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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8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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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와 케이는 아무도 다치지 않고 확실하게 타카하시 료헤이를 붙잡아 나오기 위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준비를 하려고 했었다. 어차피 협회장은 부상 때문인지 보석이 없기 때문인지, 푸른늑대와의 불화 때문인지 두문불출하고 있었고 여전히 활동이 없었으니까 조금 더 시간을 들여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계획을 바꿔서 급히 서두르게 된 것은 며칠 전에 노부는 처음 보는 한 남자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케이가 마을에서 데리고 나왔거나 수도에 와서 만난 이들 중에 여전히 함께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각성하지 않아서 나가서 따로 사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쳐들어온 남자는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과 미처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사색이 된 얼굴로 케이를 찾았다. 

"노보루가 연락이 두절됐어요!"

라는 말과 함께. 

원래 이 남자, 이름이 야마토라고 했는데, 야마토와 노보루는 죽마고우로 어릴 때 몬스터의 습격으로 부모를 잃어서 마치다가 거둬서 몇 년을 여기서 함께 살았다고 했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각성하지 않은 둘은 노보루의 대학 근처에 집을 구해서 함께 살게 됐다고. 노보루는 대학을 다녔고 야마토는 바이크 수리점을 운영했다고 했다. 노보루는 몇 년 동안 이곳에서 지내면서 협회가 잘못됐다고 생각했고 협회에 들어가서 바꾸고 싶어했지만 케이가 반대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에 케이에게 말을 안 하고 몰래 들어간 모양이었다. 협회의 법무팀에 들어간 지는 1년 정도 됐는데, 한 달쯤 전에 협회장 쪽의 움직임이 수상하다고 했다고. 그리고 며칠 전부터 연락이 두절됐다고 했다. 돌아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되는데 협회에서는 정상적으로 퇴근했다고 했다고. 

"협회에 들어가지 말라니까..."

케이는 혀를 차고 야마토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 자는 살인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때를 기다리기 위해서 몇 년이나 참았어. 노보루에게도 쉽게 손을 대지 않을 거야."

케이는 그 말을 할 때 노부를 보지 않았지만 노부는 방 안에 있는 몇몇의 시선이 잠시 노부를 향했다가 돌아가는 걸 눈치챘다. 

"내가 갈 때까지 손도 대지 않을 거야, 걱정 마."
"..."
"최대한 빨리 갈게. 노보루를 무사히 데리고 나올 방법을 구해야 하니까 당장 갈 수는 없지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무사히?"
"그래, 무사히. 연습을 좀 해야겠지만... 우리 타다오미가 고생을 좀 더 해야겠지만, 구할 수 있어."

고토는 자기가 힘들어질 거라는 말을 듣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간 함께 살았다는 노보루가 연락두절이라는 말을 듣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노보루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의욕이 샘솟는 모양이었다. 


*****


협회 쪽 인간들이 협회장의 명령에 따라 노보루를 집어던진 순간 고토가 불냥이를 소환해 노보루 쪽으로 날려보냈다. 케이가 고안한 방법은 여러 사람이 협력해야 하는 작전이었고 그래서 협회에 트라우마가 있는 가루베까지 데리고 온 것이었다. 노보루가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에 불냥이가 노보루를 받쳤고 가루베의 유니콘이 노보루를 날개로 감싸 등에 태운 뒤 드래곤의 뒤로 돌아갔다. 덕분에 협회장과 그 추종자들이 쏟아부은 공격은 방어, 빙결, 화염, 질풍계 방어막에 모조리 막혔다. 이 방법은 애초에 몇 년 전에 노부가 꼬마 고토를 구할 때 썼던 방법의 응용이었다. 당시 노부의 소환수는 불냥이, 아니 플람마 카투스였는데 노부는 몬스터에게 쫓기는 꼬마 고토에게 불냥이를 날렸고 불냥이가 넘어지려는 고토를 받쳐준 뒤 입에 물고 노부에게 달려왔었다. (이름이 불고양이라고 정말로 고양이만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때 고토는 꼬마였고 노보루는 입에 물고 올 만한 크기가 아니어서 가루베와의 합동 스킬을 만든 것이었다. 

물론 협회장의 뒤에서 방어 스킬을 쓴 노부와 일행은 정체가 탄로났기 때문에 S급 방어의 소환사인 아몬이 쓴 이동 스킬로 바로 드래곤의 뒤로 이동했다. 며칠 동안 협회쪽 사람들에게 상당히 고초를 겪었는지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노보루에게는 당장 츠지무라의 치유 스킬이 쏟아지기도 했다. 

"모조리 몰려왔군."

협회장은 이번 공격을 꽤 힘을 썼는지 피가 섞인 기침을 하면서 이죽거렸다. 

"오랜만이야, 스즈키 노부유키."

여전히 사쿠마의 환술은 풀리지 않았지만 진심이나 진실은 전혀 없는 관계였다고 해도 몇 년이나 약혼자였던 관계였다. 노부의 기술을 협회장이 못 알아볼 리 없었다. 정체가 탄로난 노부가 피닉스를 소환해 일행의 앞을 막아주고 있는 드래곤의 옆으로 보내 방어막을 더 단단하게 두르자, 협회장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노부를 똑바로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노부는 그 얼굴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랜만이네. 전혀 반갑진 않지만."
"오랜만에 보는 약혼자에게 너무 냉정한 거 아니야?"
"오랜만에 보는 살인미수범에게 이 정도면 정중한 편이지."
"살인 미수범이라니 안 반갑긴 하겠지... 그러니까 살인범이 돼 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 순간, 얼음으로 만든 창이 약혼자의 손바닥으로 날아갔다. 고개를 돌려보자 노부를 죽여 버렸으면 좋았을 거란 말에 화가 났는지 연속으로 협회장에게 공격스킬을 쏟아붓고 있는 케이가 보였다. 케이의 눈빛은 싸늘했지만 그 서늘한 눈에서 분노가 뚝뚝 떨어지는 게 보이는 것 같았다. 협회장의 각인은 아직도 낫지 않았는지 협회장은 끔찍한 비명을 질렀지만 협회장의 추종자 중 하나가 재빨리 협회장을 잡아당기며 방어스킬을 써 준 탓에 공격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기분 나쁘니까 노부한테 함부로 말도 걸지 마, 쓰레기야."
"아직 파혼도 안 했는데 함부로 내 약혼자 애칭 같은 거나 지어부르지 말지?"
"살인 시도보다 더 확실한 파혼 선언이 있다고?"
"어른들의 장난이 조금 과했던 것뿐이야."
"어른들의 장난 좋아해? 내가 장난 좀 쳐 줄까? 얼어죽을 정도로 차갑긴 하겠지만 괜찮지?"

협회장과 케이는 가끔 날카로운 비난이나 날선 조롱을 주고 받았지만 물론 입만 움직인 건 아니었다. 츠지무라가 아몬의 보호막 안에서 계속 노보루를 치료하는 동안 양측은 계속 공격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쪽이 S급 소환사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더 많았지만 수적으로 너무 열세였기 때문에 둘 중 어느쪽도 확실히 우세를 점하진 못했다. 양쪽 다 상처가 늘어가고 모두 지쳐가고 있을 때였다. 

협회장의 체력이 바닥나고 있는지 한참 전부터 공격이 여기저기로 튀고 있었기 때문에 협회장의 스태프에서 튀어나온 번개 공격이 케이나 노부가 아니라 천장 쪽으로 튀었을 때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정말로 체력이 바닥났다고만 생각했지. 그러나 나쁜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비열한 협회장은 헛공격을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자신의 체력이 바닥났다고 믿게 한 다음 일부러 노부의 머리 위를 노린 것이었다. 

아주 화려하고 아주 무거운 샹들리에가 달린 천장을. 

무거운 샹들리에가 바로 노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케이가 노부의 바로 옆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노부가 케이를 밀어내려고 했을 때였다. 케이는 떨어지는 샹들리에를 그대로 얼려서 협회장 쪽으로 날렸다. 문제는 협회장과 그 추종자들은 계속 공격을 퍼붓는 중이었다는 것이었다. 협회장의 공격이었는지 아니면 그쪽 소환사들의 소환수들이 날린 공격이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번개가 케이의 가슴에 꽂히는 것을 본 순간 노부가 케이를 끌어당겨 안았고 그제야 상황을 알아챈 다른 일행들의 방어막이 다시 몇 겹으로 둘러싸였다. 그러나 가장 큰 전력 중 하나였던 케이가 반쯤 의식을 잃었기 때문에 일행의 전력이 한없이 추락했을 때. 

"그만해."

모두가 고개를 돌리자 체격은 크지만 병색이 완연해서 덩치보다 훨씬 작아 보이는 남자가 문가에 서 있었다. 남자는 장갑을 벗고 번개가 번쩍번쩍거리고 있는 단검을 자신의 오른손 각인에 갖다대고 있었다. 저 단검은 몬스터들이 대량 출몰하는 던전이 생길 때 나오는 부산물 중 하나였다. 전격의 소환사가 아니라도 전격의 힘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것으로, 저 남자의 속성이 전격이 아닌 이상 각인을 공격하면 각인이 훼손될 게 뻔했다. 게다가 병색이 짙은 저 얼굴로 볼 때 각인이 훼손되면 죽겠지. 

"료헤이!"

그래, 저 남자가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타카하시 료헤이, 약혼자가 살인을 불사할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였다. 

협회장이 피를 토할 듯한 목소리로 타카하시 료헤이를 불렀지만 타카하시 료헤이는 그 절규가 들리지 않는 척 아몬과 노부의 사이에 와서 섰다. 그리고 그 순간, 노부는 타카하시 료헤이가 처음부터 들고 온 종이쪽지를 아몬의 앞에 슬쩍 떨어뜨리는 것과 아몬이 몸을 돌려 쪽지를 집어들며 내용을 확인하는 것을 보았다. 

"료헤이, 이리 와."
"내가 지금 여기서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그만 둬."
"알았으니까 이리 와."
"..."
"료헤이!"

타카하시 료헤이를 바라보는 협회장의 눈에는 절망적인 애정이 가득했지만 그런 협회장을 보는 타카하시 료헤이의 눈에는 원한과 증오만이 가득했다. 

[타카하시 료헤이와 협회장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던 게 맞아. 그것도 서로 모든 것을 내 줄 정도로 사랑했던.]

케이는 이 모든 일이 왜 시작됐는지를 설명하면서 그렇게 말했었다. 그러나 오직 차가운 증오와 원한만이 가득한 눈으로 협회장을 바라보는 타카하시 료헤이와 여전히 불타는 절망적인 사랑을 담아 타카하시 료헤이를 바라보는 협회장을 보면서. 

노부는 왜 협회장이 미쳐 버렸는지 알 것 같았다. 





#소환사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