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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1 04:53


노부는 그제야 마치다 케이타가 노부에게 반했다던 황제의 말이 무슨 말이었는지 알았다. 외롭고 불안했던 어린 소년장수의 마음을 어린 노부가 흔들어 놓았던 모양이었다. 마치다 케이타는 팔찌를 소중히 관리했었던 듯 가죽에 광택이 근사하게 살아 있었지만 세월의 흐름은 완전히 피하지 못했는지 팔찌의 가장자리는 해진 흔적이 보였다. 노부는 그 낡고 반짝이는 가죽 팔찌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게다가 어린 마음에 정성스럽고 예쁘게 잘 땋았다고 생각했던 매듭은 어쩌면 그렇게 삐죽삐죽 못났는지, 노부는 삐뚤삐뚤 튀어나와 있는 매듭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다가 노부의 손 안에 쏙 들어오는 마치다 케이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러면 하나 더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하나 더?"
"이건 오른손에 차고 계시고, 왼손에 차실 수 있도록 하나 더."

보물을 뺏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에 들었는지 마치다 케이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정말 예쁘게 잘 땋아줘야지. 그런 결심을 하며 노부는 마치다 케이타의 어깨에 걸쳐 두었던 장포를 단단히 묶었다. 

"이제 그만 환궁해야 하오."
"걸치고 가십시오."

마치다 케이타는 사절단이 몰살당했으니 혼례를 치르면 바로 출정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경황없이 말을 달려 노부에게 왔는지 옷차림이 너무 얇았다. 그래서 노부는 장포를 다시 벗어주려는 등왕의 어깨에 망토를 다시 덮고 꼼꼼히 묶어 주었다. 

"어차피 제가 궁에 들어갈 때 가져가려 한 것이니, 입고 가셔도 됩니다."
"아, 그럼. 궁에 잘 두겠소. 고맙소."

노부가 마치다 케이타가 혼례를 알리러 왔던 날 그랬던 것처럼 말에 올라탄 등왕의 손등에 입을 맞추자, 마치다 케이타는 그저 멀뚱멀뚱 보고만 있던 그날과 달리 긴 손가락을 크게 움찔거렸다. 혼례까지 남은 날은 이제 사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손등에 입을 맞췄다고 꼼지락거리는 이를 보고 있으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애가 탔다. 사흘이 삼다경처럼 지나가 주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앞으로의 사흘은 삼십년 만큼 길 것만 같았다. 





혼례는 예정대로 치러졌다. 노부가 궁에 들어가 등왕궁에서 함께 살 예정이었으나 궁에서 혼례를 치르면 궁의 엄중한 방비 때문에 노부의 친척들과 지인들이 혼례식에 참가할 수 없어서 노부의 집에서 혼례를 치르기로 한 터였다. 혼례식 참가를 위해 황제와 황후가 직접 나왔기 떄문에 노부의 집을 금군들이 단단히 둘러싸고 있어서 혼례식 분위기가 다소 경직되긴 했으나 노부는 그저 좋기만 했다. 

마치다 케이타의 아버지인 선왕은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고 친모 역시 역모로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제국 건국 전 몇 번이나 반복된 왕위쟁탈전 당시 마치다 케이타와 노보루를 제외한 모든 형제자매들이 다 연루돼서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혼례식에 참가한 마치다 케이타의 가족은 황제와 황제의 유일한 반려인 황후,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황자 둘과 황녀 하나 그리고 계왕 노보루뿐이었다. 그러나 물론 대륙을 재패하고 있는 황제의 존재감은 노부의 부모와 형들 그리고 형수들. 심지어 노부 쪽의 친척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컸던 것은 당연했다. 붉은 혼례복을 입은 두 사람이 절차에 따라서 여러 번 절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합근주를 나눠 마시자, 황제는 수많은 권신들을 떨게 했던 잔혹한 미소 대신 진심으로 기쁜 듯 화사한 웃음을 지었다. 

"사랑하는 나의 아우. 네 반려와 함께 늘 평안과 기쁨 속에 살길 바란다."

그러나 저 잔혹한 황제가 '사랑하는 나의 아우'란 말을 언제 처음 썼는지 알고 있는 하객들은, 황제만큼 흡족하게 웃고 있는 황제의 반려 외에는 아무도 웃지 못했다. 





등왕궁의 궁인들은 물갈이가 됐고, 새로 들어온 궁인들은 황제에게 무슨 엄포를 듣고 왔는지 모두 아주 빠릿빠릿했다. 게다가 신방은 혼례를 담당한 예부에서 따로 궁인들을 부려서 꾸몄는지 무척 꼼꼼하게 준비돼 있었다. 침소에 있는 침상에는 붉은 너울이 드리워져 있었고, 침상 앞에는 합환주와 호화로운 안주들이 놓인 주안상이 정성스럽게 준비돼 있었다. 또한 방 곳곳에는 촛불들이 은은하게 빛을 내며 묘하게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다 케이타와 함께 신방에 든 노부는 마치다 케이타를 주안상 앞으로 이끌어 앉히고 무거운 혼례복을 일단 벗겨 주었다. 

"술은 드십니까, 전하?"

마치다 케이타는 덤덤하게 주안상을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 혼례식 때 마신 합근주가 생애 처음으로 마셔본 술이었습니다. 그대는 술을 하십니까?"

말투가 갑자기 바뀌어서 바라보자, 마치다 케이타는 가만히 노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봅니까?"
"아니, 말을 갑자기 높여주셔서."
"신분이 다른 이들이 혼례를 치러도, 부부가 되면 위아래가 없어야 하는 법이라고 그랬습니다."

저런 걸 가르칠 사람이 있나? 전쟁 밖에 모르는 사람한테 누가 저런 걸 가르쳤나. 황제는 노부가 앞에 있는데도 황후의 이름을 부르며 반말을 하고 있었으니 황제가 가르쳐 줬을 리는 없을 텐데 싶어서 의아하긴 했지만, 마치다 케이타가 진심으로 노부를 아끼고 있는 걸 다시 확인해서 기쁘기도 했다. 노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마실 줄은 알지만 그다지 즐기지는 않습니다. 그럼..."

노부는 혼례를 준비하면서 예부 쪽 관리로부터 술이 두 병 놓일 텐데 빨간 끈이 묶인 술은 독한 술이고 푸른색 끈이 묶인 술병은 단술이니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마시라는 말을 들었었다. 술을 잘 못하더라도 독한 술을 조금 마시는 게 합궁에 좋을 거라는 조언도 슬쩍. 하지만 노부는 만취한 채로 첫날밤을 보내고 싶지 않았고, 마치다 케이타가 술에 이지가 흐려진 채로 노부와 함께 침상에 드는 것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마치다 케이타의 의중은 모르니. 

"이 술은 독한 것이고, 이 푸른색 실이 묶인 병의 술은 그냥 단술이라 합니다. 전하가 술의 도움을 조금 원하신다면."
"술의 도움을? 무슨 말입니까?"

노부에게 술병에 대해 알려준 내관들이 등왕에게는 아무 언질도 주지 않았는지 등왕은 긴 혼례 절차에 조금 피로해진 얼굴에도 설렘과 기대를 가득 드리운 채 갸웃거리며 노부를 바라봤다.  

"합궁을... 맨정신으로 하기 힘드실 것 같으면 독한 술을 조금 마시라고 들었습니다."

설명을 했음에도 마치다 케이타는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는지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맨정신으로 하면 왜 힘들단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낯선 일이니 당혹스러울 수 있어서가 아니겠습니까?"

마치다 케이타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술은 필요없으니 단술을 한 잔만 하겠습니다."

노부 역시 단술을 따라서 두 사람은 마주보고 술잔을 든 다음 가볍게 잔을 비웠다. 





둘째 형수가 노부의 혼례 전에 해 준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혼례 전에 음인들에게 잠자리 교육을 혹독하게 시켰다고 했다. 원래도 음인을 양인의 잠자리 상대로만 여기는 사회였으나, 대화제국이 화왕국이던 시절 화왕국의 마지막 왕이 색마라는 말도 아까울 정도로 색에 미친 자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분위기가 강화됐다고. 그러나 지금 황제가 누구인가. 음인인 쿄스케가 황제가 되면서 그런 분위기는 완전히 깨졌다. 문제는 나라의 분위기를 바꾸려다 보니 그 반동으로 오히려 음인들에게 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분위기가 돼 버렸다고. 그래서 둘째 형수도 혼례를 치르고 처음에는 정말 놀랐다며 너는 전하가 놀라시지 않게 큰 형한테 가서 잘 배우라고 했다. 

그때 의원인 큰 형은 색사가 노부나 마치다 케이타에게 고통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여러 조언을 해 주었고, 노부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마치다 케이타의 옷을 벗겼다. 그러나 이러다 가슴이 빵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근거리던 가슴은 마치다 케이타의 옷을 다 벗긴 순간 서늘하게 식었다. 14살부터 15년을 전장에 나가 살았고, 병사와 장수들의 목숨이 자기에게 달렸다고 생각하고 늘 전선의 제일 앞에 나선다는 사신의 몸은 온통 흉터로 뒤덮여 있었다. 무기를 들어 본 적 없는 노부는 검으로 인한 상처와 창으로 인한 상처, 화살에 꽂힌 상처를 구분할 수 없었지만 온몸이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흉터로 뒤덮여 있었고, 이 흉터들이 전쟁에서 얻은 것이란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보기 흉합니까?"

노부의 시선이 마치다 케이타의 온몸을 뒤덮은 흉터에 머물러 있자, 마치다 케이타가 담담하게 물었다. 노부는 그런 마치다 케이타의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전하께서 대화제국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싸워오는 동안 얻게 된 흉터인데 보기 흉할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상처를 입었을 때 아프지 않았을까 걱정됐을 뿐입니다."

마치다 케이타는 평소보다 뜨거워진 손으로 노부의 뺨을 쓰다듬으며 작게 속삭였다. 

"어차피 지금은 다 나은 상처입니다."

지금은 괜찮다고 해도 몸이 이렇게 상처로 뒤덮일 정도면 아팠던 날이 얼마나 많았을지 아득해진 건 당연했다. 가죽팔찌를 받는 장졸들이 부러웠을 텐데도 부럽다는 티도 내지 못했던 마치다 케이타를 생각하면 다쳤을 때 아프지 않은 척했어도 많이 아팠을 테니까. 그걸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져서 노부가 상처를 한없이 쓰다듬고 있자, 마치다 케이타는 노부의 뺨을 쥐고 끌어당기며 입술을 맞춰왔다. 큰형은 음인인 마치다 케이타가 아프지 않게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방법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알려줬지만 접문을 하는 방법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게다가 노부는 첫 접문이었기 때문에 입술을 그리고 혀를 어떻게 놀려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는데 본능적으로 입술이 겹쳐지고 혀가 섞였다. 그저 접문만으로도 머리가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마치다 케이타의 입술을 핥으며 눈을 맞추자, 촉촉하게 젖어 있는 까만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마치다 케이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눈을 한 번 느리게 깜빡이면서 촉촉하게 젖어 있던 그 까만 눈동자가 한 번 사라졌다 나타나는 그 움직임만으로도 노부는 다시 이성을 잃고 말았다. 





사실 노부는 큰형에게 마치다 케이타가 전장에서 부상을 입었을 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적장과 1 대 1로 접전을 벌이고 있을 때 적장의 창이 마치다 케이타의 어깨를 깊게 찔러 들어온 적이 있었다고. 목을 노리고 뻗어오는 창을 보며 몸을 틀어서 목 대신 어깨를 내 준 마치다 케이타는 적장이 미처 창을 빼지 못한 찰나의 순간에 검을 그어 적장의 목을 베어냈다고 했었다. 근처에서 적군들과 대치하고 있던 큰형은 그러나 적장이 말에서 굴러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등왕이 큰 부상을 입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나도 창에 찔려 봤지만, 그 고통은 정말 웬만한 사람은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나도 어린 병사가 더 놀라지 않게 하려고 비명을 참으려고 했지만, 찔렸을 때의 비명도, 그 이후의 신음도 참을 수가 없어서 계속 끙끙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거든. 
네.
그런데 그때 적장이 쓰던 창은 상처를 더 크게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창촉을 일부러 날카롭고 불규칙적으로 만들어서 상처가 아주 지저분했고 무척 깊었는데도 등왕 전하는 작은 신음소리 하나 안 내더라.
...
그분은 정말 훌륭한 장수야. 장수로서는 존경해. 나 아니라도 많은 사람이 그럴 거고. 그런데 난 모르겠다. 노부유키.


그때 큰형은 착잡한 표정으로 노부를 바라봤었다. 

어차피 황제 폐하의 명령이라 거부할 수는 없지만, 그분이 혼인 상대로는 어떨지... 그때 그건 참을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 마치... 마치 정말로 아무것도 못 느끼는 사람 같았으니까. 





노부는 그때 큰형의 그 착잡한 목소리를 떠올리고 피식 웃었다. 노부가 마치다 케이타의 조그만 유두를 혀 끝으로 핥아올리자 밤새 몇 번이나 들었던 날카로운 신음소리가 들리며 가느다랗지만 탄탄한 마치다 케이타의 팔이 또 노부를 꽉 끌어안아왔다. 

아무것도 못 느끼기는 무슨. 케이타는 노부의 손과 입술, 혀가 스칠 때마다 어쩔 줄 몰라서 신음을 참지 못하고 계속 눈물 섞인 비명을 질렀다. 처음에는 낯선 감각을 감당하지 못하고 정말 이렇게 하는 게 맞느냐는 듯 공포와 경악이 가득한 얼굴로 노부를 바라보기도 했다. 정말 귀여웠지. 그러다 노부가 원래 이런 거라고, 곧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달래자 눈동자에 어려 있던 공포는 사라졌지만 곧 너무 큰 쾌감을 견디지 못해서 늘씬한 다리를 마구 휘젓기 시작했기 때문에 노부는 마치다 케이타의 늘씬하고 단단한 다리를 붙잡아서 벌리고 노부의 허리에 감아 주었다. 그러자 노부의 허리를 끊어 버릴 듯이 꽉 조여대서 난감했지만. 

마치다 케이타는 혼례를 치른 후 기껏 존대말을 쓰겠다고 약속했지만, 쾌감이 정점을 찍으며 오르내리기 시작하자 존대말은 증발한 지 오래였다. 이상해. 뜨거워. 머리가 이상해져. 간지러워. 너무 뜨거워. 망가질 것 같아. 둑을 터뜨린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그 말들이 노부를 더 달아오르게 만든 건 당연했다. 그리고 드디어 푹 젖어 있는 다리 사이의 틈에 노부의 것을 밀어넣자, 마치다 케이타는 노부의 어깨를 꽉 깨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안 돼, 나 터져."
"안 터집니다. 터지지 않아요."
"터질 것 같아. 너무 뜨거워. 안이 꽉 찼어. 정말로 꽉 찼어. 터질 것 같아. 진짜 터져. "
"안 터져요. 절대로 안 터져요. 제가 전하를 터뜨릴 리가 없잖아요."

노부가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움직이자 마치다 케이타는 몇 년 전 노부의 큰 형을 땅에서 집어서 말에 끌어올렸다는 그 강한 팔힘으로 노부를 꽉 끌어안고 눈물을 터뜨렸다. 

"터져도 괜찮아. 당신 때문에 터지는 거라면 괜찮아."
"아니, 전하가 터지면 내가 안 괜찮아요."

노부는 웃으며 눈물로 젖은 입술에 입을 맞추며 허리를 처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처음에는 그저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던 마치다 케이타도 쾌감에 몸이 조금 익숙해지자 마냥 우는 대신 노부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쾌감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길고 긴 밤이 지나갔을 때, 마치다 케이타는 노부의 품 안에서 가물가물한 눈으로 노부를 올려다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런 건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많이 무서우셨습니까?"

처음에 얼마나 공포에 빠져 있었는지 훤히 봤는데도 마치다 케이타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그 거짓말이 귀엽기만 해서 노부는 젖은 마치다 케이타의 머리를 쓸어넘겨주며 촉촉하게 젖어 있는 눈가와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여전히 물기가 조금 묻어 있는 나른한 목소리가 품속에서 들려왔다.

"좋았습니다. 이런 걸 또 하려면 몇 달은 기다려야 하는 게 속상할 만큼 좋았습니다."

출정은 5일 후였다. 혼례를 치렀으니 초야를 치르기로 했으나 출정을 앞둔 사람인 만큼 무리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전장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는 잠자리를 갖지 않기로 미리 이야기를 해 둔 상태였다. 노부도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꿈같은 시간을 보냈으니 아쉽기는 했는데, 마치다 케이타마저 그렇게 말하자 아쉬움이 더욱 커졌다. 

"그러니 긴긴 밤 빈 침상을 외롭게 지킬 절 위해서라도 무사히 돌아오셔야 합니다."
"꼭 무사히, 서둘러 그대에게 돌아오겠습니다."

이 대화제국의 사신은 체력이 좋은 건지 전장에서 모든 병사들이 지쳐서 픽픽 넘어갈 때도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들었었다. 그래서 노부는 부드럽고 달콤한 후희를 조금 즐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노부가 촉촉하고 따끈한 마치다 케이타의 맨몸을 쓰다듬으며 여운을 즐기는 동안 마치다 케이타가 먼저 잠들어 버려서 노부는 궁인들이 미리 준비해 둔 욕조에 반려를 담근 다음 흉터 가득한 몸을 꼼꼼히 씻겨서 침상에 눕혔다. 그동안 마치다 케이타는 한 번도 깨지 않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그날 밤 편안하게 푹 잠든 마치다 케이타를 품에 안고 잠들던 노부는 고단한 삶을 살아온 이 사람이 그래도 밤만은 편안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사신마치다사신의반려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