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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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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이었다, 내가 걔를 다시 본건.



우리의 마지막이 몇살이었더라? 나는 전문의 시험 전 그를 마지막으로 봤다. 그가 나를 보며 마지막으로 한 이야기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다」 였다. 그 말 때문에 나는 더 이상 잡지 못했다.



그런 히라 카즈나리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우연히 사고 현장을 지나가다 곧 발령 받을 우리 병원으로 급히 환자 이송을 했다는데, 사실 그런 이야기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먼저와 있던 레지던트가 급하게 수술이 필요할 것 같아서 나를 불렀다고 한다. 왜 하필 나지? 이 넓고 넓은 병원에서. 표정을 보니 이 녀석도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 



사실 다시 만난다면 하고 싶었던 말이 수 없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 그 때 보다 더 빛나서 그를 땅을 치고 후회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러운 만남이었다. 딱 환자에 대해 필요한 말만 주고 받고, 옆에 있던 레지던트에게는 수술실이 잡히면 연락을 달라는 말만 남겨놓은 후,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본인 방으로 들어온 키요이는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듯 주저 않아 고개를 파뭍는다.



키요이는 병원에서 인기가 많은 교수다. 동료에게도, 환자에게도. 비단 빛나는 외모 뿐 아니라, 항상 남들에게 친절했다. 그에 비해 단 한번도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 주위에서 늘 의문을 샀다. 그리고 곧 그의 대학 동기들이 말해준 과거 연애사로 인해, '히라 카즈나리' 가 대체 누구인지 병원에서 한창 떠들어대던 참이었다. 



나도 나지만, 다시 마주친 너는 '잘 지냈어?' 와 같은 인사 따위도 하지 않았다. 키요이는 파뭍고 있던 고개를 들어 기억을 더듬어본다. 대학동기로 만나 6년을 친구로, 6년을 연인으로, 그리고 또 6년을 남보다 못한 사이로 살았다. 그 때 너는 왜 나를 버렸을까?



나는 히라에게 첫 눈에 반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히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성향도 너무 달랐고, 좋아하는 것도 달랐다. 그 아이가 아침형인간이라면 나는 저녁형인간이었고, 그는 늘 혼자있는 외톨이였고, 나는 어딜가나 인기가 많았다. 게다가 그는 소위 말하는 천재성을 가지고 난 사람이었고, 나는 그를 따라가기 위해 미친듯이 노력해야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그저 그런 동기 중 한명이었고, 그냥 친구라는 이름으로 지낼 수 있었다. 학부생활을 하고 인턴실습이 들어갈 때 쯤 히라가 먼저 고백했다, 만나보자고. 나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고 한다. 그런 마음을 숨기고 6년을 친구로 지냈다고 하니 처음엔 징그러웠고, 나중엔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고백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너무 달랐지만, 왠지 히라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아니, 아마 나는 평소에도 그에게 관심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한 연애는 재밌었다. 물론 싸우는 날도 있었고, 다툰 적도 많았지만, 마냥 행복했다. 무엇보다도 히라가 나를 너무 좋아했다. 그런 사랑을 받는건 처음이었다.



연애가 끝날 때 쯤은 결국 내 마음이 더 커져버렸지만.



우리는 과에서 유명한 커플이었다. 피라미드 가장 밑바닥의 돌멩이와 꼭대기의 별이 사귄다고 하니 아마 술안주로 딱 좋은 이야깃거리 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딱히 숨길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동기들은 내가 히라와 헤어진 후 히라의 소식을 나에게 전하지 않았다, 아니 걔네는 그 이후 히라에게서 관심이 사라졌다. 겨우 건너 건너 들은건 미국으로 유학갔다는 이야기 뿐이었다. 어차피 볼 수 없는 얼굴, 나는 그를 잊기 위해 안그래도 바쁜 생활을 미친듯이 했고, 전문의 시험도 한 번에 붙었고, 또 동기들 중 가장 먼저 부교수 타이틀을 달았다. 그렇게 6년을 보냈다.



그런데 이제는 니가 내 일상으로 다시 들어온다고 한다. 이제 매일을 너와 마주쳐야 한다. 





(아마 의사는 이용당한거일수도)
히라키요이 맇쿠유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