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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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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ㅇㅌㅈㅇ






강징은 공주에게 새우죽을 떠먹이다가 황제가 이틀 연속으로 서비의 패를 뒤집었다는 말을 전해듣고 굳은 표정으로 숟가락을 내려놓았음. 아무렇지 않은척 표정을 수습하고 영견으로 공주의 입가를 꼼꼼하게 닦아준 후에 젓가락으로 채소 절임을 집어서 입에 쏙 넣어주니 오물오물 잘도 먹었음. 공주는 석반을 배불리 먹고 나서 유모와 함께 밖으로 나갔고 혼자 남은 강징은 식사를 하는 대신에 그릇에 놓인 떡을 집어들었어. 오늘따라 입맛이 없어서 허기를 면할 정도의 양만 먹고 말았음. 강징은 궁인에게 상을 물리게 하고 소금물로 입을 헹군 다음에 공주를 데리고 오라고 일렀음. 공주에게 어미랑 같이 세욕을 할까 물었더니 세욕이란 말에 아주 좋아하며 다리에 찰싹 매달림. 강징은 욕탕에 공주를 안고 들어가서 뜨겁지 않게 따뜻한 물을 조금씩 천천히 끼얹었음. 공주가 나무로 만든 조각배를 가지고 노는 사이에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 한숨을 쉬었음. 제 몸 상태가 이러니 시침을 못드는게 당연한건데도 황제가 다른 후궁의 패를 뒤집었다는 말이 왜 이리 서운하게만 느껴지는 건지 모를 일이었음. 강징은 기분이 울적해서 이제 제법 부른 태가 나는 배를 조심히 쓰다듬었음. 이 아이가 태어나면 다른 후궁들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까. 투기를 해선 안되는걸 알면서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밤을 보낼 황제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렸음.






강징이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자 심심해진 공주가 조각배를 가지고 와서 놀아달라고 조름. 조각배를 물에 띄우고 이리저리 만지는데 뭔가를 뚫어져라 보기에 무엇을 보냐고 했더니 아린은 언제쯤 되면 모친처럼 가슴이 커지냐고 물어봄. 강징이 갑작스러운 질문에 난처한듯 머뭇거리다 성인이 되면 저절로 커진다고 하니 성인이 되면 자기도 모친처럼 예뻐지냐고 물어볼거야. 강징이 우리 아린은 지금도 선녀처럼 이쁘다고 했더니 꺄핫하며 얼굴을 감싸고 좋아함. 강징은 공주와 물놀이를 빙자한 탕욕을 하고 나와서 욕의만 걸친 채로 궁인에게 수발을 들게 했음. 공주는 커다란 천을 몸에 둘둘 말고 쪼르르 침상으로 갔다가 유모에게 붙잡혀서 몸을 닦이고 새 의복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풍한에 걸리지 않게 화롯불을 쬐임. 강징은 머리를 말리고 궁인에게 빗질을 시켰는데 지난번에 황제가 머리를 빗겨주던게 생각나서 기분이 또 울적해짐. 편히 쉬고 싶은 마음에 머리를 대충 빗게 하고 공주는 유모에게 맡기고 나서 침상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왜 이리 마음이 허전하기만 할까. 강징은 모로 누워서 빈 옆자리를 보다가 눈을 감았음.






이튿날 이른 아침 강징은 수강궁에 문안을 들러갔다가 문앞에서 태후를 마주치고 급히 예를 올림. 태황태후께서 의복을 갈아입고 계신다는 상궁의 말에 잠시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음. 태후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강징이 입은 피풍의를 보더니 아직 날이 찬데 왜 이렇게 얇게 입었냐고 타박함. 요즘들어 통 음식을 못먹는다던데 도대체 어디가 안좋은거냐고 물어봄. 입덧을 할 시기는 지났는데 어찌 그러냐며 음식이 넘어가지 않아도 태중의 황손을 생각해서 억지로 먹어야지 하고 잔소리를 하기에 앞으로는 잘챙겨 먹겠다고 했더니 뭔가 또 마음에 안드는듯 혀를 쯧쯧 참. 괜히 주눅이 들어서 시선을 다른데 돌리는데 문이 열리고 태황태후가 나와 이른 아침부터 왜 이리 소란이냐고 태후를 흘겨봄. 태황태후가 강징을 보고 몸도 무거울텐데 힘들지 않냐며 힘이 들면 문안을 빠져도 된다고 하고 피풍의를 여며줌. 강징이 웃으면서 마마의 배려에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이른 아침부터 어디에 가시는 길이냐고 했더니 황귀태비의 처소에서 조반을 들기로 했는데 같이 갈거냐고 물어보았음. 태후가 좀처럼 대화에 끼지 못하고 있는데 태황태후가 무슨 일인지 태후에게도 같이 가자고 함. 태황태후는 태후가 그리하겠다고 하자 강징에게 손을 내밈. 강징이 태황태후의 손을 붙잡고 함께 걷는데 선선대 황제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다가 애가가 황궁 생활을 한지 사십여년이 넘었지만 귀비처럼 복이 많은 여인은 처음 본다고 했음. 황제가 귀비를 진정으로 은애하는것 같다는 말에 강징이 수줍게 웃다가 간밤의 일이 생각나서 마음이 심란해짐. 아무리 황제의 애정을 독차지해도 황제는 자신만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황귀태비는 태후를 보고도 예의를 갖추지 않고 본체만체하더니 환히 웃으며 태황태후와 강징을 반겼음. 태후가 굳은 얼굴로 황귀태비는 어찌 본궁을 보고도 무릎을 꿇지 않냐고 질책함. 황귀태비가 푸훗하고 웃더니 제가 마마보다 지위가 더 높았던 시절이 워낙 길었다보니 마마께서 제 윗전이라는 사실이 아직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그랬다고 느릿느릿 예를 갖춤. 태후가 그 모습을 보고 잔뜩 약이 올라서 손을 부들부들 떨다가 그만 일어나라고 한 다음에 태황태후에게는 몸이 좋지 않아 이만 가보겠다고 하고 자리를 떴음. 태황태후가 그래도 태후가 자네보다 윗전인데 지위 운운하며 놀리면 쓰냐고 가볍게 타박했지만 전혀 노한 기색은 없었음. 황귀태비가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자 웃으면서 슬슬 허기가 지니 식사나 하자고 함. 강징은 그릇에 매운 고기찜을 덜어주는 태황태후에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음. 황귀태비가 궁인에게 귀비가 좋아하는 연자백합탕을 올리라고 하고는 신 음식과 매운 음식중에 무엇이 더 먹고 싶냐고 물을거야. 강징이 신 음식이 더 당긴다고 하니 웃으면서 태중의 황손이 황자인가보다고 강징의 손을 붙잡음. 속설에 회임중에 매운 음식이 당기면 딸 신음식이 더 당기면 아들이라는 말이 있었거든. 황귀태비가 이번에도 건강한 황자를 낳아주시게 하는 말에 강징이 꼭 그러겠다고 웃어보였음.





강징은 자수를 놓다가 궁인으로부터 이부시랑의 부인께서 들었다는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음. 염리가 안으로 들어와서 인사를 올리려고 하는 것을 만류하고 품에 와락 안겨들었어. 작년에 아윤을 회임했을때 얼굴을 보고 그 이후로는 처음 만나는거라 꼬박 일년만에 보는 언니였음. 강징은 오랜만에 보는 언니가 반가운 나머지 눈물이 저절로 나왔어. 그동안 보고 싶었다고 울먹이자 염리가 울지 마시라고 영견을 꺼내서 눈물을 닦아줌. 염리가 강징을 살피면서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신지 식사는 제대로 하고 계시는지 물었음. 강징이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하다가 언니가 해주는 연근 갈비탕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그럴줄 알고 연희궁의 주방에서 연근 갈비탕을 만들었다고 말함. 강징이 환하게 웃으면서 정말이냐고 묻는데 때마침 궁인이 연근갈비탕이 가득 든 그릇을 들고 옴. 염리가 그릇을 받아 후후 불어서 식힌 후에 국물부터 떠서 주는데 강징이 한입 먹고는 볼우물이 쏙 패이도록 좋아함. 고기살을 발라서 입에 넣어주니 오물오물 잘도 먹음. 염리가 우리 마마께선 아직도 아이 같으시다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뒤로 넘겨주면서 웃음.






강징은 염리가 만들어준 갈비탕을 배부르게 먹고 형부인 자헌과 조카 아릉은 잘지내는지 물어봤음. 염리가 아릉은 잘지내고 있다고 다음번에 입궁할때 아릉도 데리고 오겠다고 함. 부군은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귀찮을 정도라고 말하니 강징이 웃으면서 형부같은 사내와 혼인한 언니가 부럽다고 말했음. 염리의 부군 금자헌은 황성에서 소문난 애처가라 그 흔한 통방 시녀나 잉첩도 거느리지 않았거든. 염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폐하께서 잘해주시지 않냐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시냐고 물었어. 강징이 한숨을 쉬면서 자신도 언니처럼 부모님이 정해주신 사내랑 혼인했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고 했다가 아차 싶었는지 그냥 하는 소리니 흘러들으라고 말함. 그리고 그때 마침 연희궁에 든 망기는 침전의 문앞에 서 있다가 강징이 하는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음. 강징의 언니가 입궁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연희궁에 들었다가 강징을 놀라게 해주려고 궁인들을 모두 물린터라 안에선 황제가 들었다는 사실을 몰랐음. 황제가 문을 열려다가 멈칫하자 태감이 작은 목소리로 귀비께 폐하께서 드셨다고 고할까요 하고 물었음. 황제가 고개를 젓고 양심전으로 돌아가겠다고 귀비에게는 짐이 온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하고 돌아섰음.





강징은 공주에게 간식을 주다가 공주가 부황은 언제 오셔요 하고 묻는 말에 표정이 굳어짐. 거의 매일 같이 제 궁을 찿던 황제가 벌써 닷새가 넘도록 처소에 오지 않았음. 그 사이에 서비가 두 번 영상재가 두 번 시침을 들었고 이는 몹시 이례적인 일이었어. 강징이 작게 한숨을 쉬고 공주에게 부황이 뵙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세차게 고개를 끄덕임. 내일 날이 밝으면 모친이랑 같이 부황을 뵈러가자고 구슬리고 간식을 마저 먹이는데 황제의 발길이 끊어진게 속이 상했음. 황제의 총애를 잃은 것일까. 기분이 울적해져서 공주를 유모에게 맡기고 경대 앞에 앉았음. 경대에 얼굴을 비추고 이리저리 살피다가 한숨을 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황제의 마음을 모르겠어서 심란하기만 함. 설마 회임을 해서 외모가 전과 달라진것 때문일까. 정말 실총한거면 앞으로 어찌 되는거지 하는 생각과 불안감 때문에 새벽녘까지 잠을 자지 못했음. 그 다음날 오전에 강징은 공주와 함께 양심전을 찾았다가 황제가 영상재와 함께 있다는 말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연희궁으로 돌아옴. 부황이랑 같이 놀고 싶다고 칭얼거리는 아이를 겨우 달래 유모에게 맡기곤 침상에 누워있다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듬.






그로부터 닷새후에 강징은 마상 격구대회를 보러 갔음. 표기장군 위무선과 휘하의 무관들이 격구를 한다기에 황제가 자신이 아끼는 비빈 몇명과 함께 구경을 하기로 했거든. 태후는 갑작스럽게 고질병이 도져서 참석을 못했고 황후는 피부 질환이 아직도 낫지 않아 요양중이라서 참석을 못함. 태황태후와 황귀태비는 보화전에서 기도를 올린다고 해서 황제와 그의 비빈들만 참석함. 강징은 차양막 아래에 앉아서 상석에 앉아있는 황제를 힐끗 쳐다보았다가 흑마를 타고 있는 표기장군을 보았음. 사내들의 거친 운동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서 옆자리에 앉은 서비와 담소를 나누다가 황제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을 보고 다완을 들어 차를 한모금 마셨어. 그때 갑작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려 앞을 보았다가 무선이 낙마해서 땅을 뒹구는 광경을 보고는 오라버니하고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남. 너무 놀란 나머지 손에 쥐고 있던 다완을 놓쳐서 찻물이 치마를 온통 적셨음. 곁에 서 있던 궁인들이 놀라서 영견을 들고와 수습을 하는 것을 물리고 급하게 자리를 뜸. 강징이 연희궁으로 돌아가 젖은 의복을 갈아입었을때 격구 시합은 이미 끝난 뒤였음. 연희궁의 궁인으로부터 표기장군의 팔이 부러졌단 말을 듣고 낯빛이 어두워짐. 폐하께서 표기장군의 사가에 태의를 보냈으니 괜찮아지실거라는 말을 듣고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한숨을 쉬었어.





자정이 넘은 시각 강징은 침상에 앉아있다가 황제가 들었다는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음. 황제가 궁인들을 모두 물리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기는데 무슨 이유인지 강징을 보고도 아무런 말을 안함. 아잠하고 다가섰는데 다가섭기 무섭게 강징의 팔을 세게 붙잡고 표기장군과는 무슨 사이였냐고 추궁함. 강징이 갑작스러운 황제의 추궁에 놀라서 친남매나 다름없는 사이였다는 것을 폐하께서도 아시지 않냐고 함. 황제가 싸늘한 표정으로 친남매처럼 지냈다고 하지만 혈연 관계는 아니지 않냐며 사가에 있을때 그이를 은애했냐고 물어볼거야. 강징이 그 말을 듣고 놀라서 어찌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울먹임. 황제가 아니라는 소리를 안하는 것을 보면 위장군을 마음에 품긴 했었나보군 하더니 그때까지 꽉 붙잡고 있던 강징의 팔을 놔주고 돌아섬. 폐하하고 소매를 붙잡는데 손을 억지로 떼어내고 짐을 은애하기는 하냐고 물어봄. 강징이 놀라서 아무런 말도 못하니 그럴줄 알았다는듯 짐의 여인이 되기 싫어서 간택 전날에 울었다던 이에게 무슨 말을 하겠냐며 밖으로 나가버림. 강징은 황제가 왜그러는지 알수가 없는데다 자신때문에 무선이 다치는 일이 생길까 걱정되서 한참을 울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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