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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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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던 떡대 천사 앞에 나타난 마치다는 가증스럽게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이었음. 근무복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보통 악마들은 검은 옷을 선호했고 천사들이 흰 옷을 즐겨 입었겠지. 왜 멍청하게 울고 있냐는 말에 노부는 커다란 주먹으로 눈물을 훔침.

"내가 이 도시로 온 날부터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일만 생겨나요. 아니 그러니까... 안 좋은 일을 만드는 게 당신인 건 알지만, 나도 그만큼 행운을 줘야 하는데... 솔직히 버거워요..."

"당연하잖아. 너 같은 신입이 날 따라올 수 있을 것 같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널 여기에 보낸 건지... 하여튼 천사들 멍청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나 좀 봐주세요 마치다씨..."

악마와 천사들은 알고 싶지 않아도 서로의 이름과 나이, 경력, 규칙 위반 목록 등이 머리 위로 표시 됐음. 이름따위를 물어오는 건 인간들 뿐이었겠지.

"뭘 어떻게 봐달라는 거야. 나더러 일을 조금만 하라고? 그것도 천사를 위해서?"

불바다가 되어가는 밤거리를 내려다보며 노부는 끄덕거렸음. 이 도시에서 200년이나 일한 마치다와 달리, 천사들은 꽤 자주 바뀌었는데 그게 실력이 쌓일 때쯤이 되면 바로 본국으로 불러 이런저런 행사에 초대하고, 진급을 시켜주고, 그딴 헛짓거리를 하느라 더 훌륭해질 기회를 놓치는 거였음. 그럴 수록 마치다는 더 강한 악마가 되어가고, 이 도시를 자기 손바닥처럼 훤히 알 수 있었겠지. 30년에 한 번씩은 꼭 새 천사가 왔지만, 이런 신삥은 처음이었음.

"한심하긴. 그렇게 큰 덩치를 하고 우는 거... 진짜 꼴사나운 거 몰라? 천사들은 덩치가 왜 그렇게 큰 거야."

눈 앞의 천사에게 핀잔을 주는 와중에도 마치다는 계속 머릿속으로 일을 하고 있었음. 은행까지 불타고 사람들은 지폐더미가 불 타기 전에 한 장이라도 건지려 서로를 밀쳤지. 얘는 계속 울고, 사람들의 욕지기와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황홀했음. 하지만 예전만큼 통쾌하진 않았을 거임.

"그만 좀 울어. 시끄러우니까."

머릿속으로 일하던 걸 멈춘 이유가 두통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사실 인정해야했음. 멈추지 않고 울어젖히는 바보 같은 놈이 신경쓰여서라고. 천사들은 덩치만 커다랗고 전부 망할 꼬맹이 같다며 투덜대면서, 마치다는 노부를 집으로 데리고 가 씻게했음. 샤워실을 내어주고 뜨거운 커피를 한 잔 타줬지만, 하얀 거품 올린 코코아가 아니면 싫다고 해서 싱크대에 버렸을 거임. 그리고 그걸 버리면 어떡하냐며 울상 짓는 얼굴이 정말 성가시고 짜증나서 닥치고 잠이나 자라고 했더니 베개를 들고 옆으로 붙어오는 모습에 결국 폭발했겠지.

"너 그렇게 귀여운 척 하면 내가 널 봐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적당히 해! 내가 본 천사들 중 제일 짜증나는 놈이야 넌!"

노부는 베개를 이리저리 주물거리며 자기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었음. 그리고 마치다 무릎 위에 베개를 올리고 보란듯이 편안한 표정으로 누움.

"무거워... 스즈키 이 돌대가리 천사 새끼야."

악마와 달리 천사들은 잠을 잘 자겠지. 천사들이 일을 못하는 건 아무래도 잠을 자서라고, 너희가 자빠져 자는 동안 악마들은 계속 깨어있기 때문에 인간들이 살기 힘든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도 노부는 이미 잠들어 있었을 거임. 잠을 자지 않는 마치다는 불덩이가 된 도시를 눈 앞에 그려봐도 별로 즐겁지 않은 자신에 놀랐음.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