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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30 00:35
부시럭-
쩝쩝..
와구와구..


"맛있다."

"그러게."

"대만군 따라 온 보람이 있어."


여기는 체육관 뒷편 창고임
먼지 밖에 없는 이 곳에서 도대체 뭘 처먹고 있냐고 물으신다면.. 여기 이 산더미 같이 쌓인 빵은 바로바로 정대만의 뇌물이었음ㅋ
일명 '대체 왜 그러는 거냐, 양호열!' 이라고 해야 하나...
양호열과 사귄지 한 달이 넘어가지만 정대만은 도통 연하 남친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임

정대만의 고백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지도 좋다고 했으면서 틱틱거리긴 얼마나 틱틱거리는지..
겉으로야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한 번씩 섭섭해지는 정대만이었음ㅠ
도대체 왜 저러나 아무리 고민을 해봤지만 답은 안 나왔겠지..
그래서 양호열의 측근들을 빵으로 유혹해서 뭐라도 실마리를 찾고 싶었던 거임


"끄억-" / "아, 배부르다~" / "고마워, 대만군~"

"...이제 다 먹었으면 말 좀 해봐."

"그러니까 호열이가 왜 그러냐고? 흠.. 그러게.."/ "우리도 모르지? 넌 아냐?" / "몰라?"

"야!!! 밥값은 해야 될 거 아니야!!"

"그런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 "하기사 호열이가 대만군한테 너무하긴 하지." / "맞아."

"그렇지?! 너네가 봐도 그렇지?? 그게 남자친구한테 할 행동이냐?! 걔 사실은 날 안 좋아하는 게 아닐까..."


길길이 날뛰던 정대만이 갑자기 시무룩해졌음
근데 그걸 물끄러미 보던 용팔이가 갑자기


"그냥 아예 엉엉 울어버리지 그래."


라고 하는 거임;;

정대만은 존나 어이가 없어져서 지금 그걸 해결책이라고 제시하고 있냐고 소리 질렀지만 용팔이는 끄떡도 안 하고 안경을 치켜올리더니


"솔직히 대만군은 놀리면 반응이 너무 재밌거든. 내가 봤을 땐 호열이도 그래서 더 그러는 것 같은데 이 참에 그냥 울어버려. 그럼 호열이도 아차 할 것 같은데."


라며 논리정연(?)하게 말함

단순한 정대만은 귀가 팔랑팔랑거리는지 호오~? 하며 유심히 듣고 있는 거지
그러다가 혼자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는


"좋은 생각 같은데?!?! 고맙다!!!!"


이렇게 쾌남 인사를 하고 구식용팔대남만 남겨두고 떠버림
남겨진 세 명 사이에서는 약간의 정적이 감돌았음
그러다가 구식이가 입을 뗌


"근데 호열이 누가 징징거리는 거 싫어하지 않나?"

"..." / "..."

"뭐, 대만군이라면 괜찮을 지도..?"

"..." / "..."


그리고 체육창고에는 한동안 빵봉지 소리와 쩝쩝거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고 함...


어쨌든!!

이용팔의 충고(?)를 바탕으로 호시탐탐 눈물을 짜낼 틈만 노리는 정대만이었으나 의외로 정대만의 눈물은 꽤나 비싸서 아무리 노력해도 나오질 않았음 ㅜㅜ
심지어 손가락으로 눈을 쑤셔봐도 빨개지기만 빨개지고 잠깐 찔끔했다가 끝이었음
그 덕분에 양호열에게 눈병이냐며 저리 가라는 말이나 듣고 말았지... 젠장...


하지만 그런 정대만에게도 기회가 찾아왔음
일부러 그러려고 그런 건 진짜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상황에 그렇게 흘러가버림

그러니까 그 날은 정대만이 마침 청소당번이었던 날이었음
구마된 후 꽤 성실한 삶을 살던 정대만은 쓰레기장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중이었고.
그런데 어디선가 널 언제부터 좋아했고 뭐 어떤 너의 모습이 좋았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 소리가 들려오지 뭐람?
평소에 분위기의 ㅂ도 모른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 정대만이었지만 그래도 고백 장소로 쓰레기장은 좀 아니지 않나 싶었음
목소리를 들어보니 여자애 같은데 센스 한 번 오지게 없다 싶어 이런 고백을 받는 애는 도대체 누굴까 하는 마음에 히히덕 거리며 벽에 바짝 붙어 둘을 훔쳐봤음

엥?

그런데?

사이즈가 어디서 많이 본 사이즈임..
헤어 스타일도 그렇고... 뎅강 자른 교복도 그렇고..?


사실 양호열이 고백 받는 건 딱히 아무렇지 않았음
왜냐면 정대만도 인기가 많아서 꽤나 자주 고백을 받았단 말이지..?
거절하기만 한다면야 그런 건 사소한 헤프닝에 지나지 않았음
하지만 고백보다 충격인 건 바로바로 여자애를 대하는 양호열의 태도였겠지...

난처한 듯 미안하다며 웃어주고, 울먹이는 여자애를 다정한 말로 달래주고, (거절당하긴 했지만) 결국 울음이 터진 여자애를 반까지 데려다주려 하고...


난 뭐지..?

웃기보다는 항상 짜증이 나 있는 양호열
늘 틱틱거리는 양호열
데려다 달라고 말하지 않으면 항상 먼저 돌아서는 양호열..

난 진짜 뭐지..?


멍해진 대만이...ㅜ

반으로 돌아가려던 양호열이 그런 정대만을 발견함


"대만군? 여기서 뭐해요?"

"..."


그런데 정대만이 말이 없음..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정대만이 아까 그 고백을 봤다는 걸 양호열도 눈치챘겠지
정대만은 자기를 부르는 양호열을 지나쳐서 쓰레기통을 비우고 자리를 뜨려 함


"대만군.. 화났어요?"


양호열이 그런 정대만을 붙잡고 화났는지 살피는데 이렇게 다운된 정대만은 처음이라서 눈치를 좀 보겠지
정대만은 아직까지도 말이 없고.. 양호열은 점점 애가 탐..


"대만군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거절도 했고.."

"알아. 봤어."

"..봤어요? 봤으면 다행이고.. 그럼 화 풀어요, 응? 아예 모르는 애야. 오늘 처음 봤어요."


그러면서 양호열이 정대만의 얼굴을 올려다 보는 순간..
정대만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림..ㅜㅜ

양호열 존나 당황해서 머리 새햐얘졌겠지...
앞으로 고백각 잡히면 무조건 튄다!!! 이런 생각으로 가득찬 호열이의 머리 속..
하지만 포인트는 그게 아니었음


"..너한테 난 뭐냐?"

"네..?"

"넌 처음보는 여자애한테도 그렇게 다정한데, 난 대체 뭐길래 너 웃는 거 한 번 보는 것도 힘드냐?"


이러면서 눈물을 후두둑 흘리는 대만이...ㅜㅜ
이걸 시작으로 존나 서럽게 울겠지...

사실 이때까지 양호열이 정대만한테 틱틱거린건.. 부끄러워서 그런 것도 있고,
좋아하는 마음을 너무 드러내면 애 같을까봐 그런 것도 있고,
정대만이 자기한테 질릴까봐 그런 것도 있단 말임...ㅜㅜ
양호열이 표면적으로야 다정한 사람이지만 진짜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표현이 서툰 것도 있고..
아, 툴툴거리는 정대만이 귀여워서라는 이유도 있고...

암튼 기타등등의 이유로 틱틱거린건데 사실 자기도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음..
근데 잘 안 고쳐지는 걸 어떡함 ㅜㅜ
정대만 앞에만 서면 자꾸 삐걱거리는데!!!!!!!
매일매일 자기 전에 내일은 대만군한테 진짜 잘해줘야지 라고 다짐하는 아기연하남친 양호열이었건만..
정대만이 이 정도로 상처 받고 있었다는 건 미처 눈치채지 못했겠지...


"미안해요.. 대만군... 진짜 미안해요.. 그런 생각 하는 줄 몰랐어.. 내 잘못이니까 그만 울어요.. 응? 이제 안 그럴게요.."


너무나 당황한 양호열은 냅다 정대만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염불을 외기 시작함
근데 달래주면 더 울고 싶은 맘이 드는 법이잖음..?
게다가 양호열이 극도의 저자세로 나오니까 정대만이 넌 진짜 나쁜 새끼고, 너 같은 건 꼴도 보기 싫으고, 이럴 거면 왜 고백을 받아줬으며, 안 좋아하면 헤어지자고 말하라고 속에 담아놨던 말 다 뱉음...
그 말 들은 양호열은 식겁하겠지


"내가 대만군을 왜 안 좋아해요.. 미안해요.. 너무 좋아해서 부끄러워서 그랬어.. 제발 헤어지자고 하지 마요.. 잘못했어요..."


급기야 양호열도 울먹거리기 시작함..
근데 여기서 자기가 울면 진짜 양심 없는 거니까 마음 추스리고 정대만 달래주는 데 집중함

한참을 사죄하고 토닥 거리니까 정대만도 진정했겠지..
눈 빨개져서 훌쩍거리면서 양호열 째려보니까 호열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대만이 눈치 살핌
그러고 또 미안해요... 하고 사과함

그리고 대만이는 그 사과를 받아주었고 아기츤데레연하남친은 아기염병천병연하남친으로 각성했다고 함


다음 날..

양호열은 온갖 종류의 빵을 한 아름 안고 있는 구식용팔대남을 발견했고, 돈도 없는 주제에 무슨 돈으로 빵을 그렇게 샀냐고 물었으나 그들은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호댐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