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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5 04:14
개썅화려하게 치장하고있는거 보고싶다... 알못ㅈㅇ 근데 이게 자의는 아니고 다 정우성 뜻임. 앉았다 일어날때 장신구들 달그락 거리는 소리 날 만큼 치장하고있는 이명헌 몸에 걸치고있는것들 다 황제 정우성이 내린것이겠지. 옷은 금실 자수가 빼곡한 비단에 검은 머리칼부터 발에 신은 신발까지 보석이 덮이지 않은 곳이 없고 손가락은 가녀리지 않음에도 버거워보일만큼의 비취가락지가 끼워져있음.



사실 그 손은 장신구를 끼우던게 아니라 칼을 잡던 손이면 좋겠다. 북방 국경지대 누비던 무신 이명헌을 자기 사람으로 늘 욕심내온 정우성.... 물론 이명헌은 이미 황태자 정우성에게 충을 맹세한 정우성의 사람이었음. 근데 정우성이 그걸로 만족할까요? 당연히 아님. 군신관계는 정우성이 이명헌에게 바라는게 아니었음. 우성이 바라는건 이명헌의 모든것이었겠지. 몸, 마음, 인생 전부. 그리고 언젠가 태어날 이명헌의 아이까지도.



우성이 태자였을 때에는 아버지가 장수로서의 명헌을 아꼈으므로 우성은 자기 마음을 꾹꾹 눌렀어야 했지. 그러나 황위를 물려받은 우성은 더이상 거칠것이 없었음. 우성은 즉위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명헌을 중앙으로 불러들였음.



어릴적부터 우성과 함께 지내온 명헌은 어느순간부터 저를 따르는 우성의 눈이 달라졌다는걸 알았겠지. 여전히 제 앞에서 쾌활하고, 잘 웃고, 잘 울었지만 그 이면에 자리잡은 어떤 욕망을 명헌은 모를 수가 없었음. 그래서 스스로 자처하여 수도를 떠나 북방으로 간 것이었음. 멀어져서 보이지 않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애의 애정이 다른 사람에게 옮아갈것이라고... 물론 보기좋게 빗나가버렸지만.



명헌은 열서너살쯤에 정혼한 사람이 있었음. 북으로 가겠다는 명헌의 뜻을 존중해서 혼인을 미루기로 했었지. 수도로 돌아오라는 우성의 명을 받고 명헌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아버지에게 서신을 보내 정혼자와의 혼인을 서둘러달라 청하는 것이었음. 궐에서 어떠한 명이 내려지든지간에 그 전에 혼인을 해야겠다는 판단이었고.. 그렇게 본가에 들어온 이명헌 집안에서 조용히 혼인 준비하면서 칩거하는데 우성이가 직접 잡으러 왔으면 좋겠다. 이명헌한테 입궐하여 알현하라 명 내린 정우성.. 여독때문에 몸이 성치 않아 뵙기가 송구스럽다고. 이른 시일 내에 회복하여 뵙겠다 쓰인 서신 읽고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겠지. 곧고 정갈한 글씨로 쓰인 서신을 한쪽에 밀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난 우성이 주변에 일렀음. 나갈 채비를 하라고.



명헌은 눈앞의 우성을 보고는 갖춰야 할 예도 잊은 채 마루 위에 멍하니 서있었음. 갑옷을 벗고 단정한 차림을 한 명헌에게 우성은 예전과 다름 없는 얼굴로 웃었음. 형님, 오랜만이지요. 제 숨소리로 가득찬 명헌의 귓가에 우성의 목소리가 꽂혀들었음. 그제서야 명헌은 표정을 감추고 마루 아래로 내려가 바닥에 몸을 엎드렸음. 폐하를 뵈옵니다. 그러자 명헌의 낮아진 시야에 마주앉은 우성의 옷자락이 들어왔지.



이러지 마세요, 형님. 몸이 좋지 않다기에 걱정이 되어 왔습니다.



명헌은 눈을 깊게 감으며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마침내 그 정수리에 우성의 말이 꽂혀들었음.



나와 함께 궁으로 가요.



명헌에게는 더이상 물러날 수 있는 공간이 없었음.



그렇게 우성에게 이끌려 궁에 들어간 명헌은 더는 궁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지. 명헌의 집에는 형식상의 절차만 거쳤을 뿐 명헌의 혼인이 통보되다시피 했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인 명헌은 북방을 지키던 대장군의 모습 대신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치장된 모습이었고....



걍...명헌이는 그 자리에서 소임을 다 했음. 내명부를 다스리고, 황제를 보필하고, 지나치게 나서지도 숨지도 않으며 그냥 그렇게. 저벅저벅 걷던 걸음이 화려한 옷과 장신구로 인해 느려지는 것도, 제 몸처럼 타고 달리던 말을 더이상 타지 못하고 시중을 받아 가마를 타고 내리는 것도 명헌은 그냥 예전처럼 하던 것인 듯 익숙했음. 무신인 명헌이 궁에서의 삶을 답답해 할 거라는 사람들의 예측이 무색했음.



그러나 우성이는 느끼고 있었음. 명헌이는 더이상 우성에게 웃지 않았음. 우성이 처소를 찾으면 시선을 내린 채 조용히 상석에서 물러나 앉았고 우성의 말에도 경서에 쓰여있을 법한 대답을 할 뿐이었으며 우성과 잠자리에 들때에도 명헌은 그저 이를 악문 채 견디는 것이었음. 그건 황제를 대하는 황후의 태도였고 정인을 대하는 것은 아니었지.



우성은 제 곁에 앉아 책을 보는 명헌을 가만히 쳐다보다 문득 그를 불렀음.



형.



어릴적에나 쓰던 호칭에 명헌이 놀란듯 우성을 쳐다보았음. 늘 시선을 내리깔고 대하던 표정과는 다른 것이었음. 조금은 예전 그때 얼굴인듯 했지. 그러나 그것은 찰나였고 명헌은 다시 고개를 숙였음.



말씀하십시오.



깎은 듯 단정한 음성에 우성은 울컥 차오르는 것을 억지로 삼켜야 했음.



그리고 우성은 명헌에게 값비싼것들을 내리기 시작했음. 아침마다 명헌의 처소를 들러 명헌의 치장을 지켜보고 제가 준 것이 명헌의 몸에 둘러지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성의 일과 중 하나가 된 듯 했지. 황제가 황후를 몹시도 아끼신다고. 어릴적부터 절친했던 두사람의 옛이야기까지 곁들여져 두 분은 어릴적부터 사이가 각별했노라고 사람들은 말했지만 우성이 명헌에게 주는 것은 사랑이 아니었음. 감히 누구도 줄 수 없는 것, 자신만 줄 수 있는 것을 이명헌에게 주겠다는 우성 스스로의 욕심이었음.



씁 길어지는데 여튼 그러다 명헌이가 마침내 회임을 했으면 좋겠다. 우성이는 몹시 기뻐했고 궁에는 큰 연회도 열렸지. 흥청하고 화려한 연회가 끝나고 우성이 명헌을 찾았을 때 모든 장신구와 비단옷을 벗은 채 단정한 차림을 한 명헌이 창가에 앉아있었으면 좋겠다. 정좌하여 창밖을 쳐다보고있는 이명헌... 장식하지 않은 검은 머리가 등을 덮고 옅은 미색의 옷은 달빛을 받아 푸르게 물들어있었음. 무거운 겹겹의 비단옷과 장신구들의 무게를 벗은 명헌은 금방이라도 훨훨 날아가버릴것 같았지. 우성이 마음 어딘가가 쿵 내려앉았음.



명헌이 형. 부름에 명헌이 돌아보았고 우성은 명헌에게 다가가 어깨를 끌어안았음. 형. 명헌이 형....



결국 이명헌에게 주는 무거운 장신구들이, 화려한 옷이, 그에게 향하는 모든 욕심이 다 이명헌을 이곳에 주저앉히면서 잘못 채운 첫단추로 인한 불안 때문이었음을 깨달은 우성이.... 그게 아니었다면 달랐을까. 그치만 당신은 내가 붙잡지 않았으면 곁에 있어주지 않았을 거잖아......



당신을 영영 놓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우성은 말을 뱉는 대신 명헌을 품에 새기듯 더욱 끌어안았음. 한동안 가만히 안겨있던 명헌은 이내 말없이 천천히 우성의 등을 감쌌음. 그리고 느리게 손을 움직여 그를 쓸어주었지. 그 어찌할수없는 따뜻함에 우성이는 기어이 서러워지고 말았고..



형이 곁에 있음에도 손아귀에 잡힌것같지 않아 불안해하는 우성이가 좋다ㅎㅎ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