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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22:37
명헌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낮고 축축하고 작은 목소리에 가슴이 고요히 덜컹 내려앉았음.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45분. 작년 생일에 아기에게서 선물받은 이백오십만원짜리 해밀턴 社 손목시계에는 다이얼 안에 작은 원이 하나 더 있어 그 안에서 또 작은 바늘이 돌아가고 있었음. 이곳에서부터 16시간을 늦게 살아가는, 미국 땅 LA에서 흘러가고 있는 시간.

'밤 11시 45분.'

그곳의 훈련 일정은 5시 기상이라 못해도 10시에 자는 습관이 있는 아이인데 12시가 다 되도록 깨어 있다니 명헌의 마음이 걱정으로 찌르르 조여들었음. 작게 훌쩍이는 소리가 났음. 눈물을 삼키는 듯한 소리. 명헌은 점점 따뜻해지는 휴대폰을 오른쪽 귀로 바꿔 대었음.


"우성."


명헌이 나지막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그를 불렀음. 조금 더 훌쩍이는 소리가 이어졌고 수화기 너머의 인물은 대답을 하지 않았음. 명헌은 그가 준비가 될 때까지 그저 가만히 기다렸음.


- ...형.



나 사랑해요?


아이는 한참을 지나, 아까보다 살짝 더 잠긴 듯 탁한 목소리로 똑같은 질문을 했음. 명헌은 속이 상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일부러 조금 더 크고 다정한 음성을 내었음.


"무슨 일 있었어용?"
- ......
"안 좋은 일 있었어용?
- ......물어보지 말고 그냥.... 나 사랑한다고 해줘요.


마지막 단어에는 울음이 섞여들었음. 명헌은 가슴이 아팠음.


- 그쵸... 나 사랑하죠.
"응 사랑해용."
- 나 응원하죠.
"당연히 응원하죵."
- 나 잘됐으면 좋겠죠.
"응 당연하죵."
- 나... 나.....


아이가 끝내 눈물을 흘리는 듯했음. 명헌은 안타깝고 괴로운 마음으로 조용히 기다렸음. 아이는 흐느낌을 꾹꾹 눌러 참는 것처럼 물기로 떨리는 목소리를 띄엄띄엄 내며 천천히 말을 맺었음.


- 나, 잘.... 잘할 수 있겠죠.


명헌은 코끝이 찡하게 뜨거워졌음.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기분이란 게 이런 느낌을 두고 하는 말일까.
저도 눈물이 날 것 같아 명헌은 헛기침을 하는 척 뜨거운 기운을 꾹 눌러 삼켰음.
지금 당장 저 문을 열고 나가 달리는 것만으로 우성이 있는 곳까지 닿을 수 있다면.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16시간만큼의 너른 바다를 탓하며, 내가 네게 보낼 수 있는 것이 손으로 잡히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것뿐임을 지극히 섧게 생각해.


"우성아."
- ......
"형은 니 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80억 인구 중에 영원히 네 편인 사람이 나야.
이 지구 어딘가에 널 사랑하는 네 편이 하루하루 너를 생각하고 숨을 쉬고 살아가.
언제나 너를 응원하고 너를 축복하고 너를 사랑하는 내가.



"그리고 잘 할수 있을거야."



그 말이 끝나자 우성은 둑이 터진 것처럼 흐느끼기 시작했음. 명헌은 우성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함께 수화기 너머로 숨소리를 들려주며 호흡해 주었음. 우성 역시 명헌의 숨소리를 따라가며 그리운 집을 찾아 안겨들기라도 하듯 울었음.
한참을 그렇게 함께 숨결을 느끼다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호흡이 고르게 내려앉았을 무렵 우성이 작게 속삭였음.


- 고마워요.


내 편 해줘서.
힘낼게.
사랑해요.



그리고 전화가 끊겼음.
명헌은 핸드폰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음. 그리고 티슈 두 장을 뽑아 눈두덩을 꾹 눌렀음. 티슈를 떼자 살짝 젖은 자국이 보였음.









우성이도 슬럼프 엄청 심하게 올때 있지 않았을까... 벽도 너무 높게 느껴지고 언어도 힘들고 문화도 힘들고 음식도 안 맞고 인종차별도 미치게 화가 나는 때가ㅠㅠㅠㅠㅠ 홍인개저씨훌리건한테 아시안 고 홈이라는 말 듣고 햄버거집 가서 햄버거랑 치즈스틱 토할 만큼 먹고 진짜 토하고.... 도저히 혼자 견디다 무너질 것 같아서.... 사랑하는 사람한테 사랑한다는 말 듣고싶어서 그 한마디가 그 순간 너무 듣고 싶어서 형한테 울면서 전화한 적 있을거 같다

이명헌 그 전화 받고 산왕즈 긴급 소집해서 정우성 선수 힘내세요 형들이 있잖아요 영상편지 찍어서 보내줬을듯
멀리 있지만 이명헌이 정우성을 견디게 하고 비빌 언덕이 되어줬으면...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