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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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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버려. 뭘 고민해? 


라아스트가 낄낄대며 신경을 긁어댔지만 케인은 너무너무 진지하다 진짜


좀 닥쳐봐. 
한입거리잖아. 삼키면 배부를 걸. 
개소리하지 말고 닥치라고. 


이젠 뭐 라아스트랑도 대충 적당히 잘 살고 있는데 케인 지금 엄청 날섰음
라아스트 말이 맞긴 해. 허니는 한입거리야.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날름 삼켜버리고 싶지는 않아. 
쿠키를 한 바구니나 구워다줬다고. 그깟 고양이 화장실 청소 좀 해주고 밥 좀 챙겨줬다고 한 바구니나. 
아펠도 그렇고, 알룬도 그렇고, 세트랑 크산테 말해뭐해. 이젠 요네까지 눈치 주는 느낌이야. 

이렇게 삼킬지 말지 고민하는 케인이니 모두가 걱정하는 거겠지. 
알아. 걸어오는 시비 안 넘기고 오히려 상대 긁어서 터트리고, 매일 이 판에서 싸우는 걸로 유명하고 그만큼 인기도 많은 케인인데, 그런 케인한테 허니요?

그냥 마음이 커지기 전에 접는 게 나은 거 같기도 해. 
둘이 너무 달라. 공통점이 끽해야 고양이 돌보는 거고, 허니는 정적이고 케인은 동적인 사람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오래 가지 못할 거고, 분명히 케인이 상처를 주는 쪽이겠지, 아마. 


벌써 그것까지 고민해? 


라아스트가 또 낄낄거려. 


쓸데없이 뭐가 그렇게 진지해?
진지한 건 아니고, 아니지, 쟤를 상대로는 씨발, 진지해야지. 
진지해서 뭐 어쩌게? 
어쩌긴,


라아스트는 뭐라 대꾸하려는 케인의 말을 탁 끊으면서 웃어대.



이미 정했잖아. 내가 바라는 게 네가 바라는 거지. 



가지고 싶어. 
그렇지만 사람을 가지고 싶다고 해서 가지냐고! 



에이씨, 또 비가 추적추적 와. 이맘 때 이 도시는 영 꿀꿀하고 찝찝해. 사람들은 다 비를 피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대충 맞고 다녀. 
케인도 그냥 대충 성질내면서 걸어서 갔어. 아 팝스타 가오가 있지 비오는데 뛰어야겠어? 
속은 (라아스트 때문에라도) 시끄러운데, 오늘은 좀처럼 작업도 마음대로 안 되고, 폰만 켜도 죄다 지가 예전에 만들어둔 요란한 얘기가 스느스를 뒤덮고 있음. 

허니는 이런 거 싫어하겠지. 

딱 생각하는 순간 저절로 어깨 처지고 시무룩해져서 에이 시발 뭐 어쩌라고. 짜증나서 액정 젖는 거 대충 주머니에 쑤셔넣고 터벅터벅 걸어감. 
질러, 말아? 
이젠 클럽 가고 놀고 파티 쓸고 다니는 거 별로 재미없어. 작업도 안 되는데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스튜디오야. 
발이 아주 저절로 여기로 오지. 케인이 짜증을 팍 냈어. 


라아스트, 이런 짓 하지 말랬지.
내가 뭘?
스튜디오에 올 생각 없었다고. 
난 아무것도 안 했어. 네가 왔지. 


아 그러고보니 그러네. 내가 왔네. 케인이 마음으로 이마 빡빡 치면서 에라 미친놈아 원래 미쳤지만 또 더 미쳤냐 하는데 그 와중에도 허니 있나 궁금해. 
그냥 가서 고양이나 볼까. 
고양이들이랑 놀아주다 보면 허니를 볼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벌써 머리가 이런 쪽으로 돌아감. 


- 어어, 케인, 비 맞아요!


근데 마음이 읽혔나봐. 스튜디오에서 노란 애가 확 튀어나오더니 노란 우산이 짠 펼치고 무작정 씌워줌
발돋움한 허니가 깜짝 놀란 표정이야


- 많이 맞았어요? 어떡해! 감기 걸려요!
- 안녕.
- 안녕하세요! 어떡해, 얼른 들어가요. 


케인은 허니를 내려다보며 씩 웃었지. 


- 별 거 아니야. 괜찮아. 
-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가수는 몸이 생명인데 안 돼요. 어떡해, 진짜 다 젖었네. 감기 걸리면 진짜 큰일나요. 
- 감기같은 거 안 걸리는데.
- 네네, 꼭 그렇게들 말씀하시더라고요. 


쪼그만 허니가 케인을 질질 끌고 스튜디오로 가. 일단 케인이 노란 우산을-꼭 지 같은 거- 빼앗아 들었지. 


- 뭐하러 가는 거야? 나도 같이 갈까? 
- 가는 거 아니에요. 창문으로 보니까 케인 씨가 보여서 나온 거예요. 


와.......?


- 너무 춥지 않아요? 쌀쌀한데 홀딱 젖었잖아요. 


우와......?


- 내 말 듣고 있어요? 
- 나 때문에 나 보러 온 거야?


보러 온 건 아니고 물에 빠진 생쥐꼴이라 딱했던 거지. 


라아스트가 정정했지만 개뿔 그딴 소리 들을 시간 없음. 케인은 허니를 뚫어져라 봤음. 


- 당연하죠. 우산 없는 게 빤히 보이는데 누구든 가야죠. 


낄낄낄낄낄낄낄 

라아스트가 '누구든이래! 누구든!'이라고 뒤집어지게 웃어대는데 케인 혼자 짜게 식으면서도 어쩔 줄을 모르겠어. 
그냥 얘가 마중 나와준 거 같아서 기분 좋아. 
그게 다른 사람이 아니고 나라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함. 


점점 더 잘 보이고 싶어.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어. 
아니 이미 그래. 그냥, 그냥 얘가 좋아. 



그러다 신곡 작업 때문에 여기저기 장소수배를 하던 차에 어느 핫한 클럽 몇 개가 후보로 떠올랐는데 거길 누가 잘 알겠음
케인이지요. 근데 케인은 혼자 가기가 싫어요. 허니랑 같이 가서 놀고 싶어. 
그래서 허니도 같이 갈래? 해서 감시역으로 아펠이랑 알룬 남매랑 같이 가게 됨

그래선 안 되는 것이었는데 말이에요

좀 이른 시간부터 여기저기 장소섭외하느라 다녀본 건 좋았음. 
여긴 어떻고 저긴 저떻고 케인이 잘 설명해주면 그걸 또 허니가 보잖아! 이렇게! 일 잘하는 나! 그리고 여긴 내 안방! 좌르륵 보여주는 거 신났지

그런데 시간이 늦어지고 사람이 많아지니 일을 할 수 있겠음?
케인답지 않게 오늘 허니도 데려왔겠다, 적당히 빠지려고 했는데 그만 뒤쪽에서 시비가 붙어버림

케인 내쫓은 밴드 멤버가 여기에 왔는데 마주쳐버린 거임

파파라치도 이미 붙은 상태에서 바로 시비털기 시작함 그럴 수밖에 없음
하트스틸 데뷔곡부터 빵 뜨고 난리난 상태에서 멤버들 각자 다 슈스라서 과거 끌올되면서 케인 내쫓은 밴드는 눈 어디다 달았냐고 병신들이라고 비웃음 당한단 말이지

내쫓은 놈이 슈스 되어서 화제 싹 쓸고 다니고 파파라치 몰고 다니는 게 그으렇게 배알이 꼴려서 바로 시비걸었음
아 그렇게라도 어그로 끌어서 스포트라이트 한 번 받아봐야겠다 이거지
저번에 케인이랑 주먹질한 다른 멤버도 꽤 주목 받았거든. 임시였지만. 

케인도 그거 알아. 다 아는데 지금 뒤에 눈 똥그랗게 뜬 허니가 있단 말이야. 
그리고 아펠 눈이 어쩐지, '내가 말했잖아'라고 하는 거 같아. 


진짜로 허니한테 케인이 위험한 사람일까? 
만나서는 안 되고, 시도도 못 해볼 사이인 걸까?

여태 전혀 생각도 안 했는데 갑자기 곱게 자란 여자애 앞에서 양아치가 된 기분임

험한 건 진짜 안 보여주고 싶어. 정말 조심하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턱뼈 도드라지게 이 꽉 깨물고 꺼지라고 개무시하는데 상대가 그 기회를 그냥 넘어가겠음? 
별의 별 패드립 다 쏟아지고 니가 지금 뭐 된 줄 아나본데 우리가 그런 것처럼 너도 거기서 또 쫓겨날 거라니 어쩌니 케인이 제일 싫어하는 소리 다 골라서 함

그래도 꾹 참고 가려고 했다. 이미 아펠마저 '쟤가 이렇게나 참는단 말이야?'하고 놀라고 있을 정도니까 이 정도 참은 건 어마어마하게 참은 거지. 근데 무시해버리고 가니까 이놈이 멱살까지 딱 잡으려고 하는 거야
여기서 주먹질해도 지는 개이득이거든
그런데 딱 잡으려고 하는 순간 케인이 잡히기는커녕 뻗은 손목 딱 잡고 아무도 못 듣고 딱 그놈만 들릴 만큼의 목소리로 


- 관심 구걸을 하려면 좀 성의를 보여 이 새끼야. 그래야 적선해주지. 


응 못 참음 (뒤에서 아펠이 그럼 그렇지....하는 표정 짓고 알룬은 소리없는 비명 지르고 있음)
당장 주먹 날아오는 걸 케인이 맞을 리가 없음 케인인데요???
이 새끼 잡겠다고 난리치는 거 완전히 농락하듯 그림자로 변해서 깐족대다 오히려 몰아버려서 허니한테서 멀찍이 떼어놓은 다음에 눈 시뻘겋게 빛내면서 


- 다음엔 니 발로 못 걸어나갈 줄 알아. 


하고 저음으로 꽉 눌러 말하고 자리 떠버렸지 

근데 차에 타고 나서 허니 얼굴이랑 딱 마주치는데 괜히 창피하고 속상해. 
밴드에서 내쫓겼다는 데 이 아득바득 갈고 있을 만큼 상처였기도 한데 그걸 또 허니한테, 자기랑은 달리 좋은 거만 보고 바른 일만 하고 자랐을 거 같은 애한테 보이니 창피함.
저런 새끼랑 같이 엮여서 나도 별로로 보이겠지 
근데 맨날 싸우진 않는.... 싸운 것도 같지만 참을 수도 있는.... 아니 근데 오늘 못 참았구나. 

최악이야. 
잘 보일 겨를도 없이 다 망쳤네. 

그래서 완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일단 사과부터 했어. 


- 많이 놀랐지. 미안해. 내가 전에 있던 밴드 멤버인데....


이러면서 혹시 병아리 놀랐을까봐 억지로 억지로 웃으면서 달램


- 놀라지 않았어요. 케인 씨는 괜찮아요? 
- 네 케인 씨 괜찮아요. 안 좋은 모습 보여서 진짜 미안해.
- 케인 씨가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으셨는데요. 


삐! 약! 하는 걸로 들리는 목소리가 또박또박 말했지


- 추한 건 아까 그 사람이죠. 자기들이 나가라고 했으면서 이제와서 구질구질하게.....


응 얘는 구질구질한 거 싫어하는구나. 얼른 머릿속에 새기고 케인이 물어봄


- 내가 그.... 마지막에 화낸 건..... 그래도 보기 안 좋았지. 내가 더 참았어야 했는데. 미안해. 


솔직히 당장 무슨 기사가 뜰지 너무 뻔해서 아득함. '그' 케인 '그' 하트스틸 악동이 또 어느 클럽에서 무슨 난동을 부렸다더라 어쨌더라 하면서 조회수 확 끌어올리겠지. 
케인도 자기 이미지가 어떤지 알아. 그게 창피하지는 않음. 근데 그래도 그 '이미지'로만 비춰지기 싫은 사람이 생겼어. 

근데 또 망쳐버렸지. 
아, 그래. 이게 케인답지 뭐. 혼자 자조함. 



- 멤버들을 욕해서 화낸 거잖아요. 사과할 필요 없어요. 솔직히 좀 멋있었어효 


그런데 얘 지금 뭐라는 거지.

특유의 그 목소리로 혹시 알룬이나 아펠이 들을까봐 민망해하면서도 열심히 속삭임


- 왜 케인 씨가 인기 많은지 오늘 확실히 알았어효. 
- 내가? 왜?
- 그러니까.... 멤버들 지키려고 한 거잖아효. 처는 크런 사람 멋있다고 생각해효


멋있다고 생각해요.
멋있다고 생각해요.
멋있다고 생각해요.
멋있다고 생각해요.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빵싯. 


- 무서웠던 건 아니고, 케인 씨가 다치거나 사고가 일어날까봐 걱정했어효


걱정했어요.
걱정했어요.
걱정했어요.
걱정했어요.
걱정했어요.


또 빵싯. 


그 뒤에는 고개 돌려서 남매들 괜찮은지 확인하고 그쪽도 다행이다 걱정했다 해주는데 아 그건 케인 자체 필터링함. 
아 안 들려요 안 들린다고 쟤 지금 나만 걱정했다고

그날 밤 멤버들이 걱정하는 연락에 응.... 응... 괜찮아 아 그 새끼가 먼저 시비턴 거야 거기 허니 있었어 응.... 응... 아니 허니 안 다쳤어 응..... 이런 맹한 소리나 하고 있음
당연히 잠도 설침 눈 감아도 그 빵싯빵싯 웃는 병아리가 둥둥 떠다니는데 잠을 어떻게 자요 

피식피식 웃음만 나오고 다음 날 작업하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까만 머리꼭지를 한참 눈으로 쫓음

어쩌지. 

슬쩍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손으로 가렸음 

나 쟤가 너무 좋아. 

더는 못 참겠음.



















하트스틸 뮤비 맨날 돌려보는 사람 그게 바로 나예요

분식 케인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