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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6 00:03
(히라키요이 영사할꺼니까)
시타라랑 히라랑 싸우다가 진짜 히라가 복부에 칼을 맞은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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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타라는 히라를 죽이고 본인도 죽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갑작스러운 전개에 히라를 찌른 칼을 놓친채 벌벌 떨기 시작했다.


히라는 머리가 다친것이 아니라 정신은 멀쩡했고, 그 뒤 고통이 밀려왔다. 이런 고통이라면 차라리 죽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멀리서 히라를 부르며 키요이가 달려온다.


키요이가 달려와 히라를 안아준다. 키요이를 보니 고통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자기가 다쳐서 괜찮다고 느끼는 히라이다. 피가 나오고 있는 배를 붙잡던 손을 올려 키요이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리고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목소리를 쥐어짜내본다.


"키요이 울지마"


키요이의 얼굴에 히라의 피가 묻었다. 마치 키요이가 피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모습이다. 히라는 다시 한 번 말해본다.


"키요이 울지마"

"히라 난 니가 없으면…"


히라의 정신이 점차 아득해져 간다. 어느새 히라의 피는 키요이의 새하얀 옷에도 물들고 있다.


키요이의 소속사 사장님이 119를 불렀고, 몇 분이 지났을까 응급구조원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히라의 모습을 살펴보며 생각보다 출혈이 심해 본인들도 어떻게 될지는 장담 못한다고 한다. 키요이가 더 크게 오열한다. 그리고 그렇게 히라는 미소를 보이며 정신을 잃었다.


「만약 신이 있다면 키요이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주세요」


응급수술을 한 히라는 여전히 병실에 누워있다. 코마상태라고 한다. 언제 깨어날지, 아니 깨어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깨어난다 해도 원래의 생활을 찾을 수 있을지는 더욱 알 수 없다고 한다.


히라의 부모님도 급하게 병원을 찾으셨다. 히라가 그렇게 키요이와 관계가 없다고 말했던 부모님이다. 그러나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이렇게 만든 것 같은 키요이는 다짜고짜 그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히라의 부모님은 그렇게까지 모진 사람들은 아니었다. 자초지종을 듣던 그들은 히라가 누군가를 위해 몸을 던졌다는 것, 정황상 단순한 친구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아 오히려 힘을 북돋아 주셨다. 키요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황에서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에서 키요이는 지극정성이었다. 일단 모든 연예계 활동을 중지하였다. 나호가 와서 걱정하며 쉬다 오라 하여도 듣지 않았고, 노구치가 와 이런 모습을 히라가 좋아하지 않을거라고 해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히라의 부모님 말은 거절하지 못하였다. 이제는 당신들도 옆에 있으면 되니, 키요이에게 집에 가서 조금은 쉬다 오라고 하신다.


히라가 없는 집은 지옥이었다. 평소에도 잘 알고 있었지만 히라는 꽤 집안일을 잘했고, 키요이는 생각보다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집은 히라가 자꾸 생각이 나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키요이는 그냥 대충 짐을 싸고 도망치듯이 나왔다. 갈 곳은 없었다. 본가에 가기도 뭐하고 사무소에서 지내기도 이상해서 그냥 아무것도 없는 원룸에서 지내기로 했다. 히라의 병실, 그리고 원룸만 오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리고 히라는 코마상태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1년을 보냈다. 키요이는 여전히 히라 곁에 있었다. 모든 계절을 히라와 보냈지만 키요이는 여전히 겨울 속에 있다. 언젠가 히라가 말했다. 우리 사이엔 겨울이 없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영원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키요이이다.


「언제쯤 일어날래」
「언제쯤 눈떠볼래」
「언제쯤 살아줄래」


끝없는 겨울 속 너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눈을 감고 있다.


그렇게 1년을 보내며 부정적인 것만 생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등학교 졸업 후 연락이 끊겼을 때를 생각하며, 그때보다 지금은 이렇게 얼굴이라도 볼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키요이는 다시 희망찬 생각을 가지고 요즘은 웃는 연습을 하고, 히라가 눈을 떴을 때 똑같이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다시 천천히 쉬었던 일도 나가고, 차근 차근 일상 생활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왠지 히라가 다시 돌아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키요이의 바램이 하늘에는 닿지 못한걸까, 그렇게 또 다시 1년이 지났다. 히라의 부모님도 많이 지치셨다. 물론 처음부터 힘들어하신건 아니다. 하지만 2년동안 아들이 누워있는 모습만 보니, 이제는 할만큼 다했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그리고 키요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이제는 히라를 놓아주자고 말한다.


너의 부모님께서 이제는 그만하자고 하신다. 내가 뭐라고 그 말에 반대할 수 있을까? 나는 너를 5년, 10년, 아니 50년도 붙잡고 있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쉽게 너의 부모님을 핑계로 나는 너를 포기했다.



히라를 보내는 장례식에서도 키요이는 울지 않았다. 로봇같이 손님을 계속 받고 있는 키요이에게 노구치가 와 좀 괜찮냐고 묻는다. 키요이는 생각보다 괜찮아서 사실 본인이 생각하는 것 보다 히라를 크게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한다. 노구치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며 그저 키요이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사실 장례식에 서 있는 내내 키요이는 죄인이 된 것 같았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히라의 부모님, 아끼던 제자를 잃은 노구치, 좋아했던 사람을 잃은 코야마에게도... 그래서 울 수 없었다. 어쩌면 버틴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돌멩이가 되고 싶다던 히라는 한 줌의 재가 되어 바다에 뿌려졌다. 그렇게 뿌려질 때도 키요이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제 정말로 히라를 볼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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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마치고, 우리의 집으로 돌아왔다. 너의 부모님께서 챙길 물건은 챙기라고 말하신다. 흔적을 청소하는 내내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니가 매일 찍던 나의 인화사진이 담긴 통을 찾았고, 그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찍은 너의 사진을 발견했다. 이 사진은 왜 가지고 있냐고 물었을때 너는, 너의 눈 속에 내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다시는 이 눈 속에 담기지 못하겠지.


갑자기 주마등처럼 히라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고등학생때 내가 더 용기를 냈다면 너랑 이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아니 졸업식에서라도, 아니 니가 연극에 찾아왔을때, 아니, 아니, 아니… 키요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고 있다. 


나는 생각보다 너를 더 많이 사랑했다. 니가 없으니 숨도 쉴 수가 없고 살고 싶지가 않다.


그렇게 울다가 키요이는 쓰러지듯이 거실에서 잠이들었다. 그리고 키요이의 꿈속에 히라가 나왔다. 꿈 속에서 나는 니가 꿈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보고싶다고 해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나오네 기분나쁜놈. 히라는 말 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나도 히라의 뺨을 쓰다듬어 본다. 이렇게 따뜻한데 이게 어떻게 꿈일 수 있을까? 미친놈아 그냥 다시 돌아와. 히라를 다시 본다면 좋아한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라는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자꾸 험한 말만 나간다. 히라는 더욱 나를 꽉 안아준다. 너는 살라는 의미 같았다. 하지만 듣고 싶지 않다. 항상 나의 말만 들었던 히라, 내가 죽어도 나의 뜻이니 이해해 주겠지.


영원히 이 꿈 속에서 깨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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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 히라가 세상을 떠나고 1년이 되던 날, 노구치가 히라에게 갈 준비를 하며 뉴스를 켰다. 그리고 손에 있던 휴대폰이 떨어진다.


"속보입니다. 최근 브레이크한 배우로 알려진 키요이 소,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몇 년 전 같은 소속사 배우 안나의 극성팬에게서.."


노구치의 휴대폰에 찍힌 번호는 키요이였고, 이제는 영영 받을 수 없는 전화가 되었다. 그리고 노구치가 중얼거린다.


"결국 너는 너보다 히라를 많이 사랑했구나."





앎그 히라키요이 맇쿠유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