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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9 12:53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결에 섞인 '형님'하고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는 했다. 그 바람처럼 작고 온기어린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너는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돌아보며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가. 그런 찰나의 기대와 이어 오는 긴 통증이 잦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으나 이제는 아니다.


나는 이제 꽃 향기에 문득 고개를 두리번 거리고 너를 찾고 웃는 이의 입가에서도 네 다정한 미소를 본다. 아요, 말해보거라. 나는 어찌해야 좋으냐. 온 세상에서 너를 느끼는데 너는 없다.

네가 없다.

너를 떠올리고 이어지는 고통같은 깨달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 뿐이었다. 너를 원망하다, 너를 그렇게 만든 자들을 원망하다, 너를 치죄했던 죄 없는 이를 원망하기도 하다 항상 마지막은 나였다.


너를 안 세월이 길었다. 자주 오해를 받는 네가 안타까웠고 그럼에도 사려깊게 사람을 배려하는 네가 고왔다. 그래서 나는 너의 선함을 믿었다. 아, 그 얼마나 어리석은 믿음인가. 그 때문에 나는 자꾸만 심장을 난도질하는것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만약으로 시작되는 생각이 내 심장을 찔렀다.


만약 내가 너의 악행을 좀 더 일찍 알아차렸다면 어땠을까? 그때 너를 막았다면 네가 죽는 결말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전에 네 고통을 좀 더 잘 알아주었다면 어땠을까? 너를 달래고 도왔다면 너는 지금도 살아 숨쉬며 내 곁에 있었을까?
가끔은 네 불의를 알고도 모른척 했으면 어땠을까, 더 나아가 마지막 순간에 너를 보호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심연에 빠진다는걸 알면서도 네 손을 잡았다면? 그렇게 나는 자꾸 일생 내 신념으로 받든 선과 의도 놓아버리곤 했다.

부질없는 생각이란것을 안다. 하지만 아요, 왜 밥 때를 잊고 잠도 잊은채 자꾸 그 생각에 잠기는지 너는 아느냐. 그 오랜 세월 내 눈을 가리웠던 감정의 이름을 너는 아느냐? 나는 이제 안다. 광요야, 나는 이제 안단다.

책을 많이 읽으면 사람 일도 깨우칠 줄 알았다. 그게 아닌걸 어리석게도 너의 마지막 순간에, 나를 떠밀고 너 홀로 생명이 사그라 들때야 알았다. 이 마음의 이름을 너는 알았느냐? 어쩌면 너를 보는 눈빛에, 네 등을 두드리는 손길과 너에게 이르는 목소리에 그것이 드러나 영민한 네가 알아차렸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아요, 나는 너와 함께 죽어야 했다. 너와 함께 죽기를 결심한 순간 느꼈다. 나는 이 곳에서 이 순간 너와 죽어야 한다고. 그게 너의 위로가 된다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나는 어리석어 본능보다 지각이 항상 느린 인간이라 너에게 떠밀리는 순간에야 깨달았다. 차마 너의 손을 잡을 수 없는 나는 그렇게라도 이어지고 싶었나보다. 나를 잡은 네 손을 떨쳐낼 수 없었던건 그래서였구나.

그런데 너는 나를 밀었지. 반항을 멈추며 너에게 손을 떼는 나를 보는 네 눈이 고통스레 일그러졌다. 너에게 생으로 떠밀리며 나는 그 눈을 보았다. 살라고, 살아 남으라는 네 말이 들리는 듯 했는데 너는 내 목소리를 들었느냐? 내가 내지른 비명을 들었느냐?

나는 내 생에 가장 크게 내었을 비명을 소리없이 질렀다. 처음 느낀 이 감정을, 너 혼자 떠나 보내야 하는 고통과 두려움을 나는 그 찰나의 순간에 눈으로, 눈으로만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아요, 보았느냐? 그 비명을 알아 차렸느냐? 매정한 내 사랑아. 네가 없는 남은 생은 그저 손을 대면 바스라져 내리는 집을 지고 불판 위를 기어가는 달팽이와 같이 의미 없이 지난하게 이어지는 고통이란걸 정말 몰랐느냐.


아요, 네가 죽은 뒤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대답 없는 물음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이 짧아지지 않으니 나는 아마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 그럴것 같다. 네가 없으니 이 마음은 아무래도 어디에도 꺼내 놓는 일은 없겠지.


나는 이대로 살다 죽으려 한다. 네가 생으로 민 삶이니 나는 죽을 수가 없구나. 이 생이 너에게 지옥이었으니 너를 되살릴 생각도 않으려 한다. 모든 불행도, 원망도 나조차도 잊으렴. 새로운 삶이 어느 날 너를 찾아온다면 그때는 부디 행복만 하거라. 그때는 그 시리기만 했던 마음에 온기가.. 내가 줄 수 없었던 온기만이 가득하길 빌어본다.


나는 이렇게 너를 그리워 하기만 하련다. 그저 그냥 너를 그리다 계속 그리워하다 죽겠지. 괜찮다. 다 괜찮다. 그런데 아요, 나의 광요야. 한가지만, 딱 한가지만은 알고 가주렴.


너는 나에게 항상 귀했다. 내가 내 마음을 알기 전에도 그랬고 네가 한 일을 알았던 순간조차 너는 내게 귀했다. 귀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다. 내 마음은 몰라도 되지만 그것만은 알고가렴. 너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건 너의 아버지가 너를 몰라주건 너는 참 귀한사람이었다는걸. 오직 그것만. 그 사실만 품고 가거라.




*

어린 가복은 아주 늦은 밤에 주인이 뭔가를 태우곤 하는걸 알았다. 어쩌다 새벽에 깨어 다시 잠이 오지 않는 날이었다. 아주 드문 일이었음에도 주인은 매번 그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가가 물은 적이 있었다. 무엇을 태우시냐고, 저에게 대신 맡기시지 않고요. 주인의 상냥한 성정을 알기에 저를 방해한 것을 나무라지도 않고 선선히 답을 줄 것이란걸 알고 물은 것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주인은 한참을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니 주인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전을 태우고 있었단다."


"지전이요? 누가 죽었어요?"


주인은 그 질문에 또 한참 대답이 없었다. 가복은 평소와 다른 주인의 얼굴에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저 불에 고구마를 구우면 맛나겠다! 하는 태평한 생각만 했다. 그러다 주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 그냥 자주 그리운 사람. 네가 태어나기도 전의 아주 오래 전 일이니 공연히 마음 쓸 것 없다."


어린 가복은 죽은 사람을 그리워 하는게 어떤 마음인지 몰랐다. 하지만 주인이 너무 춥고 슬퍼 보여서 늦은 밤에 혼자 나와 있는것이 마음에 걸렸다.


"지전을 태워도 죽은 사람은 못 받는대요."

"누가 그러더냐?"

"남경의님이요! 죽었다가 살아난 위선생이 한 말이랬는데.. 그러니까.."

추운 밤중에 혼자 나와있지 마셔요. 괜히 부끄러워져서 웅얼대니 남을 생각해 주는 마음이 기특했는지 주인이 드물게도 하하 웃었다. 가복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주인의 얼굴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가복은 어쩐지 슬퍼졌다. 왜인지 물으면 말로 설명할 길은 요원했다.



열살 남짓인 가복은 말주변이 있지도 않았고 제 이름도 간신히 쓸 정도로 공부를 해본적도 없었다. 그저 남가 종에게 거둬진 고아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가복은 주인이 늘 슬퍼하고 있다는걸 알았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얼굴은 늘 잔잔히 미소를 띈 얼굴이고 말 소리는 다정하고 상냥했으나 주인은 자꾸 슬퍼한다. 가복은 주인을 퍽 좋아했다. 제가 그릇을 깨고 귀한 난을 죽이고 깜빡 잠이 들어 불을 낼 뻔 했을때도 주인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저를 살피고는 '다친 곳이 없으면 됐다. 다음에는 조심하거라.'는 말 뿐이었다. 그런 주인이 계속 슬퍼하니 아이는 갑자기 자신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왜, 왜 자꾸 밤 늦게 나와서 쓸모도 없는 종이를 태워요? 왜 맨날 혼자서... 맨날 그렇게.. 그러고 어디 나가지도 않고 왜 자꾸 혼자서만.."


가복은 횡설수설 하다 울음을 터트렸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왜 매일같이 혼자 슬퍼만 하냐는 물음이었으나 왜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아 헛소리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가복의 눈물에 놀란 주인은 내가 화 나 보였니? 아니야, 괜찮아, 나는 괜찮다, 다 괜찮단다 하며 허둥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이거 좋아하지? 하며 고구마를 잔뜩 가져왔다. 가복의 눈물은 뚝 그쳤다. 불에 고구마를 몇개 던져 넣으니 아이가 이마를 짚으며 '아, 그거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 했고 주인은 민망해 하며 '그러니? 미안하구나.' 하다 조용해졌다.



가복은 고구마가 타지 않나 지켜보느라 정신이 팔렸고 주인은 아이의 눈에 아직도 눈물이 어룽져 있는것이 마음에 걸렸다. 주인은 장작을 태우며 타닥 소리를 내는 불을 지켜보다 말했다.



"지전은 세상에 없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같은거야. "

"편지요?"

"응. 잘 있느냐, 그 곳에서 행복하라고 보내는 편지."

"근데 그게 닿지 않으면 어떡해요?"

"닿을 때 까지 보내는 수 밖에..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그냥 계속 편지를 부치는거야. 당신은 잘 지내시나요? 나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부디 그 곳에서 행복하세요. 편지를 받는 사람은 자기를 그리워 하고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기분이 좋겠지? "

그렇지만.. 아이가 입을 꾹 다물고 눈을 굴렸다. 당신은 더 슬퍼보이는 걸요. 주인이 그 순간 손을 내밀어 잡으면 뚝 부러질 것 같아서 가복은 자꾸 말을 삼켰다.

"위공자의 말 처럼 무용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쩌겠느냐. 달이 차듯이 사람 마음도 자꾸만 찬다. 터지기 전에 이렇게라도 흘려 보내는 거지. 아, 고구마가 타겠구나."

아이는 얼른 울망한 눈을 거두고 고구마를 뒤집었다. 얼마 되지 않아 고구마는 좋은 냄새를 풍겼고 주인은 손이 데지 않게 제법 단단한 나뭇가지에 고구마를 꿰어 가복에게 주었다. 가복은 날아 갈 것 같은 얼굴로 뜨거운 고구마를 먹는데 열중했다. 먹는데 별 취미가 없던 주인은 그걸 지켜보다 어린 가복의 얼굴에서 또 누군가를 발견해 내고는 잘자거라며 가복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제 침실로 돌아갔다.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의 일이었다.





하고 남몰래 지전 태우는 장소도 옮겼다 한다.. 정말 가끔 참기 어려울때 문령하는 남희신이 보고싶다 근데 대답은 없을거 같음 문령이 성공한단들 결국 한 말은 자기 마음 고백이 아니라 '너는 귀한 존재다'였을거 같아 금광요를 평생 괴롭게 했던게 천하다면서 무시하고 홀대받은 기억이니 이 마음 저 마음 다 걷어내고나면 광요가 행복하고 편안하기만을 바라는 마음만 남아서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일것 같아
남희신은 사람이 참 선한 느낌이라 제 마음이 아무리 절절하고 고통스러워도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고통스럽게 할 뒤늦은 고백같은건 할 사람이 아닌듯

마음은 온전히 자기 것이니까 혼자 앓기는 하겠지만 또 그 사랑 자체를 부끄러워 하지도 않을것 같음 저쪽 집안 사람들이 참 징하게 한 사람만 사랑해서 그 핏줄인 남희신도 그냥저냥 살면서 아주 천천히 말라 죽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암만 힘들어도 금광요가 살라고 떠밀었으니 스스로 죽지는 않겠지만 삶에 미련은 없어서 그렇게 오래살지는 못할듯.. 좀 다른 결말이 있으면 좋겠는데 희신광요는 광요가 서러우면 한 퍼먹고 꼭 앙갚음 하는 성격이고 인정욕도 권력욕도 강하고 모랄은 많이 없으니까 그 정확히 반대인 남희신과는 좀 어려울것같아 남희신이 진짜 사랑에 눈이 멀어서 광요 들튀해서 인적 드문 곳으로 가도 광요는 언젠가는 비슷한 나쁜 짓을 할거고 희신은 괴로워하다 결국 광요를 막을 방법은 광요를 죽이고 자기도 죽는 방법 뿐이라는걸 언젠가는 깨닳을듯 하 원래 이 투좆 안팠고 냄새만 맡았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찐이었음.. 나는 깊게 생각을 안했는데 진정령에서나 애니에서나 진짜 진한 냄새를 풍겼다 이겁니다... 아무튼..


안봐도 되는 전편 (희신광요 정말 아주 약한 냄새만 풍기는 언급만 잠깐 있으니 안봐도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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