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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4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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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는 눈가가 새빨개진 채 아키타로 돌아왔다. 료타는 어디로 갔을까? 왜 가버린 거야? 료타가 미웠다가 혹시 에이지가 잘못을 저지른 걸까? 그래서 말도 없이 가버린 거야? 비행 내내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공항에서 테츠와 미사를 만나 에이지는 한 번 더 울었다. 눈이 퉁퉁 부어오를 때까지. 료타를 원망하고 싶지 않아. 심장이 찌릿찌릿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농구화 신발끈 사이사이 들어간 오키나와 해변의 모래알갱이는 아키타까지 따라왔다. 새신발이 잔뜩 더러워져 돌아오자 미사는 농구화를 빠는 게 좋겠다고 했다. 에이지는 며칠 동안 농구화를 그대로 신는 것을 택했다.

 

내가, 있지, 생각보다 료타와 더 친하다고 생각했나봐.. 료타는 아니었을 수도 있잖아

 

에이지가 마당에 앉아 중얼거렸다. 테츠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료타가 농구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언젠가 전국대회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료타가 농구를 그만 둘 리가 없잖아! 에이지가 큰소리로 말했다. 에이지는 그제서야 오키나와에 가져갔던 짐 가방을 풀었다. 정리하고 싶지 않아 방구석에 미뤄두었던 것이다. 8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키나와에서의 시간이 꿈이었던 것처럼 학교에 돌아가자 에이지는 순식간에 지루함으로 끌려들어갔다. 개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몇 번 폭력이 더 오갔다. 지루함을 감추지 않는 에이지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에이지는 창고 바닥에 쓰러져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았다. 그래서 강한 척은 어떻게 하는 건데? 료타는 어떻게 했어? 에이지는 상처도 가리지 않고 눈물도 닦지 않은 채 교실로 돌아갔다. 꽁꽁 가리는 게 강한 척은 아닐 거라 생각했으니까.

에이지는 료타의 아대를 팔에 끼우기 시작했다. 결국 돌려주지 못하고 아키타까지 가져온 아대는 료타가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에이지는 인터미들 전날 심장이 쿵쾅거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미 첫 출전에 흥미를 잃었음에도 료타가 있다면 달랐다. 이번엔 팀을 잘 만났을까? 사는 지역을 모르니 지역대표팀 몇 개만 콕 집어 볼 수가 없었다. 에이지는 시간이 되는 한 모든 경기를 보러다녔다. 에이지가 관중석에 가면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저번 우승팀 에이스 걔다. 저 팀의 에이스를 견제하러 온 건가? 나간다. 별로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하나봐.

바보들. 난 료타를 찾으러 온 거란 말이야!

어느 정도 지났을 때 에이지의 전국 체전 출전의 목적은 그저 료타를 찾는 것이 되어버렸다. 감독은 팀원들을 불러 모아 주먹을 쥐고 우승이 얼마 남지 않았다 외쳤다. 시선은 에이지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공을 받고, 던지고, 시시한 페이크를 걸어주고. 슬슬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집중력을 잃어갈 즈음이면 혹시 료타가 관중석에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인터미들, 윈터컵 모두 료타를 찾을 수 없었다. 에이지는 중학교 2학년이 끝날 무렵 자신이 료타에게 가졌던 감정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작 이틀 만난 걸로 사랑에 빠질 수가 있는 거야? 미사와 테츠는 첫 만남에서 사랑에 빠졌다.

중학교 3학년, 마지막 인터미들에는 제법 괜찮은 상대가 몇 명 있었다. 예를 들면 도쿄의 센도 아키라 라던가. 이쯤 에이지는 산왕 공업 고등학교에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고교농구 연승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곳이었다. 에이지는 흔쾌히 산왕 공업 고등학교를 선택했다. 고등학교가 정해진 이상 윈터컵의 출전은 2학년의 벤치 선수들과 에이지는 아니었지만 보통 선택되지 않는 1학년에게 돌아가야 했지만 에이지는 출전을 고집했다. 중학교의 마지막 윈터컵에서도 료타는 찾을 수 없었다.

 

료타를 만난 지도 3년이 다 되어갔다. 어린 마음은 점점 성숙해졌고 료오타- 라는 이름을 입밖으로 불러 봐도 심장이 아릿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에이지는 전국 체전의 모든 경기를 보러 다니는 행위를 관뒀다. 중학교 농구부에 에이지가 경기를 보러 다녔다는 것이 소문이 났던 것인지 첫 인터하이 출전에서 선배들은 경기를 앞둔 훈련이 끝나고 바로 숙소로 돌아가는 에이지를 이상하게 보았다.

 

사와키타, 에이스를 노리는 하이에나라는 소문은 거짓뿅?”

 

에이지는 카즈나리의 말이 무슨 뜻인지 한참을 생각하다 표정을 잔뜩 구기곤 고개를 저었다. 에이지가 오키나와의 이야기를 두루뭉술하게 꺼냈을 때 마사시는 굉장한 열병을 앓았다고 했고 보기와 다르게 감성적인 단어라고 대답했다 팔이 뽑힐 각오를 해야 했다.

에이지는 이번에도 료타를 만나지 못하면 료타를 찾는 것을 포기 하겠다 다짐했다. 료타가 농구를 그만 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보이지 않는 료타를 찾아다닐 순 없었다. 이제 완전히 료타를 추억으로 남길 시간이었다. 인터하이의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우승 산왕!” 이라는 말과 함께 환호가 쏟아졌을 때, 에이지는 한참이고 아대를 만지작거렸다. 료타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이미 끝난 게임이야

 

료타의 목소리가 웅웅거렸다.

 

1학년 인터하이가 끝나고 산왕고교에선 선수 몇 명을 추려 윈터컵 준비에 앞서 미국 원정에 나섰다. 고교에 올라와서도 에이지의 앞에는 벽이 없었다. 후카츠 카즈나리나 카와타 미사시같은 선수들이 있었으나 그들은 에이지와 한 팀에 속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 원정은 성공적이었다. 에이지는 몇 번이고 공을 빼앗겼으며 커다란 덩치에 굴러떨어졌다. 테크닉도 에이지보다 뛰어난 선수가 많았다. 일본에서는 볼 수 없던 기술을 에이지는 빠르게 스캔해 그대로 응용해보기도 했다. 일본 고교 최고의 팀의 최고의 선수들이 농구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온 것인지라 미국의 다양한 고등부 감독들이 자리해 관람한 경기였다. 그중 몇 명은 에이지에게 명함을 내밀었고 에이지는 숙소에 들어가기 무섭게 아키타로 전화를 걸었다.

 

미사! 테츠! 드디어 알 것 같아!”

 

에이지의 미국행이 확정되었다.

 

 

에이지가 2학년 인터하이를 마치고 미국으로 떠나는 구체적인 날짜가 잡혔다. 혹시 그동안 에이지에게 맞는 상대가 나타나진 않을까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마지막 인터하이는 히로시마에서 열렸다. 아키타에서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도쿄를 경유해 히로시마로 가야했다. 국내에서 장거리 비행은 오랜만이었다. 히로시마도 이렇게 먼데 그 밑 후쿠오카를 지나 오키나와까지 가는 건 지금 생각해도 긴 여정이었구나 싶었다. 마지막 국내 대회. 에이지가 생각에 잠겼다.

 

저에게 필요한 경험을 주십시오.”

 

새벽, 에이지는 출발 전 아키타의 신사에서 그렇게 빌었다. 마지막 국내 경기를 앞두고 에이지는 생각이 많아졌다. 앞으로의 미국 생활에서 에이지는 자신이 그토록 갈증 냈던 것들이 채워지기를 바랐다. 맞붙인 손바닥을 떼기 전 에이지는 떠나기 전 료타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입 밖으로 뱉지 않았다. 에이지는 신사의 계단을 몇 번이고 오르고 내려갔다. 생각을 떨쳐내려면 몸을 움직여야 했다. 에이지의 방식은 그랬다.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으면 눈물을 쏟아내야 했고 생각이 많아지면 몸을 움직여 쏟아냈다. 좋은데? 이거.

산왕 고교는 전년도 우승팀이었기에 첫 경기가 다른 팀보다 늦었다.

 

AA 산왕공업

C 북산

A 풍전

B 태산

 

북산은 처음 듣는 곳인데요?”

 

가나가와 현 대표로 올라온 팀이다. 이번 년도에 꽤 괜찮은 선수들이 들어왔다고 들었어. 운도 따라 줬겠지만 풍전에서 막힐 거다.”

 

가나가와

 

꽤 괜찮은 상대로 기억하는 센도는 올라오지 못한 듯 했다. 듣기론 도쿄에서 가나가와의 다른 학교로 스카웃 되었다고 했다. 혼자 잘 한다고 전국대회에 갈 수 없다던 료타를 기억했다. 에이지는 료타가 농구를 그만두지는 않았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에이지의 사진을 인터하이 포스터와 티켓에 넣겠다는 제안도 그래서 승낙했다. 혹시나 보지 않을까? 좋은 팀을 만나야 할 텐데. 에이지가 일본을 떠나 보지 못하더라도..

산왕의 감독인 도모토 고로는 전략적인 사람이었다. 풍전고교가 북산고교를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다며 캠코더를 챙기고 북산고교의 전국대회 예선 경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비디오 테이프로 챙겨왔다. 풍전고와 북산고의 경기가 펼쳐질 경기장에 들어가기 앞서 도모토 고로는 만약 북산이 지더라도 선수 개인을 잘 관찰하라 말했다. 당장 내일 경기가 아니더라도 무명 고등학교가 이곳에 올라온 것은 이유가 있으며, 훗날 너희의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체육관에 들어갔을 때, 막 전반부가 끝난 탓에 선수들은 각자의 대기실에 들어가 있었고 코트정비가 한창이었다. 풍전고를 응원하기 위해 학생들이 가득 자리를 채웠고 북산고를 응원하는 관중은 거의 없는 듯 했다. 풍전고의 응원단들은 태도가 좋지 않기로 유명한데, 초반부에 북산고 선수들은 웬만큼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산왕 공고 선수진들은 눈에 띄지 않는 뒷자리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점수는 28:32. C랭크와 A랭크의 경기 치고 점수차가 크지 않았다.

 

에이스 킬러가 북산의 에이스를 노렸다 뿅. 북산은 스타팅 멤버로만 전국대회에 온 팀이라 에이스를 빼기는 어려울 거다 뿅. 듣자하니 1학년 에이스라던데 사와키타도 봐둬서 나쁠 건 없다. 11. . ”

 

후카츠 카즈나리는 일본 고교농구의 가드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게임을 누구보다 잘 조립하는 가드이자 주장으로 농구에 있어서 카즈나리의 말은 거를 게 없었다. 에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저 뿅 좀 어떻게 하면 안 되나.

어느정도 재정비가 끝나고 후반 시작의 휘슬이 불기 전 대기실에 가있던 각 학교의 선수들이 다시 코트로 나왔다. 산왕 공고 선수들이 앉은 자리는 경기장의 맨 끝이라 선수들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눈에 띄는 빨간 머리 정도만 확 보였다. 북산은 하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후반부의 첫 골은 풍전이었다. 공이 그물에 들어가기 무섭게 북산의 10번과 11번이 재빠르게 제 위치로 이동했다. 풍전의 가드는 플레이 매너가 좋지 않았다. 183cm의 체격을 갖고 기껏해야 160cm 후반대의 체격을 가진 북산의 포인트 가드에게 도발적인 언행을 내뱉었다. 북산의 7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꼬맹이라 부르는 풍전의 가드에게 ? 뭐라고? 잘 있어라!” 라고 받아치며 빠른 스피드로 패스하기 좋은 포지션을 잡고 골대 밑에 있는 10번에게 공을 던졌다. 좋은 판단이야! 에이지는 왜인지 북산의 7번에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풍전고교는 위태로워 보였다. 경기 외적에서의 문제가 코트 안으로 들어왔는지 경기를 하면 할수록 산왕의 선수진도, 감독인 도모토도 북산의 승리를 확신했다.

카즈나리가 주의한 대로 북산의 1학년 에이스는 주의할 상대였다. 눈부상을 입어 원근감을 잃은 상태임에도 눈을 감고서라도 림에 공을 꽂아 넣었다. 어서 붙고 싶은 상대는 오랜만이었다.

북산의 센터와 파워 포워드가 서로 공을 붙잡고 떨어졌다. 이쯤이면 된 거 같지? 도모토의 말에 산왕 선수들이 전부 일어났다. 북산의 승리였다. 에이지는 떠나는 와중에도 북산의 7번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보다 훨씬 커다란 10번을 챙기며 14번과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곧 고개를 들어 올려 자신을 쳐다보는 산왕 선수들을 삐딱하게 쳐다봤다. 에이지와 눈이 마주쳤다. 7번은 눈을 피하지 않고 에이지가 완전히 경기장을 나갈 때까지 쭉 에이지를 응시했다. 위로 올린 곱슬머리가 땀에 젖어 내려와있었다. 거리가 거리인 지라 이목구비를 제대로 볼 순 없었다. 왜 자꾸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거지? 에이지는 자신의 오른쪽 팔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올렸다. 맨살이 느껴졌다. 료타의 아대는 숙소에 있는 짐가방 안에 있었으니까. 에이지는 뒤를 돌아서까지 북산의 7번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

 

료타?

 

 



 

 

어 사와키타 무슨 일이지?”

 

북산은 예상치 못해서 선수기록을 죄다 숙소에 두고 왔는데...”

 

, 기억났다, 사와키타. 북산의 7. 미야기 료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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