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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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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요이는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나는 키요이에게 첫 눈에 반했다. 대학교 1학년, 그 아이가 강의실로 들어오는 순간, 드라마에서나 보던 슬로우모션이 그에게도 적용되었다. 그만큼 아름답던 사람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나와 달리 그는 학교에서 인기도 가장 많았고, 언제나 빛이 나던 햇살같은 존재였다. 그냥 같은 학년인 것으로 만족하며, 감히 친구일 수는 없었지만, 친구라는 이름으로는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나에게는 공부밖에 없었다. 공부라도 열심히 하여 과에서 1등을 하고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된다면, 키요이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학부생활 내내 과탑을 차지하였고, 키요이보다는 조금 더 앞에서 기다릴 수 있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구원이었다.



그리고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학부생활이 끝날 때 쯤, 그냥 눈 딱감고 키요이 앞에 마주서서 고백했다. 나랑 만나보자고. 키요이가 남자를 좋아하는지 여자를 좋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느닷없이 던진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고백이었다. 그만큼 25년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였고, 그 용기에 키요이는 기분나쁘다고 맞받아쳤다. 놀랍지는 않았다. 아니, 사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키요이에게 겁을 준 것 같아 미안하다고 하며,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달아났다. 그리고 학교를 나가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까. 키요이와 같은 학교를 다닐 수 없어 자퇴서를 가지고 간 날, 학과 사무실 앞에서 그를 마주쳤다. 그리고 또 다시 미안하다고 반복했다. 그런데 키요이는 내가 그를 처음 본 날 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래, 우리 한 번 만나보자.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내가 던진줄 알았던 일방적인 고백이 다시 되돌아와 마음으로 꽂혔다. 그 날로 자퇴서는 영영 쓰레기통으로 박혀버렸고, 6년이란 시간동안 키요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동안 키요이가 그 때 마음을 바꾸었던 이유를 물어보았고, 그의 대답은 '그냥' 이었다. 그 대답은 내가 생각한 어떤 말 중에서도 가장 멋있었고, 아름다웠다.





헤어진 후 6년이 지나, 응급실에서 키요이를 만났다.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었고, 나 또한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키요이의 표정을 보니 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재회 후 처음 든 생각은 키요이는 나랑 만날 때 보다 더 아름다워졌다는 것이다. 잘 지냈냐는 말조차 자격이 없었기에 묻지 못했고, 묻지 않아도 잘 지낸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키요이는 나와 있는 공간이 한 순간도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할 말만 주고 받으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만남 이후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우리가 헤어졌을 때를 생각했다. 단 한번도 잊지 못했다.



그 때는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 나조차도 상상할 수 없었던 말이 내 입에서, 내가 처음 고백했던 날처럼 일방적으로 나갔다. 그리고 키요이가 많이 울었다. 할 수 있는거라고는, 빠르게 그의 앞에서 사라져주는 것이었지만, 그런 나를 따라와서 돌려세웠다. 뒤돌아 본 키요이는, 비를 맞으며 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빗속에서 부둥켜 안고 울었다. 그 다음날, 키요이에게 수십통의 부재중 전화가 왔고, 마지막으로 받은 전화는 어쩌면 나의 욕심이었을 것이다. 수화기 너머로는 어딘가 아픈건지 키요이의 숨소리가 거칠게들렸다. 뛰쳐가서 안아주고 싶었지만, 나는 냉정해질 수 밖에 없었다.



키요이, 우리 헤어졌어.



이 말을 제대로 들은걸까. 아무말도 없이 전화가 끊겼다. 아마도 키요이는 나에게서 정이 떨어졌을 것이다.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하며 나는 그 길로 도망치듯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마지막으로 키요이에게 말한 우리가 헤어지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다」 였다. 그리고 그에게는 하지 못했던 말, 나의 행복에는 키요이의 행복이 전부였다. 결국 이기적이지만 나는 키요이가 더 행복하기를 바래 이별을 선택했다. 키요이는 영원히 알지 못하면 좋겠다. 





히라키요이 맇쿠유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