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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4 12:30
이명헌
건장한 몸뚱이 판판한 앞 가슴에 덜렁 매달려있는

뿅뿅이

통통한 다리가 달랑달랑
통통한 볼은 이명헌의 가슴팍에 눌려 삐쭉 뭉개진 크림빵 같은 꼴

벌써 9월인데도 쨍쨍한 햇빛에 이명헌의 손은 살살 아기한테 부채질 해주느라 바쁘고


집 근처 놀이터에 나와 그늘 아래 벤치에 조심히 앉고 아기띠에 싸매여져 있던 애도 풀어서 옆에 눕혀주고 

우리 아들은 언제 커서 저렇게 아빠랑 시소도 타고 할까용~

안고 있던 애가 없으니 허전해서 애 다시 들어 무릎에 앉히고는

저기 나비있네용~ 새 왔다 짹짹 이것저것 말도 붙여보고 간간히 들려오는 대답 아닌 대답에 우리 아들 천재 아니에용!!??!! 공부 열심히 해서 효도하세용 애는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중얼거리기도 하고

-

정우성과 헤어지고, 그것도 개같이 싸우고 헤어지고
3개월이나 지나서 안 임신.

이명헌 평생의 소원이 단란한 가정 꾸리기.
자기가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서로 사랑하는 부부 그리고 아가. 셋 또는 넷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가정

우성이랑 하게 될 줄 알았는데용

아가 

아빠가 한명이어도 괜찮을까용?

아빠가 혼자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용
아니

잘 할 수 있어용
잘 해야죵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아서 경기를 마저 뛰어야 하는데 지난 3개월도 모르고 했는데 뭐 잠깐 더 한다고... 

아가


아빤 널 믿어.

조금만 참아줘용


시즌종료
우승

그리고 은퇴


뭐 사실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이번 시즌 또는 다음 시즌 정도에 은퇴를 하려고 했었긴 하니까 농구 플레이어로써 큰 후회는 없고
달라진 거라면 이명헌 정도의 커리어면 프로팀이나 국가대표팀 감독 정도를 바라볼 수 있겠지만 다 정리하고 도시 외곽지 한적한 동네로 이사를 간 이명헌

아는 선생님이 그 동네 초등학교에서 농구부 감독을 하고 있는데 애 낳고 조금 더 쉬다가 그런 쪽으로 알아보려고 생각 했기 때문이지


서울을 벗어난 것도 오랜만이네용 

일가친척 뭐 도움 받을 곳이라곤 친구들 뿐인 이명헌 친구들한테도 그냥 나 좀 쉬려고용. 한마디 하고 훌쩍 떠난 거라 지금 나 열심히 까이고 있겠지용 ㅠㅠ

곧 연락 할게용...


와 

배 나왔어용


이명헌 부른 배 잘 보이게 사진 하나 찍어서 뭐 별다른 말도 없이 김낙수한테 사진 한장 띡. 보내는데

폰 중독이에용 김낙수 사진 보낸지 1분도 안 됐는데용

미쳤냐 이명헌
너 그거 뭔데

그거라뇽
우리 뿅뿅이

야 너 지금 어디야 은퇴하고 뭐 아무것도 안 하고 너 사라졌잖아

나 지금 생크림 케이크 먹고 싶으니까 부드러운걸로 부탁해용

이명헌 뻔뻔하게 집 주소를 부르더니 다시 폰은 엎어두고 쇼파에 누워서 배나 통통 두드리는데

아가 아빠 친구 처음으로 소개 해줄게용!

1시간 정도 흘렀을때 현관문 쾅쾅 두드리는 소리

띠리릭. 문 열면서 조금은 수척한 얼굴로 예민한 임산부가 산다구용

예민은 지랄

애기 들어용!

괜히 김낙수한테 꿀밤이나 한대 먹이고 케이크 받아들고 룰루랄라 부엌 탁자에 올려두고는 먹을 세팅이나 하는 이명헌

정우성한텐 말 했어?
걔 아무것도 모르는 거 같던데 나 한.. 3주 전에 연락했거든

애기 아빠 우성인 거 애기 안 했는데용 내가

그럼 걔가 뭐 자연발생했냐...

우성이랑 헤어진지 한참이에용

애는 하루 아침에 생기니
그래서 진짜 말 안 할거야? 혼자 키우게?
아니 니가 걔 떔에 고생한 건 안다만... 그래도 

그냥 얘기 안 하고 싶어용
우리 애기한테는 좋은 말만 좋은 생각만

그래... 그래
너 나 말고 다른 애들한테는

낙수가 처음이에용 배 만져 볼래용?

김낙수 열 빡빡 내더니 둥그런 배 만지고는 아이 같은 미소로 헤헤 웃는 게 산왕때나 똑같네용

낙수랑 케이크 먹고 좀 쉬다가 저녁은 나가서 먹고

자주 올게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애들한테 천천히 연락하려구용 내가 할테니까 걱정 하지 마용

그래
갈게 뭐 사람 필요하면 부르고 



그담은 동오, 현철이, 성구 일주일 텀으로 한명씩 소환해서 잔소리 오백번 듣고 맛있는 거 얻어먹는 이명헌




-


애 아기띠로 안고 동네 산책하고 시장가서 장도 보고 운동도 하고 가끔은 유모차에 태워서 공원 구석에 있는 농구 골대에서 농구도 하고

와 아저씨 농구 진짜 잘한다!!

같이 할래용? 원오원?

농구공 들고 온 애랑 같이 대결도 해주고.

헉..헉 아저씨 와...

난 상대가 유치원생이라도 최선을 다하죵.

그럼 애 데리러 온 그 애 아빠가
넌 누구랑 농...헉 ..혹...혹시 이명.ㅎ.헌....?!!!? 선수???????????!!!!!!!!!!!!!!!!!!

이런 반응이 99퍼센트라 이 동네에 모르는 학부모가 없어진 이명헌.
친화력 좋은 아저씨들은 냅다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하는 사람도 많고 해서 낯선 동네에서도 나름 즐겁게 잘 지내고 있는데

이명헌이 지금 한적한 동네에 살고 있다고 해서 사람이 갑자기 변하진 않거든

우리 애기
신상.
명품.

사줘야해용.



외제차 부와아아아아앙 끌고는 백화점 입성해서 우아하게 애 유모차 끌면서 쇼-핑 하는데
띠링띠링 울리는 카톡

이명헌의 앙증맞고 모든 대화가 하나도 진지해 보이지 않는 카톡테마인데

...

이걸로도 존나 진지해 보일 수가 있구나



낙낙낙낙낙더마이 낙수 :
야 오늘 xx백화점에 정우성 팬싸인회 한다든데 
너 설마 거기냐

좆됐다.


아 애기아빠가 이런말 쓰면 안되지용

아 근데 진짜 좆됐다.


이명헌 급하게 턴- 해서 주차장으로 가려는데

여기는 1층
여기는 명품관

여기는 입구


여기는 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오는 중


설마






형?















...




형 잠깐만



오랜만이네용
난 일이 있어서

이명헌은 느꼈겠지 처음엔 자기 얼굴에 꽂혀있던 시선이 지금 아래로 내려가 있다는 걸

유모차를 위로 열려는 손과 그걸 막으려는 손.

아깝게도 열려는 손이 조금 더 빨랐음

통통하고 하얀 팔, 다리
통통한 입술

말랑하고 동그란 볼

입술 위로 자리잡은 오똑한 코와 왕방울만한 눈은 누가봐도 정우성의 것이였음을.



일이 바빠서.

정우성이 어떤 표정을 짓고있는지 차마 바라보지 못하는 이명헌은 훽하고 유모차를 채서 주차장으로 달려가는데  언제 왔는지 차에 짐 넣고 애를 태우고 운전석에 앉으려는 순간 

형. 얘기 좀 해요

하는 정우성 목소리


할 얘기 없어

내, 아니 우리 애 아니에요?

뭐... 맞아 그래서 뭐?


그러니까 형 나랑 얘기 좀 ...



반쯤 열려있던 차문을 탁. 닫은 이명헌이
싸늘하게 굳은 눈으로 눈물이 반쯤 차올라있는 정우성의 눈을 바라보며


나한테 질린다면서
이미 엎어진 물 닦아봐 그게 엎지르기 전이랑 똑같니?

물 젖은 종이는 너덜너덜하게 일그러져 있겠지

애한테 니가 아빠란 얘긴 안 할 거야
나처럼 질리는 사람 말고 괜찮을 사람 만나서

애도 낳고 그렇게 살어 

니 눈물 닦아줄 사람 또 있겠지 

간다



형의 그 매번 쓰던 그 말투. 못 들은지 꽤 됐는데
오늘도 

그렇네




고개 숙인 정우성을 뒤로하고는

다시 차 문을 열더니 몸을 쑥 집어넣고 시동 거는 이명헌

룸미러 사이로 그 천하의 정우성이 쭈그려 앉고서는 일어나지도 못하는 꼴을 바라보며 어두운 지하에서 밝은 지상으로 올라가는 이명헌


왜 앞이 잘 안 보일까용...
갑자기 밝아져서 그런가

이명헌의 하늘색 셔츠에 똑. 똑 덜어지다못해 주르르 흘러 축축해지고 있다는 걸
정우성의 눈물을 담은 룸미러만 알고 있겠지




9월 4일이네용
우성이가 좋아하던 날

형이랑 자기 번호라며


우리 아기 생일




우성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