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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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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웅이가 드래프트 대박을 터트린 기념파티였을거야. 백호는 미국에 일년 뒤에 갔으니까 "내년에 여우 너 내가 뛰어넘는다!"하면서 자기가 더 좋아하더니 술도 약하면서 몇 잔 들이키다가 그대로 기억이 끊겼지. 근데 지금 백호가 깨어나서 본 천장은 진짜 낯설고 이상했어. 미국조 부모인 태섭이랑 우성이네에 있는 백호방도 아니고, 흔한 호텔방도 아니고, 엄청 호화로운 천장인데 달랑 침대만 있는 방에서 깨어난 거라서 백호가 "눗...?"하고 있을때 누가 물병을 들고 들어왔지. 어... 너구나.



"여기 어디냐? 방이 왜 이래?"
"...계약한지 얼마 안돼서."
"여우 니 집이라고?? 인테리어 같은거 태섭쓰랑 정우성한테 물어봤으면 도와줬을텐데."
"네가 뭐가 마음에 드는지 모르니까."


눗...? 내 마음에 들어야해? 인테리어가? 왜?? 여우하우스인데??


"이제 가봐야겠다. 태섭쓰가 진짜 화났을거야. 전에 정우성이 나 늦게 온 날 울면서 실종신고하는데 경찰이 안받아줘서 달래느라 힘들었댔어... 가면 외출금지일걸."
"못가. 너 여기 감금됐어. 이제 여기서 한발자국도 못나가."

멍청아, 너 이제 평생 여기 사는거야.


"....그럼 발에 족쇄?그런거 차야하냐? 아니면 손에 수갑? 난 까만거 싫은데 빨간색으로 해줘."
"무... 그런거 없어."
"감금한단 놈이 그런 것도 없냐? 그럼 밖에다 금고같은 큰 잠금장치하고 CCTV설치는 했어?"
"...주문할게."
"나 그럼 여우 니가 한 밥 먹냐? 근손실오면 프로틴 넣어줄거냐?"
"셰프 면접 볼거다."
"돈 아껴, 이 새끼야. 계약금 그렇게 막 쓰다가 어... 200년쯤 후에 거지된다."
"그럼 멍청이 니가 관리해."


눗...
무...


"멍청이 너 왜 도망 안가냐? 나 방심시켜놓고 가려고? 멍청한게 머리쓰지 마라."
"여우 너, 나 감금하려는 이유가 뭔데? 대답을 잘하면 나 여기 평생 있어도 된다."
"...어제 파티할때 어떤 새끼가 너 좋다니까 좋아하는 사람 있어서 고백 못 받아준다고 했잖아. 그 사람이 고백하길 기다린다고. 그 전에 내가 하려고."
"여우야, 태섭쓰한테 영통걸어. 내가 먼저 고백하면 태섭쓰가 인연 끝낸다고 지금까지 못하게했어. 그러니까 니가 먼저 한다는거 보여줘야 우리 둘 다 산다."



...어. 태웅이가 태섭이한테 영통 걸자마자 우성이가 오열하면서 받았겠지. [아부지가 니들 이렇게 키웠어?? 왜 안들어오냐!!] 태섭이가 옆에서 [그래서 백호는?]하는걸 태웅이가 "제가 감금했어요."하니까 "야! 그걸 말해버리면 넌 잡혀가고 나는 풀려나잖아! 여우 너는 감금은 벤치후보다!"이러는 백호 목소리가 쩌렁쩌렁 큰 방에 울려퍼지겠지. [...어, 백호 잘 있네. 태웅아, 백호를 왜 '감금'했는데?]



"제가 멍청이 좋아해요. 딴 놈이 채가면 죽여버릴거예요."
[그걸 백호한테 진작 말하지 그랬어? 걔는 고백받는거 엄청 기다렸는데.]
"감금 당해주면 고백하려나봐! 태섭쓰, 나 30살 전에 고백 받은거니까 이제 좋아서 울거야!"
[태웅아! 너 거기 꽃도 없고, 반지도 없는거면 아부지 실망한다! 우리 막내 못줘!]



태웅이 폰을 들고 커튼을 걷자 통유리 밖에 거대한 장미정원이 보였겠지. 이 저택은 백호한테 주는 태웅이의 장미꽃다발같은 거니까. 백호가 누워있던 침대 옆의 테이블에서 반지케이스를 꺼내서 백호 앞에 무릎을 꿇고 케이스를 내미는데 백호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케이스를 여니까 반지는 없고 거대한 붉은 물방울다이아가 들어있었겠지.


"멍청이가 어떤 디자인을 좋아할지 모르니까 보석만 준비해놨어. 원하는 모양대로 커팅해달라고 할게."
[...백호야, 울어? 우성이 너는 그만 울어!]
"너 왜 이제야 줘? 나한테 몰래 키스 많이 해놓고, 나 잠들어 있을때만 그러고 가길래 나 자는척 하다 그냥 잠들고 그랬어. 내가 먼저 고백하면 다 안됐으니까 나는 그냥 기다렸어... 너랑은 오래 가고 싶어서."
"엄마랑 누나가 나 계약 전에 마음만으로 고백하지 말라고 그랬어. 집 사고, 반지 알도 큰 거 사서 남 부럽지않게 멍청이 너 데려오라고 그랬어."
"...이렇게 돈 쓰면 어... 100년 안에 거지여우된다."
"나이키가 백지수표 줬어. 너 줄게."

[태섭아, 막둥이를 태웅이가 샀어! 우리 앤데! 아직 애긴데!!]
"정우성, 시끄러워! 나 그럼 반지, 아니 보석 자랑하러 못 나가? 감금 됐으니까? 이거 끼고 너랑 사귄다고 자랑 못해?"
"파티 일정 잡자. NBA전구단이랑 전미대학 다 돌아. 다이아 더 큰걸로 사준다."

[어디 가서 감금했단 소리 하지마라, 태웅아. 그냥 집 보러 데려간거잖아. 백호 소집은 보름 뒤니까 일단 데려와라. 졸업 전까지 우리가 데리고 있는다.]

"안돼요. 멍청이랑 도둑키스말고 제정신키스 해야해요. 딴 것도 하고."
"...부끄러운데 불 꺼주면."

[저 여우아들이 순진한 막내 잡아먹는다! 태섭아, 차키 어딨지? 백호야, 아부지가 간ㅡ]

태웅이가 전화를 끊었지. 아직 저택 주소를 모르니까 우성이랑 태섭이가 수소문해서 들이닥치기까지 시간이 있었지. 감금은 미수로 돌아갔지만 저택의 안주인이 들어와 태웅의 인생의 반려도 붉은 빛으로 얼굴을 물들이며 키스를 기다리고 있었지.



"넌 이제 여기서 못 나가, 멍청아."

태웅이가 백호 손을 가슴에 얹고 말했지.

"어, 마음에 쏙 들어. 감금이 내 취향이었나봐."





태웅이가 지퍼를 떨구었던 그 해변에서부터 하고 싶었던, 아니 북산왕전의 하이파이브를 끝내고서, 그보다 백호가 자책하며 울던 비오던 그 체육관에서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던 그 감정을 전부 담아내 키스했지. 저 장미정원 가운데에 온실이 있어. 거기다 널 눕혀놓고 널 가질거야. 날 전부 주면서. 비오던 그날, 우리가 콤비로 불리기 시작했던 날, 네가 내 곁에서 다시 패스를 주고받기 위해 눈물을 삼키던 재활의 날 이후 이미 네게 준 나를 다시 한번 주면서. 선배와 미국아버지가 오기 전에 우리 둘을 가두자. 멍청아, 그렇게 예쁜 빨강이 되어 날 보면 되겠어? 나는 오늘 저택 문을 못 열거야. 더 단단히 날 안아, 멍청아. 내 생애 가장 예쁜 빨강인 너로 날 채워줘.






우성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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