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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01:37
수상할정도로 아름다운데 성격은 좀 초딩같은 중년여성 정대만네 집 근처에 꽃집 생기는데 거기 주인이 양호열 청년이면 좋겠다 식물에는 딱히 관심 없는데 호열이한텐 관심이 생겨서 주에 한번은 꽃다발이나 화분 사가는거지 일부러 좀 타이트한 펜슬스커트에 얇은 블라우스 입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이건 어떤 꽃이에요? 물어보면 앞치마 둘러매고 흙 옮기던 호열이가 앞에 앉아서 아 이거는요.. 하고 설명해주는데 솔직히 꽃은 모르겠고 아까 흙 번쩍 들었을때 불끈거리던 근육이 존나 아름다웠겠지 주책맞게 저보다 열두살은 어린 남자한테 설레는게 좀 부끄럽긴 한데 솔직히 대만이만의 잘못은 아니야 하 그니까 함 들어봐봐

처음 만났을때 대만이는 감독일 마치고 집에 들어오던 참이라 가볍게 세팅한 단발머리에 깔끔한 정장차림이었어 그날 팀 우승날이기도 했고 기분도 좋아서 예쁜 꽃들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꽃집 주인이 나오는거야 그것도 존나 해사하게 웃으면서 어 손님 계셨네요ㅎㅎ제가 오픈한지 얼마 안돼서 좀 서툴러요 찾으시는 꽃 있으세요? 말붙이면서.. 정대만 귀 뒤로 머리 넘기면서 아뇨..그냥 꽃이 너무 예뻐서.. 했더니 주인이 주변 슥 둘러보더니 탐스럽게 핀 장미 한송이 간단하게 포장해서 자기 명함이랑 내밈 오늘 마지막손님이셔서, 서비스예요 담에 꼭 들러주세요 하면서!!! 오랜만에 누구한테 사심없는 꽃선물 받아보는 정대만(왜냐면 고백은 아직도 존나 많이 받으니까) 그때부터 맘이 좀 설레버림

다음번엔 아침 일찍 조깅하던 중에 마주쳤는데 꽃집 남자가 일찌감치 출근해서 호스로 꽃들에 물 주고 있었겠지 헤어밴드하고 지나가는 대만일 알아봤는지 어? 장미손님! 안녕하세요~ 했어 대만이도 이젠 명함 보고 이름 알았으니까 아, 양호열씨 안녕하세요..! 했겠지 잠깐 멈춰서 도란도란 동네 얘기 좀 하다가 갑자기 호열이 호스 들어보이더니 아, 신기한거 보여드릴까요? 함 그러더니 수도를 틀어서 물이 안개처럼 나오게 한 다음 햇빛에 흩뿌려서 짠~무지개~~이러고있음 미치겠음 진짜 귀여워 돌아버리겠음 예쁘죠? 하하 웃는데 니가 더 예뻐 호열아 하고 누나 통장비번 알려줄뻔함

이후로 지나갈 때마다 인사 까먹지않는거나 팀 패배해서 조금 피곤했던 날 직접 말린 라벤더 차라고 피로회복에 좋다고 건내던거나 우연인척 찾아와도 매번 웃으며 맞이해주는 양호열에게 정대만은 당연한듯 반해버림 당연히 민망한게 먼저긴 했어 아무리 둘다 성인이라지만 대만이는 마흔이고 호열군은 스물 여덟인데 어떻게 비비나 싶기도 했겠지 그럼에도 차려입고 꽃집을 찾아온건 순전히 어쩔 수 없는 호감 탓이었어 먼저 넘어와주면 고맙지만 만약 아무 반응 없다면 나도 마음 접어야지..하는 심정으로 그도 그럴게 아무리 예쁘게 차려입은 날도 후줄근한 운동복 입은 날이나 똑같이 대하던 양호열이었거든 그냥 기대를 안하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해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은 좀 울적해지지만..

손님, 손님?

대만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멍하니 말을 넘겨들었는지 호열이 대만을 불렀어 힐 신고 쪼그려 앉은 채로 깜짝 놀라느라 균형이 조금 흔들린 대만은 어..어어..! 하더니 뒤로 넘어갈 뻔 했음 그 순간 허공을 휘젓는 팔이 공중으로 붕 당겨지고 몸이 똑바로 세워지면서 허리를 감싸는 손길이 느껴졌음 한 팔을 잡히고 허리가 감싸진 포즈가 꼭 왈츠 동작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머리 위로 물이 쏴아아 쏟아지겠지 으악 어떡해!!

당황하는 대만을 호열이 별안간 끌어안더니 밖으로 내달렸음 그니까 꽃집 안쪽 온실을 구경하던 대만이 그대로 호열의 품에 쏙 안겨 바깥에 나온거겠지 너무 당황스럽고 놀라서 심장이 쿵쿵 뛰었어 물에 쫄딱 젖은 것도 모른채 놀란 숨만 몰아쉬고 있는데 그제야 호열이 아직도 제 손을 잡고 있는걸 눈치챘겠지 대만이 먼저 펄쩍 놀라 손을 빼내자 호열은 잠시 가만히 빈 손을 바라봤음

대만은 그만 돌아버릴 것 같았어 온 사방에 대만이 키보다 큰 화분들이 즐비하고 그런 녹색 사이에 물에 잔뜩 젖어 올렸던 머리까지 다 흐트러진 호열이 있었으니까 안그래도 근육질 몸에 붙는 흰 티셔츠가 군데군데 젖어서 팔뚝이며 어깨며 복근까지 희미하게 비쳐보였음 그걸 보고 침을 꿀꺽 삼키는 순간 대만이 눈을 질끈 감고 미쳤나봐!!뭘 보고 침을 삼키고 있어!!!했음 그사이 앞머리를 좀 털어내던 호열은 카운터에서 제 겉옷을 꺼내와 대만에게 둘러주었어

- …죄송해요, 스프링클러 꺼뒀어야 했는데, 깜박했네요.

대만은 괜찮다고 말하려 호열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평소보다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고 눈도 못마주치고 있는거야 미안해서라기보단 뭔가 불안한 것처럼 보였음 대만은 젖은 머리칼을 넘기며 왜이러는지 호열을 살피는데 그럴수록 계속 눈을 피하는거임 돌아가는 고개를 따라 대만이 응? 으응..? 하고 따라오면 결국 눈을 질끈 감은 호열이 대만이 어깨를 콱 붙잡으면서 말하는거지

- 아, 진짜..! 손님 그거..다 보이거든요..! 젖어가지고..!

그제야 대충 두르고 있던 겉옷 안을 살펴보면 얇은 크림색 블라우스가 조금 튀긴 물에도 다 젖어버려서 속옷이 그대로 비쳐보이고 있었음 하필 밝은색이라 피부랑 가슴에 콕 찍힌 작은 점가지 다 보일 정도였음 대만이 앗..! 하며 황급히 옷을 단단히 둘렀어 아 어떡해..이대로 어색해지면 어쩌지 다신 말도 못섞으면..

- 저어..호열씨, 저 괜찮아요. 사람이 다 실수할 수 있는거구….

- …여기 앉으세요.

호열은 조금 편해진 표정으로 플라스틱 의자를 가져다 대만을 앉혔음 그와중에도 잘못한게 없는 대만이 오히려 강아지같은 표정이 돼서 호열이를 위로하고 있었겠지 양호열은 주변 어딘가를 뒤적거리더니 크록스 한켤레를 가지고 나왔음 그리곤 대만이 앞에 꿇어 앉아 발목을 조심스럽게 잠고 흙묻은 힐을 벗겨냈음

- 땅이 젖어서 위험해요. 이것도 미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좀 낫겠죠?

말끝을 올리며 대만을 힐끔 올려다 보는데 가까이서 보니 조금 더 날카로운 눈빛을 젖은 머리 사이로 마주하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어 순간 대만은 분명 인기 많았을 양호열이 이십대 후반이나 먹고 아줌마 가슴 보인다고 시선을 피하던 이유나 말을 더듬는 원인을 추측해보았음 이건 조금 기대해도 된다는 말일까?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기 위해 대만은 물기에 식은 손으로 호열의 귀를 쥐어보았어 역시나 빨갛게 달아오른 귀가 화끈거리고 있었겠지 한껏 말랑해진 까만 눈동자가 대만을 흠칫 올려다 보았음 그걸 놓치지 않고 대만은 호열의 뺨을 살짝 쓰다듬으며 겉옷 어깨부근을 잡아내렸음 드러난 피붓결에 호열이 잔뜩 흔들리지 대만이 씩 웃으며 뺨을 붉히고 말했겠지

- 우리집 가까운데…, 옷 말리러 갈래요?






호열대만ts 호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