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고등학생 때부터 사귀었지만 그때는 윤대협이 좀...나쁜 새끼였어가지고.

뭐 바람을 피운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남자친구로서의 태도가 안 되어 있었음. 무심하고, 연락 없고, 영수를 편하게 생각해서 그런가 오히려 남 대할 때보다 덜 웃는 느낌.
그래서 다들 좀 안타까우면서도 영수가 대협이를 많이 좋아하니까...하고 눈 흐리게 떠 줬음.

그러니까 둘이 결혼까지 하고 사는 거 보면서,그 윤대협이 유부 되고부터는 영수 옆에 딱 잘 붙어 사니까 영수가 그렇게 노력을 하더니 사람 하나 만들었구나 생각하는데

영수가 웬일로 혼자 능남 ob들이랑 술 마시러 나온 날 밤 9시 넘자마자 쉴새없이 알람 울리는 영수 폰 보고 아닌 거 깨달음.
[영수야]
[어디야?]
[언제 돌아올 거야?]
[데리러 가도 돼?]
[보고 싶어]

여기까진 뭐..각별해졌네 싶지. 근데 영수는 흘끗 확인하더니 별달리 답장도 안 하고 휴대폰 엎어 버림. 그 뒤 다시 확인하는 삼십 분 사이에 쌓인 연락들이

[술 많이 마셨어?]
[아무거나라도 답장 해줘]
[영수야 나 무서워,어디 갔어?]
[내가 연락해서 질렸어..?]
[나 약속 지켰는데]
[9시까지 참았어]
[집에 와줄 거지?]
[사랑해]

여기에 스크롤이 끝이 없는 부재중 전화 내역.

천하의 윤대협이 의처증인가?둘이 요즘 이혼 위기인가?
얼핏 봐도 집착이 장난 아닌 문자에 슬금슬금 요즘 대협이랑 무슨 일 있냐..?떠봐도 영수는 무심한 눈으로 멘헤라 스토커 같은 문자들 쭉 내리면서 '별로?똑같은 거 같은데' 함

그 익숙하고 약간 진절머리 나 보이는 태도에 덕규 태산이 경태 조용히 무서워짐...옛날의 영수가 윤대협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니까. 뭔가 잘못된 것 같지...

그리고 그 느낌은 기어이 덕규 휴대폰에 윤대협 전화가 울리고, 칼 물고 울며 보낼 것 같은 문자와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예의 산뜻한 목소리가

'형~영수 같이 있어요?아니,술 많이 마셨으면 데리러 가려구요. 어느 가게에요? 아 거기.가고 싶었는데 아쉽다~ 알았어요. 이따 봐요.'

했을 때 클라이막스를 찍었음. 변덕규는 손을 떨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애써 태연히 영수 윤대협이 데리러 온다는데 이만 집에 갈래? 물음. 덕규는 선배로서 혹시 영수가 위협을 느끼고 있는 거면 보호해줄 작정까지 하고 있었음.

하지만 경태가 따라준 술을 마저 마시고 찬물로 숨 돌리던 영수는 기어코 술집까지 마중 온 윤대협이 뺨에 입술 대려는 걸 파리 쫓듯 물리치더니
'가야죠,뭐.또 봐요. 다음에 ㅇㅇ이도 부를게요.'
하고 별 미련 없이 짐 챙겨서 일어나는데

윤대협이 차마 어깨에 손 올리는 것도 허락받지 못할까 안절부절하면서 영수 데리고 나가는 뒷모습 보고 다들 한 차례 조용해졌다가

"...사장님 여기 한 병 더 주세요."
하고 싶은 말도 술 한 잔에 같이 삼키겠지.




도망간 전적 있고 아쉬울 거 없는 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