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기분 있잖음 어렸을 때 엄청 가깝게 지냈던 (내심 속으로 좋아하는 마음도 있었던) 소꿉친구랑 어느 순간 헤어져서 한동안 못 만나고 지내다가 나중에 장성한 어른 되어 문득 재회했을 때의 기분 몬지알지

뭔가 내가 아는 정우성 아닌 것 같고 너무 키 크고 얼굴형도 좀 변했고 까불까불하는 분위기 완전 없고 강아지가 갑자기 개되면 이런느낌일까 이젠 금방울어용이 아니라 안울어용같아용 어떻게 말을 걸어야될지 모르겠다삐뇽

뭔가 내가 아는 명헌이형 아닌 것 같고 더 작아진 거 같고 얇아진 거 같고 머리 기르니까 유니폼이 아니라 트렌치코트를 입어야될 느낌이고 말로 설명을 못하겠는데 형이 원래 이런 분위기였나.... 이거 어떻게 말을 걸어야될지 모르겠네 정말

어색하니까 서로 딱 만나는 순간에는 ㅈㄴ 과장되게 Woow 오오쓰 마이 브로 오랜만~~~ 하면서 포옹인사 주먹인사 그리고 바로 떨어지는데 급격히 볼륨 작아지더니 얼굴 못마주보고 손바닥 바지에 문지르면서 하하... 하... 웃는 우명


아 형 진짜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잘 지냈어요?
으응 반갑네 잘 지냈지 너도?
네 잘 지냈죠 아 그 날씨가 너무 좋네요~
어어 그러게 날씨가 좋네
그러게요ㅎㅎ 미국도 날씨ㄱㅡ
미국도 날ㅆ(오디오겹침)
.....
.....
미국....도 날씨 좋아요! 뭐랄까 처음 출발했을땐 좋았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 그래도 토네이도 올 걱정은 없어요 저 사는 데는 토네이도 잘 안오는 데라서 근데 기후변화때문에 가끔씩 상륙할때가 있대요
아 그래 그렇구나 미국 날씨... 미국 날씨는 여기저기 다르겠지?
그쵸? 아무래도 미국은 넓으니까
어 엄청 넓지 맞어 응
아메리카 이즈 빅~


언뜻 보면 그래도 나름 리드하고 있는 정우성이지만 사실 개 아무말 하고있고 손바닥에 식은땀 나서 죽을거같고
이명헌은 대놓고 말더듬이임
서로 어딘가 낯설고 다른사람같고 단둘이 있는 이 순간이 어색해 죽겠는데 하필 산왕즈 다같이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에 둘만 먼저 도착해버림.....
다른 사람들....아직 안옴....


하하하 그러니까요 저는 한국 오랜만에 들어와가지고 형들도 보고 한식먹을생각에 되게 기분좋아요
아 이런게 한식인가
아 이렇게 고기굽는 거 완전 한식이에요 할리우드 영화배우들도 이렇게 먹는거 좋아한대요 형은 영화 뭐 좋아해요?


정우성 이자식 갑자기 왜 급발진이냐고 왜 느닷없이 소개팅하고있냐고 같이 농구하던 고등학교 선배랑?! 한때는 밥도같이먹고 잠도같이잔(sleep의 의미) 학교 동문 선배랑?!
머릿속으로 스스로를 줘패고 있지만 얼굴은 웃고있는 우성이랑 우성이가 뭔 질문을 하든 별로 이상하게 안 느끼는 이명헌 왜냐하면 ㅈㄴ 어색하니까


영화 음 나는 뭐 공포영화 잘보지
아 공포영화~ 맞아 형 기숙사에서 주온 이런거 비디오 빌려와서 다같이 봤었죠
어ㅋㅋㅋ 너는 무섭다고 안봤잖아
맞아맞아ㅋㅋㅋ 지금봐도 무서울까? 나는 미국 월세가 더 무서워서 이제ㅋㅋㅋ


기숙사 시절 얘기하니까 그래도 좀 어색함이 가시는 느낌에 안도하는 우명이들... 그제야 쬐끔 이 거대문짝수컷이 그 아기꽃사슴정우성같고 이 개에바처연미인이 그 딱뚝콱주장형같음 쬐끔...ㅇㅇ

그래도 여전히 어색하긴 어색해 인사하고 날씨얘기하고 밥얘기하고 소개팅st 대화 나누는데 이 어색함을 어떻게 완전히 없앨수가 없어서 잠깐 침묵속에 애꿎은 폰만 보다가..... 아 다른 애/형들 언제 오냐고..... 볼것도 없는 인스타 피드 의미없이 내리는데 또 정적 못참아 언저 말 거는 정우성


형 근데 왜 어미 뗐어요? 이제 안해요?
아.. 어. 어..


안뗐는데 엉겁결에 뗐다고 해버린 이명헌ㅋㅋㅋㅋㅋ 낯설어서 컨셉 못챙긴것조차 잊고있음
정우성 신기하다는듯이 형이 그런거 뗄줄 몰랐다고 말함 형은 정말 컨셉에 진심같았는데 형도 저도 성인이 됐나봐요 역시 우리가 다같이 고2병을 앓았던거겠죠 농담하고 하하 웃어보임ㅋㅋㅠㅠ 고2병이라니.... 아닌데용....ㅠ 이명헌 갑자기 아니다삐뇽 나 아직 어미 붙인다 삐뇽 그러지도 못하겠고 웃는것도 안웃는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 짓고 있음


근데 그때 솔직히 베시뿅 없었으면 형 처음 봤을때 무서웠을것같기도 해요ㅋㅋ
나 안 무서워
아 나중엔 안무서웠어요 솔직히 계속 들으니까 좀 귀여웠던 거 같아ㅇ콜록콜록콜록!!


저도 모르게 뱉어놓고 사레들린 정우성
콜록콜록콜록콜록 숨넘어가게 기침하는 장정 보면서 이명헌 당황해가지고 물티슈 휴지 뜯어다가 건네주고 괜찮냐고 물어봄 얼굴 새빨개진 정우성 기침하느라 뻑난 목소리로 괜찮아요 아 그거 농담인데 콜록콜록 함 그럼 이명헌 귀에 아까 음성이 반복재생되는거임 솔직히 계속 들으니까 좀 귀여웠....

아 시발 어색한데 얘는 왜 그딴 말을....!!!!!

덩달아 화끈 피 쏠린 이명헌 도저히 안되겠다 화장실이라도 갔다와야겠다 하고 일어서는데 그때 고깃집 문 열리는 소리 남 정우성 이명헌 둘다 고개 홱 돌리니 문 밖에서부터 산삼즈 우르르 들어오는거임 다 김낙수 차 타고 오느라 같이왔다고 함

정우성 신현철이랑 정성구 보자마자 현철이형~~~~~!!!! 성구형~~~~~!!!! 하고 으아앙 안겨들었으면 좋겠다 형들 보고싶엇어요 우성이 보고싶엇어요ㅠㅠㅠㅠㅠ 제가얼마나기다렸는지아세요ㅠㅠㅠㅠㅠㅜㅠ 이산가족 재회하듯이 부둥켜안고 감격스러워하다가 정우성 문득 자각하는거임
아 이런 아까 명헌이형이랑은 안이랬는데 나 좀 오바 했네 어 음

그래서 또 현철이형 안은 손 풀고 동오형이랑 낙수형도 끌어안고 몇번 방방 뛰다가 성구가 그만 눈물의 재회 마치고 자리 앉고 얼른 밥먹자고 말하니까 우성이 미소 띤 채로 자기 자리 가서 앉는데 앉다가 명헌이형이랑 눈 마주치는거임
이명헌 우성이 눈 마주치고 살짝 흠칫 하고는 바로 시선 피함



우리... 진짜 어색했던 거 맞나보다 삐뇽

아 명헌이형이랑은 안 그랬는데 진짜.. 음... 형도 느꼈겠지? 음...ㅋㅋㅠㅠ





다행히(?) 둘이 어색하든 어쩌든 1도 모르고 안물안궁인 산왕즈 왁자지껄 분위기 속에 다같이 술 몇잔 돌아가고 몇년만의 동창회가 즐겁게 치러지는데 이명헌 좀 풀어진 자리에 술들어가니 삐뇽거려서 정우성 속으로 뭐야 어미 쓰네 아까 왜 안쓴다 했지ㅋㅋ 하고 생각함

이명헌 금연중인데 정우성이랑 둘이 남을까봐 담타에 부리나케 현철이 따라서 같이 나감 신현철 걱정하는 듯 타박하는 듯 퉁명스런 목소리로 야 너 금연한다 안했냐? 펴도 돼? 라는 말 듣고있는 정우성 (동오도 금연중이라 동오랑 남아서 재잘재잘 떠듬)

이명헌 술기운 때문인지 정우성 화장실 간줄 잊어버리고 일어나서 화장실 가는데 하필 끝내고 나오던 우성이랑 바로 문앞에서 마주쳐버림
아... 형 그 안에 휴지 많이 있어요
정우성 무슨 말이라도 해야된단 생각에 휴지 많이 있단 말이나 하고 이명헌 어 응 고마워 하고 들어감
삐뇽 안해주네..

우리들 중 누가 제일 보고싶었냐는 성구 질문에 정우성 아 당연히 현철이형 이라고 대답하려다가 이명헌이랑 눈마주치고 자기도모르게 명헌이형이라고 해버림 아이 좃댓네 아까 ㅈㄴ 어색했는데 명헌이형이라 해버리면 뭔가 이상하잖아 젠장 근데 잘못말했다 하면 더 이상하잖아.... 아까 명헌이형 귀엽다고도 해버렸는데 젠자앙ㅠㅠㅠㅠㅠ 그런 우성이 마음도 모르고 일어나서 주먹뼈 우둑우둑 꺾는 신현철 아 그래 너 이명헌만 선배다 이거지 난 안보고싶었다 이거지~~ 명헌이가 그렇게 좋냐! 정우성! 헤드락 걸린 우성이 아 아니 진짜로 나 현철이형 말할라 그랬는데.... 안들리게 울먹울먹웅얼웅얼 함 근데 그 옆에 이명헌 있음








며칠 뒤에 호텔 숙소에서 둘이 알몸으로 깨어날거 생각하면 도파민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