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섭이도 예민한 상태였고 대만이도 예민한 상태라 싸우는 거 멈추지도 못하고 터뜨리고 말았겠지
태섭이 따로 시간 좀 갖자는 소리에 아차싶었는데 이미 정대만 결정한 거라 대답도 못하고 바닥만 보고 있었을 거야
고3인 자신과 대1인 정대만...만나기도 어려운데 오랜만에 만났다 싶었더니 별것도 아닌걸로 싸워버리다니

자책하며 돌아가는데 태섭이도 태섭이 나름대로 시합 준비하고 미국에 가게 될 기회 얻게 되서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빠지고
대만이도 대만이 나름대로 바쁨

그러다 문득 이런 식으로 헤어지는 건가...
생각하게 된 태섭이가 갑갑해지고, 만약 미국 유학 가는 게 결정되면 정말로 헤어지는 거 같잖아
그것만은 싫어서 대만이네 집으로 찾아가는데 정대만 누가 사람 자석 아니랄까봐 친구들하고 떠들석하게 노는 거 보고 멈춰버리겠지

친구들과 어디 놀러갔다 오는지 큰 가방 어깨에 매고있고 거기 재미있었다, 다음에 또 가자 이런 소리 하고 있었으니까
아. 저 사람 내가 없어도 즐겁게 잘 사는구나.
이런 식으로 헤어지는 게 맞구나.

심장 툭 떨어지는 느낌이라 뭐라고 말도 못 붙이고 돌아오는데 사나흘 쯤 지났을 때,
주말다가왔을 때 정대만이 찾아옴
아라에겐 밝게 인사하더니 송태섭 보고는 밖에서 이야기 좀 하자는 듯 눈짓해서 아. 이제 정말로 끝이구나...
그래 말로 확실하게 듣는 게 낫지 생각하며 납이라도 메단 거 같은 발목 억지로 이끌어서 나가는데,

너 이 싹바가지 없는 새끼. 연락 하나도 없더라?
오히려 정대만이 화를 내고 있어서 태섭이도 울컥하겠지
친구인지 뭔지 하는 놈들하고 놀러 다니느라 연락 하나 없는 건 마찬가지 였으면서 어디서 싹바가지 있니 없니 말하냐고
그런데도 마음은 솔직하지 못해서 주머니에 주먹 찔러 넣은 채로 시비걸듯,

재밌게 잘 지냈을 텐데 연락 남길 필요가 있었어요?
말하는데 이럴 때마다 항상 나는 왜 이딴 식으로 사람 신경 긁는 방법으로밖에 말 못할까 탓하는 송태섭임
근데 이거 다시 입 밖으로 튀어 나왔잖아
싸우자는 듯.
시비거는 듯.

그래서 뭐. 너도 나 없이 재미있었다고?
...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헤어지자 이런 거냐?
...

말을 해. 입 다물고 있으면 내가 아냐?
여기서 무슨 말을 하라는 건데요

...
...

그래. 나 너랑 싸우고 존나 재미있게 놀았어. 미팅도 나가보고 산악회 애들 따라서 등산도 가보고 카누도 타보고 다 재미있더라
...

근데 그거 말하고 들어줄 네가 없어서 허전하더라
...

나는 그랬는데 너는 내가 없어도 상관 없냐?
...

계속 입다물고 있을 거야?
나는

...
이럴 때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고요. 당신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지내는 거 알고 봤으니까 나같은 건 생각도 안 날 줄 알았는데 이제와서 이러면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뭐라고 말해야 하냐고.

보고 싶어요, 나랑 같이 가요 이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

나는 내가 즐겁고 재미있는 순간에 송태섭 없어서 허전했다고 말하잖아. 그런데 너는 그런 말 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고
어렵, 다고요. 나는 그런 게...

말 해. 연습하고. 그래야 알아들을 거 아냐
...

그럼 뭐 이대로 헤어지자고? 너 그대로 미국갈 거니까 이제 안녕 알아서 잘 먹고 잘 사세요 하자고?
그거. 어떻게...

내가 너 이야기를 다른 사람한테 물어서 알아야 겠냐. 싸웠으니까 이제 이런 이야기도 하기 싫어?
결정된 것도 아니고. 그리고 미국가면...

아.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뭐 그런거?
...

잡아
네?

내 손 잡으라고. 이대로 헤어질 거 아니면 잡아
...

망할 새끼. 말로는 한 마디도 안 하면서 손은 잡네
미안해요

뭐가
그냥. 다...싸운것도 미안하고...연락 안하고...못한 것도, 그리고 말 안한 것도

너 고쳐야 할 거 많은 거 알겠지?


응. 그럼 이걸로 화해한거다. 알았지?
고마워요. 진짜

뭐야. 송태섭. 울어?
조용히 좀 해요...

하, 야 뭐 좀 싸운 거 가지고 울고 그래. 사람이 살다보면 싸우기도 하고 화해도 하면서 사는 거지
이런 거 안 익숙하다구요...

그럼 익숙해지자. 너 분명히 미국가면 글래머 누나들한테 치여서 헤벌쭉하고 다닐 거 아니까. 그리고 나는 그거 보면서 화낼 테니까
...

나 화내면 우리 많이 싸울 거 아냐. 그러니까 미리 연습한 셈 치자. 앞으로 싸우면 이렇게 손잡고 화해하는 거야. 알았지?


내가 잡기 싫다고 해도 너는 따라와서 잡아야 해. 나도 너 잡으러 여기까지 왔으니까. 알았지?


흐흐. 짜식, 이럴 때는 또 잘 대답해
...

다 울었냐. 머리 내리고 있으니까 애인 아니라 동생 끌어안고 있는 거 같네
동생한테 처박히는 주제에?

야. 이게...기운 낫다고 막말하는 거 봐라?
미안요

처박히고 싶긴 하지
예...?

왜. 그럼 니가 연락도 안 하는데 내가 뭐 어디가서 처박아주세요 할 사람처럼 보이냐. 내가 그렇게 헤픈 놈으로 보여?
아니. 방금 화해했는데 왜 갑자기 또 화를 내요...


투닥투닥 하다가 화해하고 농구해야지 했던 계획 다 취소하고 처박고 처박히러 가는 태대 보고싶다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