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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1 18:57
집에 들인 업소 잔심부름이나 하던 애

맨날 구부정하게 고개 숙이고 다니던 애 허리 좀 펴라고 등짝 때려가며 놀렸더니

오 야 너 키 크다~
삐죽하게 키도 크고 얼굴 절반을 덮을듯했던 머리도 잘라놓으니까 진한 쌍꺼풀이 꽤나 귀여운

이명헌

야아 너 부르잖아요 이명헌 씨

... 이름 듣는 거 어색해서용

하긴 야 너 이 새끼 저 새끼 등등 뭐 이름 석자 불러주는 놈이 몇이나 됐겠냐마는

일 끝나고 집에 오면 깡소주나 털어마시고 엎어져 잤는데 이제는 따끈한 소고기국 끓여놓고 기다리는 애새끼 있다

느이 집엔 이명헌 없지?

아가 오늘 일찍 왔나 보네?

네 씻고 식사하셔용?

응 씻고 올게

씻으러 들어가는 최동오 입꼬리가 귀에 걸린 걸 저 맹한 꼬맹이는 알려나 모르겠네

동오가 용돈 하라고 쥐여준 돈으로 국에 넣을 소고기 한 팩 살 거 두 팩 사서 끓이고 요새 계란 값이 비싸니 조심조심 뒤집어서 한 계란말이

맛있네
아 우리 명헌이 식당 차려도 되겠다

오빠가 차려줘?

ㅂ1ㅂ1고에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래? 야 그래도 맛있어

명헌이랑 살고 나서 오늘 인상 왜 그러냐 소리는 덜 듣는 최 실장 아 살도 2키로 쪘다

총각은 집에 누가 기다리나 봐?
맨날 사가네 오늘 이것만 팔고 집에 가려고 두 개 더 넣었어~

아이고 감사합니다
집에 애 있어요 나만 기다리는

총각이 아니었네?

모르죠~
조심히 가요 이모

두툼한 붕어빵 봉지 안고 얼른 가야지

배고파용
지금 붕어빵 가는 중
붕어빵 빨리와용
붕어빵 뛰는 중

너 때문에 나 살찌잖아

그럼 드시지 마세용

참나 내놔 내가 산 거야

봉지 뺏어가자 입댓발 나와서 밍무룩

오빠 주세요~ 해봐



아 한 번만 슈크림 두 개 다 너 준다

오빠♡ 쥬세용~♡

최동오 괜히 꿀밤 한 대 날리고는 이거 딴사람 앞에서 하기만 해라 썽질 냄

...나한테 오빠 소리 듣고 싶은 사람이 또 어딧다구용... 붕어빵 왐냠 먹으며 하는 생각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나 싶은데
최 실장이 몸담고 있는 구역에 들리는 소문

왜 그 젤 높은 건물 거기 건물주 딸이 최 실장한테 관심이 있다네?
그쪽에 장가가봐 인생 피는 거지 어차피 이 뒷골목 밑바닥 인생에
근데그 애 하나 딸려 살잖아 그게 혹이지 뭐
뭐 최 실장 애도 아닌데 혼자 살면 어때 원래 그랬던 앤데 그냥 떼어놓고 김 사장 딸 만나면 되지~

몰라 최 실장이 걔 끼고 사느라 퇴짜 논 자리만 몇 개야
그러게 최 실장 와꾸면 엥간한 싸모 뒤는 닦아주고 살 텐데

이명헌 뒷통수에 콱콱 박히는 말들

사건의 발단은 최동오 생일날 아침 최동오 밤새 술 거하게 마시고 집에 들어가서 애 통통한 궁댕이나 좀 주무르다 잘 생각이었는데 왜 이리 집이 서늘하지?

추위 많이 타는 놈이라 이쯤이면 보일러가 팽팽 돌아가야 하는데...

식탁 위에 올려진 신발 박스 하나와 하얀 봉투

...

생일 축하해요
냉장고에 미역국 잇어요

미ㅣ안해

-명헌

짤막한 편지와 든 칠십만 원 정도의 돈 그리고 지나가다 동오가 예쁘다고 한 신발

우리 저거 사서 커플 운동화할까?

똑같은 거 있으면 헷갈려용

야 거절도 참 신박하게 한다


최동오 단박에 술 다 깨고 얼굴 허옇게 질려서 온 골목 가게 다 쫓아다니는데 마감하고 퇴근하는 업소 사람들 붙잡고 우리 애 봤냐고 그 입술 두꺼운 애 알잖아 우리 애 어딨냐 소리소리를 지름

뭐 원래 이런데 사는 애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가는 거야 그 나이에 장가나 가지 뭔 애를 키운다고

아 쪼옴!!!!

누구 돈 떼먹고 튀었어?

아니 애 없어졌데 그 눈 꿈뻑 꿈뻑 뜨면서 동그란 애 있잖아

최 실장네 미운 오리 새끼

뭘 그렇게 찾아 최 실장 좋다는 년들이 줄을 서는데

...

아무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늘 누가 사라지고 또 새로 오는 이곳 아무도 정붙여가며 살지 않는 곳에

나 혼자.. 정 붙였네

그 말

애 앞에서 한 적... 있어?
김 사장 딸이니 홍 부장 싸모니 그런... 얘기


몰라 여기서 하는 얘기들이 다 거기서 거기지

최동오는 일단 집에 가서 생각을 해보기로 했음

애가 갈만한 곳

가보고 싶다고 한 놀이공원

한강

자유의 여... 여긴 좀 아니고 패스

영화 보고싶댔는데

...





뉴스에 날씨만 나오면
오늘도 저기는 추워용

저기가 어딘데

동해

동해?

엄마가 나 낳은 곳
기억은 안 나용



...

동해


가기 전에 애가 끓여 논 미역국 퍼먹고
애가 사준 신발 신고

존나게 딱 맞네 씨발

미친 듯이 밟아서 도착한 동해
그리고 거기서 젤 큰 해수욕장

찬바람에 사람이 몇 없고 그중에 내 애새낀 없네

몇몇 개를 더 둘러도 보이지 않는 동그란 뒤통수

마지막 하나

관광지라고 하긴 뭣한 작은 마을

이제 어둑어둑해진 바다를 향해 뛰어가는데

하...

이명헌

들리면 안 될 그 세 글자가 왜 지금 내 귀에 들리는지

천천히 고갤 돌리는 그 까만 뒤통수

...

뭐라 말하기도 전에 최동오 가슴팍에 파묻히는 이명헌

들썩 거리는 몸통에 뭔가 뜨거운 게 닿는듯하고

왜 여기 있어
내 생일이잖아

나랑 밥 먹어야지
케이크도 먹고
저녁에 고기도 굽고

왜 혼자

왜...


생일선물

뭐?

나 없으면 최 실장이 더 행복하대서

누가 그래

... 울어용?



...왜

너 때문에
내가 지금 몇 시간을 달려서 여기 온 줄 알어?


너 때문에에!


집에 가자

안가용

그럼 이 신발은 왜 신었는데
나랑 같은 거 새 신발

너도 내 생각하잖아

...그래서 안 가

왜 내가 건물 몇 채씩 있는 놈 딸이랑 살면 행복할까 봐?
좆까라 그래 그런 거 다 필요 없으니까 좋은 말 할 때 집에 가자?

안 그럼 진짜 너 뒤지게 혼나

최실장 ... 바보에용
내가 뭐라고

이명헌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이제 해가 완전히 져서 어두운 해변에

우뚝 서서 눈물만 흘리는 두 남자



가자

동오가 내미는 손

손가락 하나 겨우 잡고는 한걸음 내딛는 이명헌

그 손 당겨서 손바닥 전체를 꽈악 겹쳐 잡고 성큼성큼 걷는 최동오


이사가자
집에 가면

어디로용

그냥 여기 말고 어디든

딱 70만 원 부족했는데 잘 됐어

... 그게 뭐에용 진짜

또 한참을 달려 도착한 낡은 빌라
잠든 애 안아들고 계단을 올라 올라 도착한 ...우리 집

어쭈
하...허 하 존나 숨차 너 아까부터 깨있었지

운동 부족용

니가 돼지라서 그렇거든

또 가출하면 이걸로 엉덩이 불나게 때려준다

신발 벗고는 이명헌 앞에 아까 쓴 구둣주걱 휘휘 흔들다가 통통한 궁댕이 한번 짜악 때림

아프지?

입 삐죽 거리며 궁딩이 쭈물거리는 애 보고
나가기만 해라 난 너 없으면 못 사니까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잡아올 거다

...무서워용!


후다닥 부엌으로 달려가서 미역국은 먹었어용?

그거 좀 다시 데워봐라 너 찾으러 갈려고 코로 들어가는지 목구멍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었으니까

통통한 엉덩이 씰룩 거리며 부엌에서 국 데우고 밥 푸는 이명헌

저 쪼끄만 머리통으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셨을까


아가

우리 강원도로 이사 갈까?




동오명헌
산왕 느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