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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3 00:22
전편 : https://hygall.com/553545787

우성은 꽃을 품 안에 잔뜩 든 채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음. 태섭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었고 우성은 그런 태섭의 가슴팍에 꽃다발을 내려놓았음.

"어때 태섭아, 마음에 들어?"

꽃들은 이 근방에서는 자라지 않는 꽃들이었음. 태섭의 고향에서 피는 꽃이었지. 남쪽에서 피는 꽃을 꺾어 하루에 한 번 물을 주며 시들지 않게 유리 안에 넣어 햇빛을 쪼이며 가져왔다며 상인은 꽤나 비싼 값을 요구했지만 그런 게 무슨 상관일까, 우성은 아예 웃돈을 주고 꽃들을 통째로 사들였음. 그래도, 태섭의 고향의 꽃이니 이번에는 좀 반응이 있지 않을까. 우성은 가슴을 졸이며 태섭을 지켜보았음. 태섭은 아까와 별로 다르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지만...우성은 태섭이 아까보다 느리게 눈을 깜박이는 것을 알 수 있었음. 마치 꽃향기를 맡듯, 눈이 느리게 감은 태섭이 평소보다 크게 가슴을 들썩였음. 다행이다, 좋아해주나봐. 우성은 울컥해 태섭에게 다가가 태섭을 조심스럽게 감싸안았음. 눈에는 눈물이 고였지만, 소리내 울지 않으려고 했음. 소리내서 울면 태섭이의 숨소리를 들을 수 없을까봐.








함께 돌아가던 길, 보여줄 것이 있다며 따라간 길 끝에 있던 건 아이들의 돌무덤이었음.

"명헌이 형, 왜......"

왜 먼저 얘기해주지 않았어요?

덜덜 떨며 무너져 바닥을 기는 우성을 보는 명헌의 표정도 좋지는 않았음. 처참함을 애써 무표정으로 감추려 하며 명헌이 말했음. 그때는 네게 말해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우성은 그 말 뒤에 감춰진 뜻을 이해했음.

그래, 태섭을 찾으러 갈 때 자신과 명헌의 사이는 좋지 않았음. 명헌은 태섭을 건드린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래야 가질 수 없었을테고 자신은, 그때까지만 해도 좋은 형이라 생각했던 명헌에 대해 질투심에서 오는 껄끄러움을 느끼고 있었음. 그때는 그것도 모르고 태섭이 자기 아이를 가지고 도망친 게 마음에 걸려서 그럴 뿐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지만.

그래, 실수라고도 할 수 없는 작은 엇갈림이었음. 하지만 그 엇갈림이 가져온 결과는.

태섭이 아이를 잃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아이를 뗀 것이라고, 그 후 다시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밴 것이라고 착각해버린 자신이 저지른 죄는...

우성의 가슴을 더 아프게 찌르는 것은 명헌의 아이의 돌무덤과 달리 자신과 태섭의 아이의 돌무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었음. 명헌은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과 비교해보면 어떤지. 자신이 태섭에게 준 건 아무것도 없었음. 그래서 태섭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조차 없었음. 자기가 준 것이라고는 겨우 알량한 위로, 달콤한 말, 흔해빠진 웃음, 호의. 솜사탕처럼 바로 녹아내려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들. 애초에 제가 아무것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아서 시작했으니 변명조차 할 수 없었음. 우성은 떨리는 손으로 입고 있던 외투를 벗었음. 외투를 벗은 채, 무릎으로 기어가 외투를 돌무덤 위에 덮었음. 얼마나 추웠을까. 여기서 외롭게 무덤을 쌓았을 태섭은 또 얼마나 추웠을까.

외투 위에 엎어져 돌들이 뿜어내는 냉기를 온몸으로 받는 우성이었지만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타는 듯이 뜨거웠음. 명헌은 그런 우성을 질책하지도, 달래지도 않은 채 아주 오랜 시간 옆에 서 있었음.

그때부터 우성은 태섭에게 뭐라도 주고 싶어 안달나 했음. 태섭이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은 얼마 없었기 때문에 - 정확히는 우성이 얼마 듣지 않았던 것이겠지만 - 우성은 태섭의 고향, 남국의 물건이라면 뭐든지, 그게 얼마나 사소한 것이든 비싼 것이든 상관하지 않고 사들여 태섭에게 바쳤음. 그래도 이번 선물은 마음에 들어해 준 것 같아 다행이라, 우성은 조심스럽게 태섭의 머리칼에 볼을 부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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