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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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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섭 파트

한참 바쁘게 대학리그를 뛰던 정대만, 경기 도중 또다시 무릎 부상으로 쓰러지는 거. 무릎에서 올라오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절망감을 느끼면서
눈앞이 말 그대로 캄캄해지는데 몇 초후 흐릿해진 시야가 뚜렷해질 때 자신과 주변환경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거.
짧게 뻗쳤던 앞머리가 순식간에 눈가를 덮을 정도로 길어졌고, 자신을 둘러싸 시끄럽게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지금 한 명도 없어졌어.

지금 자신은 고1시절로, 것도 무릎이 다친지 얼마 안된 채 병원에 입원했을 때로 돌아가버린거지.

미친 이게 가능해??
지금 하고 있었던 경기는 어쩌고?
아니 그럼 나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되는거야?
정신없이 몰아치는 여러 생각에 머리를 쥐어짜며 자신이 할 수 있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내가 어떻게 과거로 되돌아갔는지도 모르는데
뭘 어떻게 다시 현재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겠어. 뭘 하든 소용이없을 것 같으니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이걸 2년간의 방황을 만회할 기회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지.
그래, 어쩌면 이게 나에게 다시 주어진 기회 일수도 있어.

마음만 다급해서 안 그래도 성치 않은 무릎 더 악화시키지 말고, 양아치짓 해서 괜한 애들 피해주지 말고, 옆에서 선배 노릇 해주고 그래야지 뭐....

그러면 아마 이번 고교시절은 잔잔하게 흘러갈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예상치도 못한 후배들의 커다란 변화를 맞이할 줄은 몰랐겠지.

+++

'조만간 도내 넘버원 가드라고 부르게 될 걸요, 지금은 단지 굿 플레이어지만...'

체육관 문 너머러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어, 이자식 내가 2학년이 되자마자 올 줄 알았는데 이제서야 나타났네.

'왔냐, 송태섭?'

아미친,습관적으로 나온 인삿말에 정대만은 자기가 말해놓고 놀라서 헙하고 입다물었어. 하지만 말은 이미 뱉어졌고 다들 정대만에게로 시선이 쏠렸지.
까리한 인상 주려고 폼 잡은 송태섭도 방금 자기가 뭘 들은거냐듯이 벙한 표정으로 대만을 쳐다봤어. 그새 옆에 쓱 다가온 준호가 속닥거리며 물어왔어.

'아는 후배야?'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 에이씨 이놈이 입이 방정이지. 정대만은 속으로 자신의 주둥이를 한대 치고 싶었음.
서로 대차게 싸우기도 하고 형제처럼 가깝게 지낸 선후배 사이였지만 지금은 자기만 알고있지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한 정대만은 그렇다는 말 대신 태섭이를 향해 씩 웃으면서 고개 까닥하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어. 태연한 척 송태섭 반응을 살펴보는데
무슨 일시정지 된 것 마냥 표정이 풀리지 않아보였어. 괜히 눈치가 보였지.
모르겠다~ 나중에 자기 이름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면 그땐 그때의 내가 어떻게든 얼버무려주겠지.

+

'제 이름 어떻게 아신거에요?'

이렇게 바로 물어볼 줄은 몰랐는데. 치수, 준호와 셋이서 의논해 태섭이를 농구부 입단 시키는 걸로 정하자마자 어느새 바로 옆에 딱 서서 물어왔어.
하나 이거 뭐라고 말 해야 돼? 갑작스런 질문에 계속 어어어.... 말끝 흐리기만 하던 정대만의 머릿속에 기억 한 조각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어

-형은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카나가와에서 온지 얼마 안됐을 때 형을 처음 만났어요. 그 때 난 무슨 색이었지...검은 티셔츠였나?어두운 색 옷 입었고
막 앞머리 다 덮은 곱슬머리 중1이었는데  형이 초등학생? 이러면서 원온원 해줬던 거. 기억나요? 

아 그걸 말하면 되겠네, 기억을 되짚자 마자 대만은 자기도 모르게 그럴싸한 말을 술술 풀었어

'너.....그, 기억하냐? 카나가와에서 같이 원온원 했던거, 머리가 막 곱슬곱슬하게 앞머리 다 덮었던 애. 너였잖아. 
다음날에도 같이 하고 싶어서 와봤는데 안 나오길래, 어....그래서 거기 동네 사람들 다 물어서 계속 널 찾아다녔어. 
네 이름도 너네 중학교 동창으로 보이는 애들 물어보다가 알게 된거였고....'

......이정도면 됐으려나? 자신이 들어도 어설프게 말하는거 같아 정대만은 점점 시선을 다른데로 돌리면서 말을 흐지부지 끝내버렸어.
아닌가? 뭔가 좀 수상쩍어 보였나? 살짝 불안해서 송태섭을 마주 보려고 했어. 분명 미심쩍다는 듯이 삐딱하게 째려볼거다 얘는 분명.
근데? 정작 마주한 표정은 회귀전에서도 보지 못했던, 세상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태섭이었어. 

+

정대만은 몰랐을거야.

자신이 송태섭의 첫사랑이었다는 걸.
농구부에 들어서자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태섭이가 얼빠진 표정 지었던 건 첫사랑의 재회와 함께 그 날의 두근거림이 다시 뛰었다는 걸.
분명 그 형은 기억 못할거고 저 혼자만의 추억일거라 생각했는데 
-카나가와에서 같이 원온원 했던거, 머리가 막 곱슬곱슬하게 앞머리 다 덮었던 애. 너였잖아. 
 나를 기억하고 있었어.
-다음날에도 같이 하고 싶어서 와봤는데 안 나오길래, 거기 동네 사람들 다 물어서 계속 널 찾아다녔어. 
저 말을 들었을 때 송태섭의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던 거.





대만텀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