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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4 02:12
경기 마치자마자 무너지듯 쓰러진 백호를 치수,대만이랑 안선생님이 응급실로 옮기는 동안 준호는 남은 애들 인솔해서 물떼새장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겠지 저마다 흥분과 걱정으로 가득 찬 애들을 진정시키는 것도 준호 몫이었을거야 백호 병원을 따라가고 싶다는 부원들에게 다음 경기를 상기시켜주면서 일단은 쉬자고 말해뒀음 물론 준호 본인도 이런 일에 능숙한건 아니라서 약간 허둥지둥 했겠지 해야할 일을 곰곰히 생각해보다 경기장으로 펜션 봉고차를 부르려고 공중전화가 있는 로비로 나갔음

반투명한 칸막이에 들어가서 동전을 넣고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에 먼저 전화를 걸었음 물떼새장 번호를 알아내고 카운터에 또 연락해서 차를 부르고 동전이 남아서 병원에 안부인사를 물었음 다행히 잘 도착한 모양이었음 그리고는 또 안선생님 부탁으로 백호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드리고 학교에 경기 결과를 알리고.. 정신없이 이곳저곳 전화를 돌리는데 누군가 칸막이를 통통 두드리겠지

태섭인가 싶어 돌아보는데 거기엔 뚱한 표정으로 선 산왕의 주장이 있을거야 통화를 어떻게 끊었는지 어버버하며 수화기를 걸어둔 준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음 그랬더니 명헌은 눈썹을 살짝 구겼다 다시 펴고 말하겠지

- 아직도 통화할 데가 남았냐뿅?

- 어, 아, 아니, 아니요. 죄송합니다.

실은 집에도 연락을 드려야 하는데.. 전화를 오래 잡고 있던게 미안해서 준호는 그냥 비켜줬음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꾼 명헌이 공중전화 앞에 섰겠지 그리고 주머니를 뒤적뒤적 하다 준호를 돌아봤음

- 북산 학생, 삼백원만 빌려도 될까뿅

- 네? 아..네, 여기….

동전을 잘그락 건내자마자 명헌은 땡큐, 하고 돌아서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음 독특한 사람인건 방금 태섭이 통해서 한참을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30분 전까진 코트에서 싸우던 사이인데, 명헌은 감정이 없는듯 굴었겠지 오히려 이긴 준호가 더 불편했음 그러거나 말거나 이명헌은 동그란 뒷통수를 까딱이며 신호음에 맞춰 뿅뿅뿅..중얼거렸음

- 삼촌, 명헌이에용. 네, 아뇨, 졌어용 1점차로. 우성이용? ㅋㅋ엄청 울었죵. 저용? 저는 어떠냐면….

명헌은 누가 들어도 오늘 경기 얘기중이었음 준호는 괜히 불편해서 눈을 사방으로 굴리면서 못들은척 하고있는데 순간 명헌이 뒤를 힐끔 쳐다보겠지 하필 눈이 딱 마주치고 명헌은 눈길을 피할줄 몰랐음 준호를 빤히 쳐다보면서 명헌이 더 말할거임

- 유감 없어용. 북산, 잘했으니까.

뜻밖의 대답에 준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음 그 표정을 보고 명헌이 킥킥 웃으면서 자기 눈을 가리켰겠지 머쓱해진 준호가 먼저 눈길을 피했음 그동안 전화를 마친 명헌이 수화기를 내려놨음 그대로 지나치려나 싶었는데 명헌은 여전히 우뚝 서서 준호를 보고 있을거임

- 저기..미안해요, 들으려던건 아닌데. 급한 전화가 생각나서 기다리다보니까….

- 번호 뿅.

- 네..?

- 번호 달라고뿅.

명헌은 아무렇지 않게 공중전화 옆에서 집은 볼펜과 빈 손바닥을 내밀었음 얼결에 펜을 받아든 준호가 멍하니 어물거리자 명헌이 답답하다는듯 한숨 푹 쉬겠지

- 삼백원 빚 졌잖아용.

- 그정도는 그냥 쓰셔도 되는데요….

- 이 험한 세상에 누굴 믿고용?

- 정말 괜찮아요, 명헌선수.

- 됐고 나 빚지면 죽는 병 걸렸으니까 빨리 번호.

이상한 어미도 떼고 딱잘라 말하는 명헌에 살짝 압도된 준호가 번호를 넘겨줬음 실은 살면서 번호 한번도 따여본적 없는 준호라 얼레벌레 남이 부탁하는대로 해준거겠지

그때 뒤에서 한나가 준호를 불렀음 애들 다 모아놨으니 숙소로 돌아가자는 거겠지 더 뭐라 얘기하지 못하고 급하게 자리를 뜨면서 고개만 숙여 인사하는 권준호는 그것도 대화라고 끊은게 미안한지 명헌을 슬쩍슬쩍 돌아봤음 이명헌은 그냥 웃겼겠지

동전은 당연하게도 핑계였음 그 어느 선수들과도 다르게 코트 안팎을 꾸벅 인사하고 오가다 겁도 없이 제 옆에 붙었던 권준호에 흥미가 생겼던거겠지 저랑 다르게 정석적인 모범생 준호가 궁금해서 약간 억지도 부려봤음 그정도는 받아줄거 명헌이는 알고있어서 였겠지 손 안에 적힌 번호를 단숨에 외워버린 명헌은 또 연락할게, 권준호 하고 작게 속삭였을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