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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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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가의 적자를 소실로 들이다니, 이게 가당한 말씀이시오!”

“……”


남희신은 이마를 누르고 싶은 충동을 애써 눌렀다. 섭가의 사신 중에 바로 섭회상의 외숙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는 사신을 돌려보냈을 것이다. 그가 음인임을 밝혔을 때부터 소문은 적지 않았지만, 혼사가 시작되고서부터는 범인들의 저잣거리에서조차 소문이 무성했다. 섭명결의 간곡한 부탁이기에 잠시 시끄럽더라도 눈을 감고 맡아주려 것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소세가에서조차 양인 아들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은근한 초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수선세가가 언제부터 이렇게 축첩에 관대해졌다는 것인지 도통 모를 일이었다. 더구나 그가 기억하는 음인은 보통 명의 양인과 맺어져 정조를 지킬 것을 요구받았는데 유독 자신에게만 이렇게들 귀찮게 구는 것인가. 어쨌든 골치아픈 사태를 일으켰음이 틀림없는 말썽꾸러기가 외숙을 말리는 소매를 잡으며 아이고 숙부, 그리 말을 험하게 하십니까. 이제 식구가 사이인데…”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을 치어보았다.


그럼 지금이라도 돌아가시면 아니오.”


희신의 오른편에 앉아 있던 남계인이 불퉁하게 내뱉었다. 그는 혼사에 긍정적이었지만 다른 장로들과 달리 남희신을 걱정해서 권한 뿐이었다. 그에게는 희신과 망기 손수 기른 조카들이고 망기가 그렇게 것에 잠시 희신을 탓하기도 했지만, 뒤로 희신이 망기를 손수 돌보아온 것에 마음에 누그러졌다. 물론, 희신이 조카손주들을 안겨줄 때마다 미묘한 표정을 짓기는 했다. 그로서도 마음이 편안한 혼사는 아닌데 상대편이 어깃장을 부리자 마음이 상한 모양이었다.


뭐라구요! 지금 범인들 저잣거리까지도 섭가의 둘째 공자가 남가의 소실로 들어간다는 소리가 파다한데 이제와서 돌아가라니요! 혼삿길은 이미 막혔으니 기라는 거요 뭐요! 아니 아정한 남가가 인륜지대사에 이렇게 치졸하게 미처 몰랐소이다!”

이보시오! 말이라고 하면 되는 아시오!”

이보, 계인, 진정하시게 장로께서도 귀한 질자를 떠나보내자니 마음이 편치 않으셔 이러시는 것이니…”


남계인이 눈을 부릅뜨고 맞서자 함께 앉아 있던 남가 장로들이 그의 팔을 잡으며 만류했다.


장로님들, 그만하시지요. 며칠 뒤에 종주가 직접 오신다고 하셨으니 기다렸다 논의하면 일입니다.”


남희신이 조용히 일어서며 말했다. 양가의 장로들이 무안한 입을 다물자 남희신이 섭회상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회상은 나를 잠시 따라오거라.”

아니 어찌 양인과 음인이 유별한데  둘이 있겠다는 말이요!”

외숙도 , 부군(婦君) 되실 텐데 그렇게 딱딱하게 구십니까. 그러니까 나이 되시도록 장가도 가셨지요.”

, …! 회상이, …!”


외숙이 팔랑거리며 희신의 뒤를 따라가는 철없는 조카를 보며 이마를 잡는 것을 보고 남계인은 조금 누그러진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곁방에 따라온 섭회상이 자리에 앉자 희신은 말없이 차를 끓였다. 차를 따른 찻잔을 내밀자 섭회상이 감격스럽다는 듯이 호들갑을 떨며 차를 마셨다.


청심음 때문에 이러는 거라면 악보를 터이니 그만 돌아가거라.”


남희신이 무심하게 말했다.


…! 아니 희신형님도 갑자기 무슨 무정한 말씀을…!”


섭회상이 사레가 들렸는지 찻물을 흘리며 말했다. 희신은 회상에게 영견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


명결 형님에게 청심음을 들려드리려고 이런 소동을 피운 아니냐?”


남희신도 섭명결의 도령이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는 운심부지처를 떠날 없고 섭명결도 자주 들리기는 했지만 역시 도령을 가라앉히는 충분할 정도는 아니었다. 가문의 비전이라 가문 밖으로 내돌릴 없는 곡이나, 회상이 명목 상으로라도 남가 사람이 된다면 명분은 만들어지는 셈이었다.


제가 희신형님에게 반한 것은 이제 세상이 아니는 일인데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천하제일미라 불리는 분이.”

“…농이나 하려 것이면 이만 돌아가거라.”


남희신이 싸늘한 표정으로 노려보자 섭회상이 손을 들어 희신의 손을 덥썩 잡아 끌어당겼다.


저는 이래서 희신형님이 좋아요. 강남의 봄날처럼 아름답고, 운심부지처의 샘물처럼 차갑고, 총명하시지만 지저분한 사람 속은 모르시죠. 그러니 경망스러운 입들이나 진흙덩어리 같은 이들도 장로랍시고 집안에 눌러붙어있게 두시는 거죠. 망기형은 이미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니, 곁에 사람을 두셔야 하는 아시잖아요? 아영은 저리 천진하고 아희는 총명하나 여아에 둘째, 아소는 평생 지켜줘야 사람이 필요할 텐데. 희신형님은 망기형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없으실 텐데 아이들은 누가 지켜줄까요?”

“……회상아.”


남희신이 가까이 다가온 회상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아버지! 아버지!”

아니, 이게 무슨! , ….”

조부, 부친은 어디 계십니까?”


갑자기 들려온 아이들 소리에 남희신과 섭회상은 그대로 문가를 쳐다보았다. 조용한 남가에서는 드문 무엇인가 우당탕 구르는 소리와 함께 곁방 눈이 활짝 열렸다.


아버지!”

부친!”


남희신은 눈을 깜빡였다. 남망기가 문가에 왼손으로는 남희의 손을 잡고, 남소를 안은 남영을 오른팔 위에 얹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아이들의 시선이 아직 섭회상이 부여잡고 있는 희신의 손으로 떨어졌다가 서로 달라붙은 듯이 보이는 사람의 자세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의 똑닮은 동생, 아들, 딸은 똑같은 표정이 되어 그를 노려보았다. 방안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서리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느낌에 희신은 저도 모르게 회상의 팔을 잡에 뒤에 밀어놓았다.


“……”


그리고 이제 원망과 억울함, 서러움이 담긴 크고작은 쌍의 시선이 남희신에게 쏟아졌다. 심지어 아소조차 원망스러운 표정이었다.


“……”


당당한 남가 가주는 태어나서 이렇게 막막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신중하게 무슨 말을 할지 고르고 있을 , 그의 뒤에서 얼굴을 내민 회상이 입을 열었다.


그럴 줄은 알았지만 진짜 빼닮았네! 우리 애도 형님만 닮으려나? 혼사 걱정은 없겠네요! , 망기형, 오랜만이네요! 이제 제가 장가 들면 진짜 형님이 되는 거네요!”


그리고 8 만에 피진의 투명한 검신을 남희신은 동생의 영력에도 아무 문제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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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령 망기희신 약 회상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