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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5 01:23
"있잖아, 나는 우리 사귀면... 여우 니가 꼭 지켜줬으면 하는 조건이 있는데..."

힘들면 못한다고 해. 이해할게... 백호가 어렵게 말을 꺼내자 태웅이가 정신이 번쩍 났지. 자기가 저 멍청이랑 "오늘부터 1일이야."이걸 하려고 달려간 거리며, 병원에서 쪽잠 잔 날들이 몇인데 힘든게 어딨어.

"뭔데."

다 쳐부순다. 다 얘기해.


"나는... 꼭 두 가지를 지켜줘야 사귈 수 있어. 하나는 내 머리를 진짜로 예뻐해야하고, 또 하나는 나보다 오래... 건강해야해..."

우리 오야지가 전에 우리 백호는 키도 크고, 머리도 혼자만 예쁜 색이라서 아버지가 한 눈에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그랬어. 그러니까 이런 색이 싫으면 나는 못 사귈거 같아. 우리 부모님이 예쁘댔으니까 나는 이렇게 살아야해.


"재활 끝난지 얼마 안된 멍청이랑 주니어국대 메디컬테스트 통과했던 나랑 누가 더 건강하겠냐. 멍청아, 나는 이제 빨간머리 내 멍청이 아니면 닿고 싶지도 않아."

그 해변을 뛸때 네가 거기 앉아있는데 햇빛이 네 머리 위에서 반짝거렸고, 그게 내 농구의 빛, 아니 농구말고도, 아니 내 인생의 파트너의 빛인걸 알아버렸다는걸 전할 방법이 태웅이에게는 아직 없었지만 사랑에도 에이스였다는걸 곧 증명해 보이겠지.


"나도 있어. 멍청이 너도 지켜, 조건."
"눗... 응. 말해봐."


태웅이 백호의 손을 잡고 자기보다 1cm 높은 곳에 있는 인생의 붉은 빛에 입맞추면서 끌어안고 귓가에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겠지.


"양말 잘 신어, 멍청아."
"응..."
"사귀는 거 비밀로 하쟀는데 자신없어. 나는 네가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면 참지 않을거니까."
"...응."
"서운한거... 내가 잘못한거... 멍청이한테 못하는거 너도 참지 말고 말해줘. 그럼 고칠 수 있어."
"응... 흐윽."

태웅이에게 안겨있느라 숙여진 백호의 머리 꼭지에 다시 입맞추면서 "왜 울어, 멍청아."하니까

"오야지가 그때 그랬어. 어렵게 마지막으로 눈 뜨고... '우리 백호야, 네 모든 걸 사랑해줄 사람이 틀림없이 나타날거야. 아버지가 곧 보내줄게.'라고. 오야지가 보내줬나봐. 너 내 여우하라고."

태웅이가 입고있던 지퍼 없는 조던 저지를 끌어올려 백호의 눈가를 닦아줬지. 어, 그랬나보다. 내 멍청이 만나라고 보내주셨나보다.























"백호야, 태웅이랑 안 싸우고 잘 사귀는거 같아서 우리도 안심했어."
"맞아. 둘이 호흡도 척척 맞아."

호식이랑 중식이가 연습하다가 쉴때 백호한테 덕담처럼 말하니까 백호가 고장나서 "눗...!"하겠지.

"...비밀인데 어떻게 알았어??"


ㅡ비밀이었어? 태웅이가 쉴 때마다, 니들 콤피플레이로 슈퍼플레이 할때마다 니 머리에다 뽀뽀하고 갔는데?
ㅡ니들 연습경기하러 버스타면 태웅이 저지 같이 덮고 몰래 뽀뽀하다가 주장한테 쥐어박혔는데 비밀이었어??


백호가 "난 또.... 우리 커플양말 신어서 안 줄 알았네! 여우랑 나랑 양말도 똑같은거다!"해서 태웅이가 아이스박스에서 포카리 꺼내와서 까주다가 "멍청이..."했겠지. 똑같은 양말을 신고,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붉은 머리 소년 옆에서 사랑에도 에이스인 소년이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그 머리에 다시 입맞췄지. 비밀이 저만치 해변에 떨어져있는 지퍼 옆으로 물러났지. 막 시작된 종생의 사랑은 감출 수 없는 거니까.






루하나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