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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3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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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의 일과는 사실 널널했다. 아침 인원 점검이 끝나고 나면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뽑아 마시는 걸로 자판기의 성능을 테스트 하고, 건물 이곳저곳을 둘러본 뒤 청소부에 부족한 점을 일러주었다. 문자 메시지로 띡. 그러니까 사감의 일 중 딱히 어려운 것은 없었다.

'3층 화장실에서 악취. 5층 복도 전등 깜빡임.' 전송.

하루 중 가장 큰 고민은 점심, 저녁 메뉴였다. 사무실에 앉아 학생 식당 메뉴를 검색해 보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겁도 없이 아침부터 사감 사무실에 찾아 오다니. 열쇠 분실한 거면 가만 안 둔다.

-들어오세요!
-오, 혼자 있네. 바쁜가?
-스즈키 학생. 왜 반말해요? 지금 나 자극하는 거예요?
-아... 자극 돼요 이런 거?

이 새끼가.

-나 서른한 살이거든요. 대학생이랑 말장난하고 놀 나이는 아니에요.
-오, 저 스물아홉인데. 두 살 차이면 같이 놀 나이 맞죠?

스물아홉이라니. 스물넷 정도로 봤는데. 이 나이에 대학교는 뭐하러 온 거야? 이사장이 뭐 어마어마한 거 하나 차려줄 테니 경영 공부하라고 시켰나? 반지 꼈네. 꼴에 여자친구는 있구만.

마치다는 괜히 책상 정리를 해대며 노부를 불편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먼지 풀풀 날리면서. 그러나 노부는 들고 들어 온 비닐 봉투를 열어 주먹밥을 꺼냈다. 랩을 벗기고 모서리를 와앙 물더니 맛있다고 난리를 쳤다.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케이도 먹어 봐요.
-뭐라고요?
-진짜 맛있다고요. 안에 밤 들었어요.
-왜 마음대로 남의 이름 줄여서 불러요? 그리고 이름 불러도 된다고 안 했는데. 그냥 다른 학생들처럼 사감님이나 마치다상이라고 하세요.
-아 친하게 좀 지내요. 강의실 가면 혼자 늙은이라 외로운데.

봉투에서 다른 맛 주먹밥을 하나 더, 그리고 편의점에서 파는 캔커피를 마치다 앞으로 스윽 밀어줬다. 마치다는 그걸 다시 스윽 밀어냈다. 기숙사가 장난이야? 사감이 웃겨?

-스즈키 학생 먹어요. 그리고 이제 나가 보세요.
-그럼 이따 꼭 먹어 봐요. 진짜 기가 막히니까.

플러팅인듯 아닌듯, 진짜 심심해서 동년배 찾아 떠도는 중인가 싶기도 하고. 반지까지 낀 놈이 뭐하고 다니는 거야. 그 나이에 대학교 새내기면 분발해서 어서 졸업하고 결혼이나 하라고 이 친구야.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본인도 아직 미혼이니까 내가 할 말은 아니군.

그날 저녁, 학교 건의 게시판에 기숙사 카테고리로 새 글이 올라왔다. '남자 기숙사 사감 진짜 까칠해요. 학교에 공부하러 왔지 훈련 받으러 왔습니까 우리가? 특히 인원 점검할 때 고개 빳빳이 들고 대장 행세하는 거 꼴보기 싫어요. 사감 바꿔주세요.' 작성자는 익명이었지만 마치다는 왠지 한 얼굴이 떠올랐다. 사감은 참지 않아. 1층으로 바로 내려가야지.

똑똑똑. 똑똑똑. 이봐요. 문이 열렸고, 방 안엔 노부가 또 상의를 탈의하고 서있었다. 옷 좀 입지. 타잔이야?

-무슨 일이에요? 저녁에도 인원 점검해요?
-학생... 글 내려...
-네?

그러면 안 되지만, 왠지 무엇으로도 노부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에 발등을 콱 밟고 돌아섰다. 등 뒤로 악! 소리가 났다. 씩씩대며 2층으로 올라가는 뒷모습에 노부는 몰래 미소 지었다.

-근데 무슨 글 말하는 거지?

노부는 단단한 복근을 긁으며 문을 닫았다.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