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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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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한의 친구이자 매니저小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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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이러고 논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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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한의 강아지 ‘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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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한 생일의 5월11일 탄생화는 사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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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오지.

집에 돌아와 굳은 몸을 푼다고 러닝머신을 뛰고 샤워도 마쳤는데 밤이 늦도록 공준은 오지 않았다. 아무 연락도 없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내일 스케줄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나는 그를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냉장고에 간단한 요깃거리도 있고 마실 것도 있으니 배고프면 알아서 꺼내 먹겠지.

못 와도 어쩔 수 없고.
아니 근데...
설마 그 왕홍이랑 여태 같이 있는 건 아니겠지.

나는 스물스물 올라오는 짜증을 삼키며 억지로 눈을 감았다.




잠결에 얼굴을 쓰다듬는 느낌에 눈을 뜨니 볼캡을 눌러쓴 공준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아이는 불도 안 켜고 대체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지.
나는 얼른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왔어?”

자다 일어나서인지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지금 몇 시야?”

“1시요.”

“고생했어. 가서 얼른 쉬어.“

“늦어서 미안해요. 빨리 와서 같이 있고 싶었는데...”

그는 말을 다 하지 않고 모자를 벗으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형은 내일 스케줄 있죠?”

“응.”

“몇 시에 일어나요?”

“8시쯤.”

“그렇게 빨리요?”

“.......”

눈썹이 축 처진 개는 슬픈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저기...내가 일부러 잡은 스케줄은 아니잖아.

“깨워서 미안해요. 푹 자요.“

그는 마지막으로 아쉬운 듯 내 얼굴을 만지더니 침대에서 일어났다.

“씻으러 가는거야?”

“네.”

“갈아입을 옷 줄까?”

그러자 공준이 작게 웃었다.

“갖고 왔어요.”

“그래. 그럼 식사는?”

“괜찮아요.”

“냉장고 안에 먹을게 좀 있어. 배고프면 먹고, 네 집이다 생각하고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지내.“

"...정말 그래도 돼요?“

“응. 물론이지. ”

일순 공준의 눈빛이 잠깐 반짝였다고 생각한건 착각이었을까. 나는 인사하듯 공준의 다리를 두어번 두드리고는 이불을 끌어올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방 안을 살짝 서늘한 온도로 설정해두는 것을 좋아한다. 자다가 쌀쌀하면 따뜻한 이불 속에 파묻히는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을 자던 중 나는 더위를 느꼈다. 뜨끈한 온도의 무언가가 내 뒤에 있었다. 어떤 경계도 없이 무심코 뒤를 돌아본 순간 나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지고 말았다. 내 뒤에는 공준이 있었다.

“아니, 왜.....”

왜 게스트룸이 아닌 여기서 자고 있지?

나는 눈을 바쁘게 깜빡이며 생각을 정리했다. 방을 잘못 찾은 건가? 그건 아닐 것이다. 공준은 몇 번이나 우리 집에 머물렀다. 게스트룸의 놓아둔 침대를 꽤 마음에 들어해서 내가 사 준다고 한 적도 있었다. (공준이 거절했지만)

그럼...

그래. 그 말은 분명히 내 입으로 했다.
피곤해보이던 공준에게 네 집처럼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말은 덧붙이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이젠 연인사이니까 전보다는 자유롭게 있어도 된다는 나름의 배려였다.

그래. 배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배려.


그랬는데.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침대에 올라와 옆자리를 차지할 줄은 몰랐지!

사랑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고삐풀린 개에게는 자유를 주면 안된다!

나는 이 교훈을 꼭 뼈에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아무튼...이 봐. 후배님. 등 뒤에 이런 식으로 붙어자면 내가 편하게 잘 수가 있을까? 침대는 이렇게나 넓은데 덥지도 않아? 대체 넌 언제부터 이렇게 뻔뻔해진거야.

나는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지만 공준은 쿨쿨 자고 있었다. 그것도, 좋은 꿈이라도 꾸는 듯한 아주 편한 얼굴로.





————


형.
형, 일어나요.


한참 좋은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 등 뒤에서 나를 흔들었다. 볼에 따뜻한 숨결이 느껴져 마침 추웠던 나는 기분 좋은 신음소리를 내며 숨결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함께 있을 때면 나를 이렇게 깨우는 루피가 떠올랐다. 눈을 감은 채 손을 뻗어 말랑한 루피를 만지기 위해 더듬거렸다. 하지만 내 손에 잡힌 건 루피의 말랑한 몸이 아닌 딱딱한 근육이었다.
순간 볼에 닿았던 숨결이 멈췄다.
아쉬운 느낌에 무거운 눈을 뜨자 공준이 눈앞에 있었다. 씻은 듯 살짝 젖은 머리에 유분기 하나 없이, 마치 광고에서 튀어나온 듯 말끔한 모습이었다.
내 손은 그의 배와 허리쯤을 헤매고 있어서 공준의 눈이 커져있었다.


나는 서둘러 손을 거둬 이마에 올리고는 잠시 상황파악을 했다. 그리고 헛웃음이 나서 눈을 감고 킥킥댔다.

“왜 웃어요?”

“그냥.”

“.....”

널 루피라고 착각했어.
나는 생각만 하고 이 말은 하지 않았다.

“넌 아침에도 이렇게 잘생겼는데 지금 일어난 내 모습이 어떨까 생각하니 웃겨서.”

“... 제가 잘 생겼어요?”

“응, 많이 듣는 소리 아니야?”

나는 눈을 감고 졸음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제 쇼장에서도 사람들이 네 이야기만 하던데.“

“형한테는 처음 들었어요.”

아...
그랬었나?
꽤 말한거 같은데.

나는 제대로 눈을 뜨고 공준을 쳐다봤다.
그러자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얼굴이 뜨끈해지는 것을 느낀 나는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피했다.

“형은 자고 일어난 모습도 예뻐요.”

“습, 잘 생겼다고 해야지. 지금 몇 시야?”

"8시요. 8시에는 일어나야 한다고 했잖아요.”

“... 벌써 8시야?”

나는 하품을 쩌억하며 기지개를 폈다. 내가 잡아달라고 손을 뻗자 공준이 웃으면서 당겨 일으켰다.
그리고는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머리를 긁으며 욕실로 가 정신이 들도록 샤워를 했다.

씻고 나오자 그가 주방에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준은 나를 보더니 방금 내린 커피를 들고 다가와 건넸다.

“고마워.”

마침 입안이 까끌거렸는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따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커피에 우유를 적당히 섞은 내 취향의 커피라서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커피를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공준은 대체 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이 아이는 혼자 차곡차곡 나를 알아가고 있었던 걸까.

뭔가 미안해졌다.

아냐, 지금부터 알아가면 되지. 벼락치기 암기는 내 특기니까.

“왜요? 우유 더 섞을까요?”

“아니, 아주 좋아.”

“달걀 어떻게 먹고 싶어요?”

“음... 노른자 반만 익혀서.”

“알았어요.”

커피를 마시며 곁눈질로 그가 익숙하게 달걀을 깨는 모습을 지켜봤다. 기름냄새가 퍼지고 달걀이 지글지글 익는 소리가 났다.

얼마 안 있어 내 앞에는 달걀과 베이컨, 빵이 담긴 접시가 놓였다. 방금까지 식욕이 그다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입에 넣으니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진짜 맛있어!”

공준은 칭찬에 살짝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특별할 것도 없어요. 그냥 댤걀후라이인데요.”

“쉬운 것 같은데도 어렵지 않아? 기름 온도 맞추는 것부터 겉은 바싹 익은 것 같은데 속은 흐물거리거나. 특히 뒤집을 때 난 언제나 노른자를 터트리고 말아.”

말을 마치고는 나는 다시 한번 달걀을 입에 넣었다.
딱 좋은 식감이었다. 내가 정말 맛있게 먹자 공준이 자기 접시에 있던, 아직 손대지 않은 달걀을 내 접시에 옮겼다.

“너는?”

“다시 만들면 돼요. 형 어서 먹어요. 조금 있으면 나가야 하잖아요.”

“너는 언제 출발해?”

나는 사양하지 않고 두 번째 달걀에 손을 대며 물었다.

“11시에 공항으로 바로 갈 거예요."

“그렇구나.“

공준이나 나나 산하령이 끝나고 스케줄이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늘었다. 늦게 오른 인기에 고마운 일이었지만 체력은 따라가지 못해 서로가 체중은 조금씩 줄어가고 있었다.


나갈 준비를 끝마치고 나오자 공준은 설거지를 막 마친 상태였다. 아침을 얻어먹었으니 설거지는
돌아와서 내가 하겠다고 그냥 두라고 말했는데도 공준은 기어이 해버렸다.

신발을 구겨신으며 나가려고 할 때 공준이 나를 불러 세웠다.

“형, 우리....”

“응?”

나는 손목시계를 보다가 공준을 쳐다봤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공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목의 옷깃이 안으로 말려들어갔어요.”

“아...”

그의 손가락이 옷깃을 꺼내기 위해 옷 속으로 들어갈 때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공준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옷깃을 세우는 사이
바지 뒷주머니에 꽂은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매니저였다.

“어, 왜?”

[왜 안 내려와?]

“지금 내려가.”

나는 신발 앞코를 바닥에 툭툭 두드리며 발을 욱여넣으며 말했다.

이놈은 평소에는 늦으면서 가끔 빨리 도착할 때면 마치 늘 내가 늦는다는 듯한 말투로 재촉인다.
나는 어깨와 귀 사이에 휴대폰을 낀 채 가방을 들고 공준에게 들어가라며 손짓을 했다.

[빨리 와. 오는 길에 보니 사고가 나서 길이 밀리더라고!]

“알았어. 지금 내려....”

“윽.....”

[뭐라고? 여보세요?]

나는 공준의 품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친절하게도(과연?) 공준은 나를 안으면서 떨어질 것 같은 내 휴대폰을 잡아주었다.

[잘 안 들려. 여보세요? 전파가 또 왜 이 모양이야?]

한쪽 귀에 꽥꽥대는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공준의 품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며 휴대폰의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는 다시 뒷주머니에 넣었다.

공준은 내 얼굴에 짧게 키스를 마치고 다시 한번 힘을 줘 나를 껴안았다.

“잘 다녀와요. 몸조심하구요.”

“어... 응.”

나는 열이 오른 얼굴에 손을 대보고는 허둥지둥 문을 열고 나갔다.
지난번 호텔에서와는 반대로 이번에 손을 흔들어 배웅하는 쪽은 공준이었다.

그를 혼자 두고 간다는 것이 뭔가 발걸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그 때 그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아…맞다. 현관에서 공준이 하다 만 말이 뭐였지?

‘형, 우리…’

형, 우리. 다음에 적절한 말이 뭘까 생각하다가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을 쳐다봤다.
살짝 붉어진 자신의 얼굴이 꽤 낯설게 느껴졌다.

이렇게나 티가 난다고?

갑자기 기침과 가난, 그리고 사랑은 숨길 수 없다. 는 터키 속담이 떠올랐다.

나는 터키 조상님들의 찰진 비유에 감탄을 하며---
둔한 매니저에게 혹시라도 걸릴까 두 손으로 열심히 얼굴을 마사지를 하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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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촬영은 패션잡지 화보 촬영이었다.
수많이 준비된 의상을 갈아입으며 의상마다 메이크업과 헤어를 고치고 정신이 없게 움직였다.
현장에서 짧은 디렉팅을 듣고 나른한 오후를 보내는 느낌으로 컨셉을 잡았다.

사진작가는 촬영이 들어가면 날카로운 느낌이었지만 컷이 나면 현장 분위기를 재밌고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주어서 나름 편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

화보 촬영 후 영상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의 휴식시간이 있었다.

나는 뻣뻣해진 목덜미를 주무르며 소파에 앉아 테이블에 놓인 차를 마셨다.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 기사를 읽다가 그만 입 안의 차를 뿜을 뻔했다.

상위 검색어에 공준의 이름이 있었다.
기사를 클릭하니 어제 패션쇼에서 찍힌 공준과 그 왕홍의 사진이 나왔다.

와…
기자 누구야.
왕홍은 실물보다 100배 예쁘게 찍어놓고 얘는 이렇게 밖에 못 찍는다고?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기사 내용은 공준과 이 왕홍이 근래 행사에서 자주 만나 친해졌고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진 듯하다(?)라는 내용이었다.
기사야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자기네들 좋을 대로 입맛에 맞게 쓰고 악수만 해도 연애처럼 포장하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사진 속 두 사람이 나누는 눈빛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 호감을 느낀다고 생각할 만큼 친해 보였다. 또 다른 기사에는 내 얼굴에 만화같이 핑크색 빗금을 그려 삐진 듯한 사진을 그들의 사진 옆에 붙여놓고는 “라오공! 내가 있는데 어떻게?!”란 타이틀을 뽑아놓은 것도 있었다.

미친. 이렇게 저렴한 기사는 또 오랜만이네?

기사를 읽는 내내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였다.

어차피 삼류 기사였다. 하지만 이제 막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한 공준의 네이밍 파워에 힘입어 이 삼류 기사는 인기 검색어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밀려오는 두통에 관자놀이를 누르며 눈을 감았다.

그 때 매니저가 들어오더니 손으로 내 이마를 짚었다.

“왜?”

내가 인상을 쓰며 눈을 뜨자 매니저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메이크업 담당이 너 열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입술 발색이 진하게 나온다고. “

“그래서?”

“확실히 열나네.”

매니저는 내 옆에 털썩 앉으며 아이스커피를 들어 쪼옥 쪼옥 빨아먹기 시작했다.

“그거뿐이야?”

“그럼 뭐?”

“약을 주던가 아니 그것도 없으면 걱정이라도 좀 하던가. 너 매니저 맞아?”

“약은 있다가 끝나면 사러 갈 거고, 너 괜! 찮! 냐! 당분간 쉬지 못하니까 얼른 나! 아! 라!”

내가 소리를 지르자 매니저도 지지 않고 내질렀다.

“됐지?”

아오! 이 얄미운 자식. 회사에 말해 매니저를 교체를 하든지 해야지 이놈과 계속 있다가는 스트레스로 일찍 죽을 것 같았다.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켜 그가 마시던 커피컵을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내용물이 뿜어 나와 매니저의 얼굴을 적셨고 그는 커피 범벅이 된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쌤통이다! 메롱.

나는 혀를 내밀고는 후다닥 문을 열어 화장실로 도망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내가 팔팔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다음 촬영이 준비될 때까지 점심시간이 포함 된 휴식이 주어졌다. 나는 전혀 식욕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대기실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당연히 내 안위따위 신경도 안쓰는 매니저는 스태프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나는 긴 소파에 누워 잠시 휴대폰을 꺼내봤다. 공준으로부터 부재중 착신이 3건과 보면 연락을 달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나는 가볍게 무시하고 검색창에 들어갔다.

이럴수가. 결국 ’공준 열애‘라는 검색어가 1위 자리를 차지해 있었다. 기사를 눌러보니 좀 더 자세한 내용이 업그레이드 되어 있었다. 둘은 이미 교제중이란 내용이었다. 그리고 아까는 보지못했던 새로운 다각도에서 찍힌 사진들이 많았다. 둘이 마치 입을 맞추는 듯 한, 각도의 문제일거라고 여기고 싶을 정도의 사진도 있었다.


늘 수고해주시는 파파라치와 사생팬 여러분들.
저는 여러분들의 노고 덕분에 이렇게 편하게 소파에 누워 연인이 바람피는 현장를 목격하고 있습니다...제가 참으로 염치가 없군요.


나는 그들의 대한 보답으로 싫어요,버튼을 꾸욱 눌렀다.


정말 착시일까.
선남선녀끼리 입을 맞췄을 수도 있지...

나는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아문 상처이지만 상처가 생길 때는 꽤 아팠었다.


‘형, 우리...헤어져요.’

그럼 아침에 공준이 말할려고 하던 게 이거였을지도 모르겠네.

뭐, 아무래도 좋아.

눈을 감으려고 휴대폰을 탁자에 두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발신화면이 뜨며 공준의 얼굴이 나타났다.
나는 깜짝 놀라 이 전화를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을 했다.

니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 혹시 기사 봤어요?”

다급한 공준의 목소리가 전화너머로 울렸다. 공항인지 주변이 꽤 시끄러웠다.

“무슨 기사?“

”........“

기사는 못 본척 하자!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물었다. 그러자 공준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잠시 시간을 두더니 말을 이었다.

”그냥 아무것도 보지 말아요. 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떠들어대는 말은 믿지 말아요.”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는거야?”

“그냥 말할게요. 오늘 제 기사가 좀 많이 떴어요. 하지만 전부 사실이 아니니까 형이 보지 않았으면 해요. 이건 직접 만나 말을 하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요.“

전화로 이별통보는 아닌가보네. 예의바른 것같으니.
나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래, 알았어.“

대답이 너무 담백했나? 공준이 수화기 너머로 잠깐 침묵을 지켰다.

“....이미 알고 있는거죠.“

나는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혹시 이거 말하는거야? ‘어제 한 매체는 공준이 유명 인플루언서인 Mei와 연애 중이라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화장품 광고를 통해 만나 서로 호감을 느꼈고....’”

내가 기억을 더듬으며 대충 중얼거리자 공준이 작게
탄식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그래.“

”형, 설마 기사를 믿는 건 아니죠?“

나는 뭐라고 대답할지 조금 고민했다.

“모르겠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머리를 흔들다가 순간 핑-도는 어지럼증을 느꼈다. 매니저가 말한대로 지금 나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다음에 말하자.”

자존심이 있지. 내가 먼저 찼으면 찼지, 차이지는 않을 것이다. 어이없게 차이는 건 그 때 한번 당해봤으면 됐다.

어쨌든 지금은 때가 아니야. 내가 전투 준비를 하고 올 때까지 딱 기다려라, 공준!

“나 이제 일해야 해. 전화 끊자.”

거짓말이었다. 아직 휴식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난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었다.

공준의 작은 한숨소리가 들렸다. 누가 가까이 있는지 갑자기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 언제 통화가능해요? 그 때 다시 말해요.”

“....밤에 하자.“

“그럼 밤에 전화할게요. 꼭 받아요.”

“.......”

“형. 제발....”

“알았어.”

나는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건너편 소파에 던진 후 눈을 감았다.

“멍청이.”

멍청이 바보 쪼다
바보같이 입술을 허락한 내가 죄다....죄야. 따흑-





준저
지음비
산하령
공준장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