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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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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에게선 집착의 색이 조금씩 옅어지고 다정한 행동이 늘어갔다. 굳이 고용인을 멀뚱히 세워놓고 손수 과일을 깎기까지 했다. 칼질을 잘 못하기는 피차 마찬가지라 마치다도 도울 수는 없었지만 과육이 절반은 깎여 나가는 걸 보면 엉덩이가 들썩였다. "요즘 복숭아가 맛있다길래 사 왔어요. 많이 먹어요." 입이 짧아 겨우 서너 조각 먹으면 끝인 걸 알면서도 복숭아를 세 개나 깎았다. 잘 깎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유치한 마음에서였다.

레나가 아무리 마치다와 가까워도 남편과의 사이에는 끼어들 수 없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들러리고 주인공은 늘 노부와 마치다였다. 예쁜 입술을 벌리고, 아기새처럼 복숭아 조각을 받아 먹는 옆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예쁘거나 귀엽다는 말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이라 아름답다는 단어가 딱이었다.

"겨우 이거 먹고 배불러요? 어떻게 해야 살이 찌려나. 복숭아 하나도 다 못 먹는 배 속에 아이 품을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네." 아이 소리에 마치다가 콜록거렸다. 레나는 원망하는 눈으로 노부를 몰래 흘겨보며 물을 떠다 마치다에게 건넸다. "사모님, 여기 물이요." 마치다는 물컵을 잡은 레나의 손을 겹쳐 잡고 물을 마셨다. 노부는 멋쩍게 관자놀이를 긁었다. "당장 갖자는 얘기는 아니에요. 안 생기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 하니까." 레나는 어쩐지 화가 났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 여린 몸 안에 사정하면서 무슨 시도를 더 해 본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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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가 방 안에 들어와 있는 줄도 모르고 잠들었던 부부는 새벽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심심했던 소금이가 노부의 배 위로 점프해 올라간 것이다. 침대 위를 유유히 걸어 다니는 털 뭉치를 내려다 보며 마치다가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요... 거실에 내놓고 올게요. 언제 들어 왔지..." 이불 밖으로 다리를 내놓는 마치다를 노부가 말렸다. "잠 달아나니까 그냥 다시 자요. 아침에 나가라고 하지 뭐." 마치다는 남편이 소금이를 혼내며 자신에게도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여 놀랐다. 고맙다는 말 대신 팔뚝을 껴안으며 바짝 붙어 누웠다.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느낌에 없던 용기가 생겼다. "여보... 뭐 하나만 부탁해도 돼요?" 노부는 지그시 감았던 눈을 번쩍 뜨며 마치다를 바라봤다. 

"며칠에 한 번이라도 밖에 나가고 싶어요." 또 그 얘기구나 하는 표정으로 바뀌기 전에 마치다는 서둘러 말을 이엇다. "혼자 말고 당신이랑 같이, 사람들 많지 않은 곳으로 가면 되잖아요. 우리 둘만 있을 수 있으면 괜찮지 않아요...? 뒷산에 예쁜 계곡이 있대요... 거기 가보고 싶어요." 레나와 함께 갔던 계곡이 며칠째 꿈에 나왔다. 쫓기듯이 잠시 머무는 게 아니라 몇 시간이고 느긋하게 누워있고 싶었다. 날이 흐리든 밝든, 비가 내리든 상관 없이. 노부는 잠시 말이 없다가 의외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내일 점심 먹고 함께 가자고. "그런데 뒷산에 계곡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데이트를 약속받은 마치다는 남편 옆구리로 파고들며 눈을 감았다. "레나가 말해줬어요. 기회 되면 당신이랑 꼭 같이 가 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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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부터 초저녁 사이는 레나의 휴식 시간이라 부엌엔 사치코와 중년의 고용인 한 명만 있었다. 갈수록 사이가 좋아지는 부부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건 중년의 고용인뿐이었다. 노부를 좋아하는 사치코는 분수에 맞지 않는 질투를 느끼며 툴툴댔다. 진작 수저를 내려놓고 남편의 식사가 끝나기만 기다리는 순종적인 얼굴도 얄미웠다. 옷 밖으로 나온 목덜미와 손목엔 씹힌 자국이 가득한, 매일 밤 신음 소리로 고용인들 잠 깨우는 변태 사모님 주제에 고상한 척은. 주인님은 저런 난잡한 사람이 뭐가 그리 예쁘다고. "포도랑 양주 좀 챙겨갈까요?" 노부의 말에 마치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부터 두 사람의 외출 계획을 들어 알고 있던 중년의 고용인이 바닥에 깔만한 넓은 천과 양산을 준비해 놓았다. 포도와 양주까지 추가로 챙기니 바구니가 꽉 찼다. "저도 같이 갈게요. 이거 들 사람도 있어야 하니까." 사치코가 끼어들자 노부가 바로 거절했다. "우리끼리 오붓한 시간 보내려는 거니 그냥 집에 있어. 오늘은 서재 청소를 하는 게 좋겠네." 괜히 할 일만 늘었다. 

남편의 손을 잡고 대문을 나서는 뒷모습이 보통 신나 보이는 게 아니었다. 노부는 반반이었다. 기분이 좋기도 하고 떨떠름하기도 했다. 부인을 집 밖에 내놓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바로 뒷산으로 향해 앞만 보고 걸어 올라갔다. 어느 정도 올라가면 계곡이 나오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마치다는 힘든 것도 못 느꼈다. 오히려 노부가 힘들어했다.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이 방향이 맞나." 맞다는 얘기를 할 수가 없어 마치다는 대충 맞장구를 치며 앞서 걸었다. "그렇지 않을까요? 계곡물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아요." 뻔뻔하게 처음 와 보는 척하며 도착한 계곡은 그날보다 더 예뻤다. 알아서 척척 바닥에 천을 깔고 양산도 펼쳐 작은 그늘을 만들었다. 노부는 그런 부인을 가만히 쳐다보면서 조용히 웃었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자신이 건네는 포도를 받아먹고, 입에 머금은 양주를 잇새로 조금 흘려 넣어주면 꼴깍꼴깍 잘도 삼키는 게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나무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젖은 발로 살금살금 다가가는 마치다에게 위험하니 이리 오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기어코 토끼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뒤로 넘어졌다. 같이 놀란 토끼는 달아나 버렸다. "토끼를 보고 그렇게 놀라요? 곰이라도 나타난 줄 알았네." 노부가 손을 내밀었다. 마치다는 남편의 손을 잡고 일어나며 아이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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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은 어디 계셔?" 사치코는 실컷 자고 나온 레나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둘이 계곡 갔는데 아직도 안 오네. 곧 저녁 먹을 시간인데." 믿을 수가 없었다. 계곡은 나와 사모님만의 비밀 장소인데. 집 밖에 나가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 함께 외출을 한 걸까. 사치코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됐다. "내가 가서 모시고 올게. 조금 있으면 금방 어두워질 거야." 신발을 구겨 신고 급하게 뒷산으로 향했다. 해가 지기 전에 얼른 올라가 사모님을 모시고 오고 싶었다. 애초에 진짜 계곡에 계신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주인님과 둘이? 얼마나 빨리 걸었는지 금방 계곡 초입에 도착했고 멀지 않은 곳에 주인 부부가 보였다. 두 사람은, 참 그들답게도 나무에 기대 정사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짐승 새끼도 아니고. 물론 레나가 말한 짐승 새끼엔 노부만 포함이었다. 나무 기둥에 닿은 사모님의 등이 까질까 봐 걱정됐다. 산바람이 얼마나 찬데, 몸도 약한 사모님은 홀딱 벗겨놓고 자기는 다 챙겨 입은 채로 좆질을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양산은 나뒹굴고 있고 빈 양주병도 쓰러져 있었다. 이 산은 노부의 사유지라 외부인이 출입하지 않지만 고용인들은 누구든 언제든 올라와도 괜찮았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저렇게 사방이 뚫린 야외에서 정사를 나누다니. 보통 미친 사람이 아니었다. 사모님의 다리 사이에서 팔뚝만 한 성기가 훅 빠지자 허벅지를 바르르 떨며 주저앉는 게 보였다. 가서 일으켜 드리고 다리 사이를 정리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래 지켜보는 입장이라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갈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남편의 성기를 빠는 모습이 충격적일 만큼 외설적이라 다른 누군가 볼까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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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냄새가 옅게 풍기는 부부가 욕조에 함께 들어갔다. 사치코와 레나는 오늘도 욕조 밖에 쭈그려 앉아 각자 자신의 주인을 씻겼다. 야외 정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노부의 성기가 위아래로 꺼떡거렸고 마치다의 유두가 딱딱하게 솟았다. 질척한 키스를 하느라 욕조 물이 넘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넘친 물에 옷이 젖는 건 고용인들이니 주인 부부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점점 남편에게 맞춰져 가는 마치다의 성생활이 레나를 괴롭게 했다.

"무릎에 상처가 생겼네요..." 거실 소파에 앉은 마치다의 무릎에 레나가 연고를 발랐다. 노부는 정원으로 나가 연못에 있는 잉어들을 보고 있었다. "응... 살짝 넘어졌어. 아, 오늘 남편이랑 거기 갔었어. 너랑 나랑 같이 갔던 그 계곡 말이야. 나 오늘 토끼 봤다?" 감히 서운함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러셨어요? 좋으셨겠네요." 뽀얀 허벅지를 벌려 버리고 가랑이 사이에 있는 터럭에 얼굴을 묻고 싶었다. 무식하게 큰 양물에 헐어 버렸을 연한 살덩이를 부드럽게 핥아 드리고 싶었다. 그치만 할 수 있는 건 고작 무릎에 연고를 바르는 것뿐이라 레나의 눈이 가라앉았다.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