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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30 22:54
키요이 촬영중에 발 잘못 디뎌서 넘어지는데 살짝 타박상에 약간 멍해도 괜찮아서 집에 와서 평소처럼 히라 옆에 두고 잠듦. 당연히 히라는 자지도 못하고 키요이 걱정돼서 밤샘.

키요이?
에?

키요이 자다 깼는데 누가 자는 거 빤히 보고 있으니까 깜짝 놀라서 소리치며 일어나려는데 몸 여기저기가 결리고 쑤셔서 살짝 인상 씀.

키요이.

히라는 키요이 걱정돼서 눈썹 축 늘어트리고 울상으로 바라봄. 가벼운 타박상이라지만 키요이 몸에 멍이 들었음.

키요이.
이 미친놈아!

히라는 키요이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뜸. 키요이한테 이런 욕을 들어보고 싶었음.

키요이.

히라 감동하는데.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나 설마 지금 납치 당한 거야?

히라 키요이가 작게 중얼거린 납치라는 말은 듣지 못했지만 키요이 말에 살짝 벙찐 표정 됐음. 지금 키요이 기억은 자기를 따라온 히라를 데리고 신사에 가서 히라가 주는 진저에일을 받아 먹고 댄스학원이라는 둘만의 비밀을 만든 그때로 돌아가 있었음. 키요이는 납치당했다는 사실보다 한주먹 거리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한 히라한테 납치를 당한 거에 더 충격 받음.

키, 키요이?

히라가 말을 더듬자 키요이는 음침한 놈이 자신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런 일까지 하나 싶었음. 키요이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내려오면서 몸을 뒤로 물림. 키요이 처음 보는데 편하게 느껴지는 후드티랑 잠옷 바지를 입은 자기를 보면서 히라가 자기 옷을 갈아입혔다는 생각에 약간 소름 끼치면서 기분 나빠짐. 근데 이상하게 옷이 평소에 잘 때 입는 잠옷보다 더 편하게 느껴졌음.

키, 키요이?

히라가 그런 키요이의 모습에 놀라서 손을 뻗음.

오지 마!

키요이 놀라서 뒤로 더 물러나는데 물러날 곳이 없음. 결국 바닥으로 잣죽 상자가 나뒹굼. 키요이 잣죽 상자를 보고 뭔가 떠오를 것 같아서 찡그림.

하?

하지만 키요이 잣죽 상자에서 쏟아진 것들 보고 기가 막혀서 소리 지름. 히라는 키요이한테 오지 말라는 말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서 거의 처음 들어보는 같아서 완전히 굳어버림. 저리 가라 거나 죽여버린다 라는 말도 아니고.

너!

키요이 잣죽 상자에서 쏟아진 엄청 많은 콘돔과 젤을 보며 진짜 히라가 자기 생각대로 미친놈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딘가 혼이 나간 채로 굳어있는 히라 보며 머뭇거림. 분명 자기를 납치해서 콘돔과 젤까지 준비한 음침한 셔틀이 나쁜 놈인데.

미안.

히라 평소처럼 사과함.

키모!

키요이 왠지 히라 사과에 기분 나빠짐. 진짜 이상하게 기분 나빠짐. 납치 당하고 멋대로 옷 갈아입혀진 것보다 더.

키요이.

히라 자기가 뭘 잘못했나 생각하는데.

키모!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키요이!

집에 가려는 키요이를 히라가 다급하게 붙잡음.

이거 놔!

키요이 힘으로 밀어내려고 하는데 의외로 생각지도 못하게 히라 힘이 세서 못 밀어냄. 그러다가 아까 떠오를 듯 말 듯 했던 기억이 떠오름. 여름방학이 됐고 히라 집에 방학 숙제를 하기 위해 시로타 무리와 함께 놀러 갔었음. 그때 히라 방에 들어가서 오리대장이 찍힌 사진을 봤고 둘만의 비밀을 지킨 히라가 괜찮은 놈이라는 생각을 했음. 사실 그전부터 히라의 눈에 담긴 열기와 히라를 궁금해했던 것도 떠오름.

키요이! 잘못했어! 키, 키요이가 다쳐서 왔는데 혼자 몰래 혼자 해서 미안해.. 그게 살짝 몽롱한 얼굴로 자는 키요이가 너무 아름다워서...그게 나도 모르게 정말 잠깐 잠깐 혼자 했으니까.... 잘못했어!
미친놈아!

너무 바쁜 탓에 키요이가 너무 그리웠다며 정신이 나간 말을 했던 히라가 정신이 돌아와 잘못했다며 용서를 비니까 키요이 일부러 아이스크림 사러 간 히라를 따라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경찰한테 쫓기고 히라의 이름을 처음으로 부른 날을 떠올림. 그래서 벌로 농구공을 닦고 유니폼을 빨고 물장난을 쳤던 것도 기억남. 기억 속에 데일 정도로 뜨거운 히라의 눈 그 눈보다 더 열기가 올라간 지금의 히라의 눈을 보며 키요이는 그래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다 보면 히라처럼 미친놈이면 납치도 할 수 있나 그래 잘못했다는데 용서 해줄까 싶은 애먼 마음이 들려던 차에 히라가 줄줄 내뱉는 말에 키요이 경악함. 키요이 귀 끝까지 새빨개져서는 히라한테 또 미친놈이라고 욕함. 뭐 저렇게 자는 당사자를 눈앞에 두고 혼자 뺐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해. 키요이 히라가 자기 생각보다 훨씬 더 미쳤고 뻔뻔하다고 생각함.

...미..미안!
키모.

미친놈이라고 욕 먹는 게 뭐가 좋은지 웃다가 사과를 하는 히라를 보며 키요이 당장 자기가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는 사실도 잊음. 그래서 털썩하고 침대에 주저앉음.

키, 키요이 며칠 소속사에서 쉬라고 했으니까...
소속사?
응. 촬영하다가 넘어졌으니까 푹 쉬어야 해. 그러니까 아침밥 하는 동안 더 자는 게.
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키요이 소속사라는 말에 빠르게 히라에게 와서 히라 얼굴을 부여잡음. 키요이 자기가 한 행동에 자기가 더 놀람.

....거짓말.

키요이는 히라와 대화를 나누고 히라와 자신이 연인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됨. 자기와 히라가 꽤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연예인과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도. 히라의 신이 이 이런 식으로 궤도 수정을 할 줄이야 아아 하는 소리는 가볍게 먹금함.

진...진짜야.
...내가 왜 이런 기분 나쁜...
미...미안.

키요이 알람시계가 놓여진 곳에 있는 사진을 보면서 히라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인 걸 알게 됐음. 히라는 사진이 더 없냐는 키요이의 말에 잘 보관해둔 사진을 키요이에게 더 보여줌.

사과하지 마.

키요이 뭐가 어찌 됐든 히라가 사과하는 게 싫었음. 연인 사이에 무슨 사과를 이렇게 많이 하는 거야. 키요이 여전히 물장난 쳤던 그때까지만 기억나지만 사진을 보니 뭔가 히라의 말이 사실이라 사실 사진도 거부감이 하나도 없었음.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지. 물론 이 모든 게 자기한테 미친 히라가 만들어낸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사실 사진 속에 이런 분위기는 가짜로 만들 수가 없는 거였음. 사진 속에 있는 둘에게는 둘만의 세상과 사랑이 있었음.

미...미..

키요이 쿨하게 한 손으로 히라 입을 잡아 막음.

이건 뭐야?

키요이 에비코로가 찍힌 사진을 보며 히라에게 물음. 그렇게 키요이 히라와 함께 일어나 양치하고 히라의 아침밥을 기다리면서 새로 받은 대본을 읽는데 모든 게 너무 자연스럽고 익숙해서 조금 놀랐음. 히라의 말이 모두 사실이고 대본 내용은 또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음.

맛있어!
다행이다. 키요이 아무래도 멍든 게 심해 병원에 가자.
응. 기억 찾아야지.

히라는 에비코로를 먹는 키요이를 보면서 키요이가 넘어진 충격으로 잠시 잠깐 기억에 혼동이 왔을 거라고 생각했음. 조금 불안했지만 그보다 키요이 몸에 난 상처가 더 신경쓰였음. 그간에 기억이 모두 희미해졌는데도 쿨한 키요이 모습에 히라는 입술 깨물고 감탄하며 역시 키요이는 킹그라고 생각함. 키요이는 살짝 멍든 건 개의치 않았음.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 않을 멍자국에도 히라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바라볼 뿐.

이리 와.

병원에서는 잠시 머리를 부딪혀서 그럴 수 있다며 키요이가 몇 가지 기억을 떠올린 걸 봐서는 금방 기억이 돌아올 거라고 안심하라고 했음. 키요이는 병원에 다녀와서 오리대장과 카메지로와 인사도 하고 자기 방도 구경했음. 집도 한 바퀴 돌아보고 금목서도 보고. 보란듯이 제 방이 있지만 히라와 함께 자는 것도 알았음. 사실 키요이 기억은 거의 없지만 정말 모든 게 낯설지 않았음. 자기 대신 모든 살림을 다하는 히라조차도.

아냐. 키요이 편하게 자.
와.

키요이는 침대 밑에서 이불을 깔고 자겠다는 히라를 침대로 올라오게 함. 연인인데 왜 따로 자겠다는 거야.

키요이 불편하게 자면 몸에 좋지 않아.
누가 불편하다고 했어.

키요이 뭔가 이 가슴 깊숙이에서 올라오는 욱이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근데 한편으로 뭔가 또 그렇게 화나지는 않는 거 같았음. 심지어 기분 나쁜 것도 싫지 않았음.

미안.
키모.

사과한 히라가 키요이 옆에 누움.

추워.

키요이는 평소처럼 춥다며 잠결에도 히라를 껴안고 히라는 사실 잠들지 못하고 그런 키요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토닥여줌. 그렇게 다음날이 되고 키요이는 기억은 없지만 히라와 기억이 있던 평소처럼 지냄. 물론 그러던 중 제단 발견해서 한바탕 난리도 남.

며칠이 지났고 키요이 소파에 앉아서 대본 보는 척하지만 사실 반찬을 식탁에 가져다 두는 히라를 바라보고 있음. 기억을 잃은 연인을 위해서도 매일 집안을 깨끗이 정리하고 맛있는 반찬을 준비하고 연인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피는 히라를 보면서 키요이 입술을 깨뭄.

키요이 이제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음. 키요이의 기억은 음침하고 겉돌던 히라가 자신을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고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던 시로타에게 덤볐던 일까지 돌아왔음. 그러니 키요이는 더 빨리 기억을 찾고 싶었음. 킹그니 신이니 하는 히라가 처음에는 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오로지 세상에 유일하게 자신만 존재한다는 듯 유일무이 아름다운 존재로 자신을 바라보는 히라의 눈빛은 처음 자신을 그렇게 바라봤을 때보다 더 열기가 짙어지고 깊어지고 더 열광적인 사랑을 띄고 있었음. 이렇게나 사랑받고 있는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 억울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음. 이번 삶에서 이 넓은 세상에서 자신을 이렇게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도 죽어서도 히라뿐이라고 생각했음. 부모님의 사랑조차 초라하게 느껴질 만큼. 

키요이, 밥 먹어.

히라는 오늘은 키요이를 위해서 보양식을 잔뜩 차려서 기분이 좋았음. 키요이는 자신이 제대로 기억을 못해도 담담하게 대처하는 히라를 보며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러다가 정말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까 봐 걱정됐음. 키요이는 턱 짓으로 히라를 부름.

히라. 나 꼭 제대로 기억해 낼 게.
키요이, 그럴 필요 없어. 그러지 않아도 돼. 괜찮아.
뭐?

키요이는 자기 말에 히라가 응원해줄 거라고 생각했다가 생각과는 다른 히라의 반응에 대본을 내려놓음.

그러니까... 키요이가 힘든 건 싫어...
내가 너랑 함께한 기억을 잊어도 괜찮다고?
응.
너랑 나 연인이라고 했잖아.
그게... 그러니까 키요이가 살아만 있으면 내 옆에만 있으면... 내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그러면.

키요이 히라의 반응에 히라 멱살 잡았다가 놓음. 왠지 이런 적이 몇번이나 있었던 것 같음.

키, 키요이와 함께 다시 쌓을 수 있잖아.
뭐?
기억도 추억도.

히라의 말에 키요이 쑥쓰럽게 히라를 봤다가 살짝 눈을 내려 입술을 먹고는 히라를 바라봄.

흡.
키, 키요이?

결국 키요이 울음 터지고 히라 우는 키요이 달래려고 빠르게 에비코로 가져오고 오리대장과 카메지로로 시선 돌려보는데 소용없음. 히라 같이 눈물 나려는 거 참고 키요이 눈물 조심스레 닦아주고 안아서 달램. 키요이 제발 내일이라도 기억이 돌아오기를 바라는데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이번에는 밥 먹다가 울음 터트림.

그렇게 다음날 키요이 이런 상황인데도 히라가 울지 않아서 문득 히라 훌쩍거리는 거 말고 우는 얼굴 보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잠에서 깨는데 밤에 몰래 훌쩍거리기라도 했는지 눈 뜨자마자 살짝 부은 히라 눈을 보게 됨. 기도한 덕분인지 키요이 히라 얼굴 보자마자 순식간에 세상이 히라 얼굴로 가득차는 기분을 느낌. 히라를 만난 순간부터 자기 삶에 색이 모두 히라였다는 걸 또 깨닫고 히라가 봤으면 황홀해서 며칠을 빠져나오지 못할 만큼 키요이 환하고 예쁘게 웃음.

키요이?
히라.
...키요이?

히라 눈을 뜨니 기억을 잃기 전 평소처럼 자기 이름을 부르며 정말 신처럼 자기를 보며 웃고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키요이를 보며 아아 사실 키요이를 만나고 키요이와 연인인 된 건 모두 다 자기 꿈이 아니었나함.

키모.

키요이 눈꼬리에 살짝 눈물방울 달고 또 예쁘게 웃음.

키요이?
히라, 나 기억 다 돌아왔어.

키요이 히라가 자기 얼싸안고 좋아할 줄 알았는데 멍하니 히라가 바라만 보자 조금 예상한 반응이 아니라 당황함.

히, 히라?!

키요이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날 뻔함. 시간이 멈춘 사람처럼 눈동자 하나 움직이는 않는 히라의 눈에서 뚝뚝 눈물이 떨어짐. 히라 우는 얼굴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키요이 너무 놀람. 우는 얼굴 안 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키, 키요이.
히라.

키요이 같이 눈물날 것 같은 거 꾹참음. 웃어야지 왜 울어.

키, 키요이. 사실 무서웠어. 키, 키요이가, 키요이가 행복했던 기억을 잊어버릴까 봐...
바보야. 너를 잊어버릴까 봐 겠지.
키요이가 만약 정말 나를 잊는다면 어쩌다 스쳐지가는 사람으로 한 번만이라도 기억해주면 크나큰 영광이야... 하지만 키요이가 행복했던 기억을 잃는 건 싫어.
키모. 너랑 함께해야 행복한 기억이 되는 거잖아. 이 바보야.
응. 응. 키요이, 고마워. 정말 고마워.

키요이는 잔눈물을 떨어트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히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길게 맞대고 있다 떨어짐. 순간 떨어지며 살짝 웃는 키요이 보는 히라의 눈빛이 변함. 히라와 키요이 함께 꽉꽉 채워놓았던 잣죽 상자를 그 어느 때보다 알차게 사용함.




진짜 키요이 기억 잃으면 정작 안달복달할 사람은 키요이 본인일 것 같음. 이렇게 사랑받는데 왜 기억이 안 나냐고 울컥하면서.







앎그 히라키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