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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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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열군, 여기요."
"네, 누님. 안녕하셨어요."

태웅이네 큰누나가 호열이한테 만나자고 해서 긴급회동을 갖던 날이었음. 태웅이랑 백호 입적하기 전에 부모님이 백호 친구들 불러서 밥먹이고 싶다니까 태웅이가 사실은 걔네들이 장인장모님이나 마찬가지라고 백호 먹이고, 지켜준 지켜준 친구들이라고 말도 길게 했었지. 그래서 태웅이네 집에서 사돈친구들이라고 대접하고 또 놀러오라고 진심으로 인사했었음.


"우리 백호 모델 활동때문에 의논하려고 보자고했어요. 알다시피 백호가 계약 문제 이런거 잘..."
"모르죠. 바보니까요."
"...그렇죠. 바보... 그런데 그렇다고 우리 백호한테 사기쳐도 된다는건 아니죠."
"네, 누님 말씀대로예요. 그럼 제가 후회하게 해줄겁니다."


누나가 호열이 손을 덥석 잡더니 안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부리부리 뜨고 말을 막 쏟아냄. 호열이 좀 놀랐지만 내색은 안하고 사람좋게 웃었겠지.


"그때 집에서 본 순간 알았어요. 호열군이 지켜줘서 우리 백호가 그렇게 사랑스러운 바보로 잘 살아왔구나, 몸이 좋아서 머리 쓸 일이 없는 바보로 살아도 행복했던거 다 이유가 있었구나, 바로 알았어요. 고마워요. 아, 내가 이렇게 인사하면 너무 무례한거죠?"
"태웅이보다 백호 더 챙겨주시는거 다 압니다. 제가 더 고맙죠."

얼굴은 서태웅이고 말도 못붙이게 생긴 쿨뷰티 누님인데 백호 일에 저렇게 열혈누나 되는거 호열이는 나쁘지 않았지. 백호한테 진짜 좋은 가족 생긴거 진심으로 기뻤음.


"호열군도 아니까 터놓고 말할게요. 우리 태웅이도 바보잖아요."
"....네."
"지금까지는 몸이 좋아서 머리가 고생할 일이 없는 애들이었지만 태웅이랑 백호, 걔들은 농구신이 가만 안둘거예요. 누나인 제가 말해서 팔불출 같겠지만 걔들은 농구에 인생을 걸거고, 우리는 걔들이 성공할 걸 알잖아요. 호열군도 알죠?"
"네."
"집에서 바보고, 학교에서 낙제만 하는 애들이라고해서 걔들한테 계약으로 사기를 친다면ㅡ"
"ㅡ사람 사라지게는 안해봤는데 앞으로 할지도 모르겠네요."


큰누나가 호열이를 비장하게 보겠지.

"호열군 말리고 싶지는 않은데 내 나이쯤 되면 사람이 말없이 사라지는 것 이상으로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망하는 것도 처벌이 되는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법 전공이예요. 솔직히 죄가 무슨 죄가 있어요. 사람이 잘못이지. 태웅이랑 백호한테 사기를 친다? 내가 그 업계에서 매장당하게 밟아줄 거예요. 태웅이가 농구로 어디까지 올라갈지 몰라도 걔는 농구 외길일거라서 우리 집 바보가 농구만하게 가족들도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애들이 대학가면 본격적으로 회사가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백호가 모델 데뷔를 하면 미리 준비를 해야죠. 애를 호락호락하게 본다? 그럼ㅡ"
"ㅡ태웅이 누님이라서가 아니라 제가 누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전 뭘 할까요?"

선수들끼리 다 알아본 두 사람이 빠르게 마음을 맞췄지.


"백호가 혼자서 절대 계약서 못 쓰게 하고, 법적 검토를 하기 전에 사인 못하게 막고, 변호사 대동해야 사인하는 거라고 바보여도 알만큼 호열군이 알려줘요. 백호가 만만한 바보가 아니어도 호열군도 그렇죠? 그러니까 지금까지 잘 키웠겠죠. 반려바보로."
"백호랑 태웅이 다 제가 지켜볼게요. 태웅이도 분명히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바보가 바보로 사는게 나쁜게 아니라 사기치는 사람들이 나쁜거니까 응징해버려요, 우리."
"네. 마음에 드네요."


태웅이 큰누나와 호열이는 애들이 미국유학가서 프로데뷔하기 직전에 결혼발표했겠지. 태웅이랑 백호한테 사기치려는 놈들 밟아주면서 쌓아온 동지애가 엄청났겠지. 반려바보의 반려도 바보였으니까.
















"아버지, 저 할 말 있어요. 병원 못 이어요."
"할 일을 못 찾으면 잇기로 한 거 아니었느냐."
"백호 매니지먼트 일 시작할 거예요."
"....미토병원은 적절한 외부인사 초빙해서 꾸려가면 된다. 어중간하게 돌봐줄거면 백호 옆에 그렇게 있었으면 오히려 아버지가 실망했을 거다. 책임감 있는 것도 나쁘지않다. 그런데 백호한테 머리 깨진거 꿰매주던 의사선생님이 호열이 애비라는거 이제 말해도 되냐?"
"백호가 미토병원 오면 제 성이랑 똑같다고 좋아했잖아요. 아버지가 아들이 북산 갔다고 밑밥도 깔아서 슬쩍 언질 줬는데 못 알아들었을걸요. 바보니까."
"...네가 꼭 붙어있어라. 백호 덩치만 컸지 속은 아직 애기다. 다음에 내가 호열이 애비다, 해야겠다. 이번에 재활의학과 신설했다. 백호 합숙가기 전에 점검차 데려와라."























"네? 벗으라고요? 눗!"

계약서에 없는 상탈과 다른 모델과 스킨십을 요구받고 백호가 온몸이 빨갛게 물들었지. 호여라... 후눗...

"여기 스텝들이랑 스튜디오 대여 시간이 장난같아? 잠깐이면 되는거 얼른 가자고!"


감독이랑 촬영팀이 바람을 잡자 호열이가 큰누나한테 전화하고나서 웃으면서 말했지.


"저희 법무팀 오고있는데 그때도 그렇게 말씀해 보시죠. 동조하신 분들도 제가 촬영해놨으니까 이따가 영상 보면서 항명할 기회 드릴게요. 죄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사람이 잘못이지."


호열이가 싱긋 웃으면서 백호 옷 입혀줬겠지. 상대 모델도 추울거라고 자기 옷 벗어준 백호보면서 얘는 진짜 내가 평생 지킨다고 다시 다짐했을거야. 아, 백호야. 태웅이 없어서 다행이다. 안그랬으면 스튜디오 최후의 날이었을텐데. 운이 좋은 분들이네. 호열이는 웃었다.








루하나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