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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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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나날 중 하루는 히라가 노구치에게 붙잡혀 회식에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고, 생각보다 술에 강했던 히라는 눈 떠보니 노구치를 떠맡고 있는 모양이 되었다. 노구치를 작업실에 데려다주기 위해 택시를 타고 이동했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작업실의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선택지는 히라와 키요이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그 사이에 히라는 키요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고 있을 줄 알았던 키요이는 깨어있었고, 히라는 상황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키요이가 싫다면 노구치씨를 길거리에 두고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히라라면 정말 그럴 것 같았던 키요이는 미쳤다는 말을 하며 빨리 모시고 들어오라고 한다.



술을 마신 둘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특히 노구치는 인사불성이 되어 이곳이 어디인지, 누구와 있는지도 모르는 듯 했다. 히라는 키요이와 함께 지내는 방에 노구치를 재우는 것이 싫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명색에 스승이자 손님이기에 거실에 재울 수는 없었다. 키요이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노구치를 방에 눕힌 후 씻고 나온 히라는 왠지 모를 어색한 기운을 느꼈다. 그도 그럴것이 키요이와 동거를 한 후 단 한 번도 누군가와 집을 같이 사용한 적이 없었다. 특히 밤에는 더더욱 상상도 못할 일이다. 히라는 키요이 곁으로 가 본인은 바닥에 잘테니 키요이는 소파에서 자라고 한다. 키요이의 입이 툭 튀어 나오는 것을 히라는 보지 못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야, 히라"

"응?"

"...올라와서 같이 자"

"키요이 불편할텐데..?"

"그래도 올라와"

키요이의 말을 거절하지 못하는 히라는 꾸역꾸역 작은 2인용 소파에서 키요이를 껴안고 누웠다. 왠지 모르게 키요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띄워졌고, 평소 같으면 그 이상을 하고도 남을 분위기와 거리감이었지만, 방에서 곤히 자고있는 노구치를 생각하며 둘은 키스 정도로 만족하고 잠을 청했다.



이른 아침 노구치는 숙취를 느끼며 일어났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방 안을 둘러보니 촌스러운 느낌이 제자의 집임을 노구치는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거실로 나가니 더욱 믿고싶지 않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 명도 자기 어려워 보이는 좁은 소파에서 껴안고 자는 제자 커플, 노구치는 바퀴벌레 한쌍 같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히라 품 속에 키요이가 곤히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자신이 자고 일어난 곳을 생각한다.

'얘네가 거기서 매일...? 그러니까 히라녀석이 키요이를...?'

노구치는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아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그리고 짐을 챙기고 조용히 집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일어난 히라와 눈이 마주쳤다. 

"키요이가 깰 수도 있으니까 조용히 부탁드립니다"

"..누가 스승이고 누가 제자인지 모르겠네"

아무튼 고맙다고 말하며 나가려고 하니 그 와중에 숙취해소를 시켜주겠다며 히라가 미소국을 끓인다. 갈 곳을 잃은 노구치는 일단 소파 맞은편에 앉아 키요이를 바라보는 포즈가 되었다. 노구치는 히라의 검은 시선이 느껴졌지만, 못본 척 주위를 둘러본다. 생각보다 넓은 곳에서 지낸다니 히라가 돈이 많은가 싶고 신기할 따름이다. 조금 후 히라가 미소국을 가져다 주었고, 냄새 때문인지 키요이가 깨어났다.

그리고 어떻게 된걸까. 어색하게 3명이서 같은 탁자에 둘러 앉아 아침을 먹는 꼴이 되었다. 이따금 노구치와 키요이가 밥을 먹다 눈이 마주치면 어색한 웃음을 내비치지만, 히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와 같이 키요이의 이것저것을 챙겨주고 있다. 

노구치는 분위기를 풀어보려 대화를 시도한다.

"너희 둘 어젯밤에 말이야.."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

"키스는 했습니다"

"...안물어봤어"

"히라, 미쳤어?"

앞은 노구치의 대답이고, 뒤는 키요이의 역정이다. 어젯밤 자신을 어떻게 데려왔고 챙겼주었는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제자 녀석이 질문을 잘라먹고 본인 마음대로 해석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더 이상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묘하게 키요이가 즐거워보이고 귀가 빨갛게 변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생각했다.


다시는 여기 오나봐라.


앎그 히라키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