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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0 23:05
동오대만대협
동오대만
대협대만



- 나라고 남자 좋아하고 싶어서 좋아하겠냐.

대만이는 본인이 다정함에 약하다는 사실을 대학에 들어오고 동기로 동오를 만나기 전에는 몰랐을 것 같지
그중 가장 힘든 건 서로간의 애정에서 오는 다정이 아니라 그냥 태생이 다정한 놈을 좋아하게 된 나의 '성별' 이라고 생각했어

처음에 만난 3월엔 그 다정함이 신기했고 4월엔 부담스러웠다가 5월부터는 스며들어서 해가 내리쬐는 7월 한여름에 햇볕보다 뜨거워지는 본인의 마음을 인정하기로 했지

나 최동오의 다정함을, 아니, 최동오를 좋아하네.

인정한다고 달라질 건 없었어. 친구를 심지어 같은게 달린 친구를 좋아한다는 걸 말할 용기도 그로인해 친구와 멀어지는 것도, 도망쳐서 농구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모두 무서웠던 대만이는 그냥 짝사랑을 즐기다가 조용히 정리하자 그냥 친한 친구로 남는거야 라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반년을 혼자 눈으로 동오를 좇던 대만은 이제는 그만 정리할까 싶었던 계기가 생겼어

- 대만아.
- 왜, 또.
- 네가 내 친구고 내 동료라서 너어무 좋다.
- ...그러냐.
- 응. 우리 늙어서도 이렇게 친구하자.

대답은 못하고 앞에 놓은 소주만 들이키며 생각했을 거야 이젠 진짜 정리하자

그리고 그 다음해에 감독과 코치들의 기대를 한몸 가득 받으며 들어온 신입생 윤대협이 있겠지 의외로 대협이는 동기들보다 한 학년 위인 동오와 대만이 무리랑 더 잘 지냈을 것 같은데 대협은 대만이 너무너무 신기했을 것 같아

지역까지 옮겨가며 들어간 고등학교에서 만난 감독님이 입이 마르게 칭찬하던 그 중학mvp, 다시 만난 고교리그 코트 위에서 부러울 정도로 후배들과 합을 잘 맞추던 머리 좋은 선배, 그리고 진짜 후배라는 이름을 달고 만났을 땐

- 와, 윤대협 잔 빼냐?
- 야, 대협이 잔에 방금 내가 술 따른 거야 미친놈아. 천천히 맥여.

어울리지 않은 다정함 그리고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를 볼때 보이는 눈빛까지 코트에서 폭발적인 슛을 넣는 그 사람이 왜 한 사람에게만 절절하고 아련한데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는지 너무 궁금하겠지

- 야, 너희 수영부 걔 아냐? 우리랑 동기인데 그 잘생긴거로 유명한 애.
- 아, 누군지 알 것 같아.
- 걔 CC래.
- 미친. 예쁘대? 얼굴값 하려면 예쁜애 만나겠지.

어김없이 훈련이 끝난 금요일 1,2학년들은 호프집에서 간단히 술을 마시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동기들은 자리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안주거리 삼아 이야기를 했지

- 남자라던데?
- 미친.

남자 사귄다고 하면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야하나 하고 혼자 생각하는 대만이는 그 대화를 들은 귓가를 씻어내고 싶은 기분이겠지

- 없는 사람 얘기 그만하자, 얘들아.
- 야, 동오 넌 남자가 너 좋아해도 괜찮냐?
- 글쎄. 그런 생각 안 해 봤어.
- 아, 짜식 또 빼네. 대답해 봐.
- 음... 일반적이진 않은 것 같네. 게이.

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타격은 좀 크다.

대만이는 안주도 없이 앞에 놓인 소주를 급하게 마셨어 옆에 앉은 동오도 왜 이렇게 급하게 마셔? 라고 한 마디를 했고 맞은편에 앉은 대협이는 그 모습를 보고 흐음... 생각이 많아졌지

결국 발갛게 오른 대만이는 잠깐 술 좀 깨고 오겠다며 가게 밖으로 나서고 같이 가려던 동오를 제지하는 건 대협이었어

- 전화가 와가지고. 전화 받으면서 제가 대만이 형 챙길게요.

그리고 동오는 봤지 대협의 손에 놓여진 대협의 핸드폰엔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는걸

대만을 쫓아간 대협은 쭈그려 앉아있는 대만을 일으켜 옆에 놓인 편의점 의자를 아무렇게나 가져와 대만을 앉혔어

- 무릎도 안 좋으면서.
- 윤대협이네.
- 동오 선배가 그렇게 좋아요?
- ...어떻게 알았어?
- 모를 수가 없던데.
- 흐.. 그러냐. 근데 정리할거야.
- 음, 왜요?
- 남자 싫다잖아.
- 아.
- 나라고 남자 좋아하고 싶어서 좋아하겠냐.
- 그럼 왜 좋은데요?
- 다정해서.

아.. 다정하면 사람을 좋아할 수 있구나? 대협은 생각했지 나에게 가장 다정한 사람은

- 저라면 고백할래요.
- ..어떻게?

이렇게요. 무릎을 굽혀 앉아있는 대만과 눈을 마주친 대협은 그대로 본인을 보고 있는 그 눈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입을 맞췄어

그리고 너무 안 들어오는 친구와 후배가 걱정이 된 동오는 그 장면을 목격하겠지 대만의 뒷목을 감싸고 진하게 입 맞추는 대협을 보고 동오는 급하게 가게 옆 골목으로 들어섰어

정대만과 윤대협이라니 술에 취해 입을 맞춘다고 하기엔 대협이는 너무 멀쩡해 보였고 둘이 사귄다는 말도 대만이에게 들은 적 없는 동오는 본인이 본 그 광경이 믿기지 않겠지

가장 믿기기 어려운 건 친구가 애인이 있는데 말을 안 해서 오는 서운함이나 내 앞에서 남자들끼리 입 맞추는 거에 있어서 오는 놀라움이 아니라 윤대협이 입맞추는 상대가 '정대만' 이라는 거에 대한 '화'여서 당황스럽고 꽉 쥔 주먹엔 힘만 잔뜩 들어갔어


이런 얽히고 얽힌 캠게 세같살 보고 싶다
얘네는 왜 캠게인데 아슬아슬한게 어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