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ttps://hygall.com/556299517
당혹감에 흔들렸던 표정이 금세 평온을 되찾았다. 행맨이 감정을 숨긴 것이다. 무표정에 뻔뻔함을 덧칠한 행맨이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몇 번째냐니? 그게 무슨 말이야?"
"바보 취급하지마."
루스터가 으르렁거렸다.
"내가 고백 할 때마다 시간을 되돌렸잖아."
루스터는 어디선가에서 강한 확신을 느꼈다. 그러자 증거와 같은 기시감이 뒤따라왔다. 언젠가부터 생긴 일상의 괴리감과 미묘하게 뭉특히 잘린 시간들.
"내가 고작 이런 짓 때문에 능력 쓰는 한심한 센티넬로 보여?"
"그러니까. 왜 그런 한심한 짓을 하냐고 묻잖아."
행맨이 루스터에게 붙잡힌 손을 털어냈다.
"소설 쓸 시간에 어떻게하면 작전하다 안 뒤지고 목숨 부지할 수 있을지나 생각해."
순식간에 지친 얼굴을 한 행맨이 피곤함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그럼 대답해. 너는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행맨이 말없이 루스터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엔 루스터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설핏 서렸다 조금 전처럼 금세 사라졌다.
"...좋아. 어차피 기억도 못할 거, 말해줄게."
"뭐?"
"시간을 되돌린 게 몇 번째냐고 물었지."
행맨이 한숨 같은 웃음을 내뱉고 눈동자를 한 바퀴 돌렸다.
"몰라. 네 번? 다섯 번?"
루스터는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 하나 둘 떠오르는 말들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넌 내가 좋아하는 게 그렇게 불쾌해? 매번 시간을 되돌릴 정도로? 내가 그렇게 싫어?"
이번엔 어이없다는 듯 웃지 않고 입술을 짓이겼다. 아파보였다. 행맨이 짧게 숨을 내뱉었다. 복식호흡과도 같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장난해? 그럼 뭐가 중요한데?"
"지금 한 번 더 추가 될 거라는 사실이지."
"정작 중요한 건 대답 안 해놓고, 야!"
루스터가 한 발 늦었다. 이미 한 발짝 물어난 행맨이 빠르게 손을 튕겼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억을 못한다한들 기밀 사항이라 말이야. 잘가, 루스터. 다음엔 이러지 말자. 제발."
행맨의 애원을 마지막으로 루스터는 아득한 어둠 속으로 빠졌다.
루스터행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