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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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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랑 물체 사이에 부엉루크 인형이 뿅 튀어나오는거 보고싶다
부츠를 신던 케이아가 실수로 신발장에 무릎을 부딪혔는데 원래라면 쿵 소리가 나야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통증도 없는 거임. 무심결이니까 그땐 그냥 세게 부딪히지 않은 줄 알고 반대쪽 부츠를 마저 신는데, 바닥에 주먹만한 부엉루크 인형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한거지.

“...귀엽네.”

어디서 굴러 들어온 인형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마음에 들게 생겨서 케이아는 인형의 엉덩이를 한번 톡톡 털어준 뒤 신발장 위에 올려놓았음.

케이아가 다시 그 인형을 의식한 건 술집에서임. 천사의 몫에서 취객이 난동을 부릴 분위기였기에 케이아가 먼저 일어나 그를 제지했지. 하지만 취객은 이성을 잃고 케이아의 얼굴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음.

‘푹신’

분명 짜악-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어야 했으나 케이아의 뺨에 느껴진 건 푹신하고 보드라운 감촉이었음.

“뭐야?”

취객은 어느새 자기 손에 쥐어진 동그란 인형을 보고 기겁하며 내팽개치더니 영락없이 놀림받은 줄 알고 씩씩대며 나가버리겠지. 소란이 멎자 사람들은 빠르게 자신의 일로 돌아갔고 케이아만이 인형을 주워들어 아까 전의 상황을 되짚었음. 다이루크를 꼭 닮은 인형이었지만, 카운터의 다이루크를 힐끔 쳐다보니 그는 평화롭게 바텐딩을 하고 있었지. 취객의 자리와 카운터까지의 거리는 꽤 멀었고 다이루크가 개입할 틈은 없었음.

인형이 생겨나는 상황을 몇번 더 겪고 나서야 케이아는 인과관계를 파악했음.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한테 큰 충격이 주어질 것 같으면, 동그란 부엉루크 인형들이 어디선가 솟아나서 사이에 끼어들어 몸빵으로 충격 흡수를 해주는 거였음. 그렇게 생겨난 인형은 하루가 지나지 않아 자연적으로 사라졌지. 어째서 그 인형이 부엉이와 다이루크를 합친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다이루크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귀여워서 모아두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는 케이아였음.
그리고 케이아 스스로 자기 몸에 충격을 가할 때도 인형은 생겨났음. 다만 원래는 ( •̀ ⌂ •́)이런 표정으로 튀어나와 용감하게 몸빵하던 인형이 이번에는 울상으로 튀어나와서 케이아는 ‘인형이 생기는 경우’에 대해 자기 몸에 실험하기를 그만두었지.

한 번은 몬드 성내를 돌아다니다가 튀어나온 돌바닥에 걸려 광장 한중간에서 넘어진 적이 있으면 좋겠다. 몸이 기우뚱 앞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케이아는 속으로 ‘안돼!’라고 소리쳤겠지. 하지만 몸 전체가 거하게 바닥으로 구르기 직전 인형들이 펑펑 솟아나면서 케이아의 몸을 받쳐준거임. 사람들은 마치 볼풀장에 들어간 모양새가 된 기병대장을 놀라워하는 얼굴로 쳐다보고, 케이아는 몸을 일으키자 데구르르 굴러 떨어지는 인형들을 허둥지둥 주워다가 양 팔에 가득 안고 새빨개진 얼굴로 자리를 뜨겠지.
그 외에도 츄츄족이 뒤에서 다가와 나무 몽둥이로 뒤통수를 후렸는데 ‘푹신’ 할 뿐이라서 케이아도 츄츄족도 물음표 가득한 표정으로 갸우뚱거리거나, 음식을 먹다가 혀를 깨물었더니 인형이 튀어나와서 인형과 마주 보고 식사를 한 적도 있겠지. 그 경우에도 인형이 입 안에 생길 수는 없는지 테이블 위에 울상으로 튀어나와 케이아의 주변에 머물렀음.

어느 날 다이루크는 케이아가 아파서 병가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음.
‘흥, 보나마나 술병이라도 났겠지 뭐.’
‘...아니면 몸살일 수도 있고.’
‘요즘 공기가 차가워졌으니 감기라도 걸린 걸까.’
‘무리해서 업무를 처리하느라 과로일지도...’
케이아의 방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다이루크의 얼굴은 심각해질 것 같다. 문 앞에서 한숨을 푹 내쉰 뒤 병문안 선물로 가져온 과일 주스를 들고 다이루크는 문을 여는데, 안쪽의 풍경을 보고 할 말을 잃었으면.
방 안에는 케이아가 누워 있고, 침대 주변에는 수많은 부엉루크 인형들이 생겨나 케이아를 걱정하듯 둘러싸고 있었음. 인형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케이아는 꼭 인형 산에 푹 파묻힌 모습이었지. 살며시 문을 닫은 다이루크는 입을 떡 벌리고 자기가 만든 광경을 쳐다볼 것 같다. 왜 자기가 만든 광경이냐 하면, 얼마 전 소원을 들어주는 비경을 찾은 게 자신이거든. 그런데 비경의 중심부에 이르러 소원을 빌었더니 아마도 비경의 주인인 것 같은 목소리가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몬드를 위협으로부터 지켜달라는 소원은 능력 밖이라서 안된다, 적의를 품은 소원은 들어줄 수 없다,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건 불가능하다, 이러면서 쥰내 뺀찌를 먹이는거임. 그래서 비경에서 못 나가고 있던 다이루크는 결국 한 사람을 지켜달라는 소원을 비는데 그것도 어려우니까 무엇으로부터 지킬 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래. 고민을 하던 다이루크는 그냥 그 녀석이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고, 하찮은 푹신인형의 신이 다이루크의 소원을 들어줘서 그렇게 된 거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