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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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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한때' 그랬었다는 거예요. 응? 대만군. 듣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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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응. 나 안치댈게. 조심할게 호열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애정관계에 있어 지옥의 회피충인 양호열한테 옐로카드 백만장 가진 리트리버마냥 치댔다가 티타늄 철벽에 머리 n번 꿍꿍 치받은 후에 서서히 거리 두는 정대만 대체 언제쯤 그만 좋아할 수 있을까....ㅠ

 

 

양호열에게 있어 정대만의 사랑이란 역시 처음엔 가벼운 호기심. 이 사람은 나한테 두들겨 맞았던 과거는 쏠랑 다 잊은 걸까? 배알도 좋네. 혹시 맞는 걸로 느끼거나 그래요? 처음 받아보는 타인의 '그런' 감정에 면역 없는 십대 소년 양호열ㅋㅋ큐ㅠㅠ 일단 상대가 워낙 긴장하면서 고백해오니 받아는 줬지만 상당히 떨떠름함. 괜히 쑥쓰러워서 더 틱틱거리기나 하고 그랬겠지. 그러나 양호열이 '대만군은 내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하고 물으면 정대만의 대답은 한결같았어. '귀여운데 멋있기까지 하잖냐! 이런 너를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어?'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땐, 조건 없이 주어지는 정대만의 거대한 애정에 부담감이 밀려왔지. 이렇게 잔뜩 좋아해봤자 나는 그만큼 돌려줄 수가 없어요 대만군.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나를 비참하게 해.

 

웃기는 사람이지. 객관적으로 따지면 정작 본인이야말로 키 크고 잘생긴 부잣집 도련님에, 장래 유망한 앨리트 체육인이면서. 쥐뿔도 가진 게 없어 스스로를 두른 철갑 같은 자존심과 가오 하나로만 버티고 살아가는 양호열에게 햇살처럼 쏟아지는 사랑은 정말이지 낯설고... 가슴깨를 이상하게 만들곤 했어. 그래서 양호열은 정대만의 애정이 고맙지만 싫었어. 자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사랑 많고 애교 많은 사람은 못 될 것 같거든. 잔뜩 비틀려있는 제 상태가 싫으면 싫을수록 더더욱 정대만이 야속해졌어. 정대만이 코트 위에서 수많은 관중들의 찬사를 받으며 빛나면 빛날수록 양호열의 그림자는 더 짙어졌어. 이렇게 대만군 멋대로 주고 싶을 때 잔뜩 퍼붓다가, 금세 질려서 떠나가버리면 남은 나는 어떡해요. 평생 한때의 태양빛을 그리워만 하는 해바라기로 살게 내버려둘꺼면서.

 

그러니까 내가 좀 쌀쌀맞게 군다 해서 너무 상처 받지는 말아요. 이 정도 밸런스는 맞아야 공평하잖아. 대만군은 다 가졌으니까, 아무 것도 가진 거 없는 내가 변덕 좀 부린다고 오래 신경쓰지는 않을 거잖아. 그쵸?

 

 

해서 고백해 온 정대만의 마음을 어물쩡 받아는 줬으면서도 '당신의 표현은 너무 버거워요' 라고 선 긋는 양호열 때문에 심장 계속 닳아가는 정대만 보고싶다ㅠㅠ... 아 이것도 싫어..? 음.. 이 정도도 안되는구나... 끄응. 

정대만 본인은 냅다 갈겨본 고백이 성공해서 한창 호열이랑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붕붕 들떠있는 상태인데, 연인다운 짓 좀 해보려 하면 그 때마다 정색하며 싫다고 빼는 호열이때문에 쪼끔씩 쪼끔씩 주눅듦 ㅠㅠㅠㅠㅠ 그나마도 단 둘이 있을 때는 호열이도 가끔 웃어주는 것 같구 옆에서 알짱거리는 것도 받아 주는데, 주위에 남들 있으면 그마저도 얄짤 없음. 일반적인 고교 선후배 사이보다도 더 드라이하게 굴어서 그 간극에 상처 받고 혼란스러운 정대만 ㅠㅠㅠㅠㅠ

 

얘는 날 좋아하는거야, 싫어하는거야? 기분파인가..? 어떤 날은 이 정도 선은 넘어도 괜찮은가 싶다가도 또 어떤 날엔 매몰차게 밀어내니까... 어느 정도까지 다가가야 세이프인지 가늠이 안되네. 한창 고민하던 와중에 정댐ㅋㅋ큐ㅠㅠㅠ과거 어머니가 가르치셨던 가정 교육 회상해봄.

 

 

아가, 좋아하는 감정은 애써 숨길 수 있어도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거. 그건 절대 못숨겨진다. 누군가가 '싫다'고 하면, 그건 진짜로 싫은거야. 그러니 살면서 대만이가 맺게 될 수많은 인간 관계 속에 누군가 '싫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땐 그 사람의 싫음을 그대로 인정해 줘. 부러 교정하거나 바꿔보려고 애쓰지 말고. 우리 아들, 잘 할 수 있지?

 

 

해서 따져보니 그러면 호열이는 역시 날 싫어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아니, 최소한 정대만이라는 사람 자체가 싫은 것 까지는 아니어도 내 애정 표현이나 스킨십 만큼은 진짜! 진짜 싫어하것 같아. 어떡하지...? 나, 지금껏 싫다는 사람한테 억지로 몸 부닥쳐 온 거 아냐 ㅠㅠㅠㅠㅠ 아오! 엄마가 싫다는 데도 멋대로 몸 들이미는 그런 남자가 세상에서 제일 구제불능이랬는데..!

 

 

해서 하루에 486번씩 사랑 고백하던 정대만의 애정 표현이 그 날부로 뚝 끊기는 게 보고 싶다. 말로 하는 표현만 끊긴 게 아님 ㅠ 육체적 거리는 더 크게 벌어졌음. 이제 호열이가 일상적인 용건으로 다가오는 거에도 눈에 띄게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자리 뜨는 정대만. 처음엔 저 사람이 갑자기 왜 저러나- 싶었던 호열이도 날이 갈수록 열 받기 시작하는거지. 뭐야, 언제는 내가 그렇게 귀엽다더니. 좋아 죽겠다더니 그새 맘이 식었어요? 정대만 이거 불꽃 남자라더니 다 거짓말이네! 이게 무슨 불꽃이야? 당신은 어?! 성냥개비야!!

 

 

하고 쒹쒹대면섴ㅋㅋㅋㅋㅋㅋㅋ분노의 5단계 착실하게 밟는 호열이 보고 싶음. 처음엔 '(양호열 한정으로) 옐로카드 백 만장인 나의 대만군이 이럴 리가 없어..!' 하는 마음으로 현상 부정(1단계)하다가, 이내 빡쳐하다가(2단계), 

 

 

"대만군 요즘 왜그래요. 응? 무슨 일 있어요?"

"어..어어 호열아..! 미안해 ㅠㅠㅠ 네 눈에 띄어서. 나 빨리 가볼게!"

"네? 아니 잠ㄲ, 잠깐만...! 야! 정대만!!"

 

 

하고 어떻게든 제 나름대로 타협(3단계) 해보려고 시도해보다가, 번번히 도망가는 정대만 때문에 막혔다 보니 급기야

 

"밋치 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왜이래요...!! 이젠 내가 싫어졌어요??? 내가 키스하기 싫다고 해서 그래??? 그거 그냥...! 한 번 대만군이랑 입 부볐다가는 진짜로 제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밀어낸 거였단 말이에요...!!!"

 

 

하고 펑펑 울면서 우울(4단계)해함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근데 토끼같은 연하 남친이 눈물 뚝뚝 흘리며 그거 다 내숭이었어요... 그래도 좀 봐주면 안돼? 내가 귀엽댔잖아..! 하고 투정부리는데도 정대만 목석같음 ;;; 아니 사실 표정은 안절부절인데 절대 토닥여준다거나 하지는 않고 꿋꿋하게 거리 벌리고 서 있는거임. 호열이 더 서러워져서,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로 헤어지자고 할까봐 에라 모르겠다 하고 쭈뼛쭈뼛 서있는 정대만 품에 냅다 파고 들어 펑펑 우는데 세상에 그래도 안 안아주는거야. 와,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어?? 이런데도요??????

 

 

"대만군... (쿨쩍)... 안아주세요..."

 

 

양호열 진짜 마지막 자존심 한 톨 마저 다 내려놓고 코 훌적이면섴ㅋㅋㅋㅋ큐ㅠㅠㅠㅠ육성으로 씹빨 형아 나 좀 안아줘 시전해봄. 아, 좆됐다 진짜. 이거마저 안 통하면 그냥... 이미 나한테 모든 맘 다 뜬 거라고 봐야겠지..? 아니 근데 대만군도 너무하네. 정 다 털렸으면 그렇게 애절한 눈으로 절 보면 안되죠. 어?

 

하는데 그제서야 등 마주 안아주고 토닥토닥하는 정대만 ... 호열아, 그만 울어. 응? 뚝. 착하지- 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애 어르고 달래는데 더 서러워져서 양호열 수도꼭지 안 멈춤 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이 날 이렇게 눈물 바람으로 붙잡고 겨우겨우 본드칠한 호댐의 관계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제 여느 평범한 연인들과 다를 바 없이 잘 굴러가는 것 처럼 보일꺼임. 근데 문제는 표면은 멀쩡한데 내면은 일그러진...

 

 

"밋치, 사랑해요."

"응. 고마워."

"그거 말고... 저도 사랑한다는 말 듣고 싶어요."

"응. 호열아 사랑해."

 

 

양호열이 애써 용기내어 '지금까지 제가 그었던 선들 다 취소예요. 이제 마구 넘어와도 돼요.' 하는데도 절대 먼저 선 안 넘는 정대만... ㅠㅠ 호열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전히 온기가 가득함. 누가 봐도 아, 정대만이 양호열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만큼 다정다감함.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좋아한다는 말도 먼저 안 해주고, 스킨십도 이거 이거 해주세요 라고 요청하기 전까지는 절대 안 해주는 정댐 ㅠㅠㅠㅠ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호열이를 싫어하는 게 아니야. 정대만은 눈에 양호열은 평생 사랑스러워서, 정대만은 양호열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임. 따라서 호열이가 먼저 치대 오고 스킨십 하려 하고 애정 표현 하는 거는 한 번도 안 빼고 기꺼이 기쁘게 받아줌. 유일한 문제는 정대만 쪽에서 '먼저' 행하지 않는다는 것 뿐.

 

 

아. 다정하고 잔인한 나의 정대만.

 

 

그리고 이로서 바로 마지막, 수용(5단계)에 이르는 양호열. 정대만의 사랑은 바다처럼 크고 거대해서 절대 마르지는 않아. 근데 바다는 바다인데, 이제 파도가 치지 않는 호수같은 바다인 거. 분명 한때는 첫사랑의 기쁨과 설렘으로 하루에도 수 백번씩 세차게 출렁이는 게 호열이의 눈에도 보였었는데 지금은 아니야. 비도 바람도 불지 않는 잔잔한 수면이라 그 깊음을 느끼려면 이제 양호열이 직접 물 속으로 걸어들어 가야해. 이제는 파도가 절대 먼저 와주지 않거든. 

 

작작 밀어낼 것을...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과거의 자신이 진짜 죽을 만큼 후회되는데 한낱 사람이 어떻게 바다를 바꿔보겠어. 소금물을 마시다 갈증에 타죽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 바다에 잠기는 수밖에. 이 물 속이 내가 있을 곳이니까. 그쵸, 대만군? 비록 다가와 주지는 않아도 그래도 날 밀어내지는 않잖아.

 

 

일천 번의 좋아요보다 단 한 번의 싫어요가 더 가슴에 크게 박히는 정대만이라서, 남은 평생을 좋다 좋다 노래를 불러줘도 어렸던 호열이의 '싫어'를 절대로 잊지 못하는 정대만

 

 

같은 망사 같지만 망사는 아닌 그래도 망사 같은 사랑 하고 사는 호댐 너무 좋아.. 둘이 같이 한껏 일그러진 진주 같은 삶을 살아.





슬램덩크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