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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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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웅아, 왜 주중에 왔어? 백호랑 싸웠어?"

주말에나 어쩌다 한번 들르는 아들인데 주중에 와서 표정이 너무 안좋으니까 엄마가 물어보겠지.

"웅아! 울어??"

작은 누나가 놀리려다가 놀라서 등 다독여주면서 달래주고 말 걸어주겠지. 백호 착하니까 곧 다시 받아줄거야! 뚝해! 누나가 대신 사과하러 갈까??


"....유학, 같이 가자고 했는데 안된다고 했어."
"우리 집에서 같이 보내줄 거라고 나중에 말하기로 했잖아. 왜 먼저 말했어?"
"갚을 수 없는건 받는거 아니라고 배웠대, 부모님한테... 그 멍청이가!"
"아직은 우리가 가족까지는 아니어서 그런가보다, 백호는. 엄마랑 아부지가 설득해볼게. 웅이, 그만 울어."


태웅이네 가족은 백호 재활 끝내고 태웅이가 집에 데려왔을 때부터 쟤가 막내의 평생의 인연일걸 직감했겠지. 아마 태웅이는 백호가 아니면 평생 혼자 살거나 무미건조한 가정을 꾸리고 자기가 부족한게 뭔지도 모르고 살... 그런 애란걸 가족들이 모를 리가 없잖아. 백호는 진짜로 좋은 애였고, 가족들의 태웅이 유학 지원에 당연히 같이 보낼 준비를 안선생님하고 의논하며 시기를 볼 생각이었는데 백호는 아예 지원을 받을 생각이 없으면 큰일이긴 했지. 어떻게 설득해야할까... 가족이 아니어서 그런거면 우리가 가족이면 되는걸까...









"나 왔어. 백호랑 집 앞에서 만났어. 백호가 밖에서 오래 서 있었나봐. 태웅이, 네가 뭐 잘못하거 맞지?"

태웅이가 벌떡 일어나 백호 손 잡아서 소파에 앉혀놓고 뚫어져라 보는데 눈이 빨개. 멍청이도 한참 운거 같고. 왜 밖에서 서 있어! 왔으면 바로 들어와야지! 아까운 내 멍청이!


"백호야, 안그래도 엄마랑 아부지가 만나러 가볼까 했어. 잘 왔어. 잘 왔다, 우리 백호."

엄마가 백호 안아주고, 아부지가 얼른 아이스티 가져다주고, 큰누나가 푸딩 갖다주고, 작은 누나가 멜론 자르려고 가져옴. 누가 우리 백호 울렸어! 태웅이? 우리가 혼내줄게!



"아니에요. 제가 심한 말 했어요. 너 마음 편하게 나도 미국 간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거짓말 듣고싶냐고 제가 그랬어요... 흐윽... 저도 여우랑 같이 가고 싶어요..."

백호가 엉엉 우니까 엄마가 소파 밑에서 백호 얼굴 들게 하고 손으로 눈물 닦아주시겠지. 아까운 우리 백호가 왜 우나... 백호야, 우리가 할 말이 있는데, 이건 태웅이보다 우리 가족 전체가 백호한테 하는 말이야. 잘 들어줘...


"백호야, 우리는 이제 백호랑 가족같은 사이고 싶지 않아. 진짜 가족이고 싶어. 태웅이는 여기서 발언권이 없는게 쟤는 지금 학생이잖아. 아직 유학도, 프로도 아무 것도 아닌 고 1. 그래서 태웅이 대신 우리 가족이 백호한테 청혼하는 거야. 우리 태웅를 가족으로 받아주면... 그래줄 수 있을까? 너희가 가족이고, 평생 같이 농구할 애들이라면 헤어져있으면 안되는거라고 생각해. 우리도 백호의 부모면 좋겠어. 당연히 백호네 부모님만큼은 아니더라도, 진짜로 아낀다, 우리 백호야. 우리 태웅이랑, 우리 가족이랑 가족이 되자."

태웅이도 놀라고, 백호는 더 엉엉 우는데 태웅이가 백호 눈물 뻑뻑 닦아주는 거 보고 누나들이 말리겠지. 살살해! 백호 아까워!


"제가... 흐윽... 가진게 몸밖에 없는데... 튼튼한긴 한데... 사실 크게 한번 다치고... 농구를... 흑... 여우만큼, 흡... 태웅이만큼 잘하려면 엄청 열심히, 근데 그건 제가 천재니까 꼭 따라잡을건데, 이런 저라도 태웅이 주실거예요?"
"어. 가져. 멍청이꺼 한다."

태웅이가 백호를 격하게 안아서 무릎 위에 앉힌 꼴이 되는데 칭칭 감아서 움직이지도 못하게 함. 키스하려는 걸 누나들이 태웅이 머리 당겨서 가까스로 떼어놓음. 막내가 이성을 놓기 직전임.


"그럼 너희 입적해. 백호 호적에 태웅이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엄마랑 아부지는 백호한테 어른이 있었으면 해서, 백호가 태웅이한테 입적하는 것도 생각해봤으면 싶다. 백호야, 엄마랑 아부지가 미국, 같이 보내줄래. 허락해줘."
"흡... 여우야, 너 지금 여기서 나한테 키스하면 입적 안해.(이야다!) 제가 의논드릴게 있어요. 여우, 너도 잘 들어."



ㅡ저, 입학 하고 나서부터, 사실은 중학교 때부터 모델일 하라고... 명함을 여러 개 받았었는데 그중에 어떤 사람이 진짜 오랫동안 쫓아다녔어요. 고릴라처럼 생겨서 제가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저번에 여우가 한번 자전거로 들이받았는데 쟤 그때 안자고 있었던거 같아요... 근데 그 사람이 주고간 명함 보고 한나선배랑 소연이가 엄청 유명한 포토그래퍼라고... 광고도 찍고 그런다고... 사기꾼 아니라고 그래서 오늘 찾아갔었어요. 섭섭군이, 주장이랑 호열이가 같이 가줬어요. 저 광고 찍을 거 같아요. 청바지... 그거 찍자고... 그래서, 의논드리려고요. 태웅이랑 저, 입적하게 되면 제가 가장할게요. 고등학교때는요. 부모님이 도와주시는거 말고, 제가 모델하면서 생활비랑 유학비, 어떻게 해볼게요. 해보고 부족하면 그때 도와주세요. 그럼 받을게요. 태웅이 고생 안하게 제가 잘 할게요.



부모님은 원래 태웅이 유학갔다가 미국에서 자리잡고 나서 앞가림할 수 있겠다 싶으면 둘이 결혼해도 좋겠지, 생각했던 분들이 어떻게든 백호 마음 돌려서 유학 같이 가도록 학생인데도 가족테두리 안에 두려고 입적하라고 하신건데 백호가 가장 하겠다고 하니까 또 근심이 앞서시겠지. 우리 백호는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거야, 부모 품 안에 있어주지....


"왜 멍청이 너 혼자 돈 벌어? 그럼 나도 한다."

태웅이 화나서 목소리 더 낮아졌는데도 백호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태웅이 무릎 위에 안정적으로 앉아서 쓱쓱 앞머리 정리해주겠지.


"나는 생계형 농구선수니까 괜찮아. 근데 여우 넌 안돼. 나중에 검색했을때 농구 하나만 파고 연관검색어도 다 농구만 뜨게 그렇게 살아. 농구만 하다가 명예의 전당포 그거 들어가. 그거 하는거 내가 옆에서 볼거야. 여우야, 세상의 풍파는 내가 다 맞을 테니까 너는 그냥 싸가지 없이 계속 잘생기기만 해. 그럼 부모님께 나도 면목이 설 거 같아. 대신 너는 프로가서 큰 집 사. 엄청 큰 거. 막 수영장 있고, 농구 코트 있는거. 그럼 되잖아. 이런거 아니면 나 입적 안해. 10년 후에도 막 너 애타게 한다."


태웅이네 가족이 속으로 (명예의 전당...)이지만 아무말 안했지. 백호가 태웅이 꽉 잡고 야무지게 인생설계하는거 보는 맛이 엄청난 거야. 막내는 어쩜 저렇게 좋은 애를 가족으로 데려왔을까 싶어서 다들 조용히 거실에서 나가주셨지. 태웅이가 너무 오래 참는거 같아서. 곧 애기부부 될텐데 스릴있게 거실에서 뽀뽀... 키스하라고. 촉촉... 소리가 들려오고 소파가죽이 요란한 소리를... 부모님이랑 누나들 특제초밥 사오려고 얼른 대문 밖으로 나가셨지.












백호의 모델 계약서는 법대에 간 준호가 자기 작은 아버지 로펌에 들고 가서 검토했음. 다음으로 대만이가 자기 집안 변호사한테 사기계약 아닌지 봐달라고 부탁함. 안선생님이 변호사 제자 불러서 백호 계약할때 같이 가달라고 하고, 이정환이 사실은 자기가 대학 졸업 후 선수들 에이전시 전문적으로 운영할 생각이었다고 빠르지만 백호가 첫번째 영입선수라고 계약금도 제시하면서 영입제의함. 당분간은 큰형이 경영하겠지만 백호가 자기네랑 같이 크는 선수면 좋겠다고. 호열이가 정환이형 회사랑 수습 로드매니저로 계약하고 백호 맡게 됐겠지. 백호 뒤에는 백호군단, 태웅이네 가족, 북산농구부, 카나가와의 농구인들이 있었음. 2학년때 청대에 가면서 전국의 농구선수들이 또 그 뒤에 섰지. 철통계약으로 보호받고 백호 첫 청바지 CM이 대박나면서 몸값도 계속 올랐겠지. 연습, 합숙, 청대 기간 제외하고 농구에 지장없는 시간에만 전속으로 찍은 화보들이 백호는 잘 몰랐지만 엄청난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 북산의 1학년 콤비가 2학년이 되자 전국에 이름이 알려진 것과 마찬가지로. 윈터컵 마치고 태웅이 생일에 입적한 백호는 소년가장이 되어 남편도 잘 부양하기 시작했지. 백호네 집에 잘생긴 사생이 산다는 소문이 그리 틀린게 아니라 둘 다 신경안썼지. 백호는 부인도 안하고 '아주'만 강조했지. '아주' 잘생긴 사생겸 남편.










[백호선수, 저 진짜 팬이에요. 저번에 광고하신 청바지 입고가서 엉덩이에 사인해달랬더니 얼굴이 빨개지시면서 "눗!! 안돼요. 팬분은 소중하니까 어디가서도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하면서 결국 다이어리에 사인해주셨죠? 더 팬 됐어요! 다음엔 경기 보러 가겠습니다! 사랑해요!]

백호가 팬레터 읽다가 얼굴 빨개져서 답장쓰겠지.

[감사합니다. 응원 와주시면 더 열심히 뛰어야겠어요. 그리고 저는 감사하긴 한데 사랑은 제 남편만 해요. ㅡ천재 농구선수이자 모델, 루카와 하나미치]



태웅이는 백호한테 온 팬레터에 [남편 있는 멍청이한테 사랑한다고하면 무박 3일 왕옹왕이다. 쳐부순다], [너 어디사냐? 백.호.형. 날. 가.져.요. 이런 거 쓸 때는 각오가 되어 있겠지. 림 밑에 서봐.], [멍청이를 핥고 싶어? 내가 해봤는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다 맛있음.] 이런 답장 일일이 쓰고 있겠지. 사생 맞음, 아주 잘생긴.








루하나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