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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00:27
색시 될 애기씨가 퍽 맘엔 안 드나 봐

미인두 아니구
키만 삐죽 크고



뚱하게 앉아있는 거 보니 얌전은 할 것 같다만...

이가네 명헌이랑 혼인 하는데 둘다 아직 어려 뭐 별다른 거 하진 않고
이제 부부다 니네~ 하고 큰 방에 둘이 넣어놓고 뭐 알아서 잘 지내 보렴

우성인 큰방 써서 좋고
명헌인 이불이 폭신폭신해서 좋고
이불 두 개 나란히 깔아 놓고 자도 우성인 제 색시 뭐 귀여운 구석도 없고 재미없어 현철형네 부인은 말끝마다 웃음이던데 우리 색시는 영...
근데 가끔씩 오늘 공부는 어떠셨나용 재밌는 일은 없었나용 물어 오는 데 그거 대답해 주는 게 쪼끔 재밌는 거 같기두 하고

내일은 같이 장에 구경 갈래?

...좋아용

우성이 열심히 공부하고 색시랑 같이 장에 나가서 파는 것들도 구경하고 음식도 먹고
근데 나 돈을 안 들고 와서 색시가 사줬어

입에 묻은 거 털어주는 데 괜히 애기 된 거 같아서 씅질 냈더니 손 거두고는 또 진한 눈썹이 꿈틀하고 추욱 쳐지는 게

...쪼끔 귀여운 거 같기도 하고

한날은 글공부 일찍 마쳐서 집에 일찍 왔더니
마당쇠 형아랑 색시가 둘이 뭔가 쫑알쫑알 해

뭔 얘길 하나 싶어서 한 발짝 떨어져 보니

갑자기 색시가 도끼를 들고 장작을


쩌-억

어휴 힘이 장사셔요 소리에 웃는 이명헌

...

난 저 도끼 드는 것도 힘들던데

재밌는지 몇 개 더 쪼갈라 놓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제 저 장독을 막 옮겨

색시... 말 잘 들어야겠다


나 왔어요

어머 서방님 일찍 오셨네용

식사는 하셨는지요

...용..?

맨날 반말하던 애기 서방이 갑자기 왜 이럴까용

저는 피곤하여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서방님 어디 아프..셔용?

후다닥


근데 또 하필 그날 우르르 쾅쾅 하고 천둥번개가 막

으악 하며 색시 이불로 들어가 품에 꼭 안겨버렸는데
겨우 한 살 많은 색시는 키가 커서 그런지 이런 건 무섭지도 않나 봐

품이 따뜻해서 기분이 좋아

계속 몰아치는 비바람에 이불 꼬옥 덮어주고 손으로 귀도 막아주고

서방님 얼른 주무셔용
하고 작게 속삭여 주는데 그날은 색시 품에 안겨서 색색 잠든 우성이

아침에 깨고 나니

... 나 진짜 빵점짜리 서방이야
...이게 뭐야 완전 애기잖아

색시 얼굴은 이제 어떻게 보냐
나보다 힘도 세고... 겁도 없고

서방님 어젠 천둥이 너무 쳐서 무서웠는데 서방님이 계셔서 잘 잤어용

...진쨔?



콧물 훌쩍 먹으면서 씩 웃는 애기 서방 귀여워서 당장 뽀뽀해 주고 싶은 거 겨우 참는 정숙한 안방마님 명헌이
그 애기 서방 2년도 채 안 되어서 쑥쑥 자라더니 어느새

이제 내가 색시보다 키도 더 커!

우르르 쾅쾅 치던 천둥번개 무서워서 품에 안기던 애기는 어디가고
달빛이 훤한데 부인 품에 안겨서는 몸 꼬옥 맞붙여 떨어질 줄 모르는 기둥서방이 되셨는데

부인이 울며 밀어도
우리 부인은 힘도 세고 씩씩한 사람인데 이리 겁이 많아졌는지 몰라요 하며 부인 안은 품 절대 안 놔주는 서방님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