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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7 14:17
이명헌 어떠냐.

비밀 연애? 저게 비밀 연애면 이 세상에 공개 연애라는 단어는 사라져도 됨.

사실 여름부터 우성이가 명헌이를 좋아하고 있다는걸 눈치채지 못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 그도 그럴게 하루의 시작이 명헌이 형으로 시작해서, 명헌이 형으로 끝나는걸?
명헌이도 맘이 아주 없는건 아니었음. 다른 부원들과 똑같이 대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시선 끝이 항상 우성이를 향하고 있다는걸 주전 모두가 알고 있었지. 몇몇 부원들은 언제 사귀기 시작하나 내기를 하기도 했음.

그리고 그 결실은 윈터컵에서 우승하던 날 맺어진 모양이야. 다음날 두 눈이 퉁퉁 부어 나온 우성과 명헌이를 보며 숨어서 웃느라 얼마나 고생이었는지... 사귄다 어쩐다 말이 없길래 비밀연애라도 하나보다 싶어 지켜주려고 했음.

그런데, 네, 비밀 연애 그런건 없었구요.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명헌이가 얼마나 우성이에게 들러 붙어 쭈물거리는지, 무슨 찰흙놀이를 하는 줄 알았음.

코며 뺨이며 바싹 깎아서 까슬까슬한 머리며, 하루 죙일 쓰다듬고 쪼물거림.

" 야 우성이 얼굴 닳겠다... "

" 왜용..."

" 마쟈여,져흔 걘챤아여"

" 쟤 말도 못하는거 봐..."

" 누가 지점토 가져와봐, 저정도면 눈감고도 정우성 피규어 제작 가능할껄? "

" 진짜 눈감고 누군지 맞추는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주변에서 혀를 내두를정도로 함께였던 둘이었는데, 결국 둘이게도 이별이 찾아옴.

명헌이의 갑작스러운 은퇴가 그 시발점이었음.

2-3 년 뒤 미국에서의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에서 명헌과 함께 농구하길 계획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은퇴를 한다니 우성 입장에서는 너무 섭섭했지.
더구나 지금 바로 국내 리그로 간다니까 그것도 절대 안된대.
그럼 코치나 감독을 준비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더이상 농구과 관련된 어느것도 하고싶지 않다는거야.
사실 그 말이 헤어짐의 방아쇠를 당겼지.
더이상 명헌이형이 나와 함께 농구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 말이야...

우성은 명헌이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하나씩 상자에 담기 시작했음.

네가 떠오르는 향이라며 보내준 맞춤 향수.

유행이라며 같이 손잡고 만든 손 석고

둘의 목소리가 담긴 인형

하나같이 명헌이의 조각들이 담긴 것들이라 정리하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그렇게 둘은 길었던 연애를 마무리 지었음.

흐르지 않을 것만 같던 그 날의 시간은 결국 흘러흘러 과거의 어느날이 되었음. 우성은 계획했던 것 보다 몇 년을 더 미국 리그에서 활동했고 얼마전 귀국했어. 명헌이 형의 소식을 들으면 괜히 마음이 약해질까봐 다른 형들에게도 먼저 연락하지 못한지 꽤 됐는데, 우성이의 귀국 소식을 듣자마자 현철이 형, 낙수형, 동오형, 등 과거 주전 멤버들 모두가 환영한다는 연락을 해 왔음.

명헌이형을 제외하고.

시차 적응을 핑계로 환영 파티를 일주일 뒤로 미루고선 우성이가 향한곳은 산왕 공고였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여전히 시골이긴하지만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 버스 정류장 부근에 차를 정차하고선 휴대폰 지도를 이리돌리고 저리돌리며 한참을 헤매고 있던 중 누군가 등 뒤로 부딪혀 넘어졌음.

" 어, 죄ㅅ-"

"우성?"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 목소리, 그 향기를.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는 우성의 발치에서 명헌은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고 바닥을 더듬거리더니 곧 지팡이를 짚으며 일어나 왼손을 제 옷에 슥슥 닦고선 팔을 뻗었음.

빈 공간을 더듬거리던 명헌이는 곧 우성이를 발견하고선 그 뺨을 한번 쓸었어. 예전처럼 쪼물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지.

" 우성이 맞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