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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0 22:46
우성태섭

료짱이 한참 둘이서 미국에서 자리 잡으려고 애썼던 유학 초반에 들어섰으면 좋겠다

그때 언어도 완벽하지 않고 그냥 농구만 했어도 힘들 때인데 갑자기 들어선 애 때문에 태섭이도 우성이도 엄청 힘들어했겠지

태섭이가 더 고생이 심했겠지? 일단 태섭이는 그렇게 유학까지 간 상태에서 1년간 휴학했고 

태섭이 열성인데다 체구도 작고 초산이라 임신 기간도 힘들었으면 좋겠다 

배만 불뚝 나와서 입덧도 했고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우성이도 힘든 걸 아니까 참고 참았겠지

우성이는 우성이대로 힘들어서 태섭이에게 최선을 다해 신경 쓰려고 하고 있지만 튼살크림 발라 주다가 잠들어 버리고 그러겠다 

둘다 만만찮은 농친놈인데 농구만 해도 모자랄 시간에 생긴 생명이 힘든 건 마찬가지였음 

그러다 일이 난 건 8개월 때 

우성이가 팀 회식 갔다가 술을 진탕 먹고 왔으면 좋겠다 

태섭이는 낮에 이상하게 졸려서 계속 자다가 일어났는데 일어나고 보니 배가 조금씩 아파왔음 

병원에 가야 하나? 하고 망설이고 있으면 또 괜찮아진 것도 같고 해서 그냥 소파에 앉아 있는데 

다시 또 옅은 잠을 자다 깨니까

초인종이 울려서 문 열어봤더니 팀메이트가 술취한 우성이 떨궈주고 갔으면

아... 태섭이 난감하겠지 정우성보다 키 큰 동료도 겨우 지고 온 우성을 자기가 어떻게 들고 들어가겠어

현관에 발 걸친 채로 스르르 드러누웠는데 현관쪽으로 나가서 신발 벗겨주고 소파에서 자기 덮고 있던 담요 덮어줬겠지 

내일 몸 좀 쑤시겠지만 지금 어떻게 할 상태가 아니었음 새벽에 술 깨면 다시 깨워서 들어가서 자라고 할까...

그러다가 배가 찌릿대고 아파서 어 아까 갔어야 했나??? 해서 급하게 차키 챙겨서 나왔으면 좋겠다 

우성이 깨우지도 않았겠지 어차피 술마셔서 데려다 줄 수도 없으니까

그렇게 가는데 정말 심상치 않게 배가 아파서 한 번 쉬고 가는데 병원에 주차하니까 손이 달달 떨리고 운전석이 젖은게 느껴지겠다

사고 안 내고 온 게 신기하네 하고 비틀거리며 들어가서 거기서 밤 내내 진통하다 애 낳겠지

아침에 우성이 맨날 훈련하며 일어나던 시간이 있으니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데 정말 이상했겠다 

벌써 아침햇살이 들어오는데 자기는 집 현관에서 깨어났고 어제 술먹은 기억은 있는데 집에 온 기억은 없겠지

태섭아 하면서 천천히 들어가는데 아직 자고 있나 하면서 침대 방 열어봤더니 태섭이 없었음 

폰을 찾았는데 폰도 없었음 혼자 어딜 나간 거야? 하는데 태섭이 폰이 침대 맡에 있었음 

태섭이 임신하고는 거의 집에 있었고 어디 가면 꼭 문자로라도 얘기해줬단 말이야? 갑자기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태섭이 폰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거는데 걸다가 평소 검진 가던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겠지

우성이 바로 거기로 가는데 태섭이 누워있는 병실로 가니까 눈물이 팍 터졌음 

태섭아... 

태섭이 파리한 인상으로 우성이에게 왔어? 하고 말했음 가까이 가니까 손 꼭 잡아 줬음 우성이 더 눈물 줄줄 흘렸음 

우성이 자기도 잘못한 게 있으니까 사과하고 병원에 있는 동안 매일매일 가봤음 

이틀 정도 더 있고 퇴원하는데 우성이 운전하는 차에 타서 집 돌아가는 길에 태섭이가 말했으면 좋겠다 

우성아

느낌이 너무너무 쎄했겠지 야, 나 정우성, 이런 건 많이 들었는데 우성아? 

왜애? 일부러 밝게 대답하면서 태섭아 우리 저녁에 맛있는 거 먹을까? 너 먹고 싶은 거 하고 주절주절 말하는데

생각해 봤는데,

아니야 생각하지마... 태섭아 나 무서워 하고 우성이 달달 떠는데 

아이가 있다고 해서 꼭 네가 이 아이를 책임지지는 않아도 돼 

라고 말해서 우성이 달달 떨면서 도로 한쪽에 차 세우고 

그게 무슨 말이야? 하고 물어봤으면

우성이는 벌써 울먹거리는데 태섭이는 담담했으면 좋겠다 

사실 그날 전부터 생각은 많이 했겠지 

우성에게도 태섭에게도 아이의 존재가 큰 부담인 건 맞았지 하지만 태섭은 다른 결정은 내릴 수가 없었어 예고도 없이 가족을 잃어봤던 사람이 어떻게 제 손으로 또다른 가족을 잃는 선택을 할 수 있겠어 그래 그런데 우성은 다를 수도 있어 

둘은 사실 연인도 아닌 그냥 몇 번 자본 친구 사이였는데 갑자기 송태섭이 임신하게 되면서 모든게 바뀌었지 

태섭은 기숙사를 나와 우성의 집에서 살게 되었고 둘이 마치 결혼한 부부처럼 지냈지 

물론 예전이라면 그런 거 당연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여기는 미국이고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도 많다는 걸 알았지 그래서...

어쩌면 아이가 자신만의 욕심이고 우성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 생각했어 

안그래도 집에만 있으면 우성에게 가끔 서운했거든 더 다정하게 대해줬으면 좋겠고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고 먹고 싶은 거 사다줬으면 좋겠고 가끔 어리광도 부리고 싶어 그런데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

그런데 우성은 우성대로 최대한 다정하려 노력하고 여기는 우성의 집이고 자신은 졸지에 시간이 많으니까 자꾸 더 기대하고 기대한 만큼 실망하게 되는 거야 

나중에 우성은 연애를 하거나 결혼할 수도 있는 거잖아... 아이 때문에 나랑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은 안 했으면, 그런 건 좋지 않다

낸 결론이 거기까지였어

아이는 내가 기르고 우성이 나중에 안정을 찾으면 양육비 정도는 받을 수 있겠다 싶었지 

우성이 줄줄 울면서 냅다 매달리자 품에 안은 아기가 울었지 




그리고 그 후에는 우성이 엄청 안달하면서 태섭이와 아이를 챙겼으면 좋겠다 

당연히 태섭은 우성에게 미안했지만 태섭도 그 나이에 유학생 신분으로 아이 키우는 게 힘든 건 마찬가지라 기댈수밖에 없었지 

태섭이 편하게 기대 오기까지, 애도 있는 상태인데 연인이 되기까지가 한참 걸렸음 

아이는 태섭과 우성의 예쁜 모습만 닮아서 너무 귀엽고 예뻤고 다른 사정도 점점 나아지면서 조금씩 가족같은 모습처럼 보였어 


그 후로 우성은 누가 권해도 술 한 방울 안 마셨고 태섭이 어디 갈 때마다 태워다 주려고 하겠지 

그게 우성 나름대로 남은 상처인 걸 알고 나 아무렇지 않다 서운한 거 아니었다 하는 식으로 가볍게 털어내려고 

료짱이랑 이야기 하다가 

료짱, 료짱 낳을 때 아빠 어디 있었는지 알아? 

하고 우성이 힐긋 보면서 씩 웃는데 

료짱이 태섭이 올려다 보다가 아빠한테 가서 폭 안겼으면

우성이 고개 반대쪽으로 돌리고 주르륵 눈물만 흘리고 있었음 

우성이 료짱 어릴 때부터 둘만 있으면 료짱 안고 살살 쓰다듬어 주면서 말버릇처럼 미안하다 했으면

료짱이 커서 제법 대화가 될 때 왜 아빠는 료짱한테 미안하다고 해? 하고 물어봐서 태섭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다 알고 있었겠다

태섭이 놀라서 우성이한테 거의 돌진하듯이 팍 안기고 달랬으면

우성이 태섭에게도 티 안 냈지만 그 일로 얼마나 미안하고, 자기만 가족 밖으로 밀어내려고 했던 게 지금까지도 얼마나 불안했는지 알게 돼서

둥기둥기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