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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6 00:15
"우리 왔어요. 나와보세요."

백호네 집에 눌러앉은 막내 쿨냥이가 밤 11시에 집으로 쳐들어와서 막 잠들려는 가족들을 깨웠음. 가족들이 잠옷 차림으로 거실로 나오니까 어쩔 줄을 몰라하는 백호가 태웅이한테 손목이 잡혀서 고개를 꾸벅 숙이는데 딱 봐도 쟤도 지금 끌려온 거라서 누나들이 태웅이 등짝에 손자국 좀 내고 백호는 얼른 소파에 앉혀놓고 머리를 쓰다듬어 줬겠지. 백호는 언제와도 환영이지.


"태웅아, 저녁 먹기 전에 오지 왜 늦게 왔어?"

엄마가 백호한테 따뜻한 차 주고, 아부지가 슬리퍼 신겨주고, 큰누나가 백호 무릎담요 덮어주고 복복복 해주고, 작은누나가 태웅이 눈치를 주고 해명을 요구했지.


"멍청이가 멍청한 소리를 하잖아. 가족들한테 물어보자고 끌고왔어."
"눗...."


자초지종쿨냥이가 야밤에 즈그집에 쳐들어온 사연을 말했지.





멍청이가 나중에 우리 결혼하고 애기 머리가 검은색이어야 한다잖아. 멍청하긴!
(ㅡ결혼? 애기??)
나는 빨강이 좋다고 했는데 검은색이어야한다고 막 울었어.
(ㅡ울었어? 백호가? 복복복)
빨강이면 놀림받는다고 절대 검은색이어야 한대잖아.
(ㅡ놀리는 애들이 나쁜거야!!)








"....벌써 그런 얘기를 했어? 좀 빠르지 않니?"
"멍청이가 프로 될때까지는 결혼 안한대요."

입댓발나온쿨냥이가 냉큼 일렀지. 아니, 그건 백호 말이 맞지... 백호가 상식적이야... (등짝엔딩)

"나는 애기가 빨강머리여도 좋은데 멍청이는 절대 안된대."
"눗...! 여우네 집은... 태웅이네는 모두 검고, 하얗고, 예쁘시잖아요... 저만 빨갛고... 분홍색인데 이상한 애가 또 태어나면 안되죠..."


부모님이랑 누나들 다 놀라서 백호 안아주면서 필사적으로 얘기해줌. 태웅이가 잘 데려왔네! 백호가 그런 생각을 했어? 아니야! 예뻐!!



ㅡ백호야, 케이크는 빵이랑 생크림이 더 많아도 딸기 올라가면 뭐라고 불러?
ㅡ눗... 딸기생크림케이크...
ㅡ그래! 딸기가 제일 중요하니까 그런 거잖아! 백호 머리는 딸기인거야! 제일 중요하고, 예쁘고, 가장 맛있으니까 아껴 먹으면서 행복한 딸기!
ㅡ백호야, 주먹밥은 대부분 밥인데 가운데 우메보시 박혔으면 뭐라고 해?
ㅡ우메보시오니기리... 눗..!
ㅡ밥은 그냥 밥이야. 태웅이같은 머리는 그냥 쌀밥인거야. 저런 애는 흔해빠졌어! 쟤는 그냥 흰쌀밥이야! 주먹밥에 맛이랑 색이랑 정해주는게 뭐야? 가운데 박힌 우메보시잖아! 예쁘지? 빨강이면 더 좋은거지!! 핵심! 궁극!!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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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가 얼굴이 머리카락처럼 붉어지고 눈물이 글썽글썽해졌지. 태웅이네 가족들이 진심으로 자기를, 자기 빨강머리를 예뻐한다는게 전해졌거든. 태웅이가 가족들한테 안긴 백호 발밑에 앉아서 백호를 올려다봤지. 저렇게 예쁘게 생겨서 정작 집에 와서는 백호만 예쁨 받으면 구박받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자기 여우.

"그래도... 밥도 중요하죠. 고슬고슬하고 찰기있고... 여우는... 태웅이는 정성껏 지은 밥이에요. 그것만으로 충분한데... 빨강이어도 괜찮으시면, 저라도 괜찮으시면, 제가 태웅이의 색이 되어줄게요."


가족들이 백호가 정말로 예쁘고 귀해서 안아주고, 쓰다듬어줬지. 태웅이가 언제부턴가 자전거도, 아대도, 유니폼도 빨간색을 더 좋아하게 된 걸 이해할 수 있었지. 이렇게나 예쁜데.






"....프로되면 결혼한다고 했지? 그럼 지금 해도 되겠네."
"눗!'
"멍청이는 살림 프로고, 나는 얹혀살기 프로니까 지금 해."

가족들이 소파 밑으로 내려와 쿨냥이 등짝을 마사지했지.

ㅡ이눔의 자식이 어디서 떼를 써!!
ㅡ백호가 데리고 살아주니까 뻔뻔해져서!!
ㅡ이거이거 버릇 없는것 좀 봐!
ㅡ백호 손에 물 안묻히게 될때까지 결혼은 안돼!! 이 빈대웅!!


백호가 슬며시 내려와서 태웅이 등을 감싸줬지. 살살 때리세요... 여우 아까워요... 백호가 편들어주니까 기고만장쿨냥이가 등에 손자국을 달고 엄살을 피웠지. 멍청아, 호해줘.


깊은밤 웅이네 집이 예쁜 빨강으로 물들었지. 벚꽃을 품고 흐르는 강처럼.







루하나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