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걸단이야 사심없는 친구 사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백호군단이랑은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다고 심지어 그 속을 알 수 없는 뱀같은 양호열이랑도 어깨동무에 허리에 팔 두르고 다니는 꼴을 보자니 좀 어이가 없는 태섭이

이름도 모를 수많은 모브 동기와 후배와 동네 사람들 가게 주인 학교 매점 아저씨까지도 학생이 참 성격이 싹싹하고 귀엽다며 주물대는데 그러던가 말던가 옆에서 씨익 웃으면서 서비스나 달라고 무의식 애교 부리고 있고 막 ㅇㅇ..

졸업하고 대학 가더니 고딩때부터 이미 남달랐던 인싸의 싹이 폭발했는지 간만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놀러간 대만이네 캠퍼스에서 송태섭이 본 건 무수한 남자들의 자연스러운 터치와 몸이 닿든가 말든가 착각할만큼 상큼한 미소로 지가 무슨 아이돌이라도 되는 것처럼 웃고 있는 정대만이었음

그중에는 너무 의도적으로 몸 여기 저기 만지는 놈들도 있어서 지켜보던 태섭이는 놀라고 열받아서 쳐내고 사이에 끼어들어 막는데, 대만이는 눈치도 잘 못채고 저 아끼는 후배다 귀엽게 질투한다며 오늘은 얘랑 놀기로 한 거니까 담에 보자! 하고 모브한테 찡긋 인사까지 하고 그러는 거..


"선배는 ..진짜 사람이 왜 그렇게 쉬워요."

하고 하루종일 날 서 있던 태섭이가 무심결에 툭 하고 뱉어버린 말에 스스로도 조금 자괴감에 빠지는데.. 정대만 진짜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이러겠지

"내가? 쉬워?"
"...됐어요. 그냥 흘려들어요."
"야 나 아직 누구 사귀어본 적도 없고 동정인데."
"아 쫌!! 누가 그런 거 알고 싶댔냐구요! 알려주지 마요! 그런 것도 설렁설렁 아무한테나!!"
"야, 네가 왜 아무나야! 너니까 하는 소리지!"

정대만이 하는 말이니까 괜한 기대 가지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순간 멈칫한 태섭이.

"선배가 동정인 걸 나한테 어필해서 뭐하는데요. 내가 뭐라고."
".....눈치 없는 새끼."

어쩐지 서운한 거 같은 대만이 팍 돌아서서 뚜벅뚜벅 걸어가다가 또다른 모브가 알아봐서 인사나누고.. 태섭인 몇발짝 떨어져서 따라가겠지.
방금 전에 들은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고민하느라 머리에 김 날 거 같은데.. 아무 설명도 없이, 방금 전의 대화가 없었던 사람처럼 태연하기만한 대만이를 흘깃거리면서.

사실 그렇게까지 헐렁한 건 아닌 대만이.
태섭이가 보는 앞에서만 유독 헐렁해지는 대만이
그런 자기 모습을 보면서 인상을 구기는 태섭이를 보는 게 왠지 좋아서 무의식중에 더 그 짓을 하다가, 태섭이가 질투라도 하듯이 끼여들던 순간에 자기 감정 이제 막 자각한 대만이면 좋겠다.

질투 좀 해주지.
그러지 말라고 단속이라도 좀 해주지.

마침내 태섭이가 불만을 터뜨린 게 기뻐서 그동안 사귄 사람도 없고 현재도 애인 없음을 노골적으로 말한 건데 어쩐지 태섭이 반응이 자기 뜻대로 돌아오지 않아서 시무룩한 거였으면...


그런데도 워낙 자기 짝사랑이 쌍방이 될리가 없다고 철썩같이 믿느라 대만이가 진땀 빼며 흘려보낸 신호 무시하고 삽질하는 송태섭.. 왠지 답답한 상태로 둘이 대만이 자취방 가서 서로 볼 퉁퉁 부어서 투닥이면서도 그게 치정싸움인줄 모르는.. 전쟁같은 짝사랑


태섭대만 료미츠 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