기 시작했다.
카일과 시간을 보내게 될 때면, 잭슨은 종종 그를 따라 치료센터에 가야하는 일이 생겼다. 그곳에서 카일은 환영받는 존재였다. 저 멀리서 카일의 낡은 픽업 트럭의 엔진소리가 나면 센터의 직원들이고 사람들이 앞다퉈 마중을 나왔다. 그런 카일의 모슺에 잭슨은 제 사촌동생이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 새삼 실감 했다.
잭슨은 카일을 따라다니며 짐을 옮기거나, 그가 참여하는 상담이나 모임에 청중으로 한발 떨어져 있곤 했다. 그곳에서 카일의 모습은 존경받는 군인이자 믿음직한 중사 그 자체였다. 잭슨은 그런 카일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자신에게는 그처럼 누군가 기대거나 다가오지 않는다. 기대기에는 자신이 너무 위험하고 불안정하단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입이 썼다.
그 뒤로 잭슨은 카일을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였던 것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심리적으로 우울감에 빠진 군인들을 위해 음악치료를 맡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누가 누구를 치료한단 말인가 싶다가도 제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을 위해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 주변에 의자를 갖다두었다. 그리고 매번 1시간씩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렇게 몇 번 지나다 보니 몇명이 의자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가끔 피아노 근처에 작은 메모지와 박스를 놓았는데, 그럼 그 박스 안에는 그에게 신청하는 노래들이 들어 있었다.
음... 이거는 여기서 연주했다간 내가 쫒겨나는데.
이건 또 언제 썼대...
그러다 잭슨은 머뭇거리며 요청이 들어온 곡을 연주했다. 헨리를 위해 썼던 수많은 곡중 가장 오래된 곡이었다. 첫 해외투어를 했을 때 메인으로 불렀던 곡이기도 했지만, 요즘엔 너무 오래되어 쑥쓰러워 잘 부르지 않는 곡이기도 했다.
그렇게 연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카일은 시간이 허락하면 이따금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잭슨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물었다.
헨리 형은 우릴 아직 어리게만 보는 것 같아요. 저도 아담도 하다못해 펙도 다 컸는데. 저마다 제 앞가림 잘 하는데.
형은 우리에게 얘길 안 한다고 서운해 하지만, 정작 본인 얘기는 죽어도 안 하잖아요.
그나마 형님에게는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서운해도 어쩔 수 없어. 동생은 동생이거든.
나도 아직 헨리가 자장자 불러줘서 재워야 할 것 같은데. 헨리라고 안 그러겠니?
넌 지금 하는 것처럼 네 앞가림 잘하고 동생들 좀 챙겨주면 돼.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까 헨리는 너무 걱정하지마. 걔는 원래 자기개방이 인색한 아이라, 네가 생각하는 것보더 더 시간이 더 필요할 거야. 때가 되면 동생들 중에선 네가 제일 먼저 헨리가 찾게 될 테니까. 그때까지 그렇게 믿음직한 동생으로 있어줘.
그제야 카일도 부루퉁했던 마음이 풀렸다. 잭슨은 저보다 더 큰 곰같은 카일의 등을 쓸어주며 이만 돌아가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일은 그런 그를 뒤따라 걸으며 저보다 조금 작지만 한없이 커보이는 잭슨의 등을 눈에 담았다.
아담은 며칠 째 부엌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만드는 것마다 다 뭔가가 부족했고 맘에 안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시간을 더 쓰는데도 결과는 점점 더 안 좋아졌다.
셜국 제대로 탈이 난 아담은 바닥에 쓰러졌다.
지난 번에도 몸살을 앓더니 이번에는 상태가 더 좋지 못했다. 쿵 소리에 놀라 가보니 아담에 찬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아담?"
아담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잡아주자, 뭐가 그리 서러운지 아담이 작게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잭슨은 아담의 손을 잡지 않은 손을 들어 가슴을 도닥이며 그와 눈을 마주치려 고개를 숙였다. 아담은 잭슨의 눈을 바라보다 고개를 틀어 피한 뒤 소리 죽여 울었다. 잭슨은 아담의 상체를 추스려 품에 끌어 안고 등을 쓸어내렸다. 아담은 잭슨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한참을 울었다.
지쳐서 울음도 안 나올때까지 잭슨은 아담에게 품을 내줬다.
새로운 걸 만드는 게 힘들지.
여지껏 해왔던 것보다 더 좋아야 하는데, 결과가 항상 좋지만은 않으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너도 알잖아 몇년 째 내 음악이 답보 중이란 거. 일생에 좋은 곡 한 두곡이면 충분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너나 나나 그런 분류의 사람들은 아니잖아.
욕심이 많고 새로운 결과에 대한 압박도 강하게 받지. 그렇게 힘들게 결과를 만들어도 맘에 들지 않아서 스스로가 싫어지기도 하고.
어쩔 수 없더라.
아담은 잭슨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종류는 다르지만 무언갈 만들어 내는 고통을 아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게 이렇게 위안이 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아담은 헨리 몰래 숨겨뒀던 비싼 위스키를 꺼냈다. 그리고 잭슨과 자신의 앞에 한 잔씩 따랐다. 헨리가 알면 뭐라하고 서운해 하겠지만 오늘은 마셔야했다. 아담은 제 앞에 앉은 공범을 향해 잔을 들었고 잭슨은 특유의 짓궂은 눈웃음과 함께 잔을 비웠다.
아담은 제 공범이 맘에 들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궂은 비가 내렸다. 신경 쓴 것 같지만 탄약의 냄새가 옅게 밴 채 쫄딱 젖은 페이스를 보고 잭슨은 조용히 제 집으로 데려갔다. 젖은 옷을 벗기고 따뜻한 물은 채운 욕조가 있는 욕실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헨리에게 사정이 있어서 먼저 집으로 돌아간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페이스가 돌아왔고 막내 혼자 두기 그래서 같이 간다는 말을 덧붙였다.
어때? 내 집 욕조는? 락스타 다웠어?
뭐 나쁘지 않던데요...
그렇게 심했어요? 뺀다고 뺐는데.
그게 숨긴 거였어? 너 어릴 때 오줌 싼 이불 숨길 때랑 똑 같던데. 다 티나.
막내야... 그냥 다음부터는 너무 급하게 오지 않아도 되니까 눈에 힘 좀 풀고 와. 가급적이면 네 형이 껌뻑죽는 그 얼굴에 상처 달지 말고. 응?
... 알겠어요.
그래.. 착하다.
페이스는 제 머릴 쓰다듬는 그가 새삼스럽게 어른처럼 느껴졌다. 카일보다 더 험한 일을 주로 한다고 헨리에게 들어 알고 있었겠지만, 오늘 같은 반응을 보일 거라곤 생각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상처는 어디서 난 건지 꼬치꼬치 캐물어 오지도 않았다. 다른 형들이 걱정하거나, 감기 걸릴까 저를 그것에서 데려왔을 뿐이었다.
잭슨의 집에 공식적으로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형들 모르게 다녀갔던 적은 있었지만. 페이스는 그때와 달리 천천히 집안을 둘러봤다. 공연 포스터가 주르륵 걸린 벽부터 악기로 가득 찬 방. 피아노가 놓인 거실까지. 제가 영화에서 보던 락스타의 집 그 자체였다.
어때? 맘에 들어?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온다고 말해. 그런 장난감은 들고 오지 말고.
하마터면 잭슨이 건넨 커피를 놓칠 뻔했다. 잭슨은 씩 웃으며 턱짓으로 거실 서랍을 가리켰다. 아마도 그 안에는 제가 설치해뒀던 도청기가 들어 있을 거다.
파파라치 때문에 이골이 났거든. 그리고 액자 뒤는 너무 정석이지 않니?
아.. 넵...
페이스는 그런 잭슨의 짓궂은 장난에 순간 헨리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하여간 형들이란... 페이스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잭슨이 준 커피를 맛보곤 혀를 삐쭉 빼냈다.
하여튼 헨리도 그렇고 술 외에는 젬병이었다. 한니발보다 더 심한 맛없는 커피에 페이스는 질려버렸다.
여전히 달갑지 않은 상대였다. 잭슨이 준 제리코 한자루만 들고 발을 담궜던 무렵부터 안면을 튼 사이였지만. 좀처럼 좋아할 수 없는 사내였다. 이제는 늙어 얼굴과 손에 주름이 자글자글했지만 속은 그때보다 더 시커멓고 더러웠다. 잘 진행되던 일에 골칫거리를 만들어 기어이 저를 불러냈다.
포커를 빙자한 몇 판의 지루한 탐색전 끝에 헨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굳이 장단을 맞춰줄 필요가 없었다. 헨리 지라드는 그런 남자였다. 그래도 되는 위치에 올라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내는 헨리의 몸에 큰 상처를 냈고 교훈을 줬다. 어린 헨리는 믿을 사람과 아닌 사람을 가려내는 법을 비싸게 배웠다. 절뚝이게 된 다리보다 더 치욕 스러웠던 건 그게에 붙잡혀 채찍으로 맞은 등의 상처였다. 살점이 떨어져 나오고 짓물고 터진 탓에, 아물 때까지 헨리는 엎드려 자야했다. 다리 때문에 불편한 자세였지만 누울 수 없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동생들이 걱정할까 병원을 퇴원하고 나서 헨리는 집으로 갈 수 없었다. 고민 끝에 헨리는 잭슨의 집으로 왔었다. 잭슨은 헨리를 말 없이 품에 끌어 안아주었다. 그의 품에 기대자 헨리는 긴장이 풀렸다. 며칠이고 그의 침대에서 잠들 잤다. 잭슨은 불편하게 자는 헨리를 위해 침대 옆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를 제 품에 안고 불편한 다리를 제 위에 올리게 했다. 그리고 등이 닿지 않게 어깨에 팔을 두르고 제 쪽으로 끌어 안았다. 그렇게 헨리는 며칠 만에 편안한 자세로 깊게 잠들 수 있었다.
헨리의 상처가 다 아물고 등에 희고 큰 흉터가 질 무렵. 잭슨은 헨리에게 노트북을 내밀었다. 제 팔의 타투를 해줬던 사람이 보낸 타투 도안들이었다.
"보기 싫으면 다른 걸로 덮으면 돼. 그리고 너도 락스타나 하면 돼."
그의 말에 헨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난 형과 달리 그렇게 소리 못내. 그렇게 말하고는 헨리는 잭슨의 노트북 화면을 넘겼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골랐다. 잭슨의 타투와 닮아 있으면서도 다른. 잭슨을 동경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담지만 그가 알지는 못할 걸로... 아무리 좋아하는 형이고 스타여도 그를 따라 타투하는 건 조금 부끄러웠으니까. 그래서 헨리는 왜 그걸 골랐냐는 잭슨에게 그냥... 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가져와.
잭슨은 저를 뒤따라 오던 부하에게 그 말만 남긴 뒤 방으로 올라갔다. 이제 귀찮은 일을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동생들과 친해진 잭슨이 좋긴 했지만, 어쩐지 싫기도 했다. 빨리 돌아가 잭슨의 옆구리에 팔을 끼고 누워 그의 허밍을 듣고 싶어졌다.
그가 너무 그리웠다.
헨리는 처음으로 은퇴를 생각했다.
+) 형제들 사이에 자연스레 자리가 생겨나는 잭슨 좋음. 그리고 카일이 걱정할 정도로 일을 하던 헨리가 잭슨 때문에 첨으로 은퇴 고려하는 거 보고싶다.
뿌꾸 형제 잭슨헨리 헨리텀.
[Code: cf97]
- 4C7A6FD0-1EA4-4876-9F7D-B629C7AAA4A8.gif(14.92MB)
- American Sniper Behind (46).gif(16.16MB)
- The-A-Team (105).gif(8.98MB)
- face15.gif(8.53MB)
- The Burnt (430).gif(15.54MB)
- A Star is Born (59).gif(6.69MB)
- A Star is Born (60).gif(5.84MB)
- A Star is Born (46).gif(15.49MB)
- A Star is Born (47).gif(5.31MB)
- A Star is Born (44).gif(9.59MB)
- A Star is Born (45).gif(7.47MB)
- IMG_1495.gif(13.05MB)
- IMG_1690.gif(5.78MB)
- 무제2246_20230612002654.png(314.3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