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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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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잇의 식사시간은 매우 길었어. 입맛이 도는것들로만 열심히 차린 식사였지만 힘없이 포크를 들고 깨작이는 손은 더뎠지. 이미 접시를 비운 브랫이 옆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셨고 네잇은 반절도 줄지않은 접시를 보며 한숨을 쉬었지. 멈춰버린 손에 브랫이 고갤들어 네잇을 바라보았어. 히트가 지나갔으니 더 잘 먹어야 할텐데. 걱정스러운 눈빛에 네잇이 애써 웃었지.

" 미안. "

" 무리안해도 괜찮습니다. 많이 드셨어요. "

물과 함께 약을 삼켜보았지만 이미 답답하게 막힌듯한 속이 그걸 거부했어. 결국 헛구역질을 하며 입을 틀어막기에 브랫이 네잇의 입아래로 재빨리 손을 갖다대었지. 가까스로 진정한 네잇의 눈이 붉었어.

" 괜찮아. "

나 좀 걸을게. 드르륵, 의자를 밀고 일어난 네잇이 가디건을 걸치고 나가는 뒷모습을, 그리고 절반이나 남은 접시를 번갈아보며 브랫은 숨을 깊게 내쉬었어.

요즈음은 발작도 잠잠하다싶었지만 저조한 식욕은 그대로야. 덕분에 온갖 레시피를 찾아보는 브랫의 요리실력만 늘었지. 종종 집을 찾는 레이는 브랫의 음식을 먹고는 쉐프가 되려는 거냐며 이러다간 제가 이집에 눌러앉을 수도 있겠다는 말을 남겼어. 그래도 레이가 찾아와 난데없는 먹방을 선보이면 네잇이 좀 더 먹는것같아 여전히 턱에 질질 흘리고 먹는 꼴도 참아주었지.


네잇의 트라우마가 심해지면 도로 퇴행이 온건지 애처럼 울며 떼쓸때도 있었어. 바싹마른몸을 웅크리고 저를 거부하며 밀어내는 모습은 브랫의 가장 큰 두려움이었어.

가끔 현관에 붙은 경고문을 못보고 택배원이나 낯선 사람이 서성거리면 네잇은 심하게 불안해하며 안절부절못했어. 다시 전쟁터에 돌아간사람처럼 총기를 쥔 손 모양을 하고서. 하지만 그와중에도 본능적으로 브랫 앞을 막아서곤했어. 다시 파병지로 돌아간것처럼, 단호하게 앞을 지키고는... 그저 위협이 사라지길 기다렸지.

그럴때면 네잇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않으려고 했던 노력은 무너지고 왈칵 눈물이 터지는걸 막을 수 없었어. 숨이가쁘도록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도 제 앞을 막아서는 그의 본능이 닳아없어지지않았다는게 기뻤고. 그리고 아팠어.






어느새 이마를 다 가릴정도로 곱슬대는 머리카락이 길어져 거니가 나섰어. 미용가위를 쥐기엔 투박한 손이었지만 강아지처럼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기분좋았어. 네잇은 얌전히 천을 두른채 눈을 꼭 감았지.

"다시 밤톨로 만들지는 말아줘. "

" 귀엽고 좋았는데 왜요. "

" 이제 군인도 아닌데 뭐. "

하하, 낮게 웃은 거니가 바리깡도 없다며 네잇을 안심시켰지. 적당한 길이로 머리칼이 잘려나갔어. 얼굴 위로 분무기에서 나온 물이 닿고, 규칙적인 가위질 소리에 나른해지는것같아. 얼마 지나지않아 스펀지로 얼굴을 털어내는 감각에 눈을 뜬 네잇은 거울속 제모습이 낯설어 눈을 꿈뻑였지.

" 나 진짜.."

" 잘생겼다구요? "

" 아니.. 많이 달라졌네. "

네잇이 제 얼굴을 더듬었어.
헬쓱한 볼이며 검고 깊게 패인 눈밑.
잘린 머리보단 드러난 병색이 눈에 들어왔어. 용모에 그리 많은 신경을 쏟는 편은 아니었지만 제 기억속 마지막으로 거울을 제대로 봤던 파병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있었어. 리컨마린의 체격이라고는 믿을 수없게 빠진 몸도 이제 눈에 들어왔지.

거니는 그래도 네잇이 최근엔 제법 생기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에겐 충격이겠거니 싶어 묵묵히 머리칼을 털고 목에 둘렀던 천을 풀어주었어. 제 스스로 얼굴을 들여다볼정도로 상태가 좋아진거겠지. 그거면 됐어.

" 제 실력이 좀 형편없죠. "

" 맞아. 고맙지만 역시 미용사는 아닌거같아. 마이크."

장난스런 대답에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은 거니가 이마에 쪽, 입을 맞췄어.

" 미모 어디안가셨습니다. 이대로만 더 노력하십쇼. "







일이 바빠 자주 들리지못하는 닥이 올때면 네잇은 반가움 반 두려움 반으로 그를 맞이했어. 늘 꼼꼼히 저를 체크하는 닥이었지만 오늘따라 더더욱 얼굴이 심각해.

" 무슨일있어? 뭐가 많이 안좋아? "

" 아닙니다. 늦었는데 먼저 주무십쇼. 검사끝났으니까. "

네잇은 저를 안심시키려는듯 다독이고 방을 나서는 닥을 물끄러미 보며 한숨을 푹 쉬었어. 역시 표정이 어두운데. 빨리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서 답답한걸까. 이번주에 열심히 밥도먹고 잠도 잘 잔거같은데. 네잇은 속이 상해 베개로 얼굴을 묻었어.



근데 알고보니 나가자마자 긴급회의 소집한 닥.
중위님 몸 상태에 이미 먹고있는 약도 많은데다가 독한약 못 버텨서 억제제 못쓰고 세 사람이 매번 히트 보내주고있는데. 셋 중 누구얜지도 모르게 네잇 임신해버린거. 세사람 머리 맞대고 치열한 입싸움 시작되겠지. 미쳤냐고 지금 저사람상태에 애까지 배면 어떻게 몸이 버티냐고 당장 몰래 지우자는 의견도 있고, 중위님께 상의도없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하냐는 의견도. 낳던 말던 어떻게해도 몸에 무리가는 상황이라 다들 걱정태산인데

결국 네잇이 자기상태 알게되고 오히려 삶의의지 붙잡아서 기분 묘해지는 세사람..

자기가 온전치못해 애가 잘못될까봐 무섭지만 지우고싶진않다고 고집부리는 네잇에게 화도 못내고 차마 뭐라하지도 못할거야. 일단 회의적인 두사람과 달리 두눈으로 밥도 잘먹으려고 노력하고 조금씩 활력찾아가는 네잇을 보고는 브랫은 완전히 마음 돌리겠지.




" 브랫. 나 그거 먹고싶어. 너가 예전에 만들었던거.. "

" 어떤.. 예? "

대답하다말고 브랫이 튕겨져오르듯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어. 네잇이 뭔갈 먹고싶어한다니, 잠깐 멈췄던 머리가 굴러가기시작했지.

" 아 깜짝이야.. 그있잖아, 사과들어간거. 파이는 아닌데.. "

" 애,애플 크럼블입니다. 아이스크림도 올려드릴까요. 지금당장, 아니.. "

답지않게 말까지 더듬은 브랫은 곧장 우당탕 소릴내며 냉장고 문을 열어보곤 차키를 잡더니 부산스레 제게 다가와 금방 해드릴테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신신당부를 했지.



향긋하고 새콤달콤한 사과가 왜그리 맛있게 느껴지는지. 냄새만으로 입에 침이 고이더니 먹는순간 짧게 탄성이 흘러나왔어.

" 맛있다.. "

" 시나몬은 임부몸에 안 좋대서 넣진 못했습니다. 급하게 해서 걱정했는데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브랫의 표정을 보며 네잇이 머쓱하게 웃었어. 이렇게나 기뻐하는 브랫을 표정을 본게 언젠지 기억도 나지않았지. 디저트를 먹는 네잇과 반쯤 빈 오븐트레이를 사진까지 찍어 닥과 거니에게 보낸 브랫이었어. 뿌듯하게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브랫이 티슈를 집어 입가를 닦아줬지.

" 잘드시니 좋습니다. "

네잇이 브랫의 품에 안겨 얼굴을 부볐어.

비록 누군진 몰라도 억지로 제 몸을 연게아니라 자기의 전부인 사랑하는 세사람이라 괜찮아. 이런몸으로 다시는 아기를 가질수없을거라 낙심했던터라 마지막 기회일거라 생각했고. 발작을 일으키거나 안좋은 일을 생각해서 뱃속의 아이에게 안좋을 수도 있겠지만. 언제 죽더라도 아이라도 남으면 셋에게 위안이지않을까싶어..오히려 고문이려나. 이기적이야 네잇. 아 너무 나쁜 생각이야. 다시 도리질쳐 생각을 지워냈지.






근데 억지로 괜찮은척 하다가 터지는 날도있고
임신 중반 넘어가면 힘들어서 포기하고싶다가도 아기에게 점점 애착이가서 계속 살고싶어하는 중위님 ㅂㄱㅅㄷ..ㅠ

갑자기 젠킬 재탕하고 너무 오래됐지만 어나더 싸고싶어져서ㅎ 닥분량 어디갔냐 ㅈㅅ
젠킬 닥네잇 거니네잇 브랫네잇 슼탘 네잇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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