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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펄럭패치+알오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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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림자들의 밤 (part. 2)



타니는 최대한 조심스레 용주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몸이 어딘가에 닿는 것만으로도 괴로운지 용주에게서 앓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오메가 페로몬도 한층 짙어졌다. 타니가 아무리 우성알파여도 바로 코앞에서 이런 농도의 페로몬이 퍼지니 순간 아찔해진다. 다행히 러트로 이어질 정도까진 아니었으나, 비에 흠뻑 젖은 바지 안에서 성기가 꿈틀거리며 그 위용을 자랑하기엔 충분했다. 서서히 타니에게서도 짙은 페로몬이 흘러나온다. 바르작거리며 괴로워하던 용주가 그에 반응해 눈을 살짝 떴다. 


“타니...”

“그래. 나 여기있어.”

“흐으... 그 새끼... 그 새끼가 나한테 또 약을...”

“미안해. 내가 더 빨리 왔어야 하는데... 이제 진짜 다신 그런 일 없을 거야. 약속할게.”

“... 어떻게든 나... 나 안 잡히려고... 했는데...”

“알아. 알아, 반용주. 잘했어. 나 올 때까지 너무 잘 버텼어. 우리 용주 장하다, 진짜.”


타니가 용주의 머리와 뺨을 쓰다듬으며 칭찬을 해줬다. 그 말에 용주가 희미하게 눈을 접어 웃자, 그렁거리던 눈물이 또르르 흐른다. 타니가 다정한 손길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찬찬히 눈가에 입을 맞췄다. 용주가 타니의 젖은 옷가지를 꼭 붙들었다. 잔뜩 힘이 들어간 그 애처로운 손마디를 타니가 크고 따뜻한 손으로 감싸 쥔다. 오들오들 떠는 용주를 위해 흠뻑 젖은 옷을 조심스레 벗겨냈다. 그리고 자신도 묵직해진 천들을 얼른 벗어 던진다. 용주의 체향이 밴 보송한 이불 안에서 그렇게 둘은 알몸이 되었다. 서로의 체온과 살결이 적나라하게 와닿는다. 아무런 방해물 없이. 이제야 온전하게.


“미안해. 최대한 빨리 끝낼 테니까, 조금만 참아.”

“시... 싫...어.”


타니가 안쓰러워 어쩔 줄 모르겠단 눈빛으로 용주를 바라보다 입을 열지만, 그보다 한발 빠르게 용주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 천천히 해줘... 빠르게,는 싫어.”


몹시 의외라는듯 타니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여 답하곤 용주의 이마에 입술을 내렸다. 이미 잔뜩 젖어있던 용주의 비부에서 울컥이며 한 번 더 애액이 흘러나왔다. 타니가 그곳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본격적으로 입을 맞춰왔다. 용주가 떨리는 팔로 타니의 목덜미를 껴안자 쪽쪽거리던 간지러운 입맞춤 소리가 점차 물기를 머금고 진해지더니 곧 무언가를 게걸스럽게 빨아들이는 소리가 되었다. 그에 맞춰 아래쪽에선 손가락이 빠르게 들락거리며 야살스러운 소리도 냈다. 용주의 목 안에서 차마 신음이 되지 못한 소리들 또한 뭉쳤다 흩어진다. 입맞춤은 이제 거의 서로의 혀와 입술, 체액을 빨아먹는 수준으로 진해졌다. 허리와 사타구니가 어떻게든 서로에게 더 비비고 닿으려 요란하게 들썩인다. 이윽고 둘의 입술이 떨어지자 타니는 곧바로 용주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목과 어깨를 입술과 뺨으로 문지르며 체온을 더 데웠다. 용주의 가슴팍과 허리로 내려온 손이 살결을 조금씩 움켜쥐었다. 용주의 입에서 한숨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타니의 입술이 기어이 용주의 가슴을 머금자 베어문 과일에서 과즙이 터지듯 교성이 터졌다. 타니가 더욱 더 깊게 입안으로 돌기를 빨아들였다. 

적당히 느른하게 입구가 풀어지자 타니의 움직임이 보다 급해졌다. 번들거리는 자신의 성기를 한번 거칠게 쓸어올린 그는 재빨리 콘돔을 뜯어 씌운다. 그걸 몽롱하게 젖은 눈으로 바라보던 용주가 굵게 침을 삼켰다. 불과 몇십분전 천천히 해달라 말했으면서 지금은 또 변덕스럽게 몸이 닳아 그저 타니가 빨리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들어와서 거칠게 자신을 탐해주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타니는 용주의 부탁을 철저히 지킬 요량인지 정말 천천히 성기를 입구에 가져다 대고 조심스레 문지를뿐이다. 용주가 허리와 엉덩이를 들썩이며 보채다 결국 손을 뻗어 타니의 성기 하단을 잡았다. 타니가 놀라 그 손을 치우려 하지만 쾌감에 취해 용감해진 용주는 야하고도 가여운 애원을 해온다. 


“넣어... 지금 넣어줘.”


타니의 턱이 꿈틀댔다. 짐승이 몸을 부풀리듯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아랫도리 쪽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천천히 하겠다는 말은 공수표가 되어 날아가버린다. 좁은 입구를 비집고 들어가는 성기가 밀림을 파헤치는 괴물처럼 흉포했다. 한껏 고개를 뒤로 꺾고 용주가 컥컥대며 괴로운 숨을 토하지만 타니는 물러서기는커녕 용주의 몸을 안아들어 더 깊게 자신을 박아넣었다. 검붉은 성기가 빠르게 비부를 들락거리고 밭은 숨소리와 교성이 터져나온다. 그렇게 철퍽이는 살끼리 부딪히고 비벼지는 마찰음과 애액이 튀고 문질러지는 소리가 공간을 활개 치고 다니며 서로의 찐득한 페로몬을 더욱 섞어놓았다.

용주는 정신없이 타니를 받아내면서도 그에게서 짙은 숲향을 맡았다. 사실 숲의 향이라고만 뭉뚱그려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자신이 아는 것이 너무 없어 정확히 형언할 순 없지만 묵직하고 매캐한 숲 내음에 약간의 박하사탕 같은 상쾌한 향이 섞여 있었다. 그래서 마냥 무겁지만은 않은, 뒤끝이 아주 시원한 그런 좋은 냄새. 타니에게선 그런 깊이감 있는, 고급스러운 향이 난다. 자신의 희미한, 이름도 모를 잡풀 냄새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더 애타게 타니의 팔과 허리, 등을 잡아끌었다. 어쩔 수 없이 몸을 섞게 된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어떻게든 더 가까이 닿고 싶었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타니는 결코 자신을 안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전혀 내키진 않지만 책임감과 동정심에 나선 거란 걸 다 알고 있다.

한편 용주의 이런 다급함에 대항해 타니는 계속해 자신의 욕망을 자제하려 노력했다. 비록 그것이 자꾸 무위로 돌아가는 상황이라도 말이다. 쾌감이 소낙비처럼 온몸으로 쏟아져 내렸다. 절정에 흠뻑 젖어 잘게 몸을 떨어대는 용주의 모습이 벼락을 맞은 작은 새처럼 가련했다.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용주를 처음으로 안았던 그날, 온통 황량했던 자신의 마음속에 무언가가 톡 싹을 틔웠다. 그것이 어느새 훌쩍 자라나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타니의 가슴이 온통 그 개화 직전의 설렘으로 일렁거린다. 지금 가 깨문 게 입술인지 심장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자신의 품에 안긴 이 야하고 연약하고 얄궂고 가여운 멍청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타니가 용주의 몸을 꽉 껴안았다.   


*


타니가 조용히 방에서 나오자 사사키와 사토가 반가운 표정으로 손짓을 했다. 이미 도착한 과수대가 마당과 바깥에서부터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고, 납치범과 데무라 형사는 각자 순찰차 안에 묶여있었다. 이 어수선한 와중에도 다들 최대한 타니와 용주를 묵인하며 방해하지 않으려 했단 사실이 머쓱해서 목을 한 바퀴 빙 돌린다.


“지금 일단 차량이랑 CCTV 확보했고, 예상대로 차 트렁크에서 톱밥 잔뜩 묻은 도끼랑 전기톱 나왔다. 우린 이제 범인들 이송할 거니까 너도 용주 잘 데리고 나가.”

“우선 병원부터 데려가려고.”

“그래. 가서 진단서 받고 저 새끼가 무슨 약 쓴 건지도 검사받아서 정확히 제출하고, 그 이후엔...”

“우리 집?”

“아마도. 안전가옥이 이 지경이 됐으니 다시 구하긴 좀 어려울 수도 있어. 그리고 지금같은 상황에선 너랑 같이 도심에 있는 게 어쩌면 가장 안전할지도 모르고.”


타니가 고개를 끄덕이자 둘이 인사를 건네며 집을 나섰다. 타니는 주방으로 향했다. 식탁엔 용주가 정성껏 삶아놓은 감자가 다 식은 채 덩그러니 놓여있어 다시금 가슴을 알싸하게 만들었다. 물 한잔을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

힘없이 늘어진 용주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후 안아서 차에 태웠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용주는 내내 맥을 추지 못했다. 검사 후 수액까지 다 맞은 다음에야 겨우 반짝 눈을 떴다. 이미 의사의 권유로 하루 입원하면서 쉬기로 한 상태라 다시 잘 달래 재웠다. 진정제 덕에 겁먹은 초식동물처럼 두리번거리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고 눈을 다시 감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타니는 멍이 올라온 용주의 뺨을 슬며시 쓸어주다 주머니에서 진동하는 전화 때문에 아쉽게도 손을 떼야 했다. 그리고 복도로 나와 굳은 얼굴과 낮은 목소리로 한참이나 통화를 했다.


*


용주는 밤새 간헐적으로 앓는 소리를 냈고 그때마다 타니는 용주를 토닥였다. 그 때문에 피곤했지만, 곁에서 이렇게 용주를 바로 케어할 수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만족했다. 그러나 아침이 되어서 눈을 뜬 용주는 어쩐 일인지 울상부터 했다. 급히 이유를 물었으나 우물쭈물거리기만 한다. 다정하게 재차 이유를 묻자 그제야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해왔다. 
  

“꽃... 방에 있는 그 말린 꽃... 못 챙겼어.”

“내가 챙겼어. 차에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용주의 안색이 단번에 바뀌었다. 입꼬리를 예쁘게 올리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이라고 몇 번이나 말한다. 안전가옥에서 대충 짐을 싸서 나올 때 용주 방에 걸려있던 것을 혹시나 해서 챙겼는데 정말 잘했다 싶어졌다. 씻고 싶어 하는 용주를 조심스럽게 일으키고 부축해 화장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용주가 씻는 사이 타니는 퇴원 수속을 마치고 보고 전화도 한 통 넣었다. 차에 타자마자 꽃부터 찾는 용주에게 뒷좌석에 던져놓은 걸 찾아 손에 쥐여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때 우리 이 꽃 이름 못찾았잖아.”

“응? 아... 그랬지. 맘에 계속 걸리면 집에 가서 다시 찾아보자.”

“아니야. 이제 괜찮아. 내가 그냥 꽃이름 지어줬어.” 

“그래? 뭐라고 지어줬는데?”

“... 타니꽃... 이라고.”


타니가 조수석의 용주를 바라봤다. 얼굴은 물론이고 귀와 목까지 빨갛게 익은 용주는 애써 차창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타니가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 용주꽃으로 해. 꽃엔 니가 더 어울려.”


몸 여기저기 타박상과 멍을 달고서도 용주는 수줍게 웃었다. 하지만 지금 그걸 보는 타니는 무언가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갑갑해졌다. 용주야, 용주야. 크게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


몇주나 집을 비운지라 당장 청소와 관리가 시급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용주와 병원에 있는 사이 사사키가 들러 급한대로 환기는 시켜놓았단 거다. 거기에 대강 눈에 보이는 것들은 먼지도 털고 치워놓은 것 같다. 세세한 부분은 다시 신경써 닦아내야겠지만 일단 누울 자리 정도는 정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타니는 바로 용주를 방 침대로 안내했다.


“어? 여긴 왜...”


발을 주춤거리며 용주가 묻길래 그저 씨익 한번 웃어주었다. 용주를 침대에 누이곤 샤워부터 했다. 그리고 거실과 주방을 대충 닦아낸다. 이번에도 물티슈로 대충하는 청소였지만 말이다. 한창 TV쪽을 닦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린다. 액정에 뜬 이름을 보고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찾았어?”


가타부타 없이 저 말부터 던졌으나 상대 또한 간결하게 응, 이라고만 한다.


“언제 들어간대?”

“내일 밤.”

“갈림길은 잘 나눴어?”

“당연하지. 그것 때문에 팀장님 심기 안 좋다, 지금.”


타니는 뭐 어쩌겠냐며 어깨를 한번 들썩였다. 통화 상대는 마치 그걸 바로 옆에서 본 것마냥 피식 웃었다.


“마음 같아선 나도 달려가고 싶은데... 용주가 아직 상태가 안 좋네. 자면서도 자꾸 앓아.”

“상태 괜찮아도 지금은 네가 움직이면 안 되지. 그리고 첫히트도 아직 안 왔었던 애를 약써서 그렇게 억지로 히트 시켜놨으니 상태가 좋을 리가 있겠어? 에휴. 옆에서 잘 보살펴줘라.”

“내 딴엔 한다고 하고 있는데... 모자랄까 봐.”


타니가 답지않게 기죽은 투로 말한다. 하지만 사사키 또한 그에 대한 명료한 해답은 없는지 그저 조용할 뿐이었다. 잠시 그렇게 무거운 침묵이 깔리는 중에 끼익 소리를 내며 안방 문이 열린다. 용주가 빼꼼 고개를 내민 것이다. 타니가 내일 다시 통화하자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왜, 뭐 필요한 거 있어?”

“... 안 자?”

“아, 나도 곧 잘 거야. 너 먼저...”

“방에서 같이... 잘 거지?”


타니가 머뭇거리며 바로 대답하지 않자 용주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자못 단호하게.


“들어와서 같이 자.”


*


어색해서 맘대로 뒤척거리지도 못하겠다. 타니는 숨 한번 뱉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런 타니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용주는 옆에서 색색 단 숨을 내쉬었다. 자는 중이라 조절이 안 되는건지 은은하게 퍼지는 용주의 페로몬 향도 지금 타니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였다. 타니는 그냥 얼른 방을 나가야겠다 생각하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잠이 안 와?”


몸을 일으키려던 타니가 깜짝놀라 용주를 돌아봤다.


“아직 안 잤어?”

 
일정한 숨소리 덕에 잠에 든 줄 알았다. 그럼 지금 이 페로몬은 잠이 들어서가 아니라 히트 유도제 후유증으로 새어 나오는 거였나? 용주의 상태를 살피려 급히 무드등을 켰다.


“요즘 잠에 들면 자꾸 악몽을 꿔서...”

“무슨 꿈인데?”


용주가 선뜻 말하기 어렵다는 투로 웅얼댔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답을 기다리자 듣고 웃으면 안 된다고 다짐까지 받은 후에야 털어놓는다. 

 
“어두운 그림자들이 막 쫓아와, 나 잡으려고. 그래서 도망치는데 너무 숨이 차서, 숨이 안 쉬어져서 넘어지거든. 그럼 결국 그림자들한테 잡혀버리는데 그때 갑자기 엄청나게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나서 날 삼키려고 해. 입을 크게 벌리는데 그 안이 너무 어두워서 진짜 아무것도 안 보여. 엄청 깜깜하고 혼자라 너무 무서워. 근데 도망도 못 가고 소리도 못 지르겠어서 계속 눈물만 나.”


타니가 천천히 용주를 품에 안아 토닥였다. ‘괜찮아. 그림자 따윈 너 못 잡아가. 못 삼켜. 내가 쫓아내 줄게. 여기서 나랑 있으면 안전해.’ 입 밖으로 차마 내지는 못하지만 속으로 잔뜩 괜찮다는 말을 되뇐다. 타니는 용주의 마른 몸을 안으며 결심했다. 반드시 조직의 그새끼들, 경찰 내부의 쥐새끼들까지 싹 다 잡아 처넣을 거다! 용주의 꿈에서까지 건들대는 그 그림자들을 완전히 끝내버릴 것이다. 그런데 용주는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건지 바르작거리며 품을 빠져나왔다. 왜 그러냐 묻지만 용주는 타니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 귀찮잖아.”

“응? 뭐라고?”

“형사님 귀찮잖아. 이렇게까진 안 해줘도 돼.”


타니가 바보같은 표정으로 용주를 멀거니 쳐다봤다. 여전히 용주는 애써 타니를 외면한다. 그럼에도 의문 가득한 상대의 기운은 다 느꼈는지 빨개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부가 설명을 했다.  
 

“형사님이... 우리 그런 거... 계속 다 잊으라고 했잖아. 나쁜 기억이니까 잊으라고... 근데 자꾸 이렇게... 하면 그게 안 될 거 같아. 아! 그렇다고 막 막 내가... 형사님을 나쁘게 생각한다 그런게 아니구우. 그러니깐 나랑 그거... 한게 형사님이야말로 억지로 그런 거잖아, 일 때문에. 그러니까 형사님이야말로 진짜 다 잊고 싶을텐데... 그런데 자꾸 이렇게 하면 또 내가 바보처럼 페로몬 조절도 못하고. 그럼 또 형사님이 도와줘야할지도 모르니까, 귀찮게.”


타니는 계속해 멀뚱하게 용주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언제부터 얘가 날 형사님이라고 불렀더라?'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은은하게 명치 언저리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이 감정은 또 뭘까 고민도 하면서.


“아 근데 형사님! 막 앞으로도 내가 계속 페로몬 때문에 귀찮게 하거나 혹시라도 책임지라고 할까 봐 걱정되면, 그런 건 하나도 걱정하지 마. 나 이번까지만 신세진 거고 앞으론 절대 페로몬 문제로 형사님 귀찮게 안 할 거야. 저번에 경찰서에서 받은 안내책자에서 봤는데 나 이제 쉼터가서 살면서 알바도 하고 그러면 나라에서 알아서 히트사이클 때 나한테 적당한 알파 매칭해준대. 그럼 다 해결될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다른 알파랑 한다고?”


간신히 끌어낸 목소리는 생각보다 너무 낮고 거칠었다. 흠칫 놀란 용주가 입술을 즈려물다 조그맣게 대답한다.  


“거기가면... 서로 급 맞는 형질끼리 매칭해준다고... 아니 그렇잖아. 원래라면 난 열성에 제대로 교육도 못 받아서 무식하고 바보니까 형사님 같은 똑똑하고 잘나가는 우성알파하고는 안 맞-”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용주의 턱을 잡아 자신의 눈을 보게 했다. 바들거리며 떠는 용주의 눈 안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쓸데없이 깊고 끈질긴 음울한 것들을 모조리 걷어내 버리고 싶다. 그래서 용주의 턱과 머리통을 그대로 자신에게 끌어와 키스했다. 내가 그보다 더 깊고 더 끈질기게 헤집어줄게. 용주가 숨이 막혀 자신의 어깨를 마구 때리자 잠시 입술을 떼어내 숨길을 내어준다. 그리고 이내 다시 파고들었다. 그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게 꽉 움켜잡는다. 다른 알파랑 매칭? 그딴 생각은 뿌리까지 다 뽑아내줄게.

어느새 용주도 온 힘을 다해 타니를 빨아들인다. 턱과 뺨과 머리를 감싸 안고 가슴과 고간을 서로에게 비비고 다리와 다리를 얽는다. 타니는 다시금 크게 소리를 지르고만 싶다.

용주야, 용주야.
언젠가부터 나는 네가 너무 애달프다고.
그러니 제발 내 옆에만 있으라고.

벽에 비친 두 그림자가 안쓰러울 정도로 엉켜들었다. 마치 서로를 잡아먹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혹은 서로 하나가 되지 못해 안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마도 이밤이 끝날 때까진 내내 그러할 것이다.





늦어서 진짜 너무너무 미안합니다 ༼;´༎ຶ ۝༎ຶ`༽ 마치아카 좆목했다길래 나치카비도 러트와서 쓰던 거 후다닥 마무리하긴 했는데 정작 타니는 러트가 안 왔네;;
여튼 이제 ㄹㅇ 완결 거의 다 왔음 헥헥
급하게 들고 온 거라 추후 약간 수정될 수 있음 




타니용주 마치아카 마치다아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