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72261308
view 1887
2023.11.11 22:46
Internet_20231111_121944_1.jpeg
[보그저팬 도쿄자선패션쇼 특별기사
ㅡ피날레를 장식한 올해 프로농구 MVP 강백호 선수 특집ㅡ


체육계가 놓친 예능인, 선수촌이 뺏긴 배우같은 표현을 흔히 한다. 진부하지만 에디터도 하겠다. 농구계에 뺏긴 모델. 강백호선수에 대해 나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는 천상 모델이다. 그런데 사실은 농구선수, 단순한 농구선수가 아니라 하루하루 레전드가 되어 새 기록을 써가는 천재 농구선수이다. 모델계가 아직 그를 되찾기 위해 시위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패션계가 사랑하는 패션계 밖의 인사들은 수도 없이 많다. 강백호선수도 그렇다. 그의 메인스폰서에 하이브랜드가 빠지질 않는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다. 돌체앤가바나의 쇼에 서 달라고 했을때 그는 "나는 패션계를 존중한다. 패션계의 초짜여서 내게 관대한거라고 생각하겠다. 프로에게 제의하라. 나는 내가 프로인 세계에서 나를 초짜에서 선수로 키운 선수들과 뛰겠다."라며 고사했다. 거의 매년을. 패션계가 강백호선수를 얼마나 갈망하는지 그는 정확히 모를 것이다. 관계자들이 모여 그에게 입히고 싶은 패턴을 논의하는 자리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그는 오랜 설득 끝에 도쿄자선패션쇼에 등장하는 프로농구 최정상선수이자 패션계의 오랜 짝사랑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이 쇼는 정말로 특별하다.

나는 패션계가 뺏긴 코트의 강백호선수의 팬이 되어 패션지의 화보 속의 그의 인터뷰도 읽지만, <월간농구>도 정기구독하는 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이름과 나란히 써 있곤 하는 또 한 사람, 그의 오랜 파트너 서태웅선수의 팬이 되었다. 이번 년도 MVP인 정상의 선수와 전년도 MVP였던 정상의 선수가 서로 사랑하며 라이벌로 존재하는 그 세계에 중독된 사람이 나뿐일리가 없다.


월간농구에 이런 인터뷰가 있었다.

"여우, 서태웅선수는 제가 화려한 화보를 찍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불편해하죠. 여러 권씩 사는걸 보면 마음에 들긴 하는데, '멍청아, 너는 저지가 제일 잘 어울려.'하는 걸 보면 신경을 쓰고 있는 거겠죠. 얼마나 더 농구를 해야 애인을 안심시킬 수 있을까요? 한번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열렬히 질투를 해주는 그를 나는 사랑합니다. 패션계는 그래서 저를 못가질 거예요. 저는 코트 위의 제 파트너에게 저를 준 지 오래됐어요."

농구가 로맨스이기도 하다는걸 알게 되었다. 서태웅선수, 강백호선수는 당신의 언짢음을 작게 생각하지 않는 좋은 연인이네요. 패션계는 이 사랑을 지지합니다.


이번 자선쇼에 피날레를 선 강백호 선수의 비상을 만나볼 차례가 되었다. 강백호선수는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태양이었다. 하늘의 태양은 감히 바라보기 힘들지만, 우리에게는 바라봄이 허락된 2미터의 태양이 거기 있었다. 그렇지만 만져서는 안되는, 그럼 정말로 무대 아래 1열에서 지켜보는 태양의 연인이자 찬란한 달빛같은 서태웅선수에게 환멸의 눈빛을 받게 될 것이다. 그저 지켜보며 우리는 스타가 무엇인지, 패션계가 농구계에 빼앗긴 저 위대한 유산에 찬탄하기로 하자.

강백호선수가 맨발로 무대에 등장하고, 돌체앤가바나의 최신 패턴이 셔츠가 아닌 그의 유려한 근육 위에 직접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을때의 환성은 올스타전의 덩크쇼를 연상케했다. 그리고 그가 무대 끝에 서서 농구공을 손에 들고 돌리기 시작했을때 무대 한가운데의 림을 보는 시선들에 긴장이 서리기 시작했다. 맨발의 그가 날아올랐고ㅡ코트의 반을 나는 것처럼ㅡ 공을 높이 날린 후 림에 등을 지고 공을 쳐다보지도 않고 매다 꽂았을때 우리는 태양이 작렬하는 순간을 목도할 수 있었다. 그의 치열하게 짜여진 근육이 돌체앤가바나의 화려한 패턴을 움직이고, 우리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았을때 나는 그가 빼앗긴 선수가 아니라 유일무이한 농구선수임을 깨닫는다. 패션계가 완패했지만 지고도 분하지 않은 승부였다는 것을 인정한다. 레전드가 거기 있었고, 그저 그가 존재하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토록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남기고 그가 객석으로 내려가 서태웅선수의 옆자리로 갈 수순이었을텐데 돌발상황이 일어났다. 강백호선수가 서태웅선수를 지목해 무대 밑으로 불러냈을때 그의 파트너는 2미터에 육박하는 그 단련된 몸의 탄력있고 절도있는 움직임으로 우리의 태양, 아니 서태웅선수의 태양이 원하는 곳에 있어주었다. 강백호선수가 무대에 엎드려 서태웅선수를 잡아당겨 키스했을때 우리의 쇼는 폭발했다. 그리고 그가 몸을 일으켜 연인의 품으로 뛰어내리자 서태웅선수가 안정적으로 받아 강백호선수의 다리를 자신의 허리에 감고 안아들었을때, 우리는 이 자선쇼가 강백호선수가 패션계에 주는 스완송, 자선 패션쇼에 서는 마지막 퍼포먼스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의 패션계 소풍은 연인의 마중으로 막을 내리고, 서태웅선수의 불안은 연인의 귀환으로 씻어내렸으리라.


농구가 로맨스인 것을 알게 해준 두 사람에게 감사드립니다. 강백호선수는 더는 자선쇼에 이름을 올리지 않겠지만 <월간농구>와 패션지에 화려하지만, 그 자신보다는 화려할 수 없는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고 등장하겠지요. 당신이 고사한 패션계의 외유는 화려하게 막을 내렸지만 농구계의 활약은 영원과 닮은 순간순간의 '지금'으로 이어질테니 우리는 당신을 잃지 않은 셈입니다. 서태웅선수, 당신이 가져 마땅한 당신의 태양과 함께 행복한 농구하시길 기원합니다. 패션계는 지금을 영원처럼 추억하며 당신들의 활약을 응원하겠습니다. 코트의 반을 가로지르며 비상하는 태양이, 그의 충실한 달빛과 만나 한층 더 푸른 불꽃으로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는 우리는 실로 행운아입니다.








태웅백호 탱백 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